소설리스트

내 사거리 100만-50화 (50/301)

# 50

힘의화살(유료시작!)

끼긱...

무장버스가 멈춰서고 완전무장 한 소대원들이 하나둘 내렸다. 군복 위로 커다란 배낭과 방어구, 개인화기류를 맨 그들은 빠르게 주변을 탐색한 후 서둘러 포메이션을 가다듬었다.

“헌터장비는 모두 챙겼나?”

“예. 보급용아공간에 모두 넣어뒀습니다.”

“좋아. 1차로 화기로 제압하지만 후퇴 시에는 백병전이 벌어 질 거다. 항상 백병전 포메이션을 머릿속에 담도록...”

“예!”

소대의 최종점검을 마치고  전위에 선 박중위는  제황에게 말했다.

“사전에 브리핑 하기는 했지만 다시 말해줄겠다. 이 야트막한 계곡을 넘으면 검은피 부족의 부락이 있다. 규모는 현재 300마리 정도 될 테고 그 중 전사는 100마리 정도일 거야.”

"작전시간이 얼마라고 했지?"

“30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공격을 시작하면 우리가 최대한 화기로 저지한다고 해도 30분 내에 대응병력이 우리를 쫓을 거야. 그 때는 초근거리 싸움이 될 수 있으니 후위를 맡아라.”

“알겠습니다.”

제황은 박중위의 설명을 들으며 전방을 바라봤다. 습기가 진득하게 올라오는 열대의 우림 사이로 지글지글 올라오는 수증기들... 그들은 지금 오크부락을 소탕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가자!”

“넵!”

박주위의 말에 따라 소대가 어두운 숲 암영으로 하나 둘 사라졌다.

“2차 저지선 설치!”

“설치 완료!”

박중위가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소대원들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익숙한 손길로 나뭇가지들을 잘라내 부비트랩을 숨긴 뒤 긴 와이어를 끌어 거대한 나무에 묶었다. 폭약을 매설한 후 유폭이 될 만한 곳에 H형으로 부비트랩을 하나 더 만든다. 오크는 타고난 사냥꾼이기에 간단한 덫은 간파당할 수 있었다.

“가자.”

“네.”

앞서 속보로 진행하던 박중위는 옆에 걷고 있는 제황을 힐끔 바라봤다. 급경사로 이루어진 곳을 숨 한번 차지 않은 채 따라오고 있었다.

‘정말 특이한 친구야.’

제황은 정말 알면 알수록 비밀스러운  사람이었다. 지금만 봐도 그렇다. 열대우림의 산은 단순히 체력이 좋다고 넘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습기를 머금은 바닥을 미끄럽다. 초인의 체력이라지만 군장을 하고 이런 곳을 이동하는 건 정말 고역이다.

그런데 이 제황은 마치 재집 앞마당이라도 되는 듯 가볍게 걷고 있었다. 단순히 체력이 좋은 게 아니라 이동하는 모습이 완전 이런 지형이 특화된 듯 보였다.

‘알다가도 모르겠네.’

지휘자가 되어 소대에 신입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신입의 역량을 정확하고 냉철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소대에 유기적으로 녹아들게 만들 수 있으니까. 문제는 제황은 도저히 역량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중위가 딴생각에 빠져 있을 때 문득 그의 가슴을 막는 손이 있다. 손의 주인을 돌아보니 제황이다.

“뭐지?”

그의 물음에 제황은 입을 열지 않은 채 수신호로 대답했다.

‘전방에 적 3 매복’

그러자 박중위는 몸을 낮추며 소대원들에게 신호를 한 뒤 품에서 쌍안경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관찰해도 적은 보이지 않았다. 박중위가 제황을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다고 신호를 하자 제황이 다시금 수신호를 했다.

‘처리하겠습니다.’

끄덕

제황의 신호에 박중위가 승인하자 제황은 손에서 세 대의 화살이 나타났다.

‘춤추는 화살...’

퉁퉁퉁!!!

세 대의 화살이 밀림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짧은 비명소리 세 개가 동시에 울려 퍼진다.

“컥...”

“꾸룩...”

“헉...”

“끝났습니다.”

제황의 말에 조금 어안이 벙벙한 박중위는 제황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발견한 건...

“허...”

세 마리의 성인오크가 은폐하고 있던 그대로 머리에 화살이 꽂힌 채 절명해 있었다. 조잡한 모양의 나무활을 든 세 오크는 사냥 중이었는지 허리에 작은 동물들을 하나 둘 꿰차고 있었는데 그들의 머리에는 모두 긴 화살 하나씩이 사이좋게 꽂혀 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인간 감지기 수준이다.

“저기...이건 어떻게 맞춘 거지?”

죽은 셋을 살펴보던 상규가 제황에게 물었다. 다른 둘은 낙엽 속에 숨어 있었기에 화살이 꽂힌 방향이 이해가 가는데 마지막 한 마리는 완전히 나무를 등진 채 숨어 있었다. 그런데 그 오크의 관자놀이에도 화살 하나가 돋아나 있었다.

그러자 제황은 손바닥으로 화살의 궤적을 흉내 내서 보여줬고 그 손동작과 오크의 머리를 번갈아 쳐다본 상규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제황을 바라봤다.

“유도기능?”

“유도까지는 아니고 화살의 움직임을 조금 통제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놀란 가운데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박중위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심장만 꺼내고 사체는 숨긴다. 빨리빨리! 놀랄 틈 없어.”

“예! 아...알겠습니다.”

시체를 온전히 챙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작전 중이기에 가장 돈이 되는 심장만 챙긴 뒤 소대는 다시금 이동을 시작했다. 십여 분이 지나자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자연적인 바위와 나무로 만든 수십 개의 움막들이 나타났다.

두 개의 높다란 망루와 나무를 꽂아 만든 목책... 마을 중앙에는 상당히 커다란 집이 있었는데 그 앞으로는 전사 오크로 보이는 것들이 모여앉아 사냥도구를 손질하고 있었다.

어린오크들은 자리들끼리 모여 서로 놀기 바쁘고 늙은 오크들은 마당으로 보이는 곳에 주저앉아 햇빛을 만끽하고 있다. 자못 평화로운 일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마을 공터 한쪽에 쌓인 뼈무더기에는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하얀 해골들도 다수 보였다.

“300개체 확인했습니다.”

성규가 말했다.

“집안에 있거나 외부로 나간 것들을 포함하면 500개체 정도인가. 그건 그렇고 방비가 풀렸군. 전에 왔을 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최근 먹이가 풍부해져서 경계가 느슨해 졌습니다.”

“좋아. 우리한테는 희소식이지.”

나름 평화로운 오크마을을 바라보며 인간들을 눈을 살기로 반짝였다. 오크들의 입장에서 보면 침략자와 마찬가지였지만 인간들에게 사나운 오크들은 공존보다는 몰아내야할 대상이었다. 아니 어쩌면 인류는 오크의 씨를 말려버린 뒤 그들을 동물원 우리에서나 발견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모른다.

특히 이곳에 있는 소대원들은 60년 전 대충돌 당시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몬스터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세뇌에 가깝도록 교육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저들은 단지 씨를 말려야 할 종자들일 뿐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 제노사이드를 비난하는 이들도 다수 존재했지만 그런 이들은 의식적으로 문명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실정이었다.

“사격대형... 신호가 있을 때까지 발포는 금지한다. 각자 목표물 분배하고...”

“예.”

소대원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대부분이 CAR816돌격소총에 소음기와 레드도트, 유탄발사기를 끼워 사용하는데 양혜지는 CAR817 반자동저격총을 성규는 그 덩치에 걸맞게 CAR818 대물저격총을 사용했다. 다선S&T에서 생산한 이 시리즈는 총기의 역사가 오래되기는 했지만 그만큼 많은 바리에이션이 나와 있어 많은 부대에서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가 자리를 잡자  박중위가 제황의 곁으로 기어왔다. 오늘 공격의 메인은 제황이다.

“포인트 잡아줄게. 망루, 정문 후문 보초, 그 외 위험순위 대상으로 자유사격이다. 할 수 있겠어?”

“네. 보스 출현 시는 어떻게 합니까?”

제황이 물었다.

여기서 보스라고 하는 것은 행여나 출현할지 모를 4티어의 몬스터를 말한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바로 오크들 중 흔치는 않지만 가끔 4티어의 오크가 출현하는데 그런 오크들은 거의 마을의 우두머리를 맡고 있었다. 비록 한 마리일 뿐이지만 중화기가 아니면 소용이 없을 뿐더러 2티어의 오크라도 떼로 달려들면 다른 4티어보다 훨씬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원래대로라면 화력을 집중시킨 후 연막 까고 그대로 퇴각이지만 네 의견을 듣고 싶군.”

박중위가 쳐다보자 제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처리해 보겠습니다.”

“하... 좋아. 믿어보지.”

제황의 대답에 이제 놀라지도 않는 박중위다. 무려 4티어 몬스터를 혼자 처리한단다.

그러나 제황이기에 왠지 그 말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만난 지 얼마 안됐지만 제황은 절대 허튼 소리를 하거나 허풍을 떠는 이가 아니었다.

“그래. 전 대원 천하사의 공격에 오크들이 반응을 일으키기 전까지 공격 자제한다.”

“알겠습니다.”

제황은 전방을 노려봤다.

-중량화살로 줘.

-그래.

위에서 아래로 공격하는 형태이기에 좀 더 무거운 화살을 선택했다. 사거리를 손해 봐도 상관없으니 파괴력을 선택한 것... 참고로 현재 제황의 무한고에는 각종 화살들이 종류별로 적재된 상태다. 무한고에서 튀어나온 온통 검은색의 화살을 한번 훑은 제황은 그것을 시위에 걸었다.

궁기안을 통해 분석을 끝낸 제황은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 시위를 당겼다.

드드드득...

고장력의 시위가 당겨지는 거친 느낌이 손에 흐른다.

피잉...

화살이 시위를 떠나갔다. 스톰레이지의 옵션인 4중첩 가속이 걸린 무거운 화살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망루를 향해 날아갔지만 제황은 이미 두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고 있었다. 굳이 명중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피잉...피잉..피잉..피잉..피잉...

빠른 속사... 거의 초당 두 발의 화살이 제황의 손을 떠나고 있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화살이 손안에서 곧장 나타나기에 화살통을 더듬을 필요가 없는 것도 한몫했지만, 날아가는 화살들이 날아가는 족족 목표물에 정확히 박히는 건 온전히 제황의 실력이었다.

순식간에 두 개의 망루에 올라있던 보초 둘이 자리에서 허물어지고 정문 병력이 녹아나는 순간 사냥도구를 손질하던 전사오크들이 뒤통수에 긴 막대기가 하나씩 돋아난 채 앞으로 풀썩풀썩 쓰러졌다. 거의 쓸어버리는 수준...

찰나지간에 박중위가 말하던 주요 공격목표를 모두 쓰러뜨린 제황은 그 때부터 자유사격으로 화살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피잉..피잉..피잉...

거리는 대략 150미터에서 200미터... 활의 파워가 너무 강력하여 거의 직사로 날려대면 화살들은 오크들을 꿰뚫어 땅에 박아버린다. 흔히 사람들은 화살의 파괴력이 총에 비해 못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몇 가지 예외적인 조건이 곁들여지면 활은 총을 훨씬 상회하는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엄청난 장력의 시위로 무거운 화살을 파워풀하게 날려대면 거의 대물저격총 수준의 파괴력도 낼 수 있는 것이다.

"일제사격!"

투두두두두둑! 투투툭! 툭툭툭!!!

제황의 저격이 길어질수록 오크들이 하나 둘 마을이 공격당한다는 걸 깨닫고 움직이려 하자 박중위는 그제야 공격명령을 내렸다. 그와 함께 소대원들의 총구에서 매서운 불꽃을 뿜기 시작했다.

투루루룩!

"끄어억! 카악! 후메가 구루!"

쾅쾅쾅!!! 드르르륵!

오크들이 쓰러졌다. 소대원들의 탄창이 하나 둘 빌 때마다 오크들은 붉은 피를 뿌리며 땅에 주저앉았다. 개중 몇몇은 도망치거나 저항하려 했지만 정밀히 계산된 사격은 그것들을 놓치지 않았다.

"끄르르륵! 두락 카악!"

정예 전사로 보이는 오크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손에 두툼한 문짝이나 나무로 만든 듯 한 조잡한 방패 등을 들고 있었는데 돌격소총의 총알은 그것을 뚫지 못했다.

"파아앙!"

그 때 성규의 대물저격총과 제황의 화살이 동시에 날았다. 대물저격총은 가로막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박살냈고 제황의 화살은 들고 있는 오크전사의 빈곳에 화살을 꽂아 넣었다.

"유탄!"

"예!"

박중위의 말에 모두가 유탄을 장전 한 뒤 건물들을 향해 발사하기 시작했다.

콰콰쾅!! 쾅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