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사거리 100만-20화 (20/301)

# 20

스타더스트클랜

[링크스공방- 커브스보우]-노멀 등급

활세기:250파운드 (튜닝 +50파운드)

최대사거리:2500미터

유효사거리:400미터

제질:마나리움 합금

특수능력:예리함(D급)

활을 손에 잡자 세이브 시스템이 들고 있는 무기를 분석해낸다. 세이브가 모든 무기류를 분석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제작 계열의 스킬을 지닌 이들이 만들어낸 통칭 '아이템' 이라는 물건들만 가능한 것이었는데 몬스터들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필히 이 '아이템' 화 된 무기들을 사용해야 했다.

그리고 아이템보다 상위 등급의 것들이 존재했는데 제작 스킬 각성자가 아닌 기존에 존재했던 유물 일명 '아티펙트' 들이 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무기나 화약무기들이 무쓸모 한 것은 아니었다. 대충돌 초기에는 거의 그런 무기류로 몬스터들을 상대했으니까. 그렇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고 이세계의 갖가지 광물이나 몬스터 사체로부터 나온 부산물을 통한 장비들이 제작되기 시작하자 효율성 면에서 아이템을 쓰는 게 일반화 되었다.

특히 마나를 사용하는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필히 아이템화 된 무기를 사용해야 한다.  마나를 이용한 방어체계를 무력화 시키려면 이쪽도 같은 무기를 들어야 하는 게 이치다.

-800만원짜리 묵혀둔다고 어머니한테 그렇게 타박을 받으시더니...

헌터용 장비는 비쌌다. 지금 그가 들고 있는 일반등급 헌터용 커브스보우도 20프로 특가세일로 아버지가 사온 것이었는데, 아버지가 카드 영수증을 본 어머니에게 얼마나 타박을 받았는지 아는 제황은 쓴웃음을 지으며 커브스보우의 손잡이를 꾸욱 잡았다.

***

"감지 완료... 300미터 전방!"

"이미 보인다. 모두 전투태세..."

"예!"

스쿼드리더인 중년인의 말에 따라 모두가 자세를 낮췄다. 이미 전방으로부터 한 대의 드론이 후방을 향해 사격을 가하며 오다가 그들의 머리 위로 빠르게 지나쳤다.

쉬이이잇...

바람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함께 나타난 거대한 악어머리...

파캉!!!

중년인은 뒤로 당겨놨던 창을 앞으로 빠르게 꽂으며 외쳤다.

"레이드 시작!"

그의 말에 끝나기가 무섭게 헌터들은 사방으로 산개하며 공격을 시작했다. 미남은 후방으로 돌아가 아가스테론의 후위를 노리기 시작하고 문신녀는 아가스테론의 뒷다리쪽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큰 거 한방 먹여주마."

스킨헤드는 양손을 모으며 품안으로 푸른빛의 구체를 생성해내기 시작했다.

파캉!

"캬아아..."

몸을 회전하며 뒤로부터 솟구친 창대에 머리를 직격당한 아가스테론이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마법!"

"이스! 제라! 훔!"

쩌저적!

스킨헤드가 뻗어낸 푸른 구체가 아가스테론의 앞다리 부분에 적중했고 그 부분은 금세 얼어붙기 시작했다.

"좋아! 계속 간다!"

레이드는 순조로웠다. 앞다리에 붙은 얼음은 떨어져 나갔지만 냉기에 당해서인지 눈에 띄게 다리를 절기 시작한 것, 곧바로 뒷다리에 미남의 단검이 서너 번 교차하자 아가스테론은 비틀하며 주저앉았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화살이 가슴 부근에 정통으로 꽂혀 들어갔다.

케에엑!

-재미있구나.

-뭐가 재미있지?

궁기의 말에 제황이 물었다.

-까마득한 과거의 요괴사냥꾼들이 떠올라서 말이야. 정말 오래전 이야기군.

-과거에도 저런 것들이 있었나?

-있었지. 그러고 보면  지금 세상은 그 때처럼 기가 풍부하구나. 세상에 기가 많아지면 결정을 이룬다. 그것이 생명을 가진 것이던 아니던 말이야. 그리고 그 기에 가장 탐욕스럽던 게 바로 인간이지.

-그렇군.

궁기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는 새 레이드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뒤늦게 자신의 불리함을 깨달은 아가스테론이 도주하려 했지만 중년인의 창은 그것을 놔주지 않았다. 교묘하게 축이 되는 발을 방해하여 크게 움직이는 것을 제어하고 나머지 셋은 차근차근 데미지를 입힌다. 그 때 제황의 눈에 이상한 게 잡혔다.

-이상한데?

-뭐가?

-저 뿔에서 빛이 흐르는 것 같아.

제황의 말에 잠시 그것을 분석하는 듯 침묵하더니 이내 대답이 들려왔다.

-뿔에 상당한 마나가 뭉쳤다. 그대로 폭발한다면 반경 3장은 날아가겠군.

그녀의 분석에 제황은 아가스테론을 레이드하고 있는 이들을 살폈다. 3장이라 하면 10여미터 가량... 중년인과 미남이 걸린다. 그것을 경고해줄까 잠시 망설였지만 스쿼드리더인 중년인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지 큰 소리로 말했다.

"곧 폭발이 일어난다. 지금부터는 거리를 최대한 유지해!"

"네!"

지근거리로 붙던 미남은 후위에서 진즉에 빠지며 품에서 은빛이 도는 원통을 몬스터에게 던졌다. 그리고 원통에 맞은 아가스테론의 뒷다리부분에 부딪히더니 이내 녹색 액체가 퍽하고 터졌다.

"독 들어갑니다!"

"좋아."

방금 미남이  던진 원통은 갖가지 투척용 액체를 사용할 때 쓰는 물건이었다. 지금 쓰인 것은 신경독이 들어있는 것이었는데 이것을 상처난 곳에 맞으면 단숨에 중독 현상을 일으킨다. 일명 캡슐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헌터들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필수품 중 하나였다.

뿔의 폭발을 견딜 수 있는 리더를 제외한 모두가 폭발권역에서 벗어나고 이제 슬슬 레이드가 마무리 될 찰나 제황이 우려하던 사고가 벌어졌다.

"어엇..."

스킨헤드는 뒤로 물러서며 밟은 땅이 갑자기 쑥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땅인 줄 알고 밟은 곳은 조금 전 제황이 우려했던 그 사암절벽이다. 문제는 그 순간 스킨헤드가 캐스팅 중이던 마법이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바로 리더의 뒤통수 말이다.

콰쾅! 쩌저적

"컥!"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뒤통수에 일격을 허용한 중년인이얼굴에 달라붙어오는 얼음들에 잠시 주춤했고 아가스테론은  때를 놓치지 않고 그를 덥썩 물어버렸다.

"큭! 빌어먹을...!"

아가스테론에게 물린 중년인이 비명을 지르자 스쿼드가 당황했다. 입고 있는 방어구로 인해 이빨이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졸지에 오더를 내리는 리더가 사라진 것이다. 스킨헤드는 절벽으로 굴러 떨어진 상황... 미남이 리더를 구하려 급히 붙었지만 짧은 그의 무기로는 딜링의 한계가 있었다.

"젠장..."

만궁을 한 채 아가스테론을 조준하는 문신녀는 욕지거리를 하며 연신 화살의 방향을 돌렸다. 아가스테론은 입에 문 리더를 교묘하게 돌리며 그녀의 조준을 방해하고 있었다. 자리를 옮기며 기회를 노리지만 대치 상황은 길어진다.

휙! 퍼억!

그리고 먼저 행동을 개시한 건 아가스테론이었다. 입에 물고 있던 쇳덩어리의 반항이 심해지자 깨무는 것을 포기하고 그것을 뒤쪽에서 성가시게 구는 미남에게 던져 버린 것이다. 그와 동시에 문신녀를 향해 뛰어 올랐다.

"으앗!"

기습적으로 달려든 아가스테론의 행동에 문신녀는 기겁을 하며 몸을 날렸다. 장전하고 있던 화살은 당연히 힘없이 옆으로 새버린 상황...거체가 덮쳐들며 풍압으로 일어난 흙먼지가 그녀의 시야를 방해했다.

"크르르륵!"

여유로웠던 종전의 상황과는 다르게 레이드는 이미 파토난 상태다. 레이드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잠시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아차하는 순간에 사람 하나가 순식간에 죽어나간다. 그렇기에 레이드는 항상 신중하게 진행해야 했다.

퓨퓨퓨퓻!

공중에 떠 있던 두 대의 드론이 지원사격을 시작했지만 아가스테론은 그런 것 따위는 간지럽지도 않다는 듯 문신녀를 향해 주둥이를 쩍 벌렸다. 그 때...

퍼어엉!!!

"크어엉..."

강렬한 피격음과 함께 아가스테론의 얼굴이 획 돌아갔다. 머리를 획획 돌리는 아가스테론의 눈에는 한대의 화살이 깊숙이 꽂혀 있다. 본능적으로 눈에 꽂힌 화살을 앞발로 빼려는지 발버둥 치던 아가스테론은  두 번 째로 날아온 화살이 머리 부분을 팍하고 치자 남은 한 눈으로 화살이 날아온 곳을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엄청난 속도로 달려갔다.

파파팍...

분명 화살이 날아왔다 생각한 풀숲을 앞발로 후려갈겼지만 이미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씨이잉... 퍽!

다시금 한 대의 화살이 날아와 머리를 때린다. 첫 화살만 강렬했을 뿐 두번째 세번째 화살은 아가스테론의 몸에 꽂히지 않은 채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아가스테론은 세 번째 화살이 몸에 닿는 순간 이미 몸을 그 쪽으로 날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자신에게 화살을 쏜 인간의 형태를 확실히 파악했다. 단숨에 찢어죽이리라 마음먹고 달려갔지만 서 있던 인간은 허깨비처럼 사라졌다.

"크릉..크아아앙"

두번의 허탕을 친 아가스테론은 화풀이인 듯 인간이 서있던 자리를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퍽...

다시금 화살이 날아와 몸에 닿자 이제는 거의 조건 반사적으로 달려 나갔다. 아니 달려나가려 했다. 자신의 옆구리를 관통하고 있는 기다란 창이 아니라면 말이다.

"커어엉..."

장기를 상큼하게 헤집는 묵직한 감촉에 아가스테론이 고통의 울음을 토할 때 아가스테론의 뒤로 살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이 새끼... 감히 내 갑옷을 개껌 씹 듯 해놨어."

그곳에는 아가스테론에게 물려 내동댕이 쳐졌던 중년인이 두 눈에 줄기줄기 흉광을 뿌리며 서 있었다.

"헌터우대 최저금리 1.5프로 24개월 할부... 아직 23개월 남은 내 갑옷을... 으아악!"

그의 비명과 같은 기합소리에는 앞으로 닥쳐올 수리비의 쓰나미 앞에 나약해진 한 중년 남자의 울분이 담겨 있었다. 창에 꿴 채로 그 거대한 아가스테론을 통째로 들어 올린 사내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창째로 아가스테론을 바닥에 고정해 버렸다.

"내가! 마누라등쌀에! 게이트도 못들어가고! 이 나이에! 애송이! 교육하러! 다니는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퍽!퍽!퍽!퍽!

그는 맨주먹으로 거대한 아가스테론의 머리를 마구 내려치고 있었다. 그가 내려칠 때마다 아가스테론의 머리가 땅에 박혀 들어간다.

퍼어엉!

마지막으로 날린 사커킥에 아가스테론은 창을 중심으로 반바퀴를 회전했다. 엄청난 괴력... 몬스터는 이미 머리의 절반이 함몰되어 숨이 끊어진지 오래다.

"헉...헉..."

숨을 고른 그는 아가스테론의 배 위로 올라가 복부에 꽂힌 창을 뽑아들었다.

발끝으로 아가스테론의 몸을 툭툭 찬 그는 아가스테론이 완전히 숨이 끊긴 것을 확인하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귀에 낀 헤드셋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

-레이드.. 종료. 치워.

-라져. 수고하셨습니다.

지원팀과 통신을 끝낸 그는 땅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스쿼드를 한심하다는 듯 둘러본 뒤 화살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신세졌습니다."

"..."

분명 자신들을 구했던 이의 화살이 마지막으로 날아온 곳을 확인했는데 화살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그의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세요?"

"어우...깜짝이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란 그는 황급히 뒤로 돌았다가 드러난 상대의 얼굴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어? 넌?"

그곳에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반으로 쪼개진 커브스보우를 손에 든 제황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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