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사거리 100만-12화 (12/301)

# 12

각성으로 달립니다

휘이이이...

제황이 누워 있던 사당은 지금 때 아닌 일진광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제황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위패가 공중에 떠올라 회전하고 있었는데  그것들에게서 뻗어 나온 한 가닥의 흰 선들이 제황을 향해 뻗어 있었다. 어느 순간 제황의 몸에서부터 하얀 기운이 어리기 시작하더니 점차 폭발적인 기세로 커지기 시작했다.

타타탁...파팍...

사당의 마룻바닥이 쪼개지고 온갖 가구들이 바람에 휩쓸려 박살나고 있음에도 빛 안에 몸을 뉘인 제황은 아무런 것도 모르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입가에 미소마저 걸려 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변이 일어났다.

제황의 가슴어림으로부터 붉은 빛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하얀 기운에 갖힌 듯 사방으로 요동치던 붉은 기운이 어느 순간 어떤 동물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한다.

그르르르...

거대한 짐승의 목 깊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하얀 기운들은 붉은 기운을 향해 급격히 모여들며 그것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크아앙! 이놈들!

그것의 형상은 한 마리의 작은 호랑이였다. 온몸에 붉은빛이 감도는 그 호랑이는 사방으로 마구 날뛰더니 이내 몸을 웅크리고 잠잠해졌다. 그 흉포한 기운마저 서서히 줄어드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다시금 하얀 기운을 찢어버릴 듯 바깥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위이이잉...

위패들에게서 뻗어 나온 기운들은 그것을 옭아매려는지 기운을 집중하지만 그 기세가 워낙 거세서 간신히 잡아두는데 급급하다. 한창 그렇게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을 때 상서로운 푸른빛의 위패 세 개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콰콰쾅!

세 개의 위패에서 뻗어 나온 푸른빛의 벼락이 붉은 기운을 강타했다. 그러자 붉은 기운은 푸른 벼락에 맞아 사시나무 떨 듯 떨리기 시작했다.

-네 놈이 또!

한이 서린 듯한 목소리가 사당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나 세 개의 위패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지 붉은 기운을 향해 빛살같이 내리꽂혔다.

파파팍!

-크르르!

붉은 기운은 고통스러운지 사방으로 꿈틀거렸다.

-이놈들! 500년을 가두고서도 모자라더냐!

온전한 붉은 빛의 호랑이 형상을 한 그것은 사방을 향해 포효했다. 그러자 푸른빛의 위패가 바르르 떨리더니 청명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네가 주인을 잘못 택한 것을 원망하거라.

-누가 감히 내 주인이라는 것이냐. 난 정한바 권능에 따랐을 뿐... 놈들이 성산을 더럽힌 줄 알았다면 내 친히 물어 죽였을 것이다!

-너 또한 벗어날 수 없다. 너로 인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구천을 떠돌았던 이들의 한이 하늘에 닿았었다는 건 너도 알고 있겠지.

-그건...

-너를 징치한 건 성산을 수호하는 삼신가 무련천가의 의지였다.

그의 말에 붉은 기운이 눈에 띠게 옅어졌다.

-백룡의 한이 깊고도 깊구나.

-언젠가 그 원흉 백(白)가에 대한 신벌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무련가가 위태로우니 네게 제안하겠다.

-무엇이지?

-우리 무련가의 마지막 후손의 천명이 온전히 끝나는 순간 너 또한 무련천가로부터 자유로워 질 것이다. 그 때까지 네가 후손의 곁에서 그를 도우라.

-흥... 누천년에 걸쳐 율법을 수호하고 신벌을 관장하던 무련가가 위기는 위기인가 보구나. 좋다. 약속하겠다. 천명이 온전히 끝나는 날까지 아이를 수호하마.

-또한 우리 무련가가 대대로 짊어졌던 숙명을 우리의 마지막 후손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 무련가는 천기를 거슬러가며 그것을 지켰으니 그 누구도 우리를 탓하지 못하리라.

-네 뜻은 잘 알겠다. 나 또한 그것을 맹약으로 약속하지.

둘의 대화가 끝나자 붉은기운은 푸른기운과 어우러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제황의 얼굴 쪽으로 움직였다.

-너는 세상의 진실과 삿된 것을 꿰뚫어보는 힘을 지녔으니 이곳에 머물러 이 아이를 도우라. 천명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너와 이 아이의 생사는 둘이 아닌 하나가 될 것이다.

-음? 생사합일(生死合一)의 맹약을 해야 하는가?!

붉은 기운은 깜짝 놀란 듯 부르르 떨렸다.

-맹약의 법술은 이미 하늘에 닿았노라. 따르라. 궁기여.

-이런 교활한 놈들... 좋다!

푸른 기운의 말에 붉은 기운이  항의하듯 꿈틀거렸다. 그러나 잠시 후 힘없이 푸른 기운의 인도 속에 제황의 망가진 오른쪽 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이 모두 스며들자 푸른빛을 내뿜던 위패의 빛이 미약해지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을 제압하기 위해 많은 힘을 소모한 것... 그러나 푸른 기운은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듯 공중으로 힘차게 날아올라 제황의 몸 위에 꼿꼿이 섰다.

-이제 궁기의 기운이 함께하니 이를 통해 천리를 어기려 하옵니다.

바라옵 건데 영이 사라져 윤회의 고리에 서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여기 누천년을 견디며 성산을 수호하던 신벌의 대행자 무련천가의 마지막 후손이 있사오니 청컨데 대저 만물을 아우르는 신명이시여. 그를 도우소서. 그리고 우리를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수십 명의 노호성이 터지고...

파팟...파팟..파파팟...

눈으로부터 뿜어진 붉은 기운과 위패들로부터 뿜어진 하얀 기운이 제황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흡수가 계속 될수록 공중에 뜬 위패들은 제 힘을 다해 하나 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제황의 몸에 기연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우드득... 드득...

제황의 몸 곳곳으로부터 뼈마디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제황 또한 고통을 느끼는지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진다.

꽈드득... 드득

제황의 얼굴에서도 기음이 흘러나오며 얼굴 근육들이 제멋대로 꿈틀거렸다. 머리카락이며 눈썹이며 모조리 빠져 바람에 휩싸이는 것과 동시에 마치 온몸의 뼈를 풀어헤쳤다가 다시 재조립을 하는 듯 몸이 꿈틀거린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순간 제황의 몸 곳곳이 가뭄을 만난 논바닥마냥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찢어져 죽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제황의 피부는 사정없이 찢어져 나갔다. 그러나 그 안으로부터 하얀 속살이 차오르며 찢겨나간 껍데기를 대신했다. 그렇게 지금 제황은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그의 온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제황의 몸에서는 상서로운 서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변한 제황의 몸은 눈부시게 변해 있었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일그러져 버렸던 얼굴은 온전한 이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니 이전의 그보다 훨씬 유려한 얼굴이 되어 있다. 이전에도 귀공자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 그의 얼굴은 성스러운 느낌마저 들 정도의 고귀함을 품고 있었다.

모조리 빠져버렸던 체모들도 다시금 쑥쑥 솟아나오기 시작하더니 머리카락은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어졌다.

슈우우...

이제는 몇 개 남지 않은 위패들이 제 소명을 다한 듯 공중에서 떨어져 내렸다. 온전하게 환골탈태를 이룬 제황의 몸이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이제 남은 위패는 총 세 개... 공중에서 불안하게 떨리던 그것들로부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네게 세기노라.”

“하하...기쁘고 기쁘도다. 이로써 무련가의 모든 것이 다시금 계승될 것이야.”

“아이야. 이제 우리 무련가를 옥죄고 있던 모든 사슬을... ”

파사삭...

“우리의 존재를 걸고 모조리 풀어버리겠다!”

세 개의 위패가 그대로 공중에서 가루가 되어 박살나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박살난 것들에서 뿜어진 하얀 기운들이 제황의 단전으로 스며들었고 잠시 후 씻은 듯 자취를 감추었다.

파아앗...

마치 막힌 둑이 터지듯 뿜어져 나온 하얀 기운이 사당 안을 눈부시게 수놓더니 이내 순식간에 제황의 단전으로 뭉쳐 들어갔다.

위이이이...

사당 안에 휘몰아치던 바람이 점점 잦아들었으나 이 때 무련가의 조상들도 생각지 못한 일이 제황의 몸에 다시금 펼쳐지기 시작했다.

[지구통합방어시스템 세이브가 각성의 재능을 발견했습니다.]

[재능 분석 중... ‘불멸의 재능’]

[대상자의 시스템 접속 시작.... 완료]

[지구통합방어시스템 세이브의 의지에 따라 각성을 시작합니다.]

위이이...

바닥에 누운 제황의 몸을 중심으로 수천 개의 선이 공중에 어지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원을 이루더니 그대로 제황의 몸에 내려앉았다.

[각성... 레벨링 시스템 이식 완료...]

[육성시스템 이식 완료... 2개의 커먼(common) 스킬이 부여됩니다.]

[사용자 능력 수치화 분석 완료... 상태창 이식 완료...]

[혈통계승을 통한 유니크 스킬 발견... 분석.... 3건의 유니크 스킬과 2건의 레어스킬이 발견되었습니다.]

[호랑이 사냥-유니크스킬 1랭크]

[궁기안-유니크스킬 1랭크]

[무련궁술-유니크스킬 1랭크]

[용혈기-레어 스킬 1랭크]

[용혈무-레어 스킬 1랭크]

스킬분석 중...스킬 메타 완성! 진명 '마궁의저격수(레어)''무음의 추적자(레어)'가 부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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