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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75화 (175/176)

제175화

#174

파지직! 콰쾅!

쿠쿵!

후우우우우…….

총 일곱 번의 낙뢰가 이어졌다.

지면에 탄 흔적을 중심으로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는 그 현장을 뒤돌아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길목.

익숙한 소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르마는요?”

그 길목을 막고 있던 메리헨이 말했다.

“뒤에서 쉬고 계셔.”

“미르마도 결국 막지 못했군요.”

메리헨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가세요. 저는 미르마에게 가 볼게요.”

“너는 안 막아?”

“안 막아요. 막을 힘도 없고요.”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만 한 가지.”

“후회만은 하지 마세요. 당신이 선택했으니까.”

메리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이미 메리헨은 저 멀리 미르마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후회라…….”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더욱 밑으로 내려갔다.

김천운이 남긴 마지막 단서.

아마 이 던전의 최하층에 그 단서가 남아 있을 것이다.

바로 전 회차의 마지막은 이곳에서 일어났으니까.

후우웅-

축축한 공기와 스산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천운의 머릿결을 흔들었다.

지하 흘러나올 수 없는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밑 지하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 조용한 정적 가운데 내 발소리만이 이곳을 가득 메웠다.

텁-

어느 순간 내 발걸음이 멈췄다.

눈앞에 소년이 보였다.

김의철.

어느 넓적한 바위에 걸터앉은 녀석의 뒤에 문이 보였다.

의철은 문을 막듯이 팔테인을 든 채 앉아 있었다.

“왔어?”

의철이 일어섰다.

팔테인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쩌저적- 주위에 붙은 녹들이 사라지며 크기 또한 줄어들기 시작했다.

완전한 형태의 팔테인은 가장 밝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저 선명한 밝은 빛이 의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밝네.”

팔테인에 깃들어진 마력이 가장 밝게 빛나는 순간.

본래의 형태와 힘을 되찾는다.

과거 내가 만든 팔테인의 설정이었다.

지금의 팔테인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김천운.”

의철이 일어섰다.

“여기…… 혹시 기억나?”

그 말과 동시에 의철이 자신의 뒤에 보스 방을 가리켰다.

쩌적- 끼이이이익-

보스 방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너머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넓은 들판이었다.

“저긴…….”

김천운의 마지막이 저곳인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기억이 끊겨 있었다.

기억 중 천운은 몇 번 이곳에 도달했고 분명 저 문 너머로 들어간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이곳에 단서가 남아 있다는 것을 추리할 수 있었다.

“역시…… 기억 못 하지?”

의철이 실망한 듯 고개가 아래를 향했다.

그러나 그 표정은 초연했다.

“네가 천운이 아닌 건 알겠어.”

의철이 팔테인을 들었다.

나 또한 단검을 들며 준비했다.

의철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위이이이잉!!

팔테인의 울림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후웅! 사각-

쿠쿠쿠쿵!!

곧바로 천장에 팔테인을 휘두른 의철이었다.

무너지는 천장의 돌무더기가 보스 방의 문을 막기 시작했다.

“날 쓰러트리기 전까지는 못 지나가.”

파직-

의철이 땅을 박차며 천운에게 달려들었다.

대포알처럼 튕겨져 천운의 앞에 도달한 의철이 팔테인을 휘둘렀다.

나는 단검으로 막을 생각 없이 그 검을 피해 냈다.

검 자체가 아닌 의철의 고유 스킬이 위협적이었으니.

후웅-

의철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천운은 그저 검의 경로를 눈으로 확인하며 피할 뿐이었다.

“네 행동이 억지인 거 알지?”

“상관없어.”

후웅!

의철의 연격이 이어졌다.

나는 검을 피하는 동시에 샌디를 불렀다.

카카캉!!

샌디의 몸에서 무수한 무기들이 솟아나 의철에게 쇄도했다.

사아악-

그저 한번.

횡으로 그은 팔테인으로 샌디의 무수한 팔들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쿠쿵! 쩌저적-

위에서 들리는 천둥의 소리.

의철의 고개가 위를 향했다.

거대한 뇌운.

의철의 팔테인 뇌운을 향했다.

쩌적- 파지직!!

낙뢰가 내리쳤다.

정확히 의철에게 꽂힌 낙뢰였다.

후웅!

동시에 의철의 팔테인이 움직였다.

낙뢰의 속도에 맞춰 휘둘러진 팔테인이었다.

“이런…….”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녀석이 낙뢰를 베어 낸 것이다.

정말로 세계관에서 손에 꼽히는 괴물이 된 녀석이었다.

“포기해.”

의철이 다가오며 말했다.

그러나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후웅!

내 신형이 어느 순간 의철의 코앞에 도달했다.

눈이 번쩍 뜬 의철이 당황하며 팔테인을 휘둘렀다.

턱-

나는 휘둘리기 전 의철의 손목을 잡아 움직임을 봉쇄했다.

동시에 마력의 흡수를 시작했다.

그러나 흡수되지 않았다.

나는 이상함을 느껴 의철을 바라봤다.

“흡수라도 네 마력을 써야 되는 거잖아.”

“그런가…….”

천운의 눈이 좁혀졌다.

내 손에 모여든 흡수라는 특성을 띤 마력이 의철의 몸에 닿는 동시에 소멸하고 있던 것이다.

“포기해.”

의철은 말을 반복했다.

나는 의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

파쾅!

의철의 뒤에서 들리는 갑작스러운 굉음.

의철의 시선이 그 뒤를 향한다.

보스 방을 막고 있던 낙석이 사방으로 비상했다.

그 중심에 검은 모래가 있었다.

“설마!”

의철의 시선이 천운의 손목을 향했다.

있어야 할 검은 손목 밴드가 없었다.

후웅!

천운은 그대로 의철의 손목을 꽉 쥔 채 뒤로 날려 보냈다.

치이이이-

바닥을 끌며 멈춰 선 의철이었다.

의철은 그대로 천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천운의 발은 보스 방 너머에 닿고 있었다.

“큭!”

의철 또한 빠르게 달려들어 가까스로 보스 방에 들어왔다.

후우우웅-

산들바람이 부는 넓은 들판.

있어야 할 보스는 없었다.

그저…….

“알겠네.”

내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1

스탯이 올라간다.

정확히는 내 스탯 중 가장 높은 스탯인 행운이.

+2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끝없이 올라가겠지.

“이거였구나.”

김천운이 이곳에 남긴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내 스탯이 올라간다.

가장 높았던 행운이라는 스탯이.

그리고 곧 나는 예상할 수 있었다.

스탯이 오를수록 그 경지가 어디를 향할지 말이다.

정확히는 장소였다.

이 스탯 향상은 곧 그 장소로 이끌 길일 것이다.

[저건…….]

길의 눈이 희번덕 떠졌다.

그가 의철에게 다급히 말했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저놈은 그곳에 갈 생각이다!]

“설마……!”

[막으려면 이 장소를 데리고 나와야 해!]

탁- 후웅!

의철의 반응은 빨랐다.

머릿속에서는 천운이 이 장소에서 데리고 나갈 생각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샌디.”

천운의 말과 동시에 샌디의 모래 파도가 의철을 덮쳐 온다.

모래들이 퍼져 나가며 주위를 휩쓸어 간다.

동시에 의철의 팔테인이 움직였다.

상하좌우로 휘둘러진 팔테인을 중심으로 빛의 방벽이 생성됐다.

카캉!!

모래의 파도와 방벽이 부딪쳤다.

그러나 흠짓-조차 생겨나지 않는 방벽이었다.

의철은 그 상태에서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휘몰아치는 모래 파도로 천운의 모습이 가려졌다.

‘어디야…….’

마력을 감지할 수도 없었다.

이곳 전체를 뒤덮은 모래에 느껴지는 마력으로 천운은 존재를 감추고 있었다.

기이이이잉!!

팔테인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의철의 마력 반을 팔테인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그 울림이 한계를 발할 때.

쾅!

의철이 지면에 팔테인을 내리찍었다.

내리찍은 팔테인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번져 나간다.

의철을 가리고 있던 검은 모래들이 주위로 비산하며 사라졌으며 그곳에는 다시 선선한 바람이 부는 넓은 들판이 나왔다.

그 중심에 천운이 서 있었다.

“왜 이렇게 끈질긴 거야…….”

천운이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냥 집에 보내 주면 안 되냐? 나도 여기서 할 만큼 했잖아.”

“…….”

의철은 말없이 천운을 바라봤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너도 갈등하고 있잖아.”

“그런 적 없어.”

“그럼 왜 우리한테 말한 건데. 그냥 조용히 갔으면 됐잖아.”

“그게 마지막 인사였어.”

띵- 띵-

스탯이 점차 올라간다.

점점, 서서히 행운 스탯은 올라가고 어느 시점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빨리 그 시점에 도달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아, 안 돼! 그만둬!”

나는 스킬 ‘행운의 만다라’를 발동했다.

화악!

손에서 피어난 만다라가 흩어지고 다시 내 몸으로 흡수된다.

만다라의 기운으로 스탯이 점차 올라간다.

예상대로 올라가는 스탯은 행운이었다.

“아, 안 돼…….”

의철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을 것이다.

현재 행운 스탯이 300을 돌파한 시점에서 내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어딘가로 이동하는 듯한 감각.

일전에 검성과 현자가 보았던 그 장소로의 이동일 것이다.

“왜…….”

의철의 모습이 보였다.

의철은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정말로 왜 나타났던 거야…….”

“마지막 인사니까.”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의철이 물었다.

몇 번이고 듣던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답했다.

“……없어. …… 그냥 이렇게 안 가면…… 다시는 못 갈 거 같은 기분이라서.”

나는 몸을 풀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말했다.

“데리고 와야지…… 그 녀석을.”

후우웅-

잠시 조용한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천운아?”

후우웅-

천운의 대답은 없었다.

오직 선선한 바람 소리가 이 공간을 메울 뿐이었다.

* * *

눈을 떴을 때 나는 기이한 공간에 도착했다.

밝은 빛을 내뿜는 거대한 문 앞이었다.

‘여긴가…….’

나는 그 거대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 널브러진 깃털들.

동시에 깃털과 검은 모래, 새빨간 피들이 허공에 시간이 멈춘 듯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말 그대로 마치 이곳 전체가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었다.

얼마 안 가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날개가 잘려 나간 흰색의 무언가.

‘설마…….’

미르마가 말했다.

문을 지키는 수호자가 존재한다고.

한데, 그 수호자라는 존재가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

감히…… 검성도 현자도 건들지 못한 존재를 말이다.

‘그 녀석인가…….’

그러나 나는 짐작 이 일을 해낸 인물을 추측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봤다.

굳게 닫혀 있을 거라고 믿었던 문은 아주 작게 열려 있었다.

그 틈 사이로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거대한 문이었다.

내 발걸음이 문을 향했다.

천천히 그러나 서서히 가까워지는 문.

‘…….’

어느 순간 내 발걸음이 멈춰 섰다.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그저 그 끝을 알 수 없는 새하얀 공간이었다.

나는 방금 왜 고개를 돌렸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뭔가를 바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잠시 멍하게 그 뒤를 바라보다.

‘가자…….’

이내 한 발짝 그 문 너머를 향해 발을 넣었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 문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마지막 원래의 내 세계로 갈 수 있는 희망.

후우웅-

커다랗고 긴 통로였다.

마치 우주를 보는 듯한 배경의 긴 통로.

나는 그 통로를 통해 어딘가로 이동되고 있었다.

그러다 순간 내 시야에 스쳐 지나가듯 보인 인물이 있었다.

-고생했다…….

턱-

그 인물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가볍게 인사한 뒤 나와 다르게 반대쪽 통로를 향해 지나갔다.

‘설마…….’

그리고 나는 그 인물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내 몸은 다시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그 통로의 끝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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