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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73화 (173/176)

제173화

#172

“아저씨.”

나는 경고하듯이 말했다.

“이 세계를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뭐?”

한우성의 눈이 서서히 크게 떠지기 시작했다.

그 말에 내포된 의미를 한우성은 이해했기 때문이다.

순간의 오싹함이 들었다.

‘저 녀석…….’

김천운은 얼마만큼의 회귀를 반복했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의 녀석은 과연 어느 정도의 경지인지 한우성 자신조차 알아차릴 수 없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

한우성이 말했다.

“지금 눈앞의 녀석을 과거의 그놈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후우웅!! 사아악!!

주위에 퍼진 모래가 요동치고 쇄도하기 시작했다.

모래 전체가 휘몰아치며 친목회와 아이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파앙!

강화두의 정권이 쇄도하는 모래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친목회와 아이들 또한 움직여 파도처럼 덮쳐 오는 모래에 공격을 가했지만 그리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다들 서로 뭉쳐!”

후웅! 쾅!!

한우성의 갈히르가 지면을 갈랐다.

동시에 요동치던 모래들이 서서히 잦아들며 잔잔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그러나 눈앞에 있어야 할 김천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도망쳤군.”

“이제 어떡하죠?”

의철이 한우성에게 물었다.

“걱정 마라. 이미 그 녀석이 갈 장소는 알고 있으니까.”

한우성은 그리 말하며 뒤돌아 크롬벨을 바라봤다.

크롬벨은 고개를 끄덕이며 게이트를 열기 시작했다.

“먼저 앞질러서 준비하면 되겠지.”

* * *

시간이 지나고 기억이 갱신되며 나는 김천운이 향한 마지막 장소를 알 수 있었다.

돌아갈 방법을 찾으려고 전 세계를 누빈 것에 비해 장소는 가장 가까이에 있었다.

이곳 개천산에 위치한 던전.

형태의 존재가 불명확하여 붙여진 던전.

무형의 동굴이었다.

천운이 마지막으로 사라진 장소는 이 던전의 최하층이었다.

나는 지금 그 무형의 동굴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하아…….”

동굴로 향하는 발길이 무거웠다.

김의철이 한 말 때문이었다.

‘가기 싫으면 가지 마.’

그 말이 천운의 머릿속에 복잡하고 짜증 나게 맴돌았다.

인상이 자연스레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후회가 막연히 들었다.

차라리 친목회와 아이들 모르게 떠나는 방법 또한 존재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도착했네.”

나는 멍하니 동굴 입구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샌디.”

샌디의 형태가 변해간다.

크리티컬 단검.

지금의 크리티컬 단검에는 마력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샌디의 끝없는 마력으로 인해 단검의 특성이 계속 발현되는 것이다.

동시에 사용자가 나라면 그 효과는 유지될 것이다.

나는 천천히 걸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고요하며 조용했다.

이미 3년이나 지난 지금.

공략된 1층은 그저 동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곧 넓은 공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고블린 떼 대신에 있는 두 사람.

강화두와 질 크롬벨이 보였다.

“그 뭐냐…… 굳이 지금 갈 필요는 없잖냐 천운아.”

강화두가 내게 입을 열었다.

생긴 것과 달리 상냥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니까.

“지금 안 가면 왠지 못 갈 거 같아서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 이외에는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솔직히 물어봤다.

“다른 사람들은요?”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내가 도망 못 가게 말이다.”

“거참…….”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냥 보내 주시면 안 돼요? 다 들었잖아요. 제가 김천운이 아니고 그저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거뿐이에요.”

“그래……. 하지만 너도 우리 얘기를 들어줬어야지.”

강화두가 자세를 낮췄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줄 생각인 듯하다.

“허 참…… 크롬벨 씨도 같은 생각이세요?”

크롬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 예. 알겠어요.”

나 또한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후웅!

먼저 움직인 것은 강화두였다.

그의 몸이 총알처럼 튕겨져 나와 내 바로 코앞에 멈춰 섰다.

휘둘러지는 정권이 내 명치를 향한다.

탁-

나는 그대로 강화두의 주먹을 비스듬히 쳐내 흘려보냈다.

“뭣?!”

“지금의 힘은 아저씨 정도는 아니지만.”

나는 마투법을 발동해 힘을 최대치로 올렸다.

지금의 내 몸은 마투법의 최대치를 버틸 수 있었다.

후웅! 훙!

강화두의 연격이 이어졌다.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내지르는 정권.

그 정권이 무수하게 나눠진다.

그러나 내 의안이 그 전부를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 무수한 주먹을 피하고 흘려보내기를 반복했다.

강화두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형님의 말이 맞았군.”

2년 동안의 공백이라니…….

틀린 말이었다.

지금의 천운에게 느껴지는 것은 여유였다.

“조금도 공격하지 않는구나.”

“얘기하죠. 아까 말대로 들어 드릴게요.”

“굳이 지금 가야 하는지 묻고 싶구나.”

“지금 안 가면…… 영영 못 갈 거 같아서요.”

“그게 무슨 말이냐?”

텁-

강화두가 마지막으로 내지른 주먹을 천운이 한 손으로 잡아냈다.

강화두가 말을 이었다.

“그곳으로 갈 수 있는 공간이 영영 닫힌다는 거냐?”

“아니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떠나기 싫어질 거 같아서요.”

텅!

천운의 꽉 쥔 주먹에 샌디가 몸을 감쌌다.

그대로 휘두른 주먹이 강화두의 턱을 강타했다.

“크헉!”

털썩-

골을 울리는 듯한 어지러움에 강화두가 털썩- 주저앉는다.

크리티컬의 특성을 부여한 주먹이다.

아마 어느 정도 정신을 못 차리겠지.

후웅!

천운의 위로 게이트 하나가 덮쳐 왔다.

그것을 감지한 천운이 빠르게 몸을 움직여 게이트를 피해 냈다.

“저거…… 움직일 수 있는 거였네요?”

“……별로 너하고 길게 대화한 적은 없지만 가기 싫다는 게 눈에 훤히 보여.”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가고 싶어요. 막말로 재앙을 막기 위해 움직인 것도 이거 때문이니까요.”

“그게…… 정말이야?”

분노한 듯한 말투가 아니었다.

정말로 궁금한 듯 호기심에 물어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자 너를 막을 힘은 없어…….”

크롬벨은 길을 비켜 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와.”

나는 그 말에 대답 없이 지하로 내려갔다.

* * *

“하…… 그래 알았다.”

크롬벨로부터 통신을 받은 한우성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아이들과 최아진 한민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뚫렸단다.”

“대장의 말이 사실이었네요…….”

“그래. 진심으로 해라. 당할 거니까.”

“정말…… 이 방법이 맞는 걸까요?”

이한이 떨리는 시선으로 물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는 못했다.

그런 침묵을 깬 건 의철이였다.

“몰라. 아마 옳은 방법은 아니겠지. 그래도 걔가 가기 싫다는 건 확실해.”

그들이 의철의 말이 귀를 기울였다.

“걔는 항상 자기를 숨겨 왔잖아.”

“하긴 너무 티를 내긴 했어. 막상 자기는 모르는 거 같지만.”

“좋아, 그럼.”

한우성이 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준비하지. 마지막 층까지의 마물은 내가 정리해 놨다. 먼저 내려가 있어.”

어떠한 기운이 이곳을 내려오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내가 막으마.”

* * *

제단 뒤에 통로를 통해 내려온 천운이었다.

익숙한 기운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두려웠으나 지금은 누구보다 믿음직하고 익숙한 마력의 기운.

나는 내려와 똑바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음은 아저씨예요?”

“그래.”

“왜 자꾸 막으려고 안달이에요.”

“감정에 솔직해져라. 항상 뭔가를 숨기는 게 특징이었지 너는?”

어둡고 적막한 공터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의 중심은 한우성의 손이었다.

갈히르.

과거에 내가 조금 이른 시기에 찾아 준 한우성의 유물이었다.

“뭔가 또 숨기는 게 있지? 너는 항상 그래 왔잖아.”

“…….”

나는 그 말에 침묵을 유지했다.

내 손목에 있던 샌디가 내 손바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부가 아닌 전체가 모여들며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무수한 모래알이 뭉쳐서 만들어진 형태의 단검.

지금의 단검은 한우성의 갈히르를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나는 마법을 발동했다.

“허…… 뭐냐 저건?”

기가 막힌 표정으로 한우성은 먹구름을 바라봤다.

혼돈 그 자체였다.

수많은 특성이 부여된 마력으로 발동한 먹구름이었다.

한우성은 먹구름을 보자마자 곧바로 그것을 인식했다.

“저기 안에서 뭐가 나오는 거냐?”

파지직-

한우성의 향해 내리치는 낙뢰.

그 낙뢰를 갈히르로 튕겨내는 한우성이었다.

“응? 허…….”

무언가 이상을 눈치챈 한우성이 자신의 갈히르를 바라봤다.

갈히르에 부여된 마력의 일부가 사라졌다.

한우성은 다시 주위의 마력을 갈히르로 끌어당겼다.

“시간 싸움이겠네?”

“예. 그렇죠.”

사아아-

천운은 한우성의 등 뒤로 나타난 무언가를 빠르게 감지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기에 알 수 있었다.

제3의 손.

한우성의 고유 스킬이었다.

“아마 내 예상이지만 이다음은 힘들 거다.”

“아이들을 말하는 건가요?”

“그래. 네가 성장했듯이 그 녀석들도 성장했으니까.”

“알고 있어요.”

성장한 아이들이 어느 정도의 강함을 가졌는지 나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후웅- 쩌적-

한우성의 갈히르가 허공에 뇌운을 가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갈라진 뇌운에서 낙뢰가 내리쳤다.

그 낙뢰는 정확히 한우성을 향해 노려왔다.

한우성의 제3의 손들이 몰려와 낙뢰를 막아 냈다.

파지지직-

“이런…… 그 한방에 일부가 사라졌군.”

무수했던 제3의 손이 낙뢰 한 번으로 그 반이 사라진 것이다.

“10개의 특성이 부여된 뇌운이니까요.”

후웅!

천운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느 순간 한우성의 뒤를 잡은 천운이 크리티컬 단검을 휘둘렀다.

쩌적-

한우성은 곧바로 위로 크게 점프하여 피해 냈고 검에 뻗어 나온 검격이 그대로 나아가 벽을 갈랐다.

“허…… 검격이라고?”

마투법의 힘과 크리티컬 단검의 특성이 검격 비스름한 것을 방출하게 만든 것이다.

“그럼…….”

한우성이 갈히르를 꽉 쥔 채 내가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그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막지 않은 채 한우성을 기다렸다.

“접근전도 자신 있다는 거냐?”

“예.”

“이렇게 가까이면 마법은 쓸 수 없겠지. 하지만 자신 있다라…….”

후웅!

한우성의 왼 주먹이 나를 향했다.

나는 한우성의 주먹을 피하며 단검을 휘둘렀다.

캉!

단검이 갈히르에 막힌 동시에 갈히르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받아 가마.”

갈히르의 특성으로 샌디의 마력이 갈히르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한우성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순간.

한우성의 표정에 당황이 물들어 간다.

“뭐?!”

샌디의 마력 일부를 흡수한 한우성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자신의 마력 또한 흡수되기 시작했다.

“특성만 흡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나?”

“이제는 아니에요.”

그 마력 일부를 한우성의 갈히르처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마력을 빼내는 것은 가능하다.

흡수와 반마 특성의 응용이었다.

“이런…… 끄으윽!”

그 한우성의 수많은 마력이 순식간의 흡수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한우성의 갈히르를 튕겨내며 물러서려고 했으나 내가 한우성의 손목을 잡으며 그것을 막았다.

“아저씨를 쓰러트릴 방법은 이거뿐이더군요.”

지금의 자신과 비슷하게 모든 것이 완벽한 한우성이었다.

그런 한우성을 조용히 기절시키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마력의 그 일부도 남기지 않은 채 그 전부를 흡수하고 소멸시키는 방법.

많은 마력을 가진 만큼 일어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크하악!”

한우성은 눈을 뒤집히며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 세계에서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한 사내가 쓰러진 것이다.

“하아! 하아!”

“아직도 정신이 있으시네요.”

그러나 기절은 하지 않았다.

한우성은 식은땀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대단하네…… 그래도 너는 다시 이곳으로 올 거다.”

“아니요.”

“아니, 넌 절대 올 거다.”

한우성의 눈이 점점 감겨 온다.

나는 그것을 확인한 뒤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뒤에서 작게 속삭이는 한우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절대 다시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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