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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71화 (171/176)

제171화

#170

“놓쳤지?”

“……예.”

천운을 놓친 이후 다시 집무실로 복귀한 친목회였다.

집무실에서는 한우성이 소파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했잖아. 힘들 거라고.”

“모래까지 데려갔습니다. 아마 마력까지 얻었겠죠.”

“그래. 나 이상의 마력일 수도?”

“하…….”

부족한 마력을 샌디라는 유물로 보충하여 사용한 김천운이었다.

아마 다시 샌디를 얻은 그 녀석이라면 마법의 제한이 사라졌겠지.

“뭐, 진정해라. 우리가 그놈과 싸우자고 움직이는 건 아니잖냐.”

“그렇죠. 근데 김천운이 계속 도망가는 이상 무력을 쓸 수밖에 없어요.”

“뭐, 그렇긴 하다만…….”

턱을 괸 한우성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지금의 김천운은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힘을 가지고 뭘 할지 아직 모르는 이상 잡아서 물어보는 게 최선이겠지.

“흠…… 그렇다면…….”

“어? 대장 어디 가세요?”

“자러.”

“예?”

모두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우성을 바라봤다.

한우성은 그저 휴대폰을 꺼내며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무실로 나갈 뿐이었다.

* * *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죠?]

“예전에 김천운이 알려 줬다.”

[천운은 의외로 입이 가볍군요.]

“어차피 언젠가는 알아낼 거였어.”

[하…… 그래서 당신이 저를 먼저 부를 줄은 몰랐네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새하얀 배경의 넓은 공터였다.

이곳만은 오기 싫었다만 어쩔 수 없었다.

그 녀석의 위치를 예언할 수 있는 건 이 녀석뿐이니.

“김천운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

[김천운…… 음……. 네 알고 있어요.]

“알려 줘.”

[알려 줄 수는 있지만 왜죠?]

“말 안 해도 알고 있잖아?”

한우성의 눈이 좁혀졌다.

눈앞의 성녀는 이미 김천운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을 거다.

[네, 물론 알고 있어요. 국가의 비보 최초의 아베타에 마력석을 훔쳤다죠. 근데 그게 김천운을 쫓을 이유가 되지는 않죠.]

“충분하잖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천운을 그냥 내버려 두세요.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 아닌 그저 필요하기에 하는 행위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잠시 입을 열 수 없는 한우성이었다.

아마 성녀는 천운의 미래를 예지했을 것이다.

김천운이 그런 일을 저지른 이유 또한 이미 알고 있기에 저렇게 말하는 거겠지.

그러나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행동 자체를 막을 생각은 없어. 그냥 물어보고 싶을 뿐이다. 왜 그런 짓을 한 건지.”

[…….]

“만약 필요한 행위였다면 난 김천운을 도울 생각이다. 그게 과거에 한 약속이었으니까.”

[……알겠어요. 김천운이 다음에 갈 장소를 알려 드릴게요.]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우성은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고 아직 그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어봐도 입은 안 열겠지.’

[그 장소에 기다리고 있으면 김천운이 찾아올 거예요.]

“알겠다.”

쩌적- 캉!

공간의 흰색 배경이 쩌저적- 갈라지기 시작했다.

꿈이 깨기 시작한 것이다.

[명심하세요. 만약 옳은 일이라면 김천운을 도와주세요.]

“그래. 그리고 다음부터는 전화로 알려 줘. 쓸데없이 꿈 간섭으로 알려 주지 말고.”

[그 휴대폰은 곧바로 버렸거든요. 당신이라면 전화 하나로도 위치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이만…….]

후웅-

꿈 간섭의 연결이 끊어졌다.

페트리샤는 침대에서 눈을 떴고 복잡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왜죠.”

한우성이 김천운의 얘기를 했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예지를 익숙하게 다를 수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당황이었다.

예전에 한 번, 1년 뒤 천운의 미래를 예지했을 때였다.

문제가 있다면 김천운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의미하는 게 뭔지 페트리샤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을 조금 좁혀 9개월 뒤의 미래를 봤을 때도 똑같았다.

더욱 좁혀 8개월, 5개월, 3개월 뒤.

마지막에는 일주일 뒤.

일주일 뒤에 미래는 보였으나 페트리샤의 표정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김천운의 일주일이 지난 다음 날.

그 후의 미래가 전부 보이지 않았다.

“세계를 위협하는 미래는 더는 없어요. 천운…….”

* * *

[ㅇㅇ?]

“조금만 마지막 정도는 여유를 가져도 괜찮잖아.”

한민아의 집 앞에서 천운은 이제 곧 귀가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비단 같은 머릿결을 흩날리는 그녀가 보였다.

3학년이 된 지금에서도 한설아는 여전한 모습이었다.

“어?! 천운아…….”

“오랜만이네.”

천운을 바라본 한설아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 벙찐 표정이 나를 향했다.

“이익!”

그러고는 휙 인상을 좁히며 내게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그런 한설아의 주먹을 피하며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한설아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할 말은?”

“미안.”

“지금까지 연락도 안 하고 찾아오지도 않고 언니도 너 보고 싶다고 그렇게 문자를 보냈는데!”

“바빠서 어쩔 수 없었어.”

정말 이번 2년간은 정말 바빴다.

한 치도 쉬는 시간이 없었으니.

그 부지런한 시간을 보냈으니 연락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흥. 그래서 무슨 일이야? 연락도 없이.”

“그냥 보고 싶어서.”

천운의 한마디에 한설아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푹 한숨을 쉰 한설아가 천운에게 말했다.

“하…… 일단 들어와. 오랜만에 왔는데 자고 갈 거지?”

“그러지 뭐.”

나는 한설아의 뒤를 따라 대문을 넘어 넓은 마당을 걸었다.

여전히 너무나도 넓은 마당이었다.

아니, 마당이라기보다는 지금은 정원에 가까웠다.

넓은 들판이었던 이곳에 여러 꽃이 심어져 있었으니.

“심심해 보여서 꽃 좀 심었거든.”

“예전에는 그냥 들판이었지?”

“응. 어때?”

“좋네.”

나는 천천히 넓은 정원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정원은 기분 좋을 정도로 따뜻했다.

그런 와중에 한설아가 말했다.

“이모가 꽃을 좋아한다고 하셔서.”

“이모?”

“네 어머니 말이야. 요즘 언니랑 여행을 자주 다니셔서 보기 힘들지만, 꽃을 좋아하시더라고.”

“그래? 뭔가 고맙네.”

“뭐…… 나한테 말해도…… 내가 한 게 아니라 언니가 한 거니까.”

그렇게 정원을 걷다 보니 현관문 앞에 도착했다.

나는 집에 들어선 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어느 방문 앞에 도착했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 지내던 내 방이었다.

나는 방문을 열어 방을 확인했다.

“이상할 정도로 멀쩡하네.”

“치운 거 하나 없이 그대로 나뒀거든. 언니가 네가 언제 올지 모른다고 하셔서.”

“이럴 줄 알았으면 자주 찾아올 걸 그랬네.”

조금은 누나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들었다.

나는 방 이곳저곳을 둘러본 뒤 내 침대에 누우며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

익숙한 천장이었다.

“저녁에 뭐 할 거 있어?”

“아니…… 뭐 없는데?”

“그럼 애들이랑 오늘 저녁에 바비큐 파티하려고 했거든. 너도 오면 되겠네.”

“파티?”

“이제 곧 졸업식이고 그다음부터는 바빠서 서로 만날 시간도 없으니까.”

“그런가…… 그렇네. 어디서 할 건데?”

“음…… 글쎄 그건 아직 안 정했는데.”

잠시 멈칫 곰곰이 생각하던 천운이 말했다.

“개천산은 어때? 거기 정상.”

“미쳤어! 신성한 땅에서 바베큐 파티라니!”

얘는 아직도 거기를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경치나 넓은 들판 하면 거기가 제일 적당하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한번 한설아에게 말했다.

“경치도 좋고 마지막이니까 네가 제일 좋아하는 곳에서 파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저녁에는 해가 질 거 아니야.”

“어차피 길영트에서 개천산이 생도 훈련 장소로 지정됐다며? 길은 트였고 정상 근처에는 나무도 없는 평지고 내 마법으로 불을 밝히면 되니까.”

“윽! 음…….”

“마지막이니까.”

“……하…… 알겠어.”

한설아가 별수 없이 허락했고 내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 * *

“그 녀석이 설마 여기를 허락할 줄은 몰랐군.”

“그러게. 와구.”

먼저 개천상의 정상에 도착해 있던 아이들은 윤시혁과 이한, 이연, 질 로벤이었다.

“이연. 그만 먹어라.”

윤시혁은 눈을 가늘게 좁혀 이연에게 말했다.

구워지는 족족 이연의 젓가락질이 끊이질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이연의 성격은 변한 게 없어 보였다.

“맛만 보는 거야. 잘 굽는지.”

“알아서 잘하고 있다.”

“그러게 히히.”

“근데 다른 애들은 언제 오지?”

조용히 조곤조곤 몰래 먹고 있던 이한이 말했다.

질 로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궁금해 하고 있었다.

이연은 휴대폰을 보며 입을 열었다.

“몰라 둘 다 조금 늦을 거 같다는데?”

“김의철이 바쁜 건 이해해서 그렇다 치고 한설아는 왜?”

“깜짝 이벤트라고 비밀이래.”

“필요 없으니까 빨리 오라 해라.”

“와…… 까칠한 성격 어디 안 가네.”

삐죽 눈을 좁힌 윤시혁이 이연이 먹으려던 고기를 집게로 휙 뺏었다.

“아…….”

허망한 표정을 짓는 이연.

젓가락으로 다시 고기를 뺏으려 했으나 윤시혁의 손이 더 빨랐다.

“누가 까칠하다고?”

“죄송합니다.”

“어?”

그때였다.

질 로벤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고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어?!”

“설마…….”

“깜짝 선물이란 게 저거였나?”

“오랜만이네.”

윤시혁, 이한, 이연, 질 로벤.

그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한설아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때? 깜짝 선물.”

“말 그대로 깜짝이네…….”

“와…… 정말 김천운이야?”

이연이 다가와 내 볼을 꼬집기 시작했다.

나는 지그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반갑고 기분이 좋아 가만히 있기로 했다.

“가짜네. 진짜였으면 이미 움직여서 내 엉덩이를 때렸겠지?”

“옛날처럼 움직여 줄까?”

“……왁! 진짜야! 언니 진짜 천운이야!”

“어…… 그러게.”

이연이 과장되게 놀라며 떨어져 나갔다.

그들 모두가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난 조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잘 지냈어?”

“어…… 응…….”

“그것보다 지금까지 뭐 하고 지낸 거야?”

“뭐…… 소설도 좀 쓰고 할 게 많았어.”

“와…… 소설…… 그거 아직도 쓰고 있어?”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과 할 얘기는 많았다.

뭐 일방적으로 아이들은 내게 물어볼 게 많은 듯했다.

말해 봤자 지금까지의 근황 얘기밖에 없긴 하다만.

“뭐?! 그 소설을 네가 쓴 거였다고?”

“거짓말…… 나 집에 사인까지 받아 놨는데.”

“와…… 정말 성공했네…….”

원래 직업이 작가라서 그런지 글 쓰는 데에는 그리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 또한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현재 벌이려는 일을 가족을 포함한 모두에게 숨기기 위해 말한 직업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취미 같은 느낌으로 글을 쓴 건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어? 저기 의철이다. 이제야 오네.”

“너무 늦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개천산 정상 입구를 바라봤다.

그곳에서 잘 아는 얼굴의 소년.

의철이 이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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