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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70화 (170/176)

제170화

#169

사아아-

피어오르는 마기가 공명을 일으킨다.

천운이 현재 위치한 곳은 미국 서부의 마경.

그 중심.

과거 지왕이 위치했던 마기가 가장 농호한 구역이었다.

내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년이야.”

이 세계에 온 지 3년이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1년을 재앙을 막는 데 시간을 보냈다면 나머지 2년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참으로 신기하게도 굳이 조사 같은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

관련된 지식과 정보는 이미 녀석이 알고 있었다.

김천운.

연도마다 갱신되는 회귀의 기억 속 중 이와 관련된 정보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있을 수 없는…… 내가 소설 속에 들어온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김천운, 그 녀석이었다.

터벅- 터벅-

나는 한참 마경을 걸었고 어느 순간 우뚝- 멈춰 섰다.

그 중심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곳은 아주 고요한 평지였다.

다만 노면에 아주 진한 검은 모래들이 주위에 쫙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그 반타블랙 같은 진한 검은색은 마치 노면의 무저갱의 구멍이 뚫린 듯한 광경이었다.

어느 순간 내 마력과의 공명이 잔잔해졌다.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내 마력을 집어삼킨 것이다.

하지만 내 마력과의 공명이 잔잔해진 것이다.

후웅- 후웅-

내 주머니에 있는 이것은 아직 공명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 그것을 꺼냈다.

마력석.

이 세계의 가장 정순한 마력을 지녔던 사내.

최초의 아베타의 마력석이다.

“샌디.”

나는 샌디를 불렀다.

2년이다.

2년이라는 시간이 샌디에게는 결코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마수왕이 된 그 녀석은 나를 기억 못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스으윽-

노면의 모래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작은 모래알 하나하나가 5급 정도의 마수의 마기를 가지고 있었다.

완전히 ‘마수들의 왕’이 된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라지지 않은 둥근 슬라임 형태의 샌디였다.

그러나 그 몸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녀석이 과거의 샌디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냈다.

나는 그런 샌디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야. 기억해?”

샌디의 눈이 떠졌다.

그 검게 짙은 몸에서 떠진 두 개에 흰점.

그 작은 눈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샌디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으윽-

샌디의 몸에서 모래가 뻗어 나와 나를 향했다.

그 뻗어 나온 모래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게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 모래의 끝에서 무언가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내 입가가 호선을 그리며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았다.

크리티컬 단검.

방긋 웃은 샌디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샌디는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집에 가자. 샌디.”

나는 주머니에 수첩 하나를 꺼낸 뒤 그 술식을 바라보며 샌디에게 손을 뻗었다.

일주일 전, 90퍼 정도의 완성도가 그려진 술식이 수첩에 갱신되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완성된 술식이 갱신되었다.

적어도 90퍼 정도의 불안전한 술식을 연구하여 완성할 동안 미르마가 나를 찾을 일은 없겠지.

나는 반대편 손에 쥐어진 마력석을 들고 샌디에게 손을 뻗었다.

현재 내 마력으로는 이 방대한 술식을 발동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최초의 아베타였던 그의 마력이라면 아마 이 술식의 매개로 하여 대신할 수 있겠지.

“내 도움이 필요하거든.”

나는 샌디에게 말했다.

그곳에 가려면 샌디의 방대한 마력이 필수 불가결했다.

지금은 마기를 흡수하여 마수왕이 된 샌디지만 그 몸 안에는 아직 과거의 방대한 마력이 남겨져 있을 것이다.

천운은 수첩에 적힌 술식을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화악!

환한 빛이 샌디와 천운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 * *

“이런…… 늦었나?”

크롬벨의 게이트로 곧바로 마경에 찾아온 친목회였다.

그들은 현재 미국 마경의 중심부.

그 마수왕이 있어야 할 텅 빈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발 늦었어…….”

“그렇다면 아진 형님…….”

“그래. 대장의 말이 맞다면 아마 마력을 얻었을 거야.”

한우성이 말했었다.

1,000이 넘는 회귀의 기억을 갱신받은 녀석은 아마 완전한 형태일 것이라고.

만약 그런 녀석이 무한한 마력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샌디를 손에 쥔 순간.

아마 자신을 뛰어넘는 괴물이 될 거라고 그리 짐작하며 말했다.

“천운이는 어디 갔을까요…….”

“하…… 그러게 말이야.”

녀석의 목적이 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변한 거지…….”

최아진이 무심코 중얼거린 말이었다.

의철의 귓가에 그의 말이 들렸고 의철은 말했다.

“변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무슨 말이지?”

“그걸 훔쳐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아마 옛날하고 달라진 건 없을 거예요.”

의철은 천운이 변하지 않았을 거란 걸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하고 강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의철은 알 수 있었다.

만약 달라졌다면 자신의 여동생을 구해 줬을 리가 없으니까.

천운은 여전할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아진 형님?”

“……기다려.”

최아진이 몸을 숙이며 노면에 손을 뻗었다.

노면에 닿은 손으로부터 최아진의 염력이 발산됐다.

곧 최아진의 염력이 주위로 퍼지기 시작했다.

“없어.”

“뭐가 말이에요?”

“녀석의 흔적이 하나도 없어. 흔적까지 깔끔하게 지우고 갔군.”

만약 마수왕이었던 그 검은 모래를 마경 바깥으로 끄집어내려면 짐작이 안 가는 마력과 마법 술식의 흔적이 보였어야 할 터.

그러나 김천운은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이로써 완전히 김천운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아직 아니에요.”

그 목소리는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이곳에 있던 그들의 고개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휙 돌아갔다.

투명하게 일렁이던 무언가에 색이 번지며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그러나 의철의 눈에는 두 명의 소녀가 보였다.

잘 알고 있는 소녀들이었다.

한 명은 현자 미르마.

그리고 또 한 명은 2년 전 천운이 탑에서 데려온 소녀 메리헨이었다.

[대마법의 흔적이 남겨져 있어. 나는 알 수 있단다.]

미르마가 입을 열며 말하자 머릿속에 그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오직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였다.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직 천운은 멀리 가지 않았을 거란다.]

* * *

의철이 이 사실을 단원들에게 알린 뒤 전부 흩어져서 천운을 찾기 시작했다.

오우~!

쿠오오!!

숲 주변의 마수들의 하울링이 들려왔다,.

의철은 곧바로 팔테인을 들어 검을 휘둘렀다.

그 하울링의 소리가 뚝- 끊긴 듯 사라졌다.

[대단하구나. 물체 너머로 검격을 발산할 수 있는 건가?]

“네. 맞아요.”

미르마와 메리헨은 의철을 따라 천운을 찾기 시작했다.

만약 김천운이 은신 마법을 발동 중이라면 미르마만이 천운을 찾을 수 있을 테니.

“근데 정말 왜 그런 걸까요?”

숲을 달리던 중 메리헨을 물었다.

그녀는 미르마와 비슷하게 말 그대로 허공을 떠다니며 의철의 뒤를 쫓고 있었다.

“글쎄…… 일단 만나서 물어봐야지.”

“천운은 정말 신기하면서도 복잡한 사람인 거 같아요.”

“동감이야.”

[그래, 그렇지. 그래도 천운의 이유를 들어 봐야겠어.]

“네. 그래야죠.”

[네가 생각하는 그 행동에 대해서가 아니란다. 의철아]

의철은 고개를 돌려 미르마를 바라봤다.

그런 미르마가 말을 이었다.

[뭐…… 녀석이 범죄를 저지른 행동도 포함이겠지. 내가 천운이에게 묻고 싶은 건 모든 행동이란다.]

“모든 행동이요?”

[그래. 왠지 모르게 2년 전 재앙을 막을 때도 그리고 이번에 마력석을 훔친 것도 왠지 모르게 하나로 이어지는 거 같거든.]

미르마는 생각했다.

그 모든 일련의 행동이 김천운이 원하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행동이라면 아마 이번 마력석을 훔친 범죄도 그 목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천운에게는 너만큼의 마력이 없을 거란다 메리헨.]

“네. 저는 신성력을 대신하니까요.”

[아마 그 마력석을 이용한 거겠지.]

마력석을 매개로 대마법을 발동했다.

그 대마법의 특성은 아마 마기의 분리와 정화.

메리헨의 신성력이 마기의 정화가 가능하듯이 천운의 반마의 특성이 정화를 대신했을 것이다.

‘흠…… 왜지?’

그리고 그것이 궁금했다.

되도록 샌디들의 구출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긴 하다만 왜 그것을 우리들한테 숨기면서까지 행했는지.

굳이 숨길 필요가 없는 행위였다.

‘설마 또 다른 대재앙의 존재를 알고…….’

아니다 그렇다면 혼자가 아닌 협력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유를 모르겠어…… 그러니 물어봐야지.]

미르마가 우뚝 멈춰 섰다.

동시에 의철과 메리헨 또한 미르마를 보며 멈춰 섰다.

미르마의 시선이 바로 옆 나무 위를 향했다.

[왜 그랬는지 알려 주겠니…… 천운아?]

일렁이는 투명한 무언가.

천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려 주겠니.]

모습을 드러낸 천운이 나무 위에서 내려왔다.

“설마 미르마가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덕분에 도망치는 게 늦었나 보구나.]

“예. 마법을 썼으면 곧바로 감지했을 테니까요.”

천운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미르마를 너무 얕봤다고 생각했다.

설마 그 짧은 시간을 의심하여 이곳을 찾아올 줄이야.

[왠지 그런 감이 들었어.]

“마법사가 감에 의지하면 안 되죠…….”

[1퍼의 작은 감으로 시작해서 생각하고 의심했단다.]

“덕분에 빨리 찾으셨네요.”

[그래. 그럼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려 주렴.]

천운은 침묵을 유지했다.

잠시 시선이 의철과 메리헨을 둘러봤다.

“하…….”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쉽사리 입이 열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메리헨.”

그리고 체념하듯 천운은 입을 열었다.

“과거에 제게 말했죠? 자아가 두 개 있다고?”

“아…… 네.”

“지금도 보이나요?”

“네……. 근데 그건 왜…….”

“의철아.”

다음에 천운은 의철을 불렀다.

“넌 알고 있지? 전 회차의 나를.”

“…….”

의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확인한 천운이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천운이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네?”

[……뭘 말하고 싶은 거니?]

모두의 반응은 비슷했다.

대충 예상되는 반응이었다.

그 반응을 바라보던 천운은 말을 이었다.

“그냥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려고요.”

[그러니까 대체 그게 무슨…….]

“미르마 죄송해요.”

휘우우우웅!

검은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메리헨과 의철은 한순간 눈을 감았고 미르마만이 여전히 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운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미르마의 당혹스럽게 떨리는 시선이 사라져 가는 천운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정말 죄송해요.”

그 목소리가 미르마의 귓가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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