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62화 (162/176)

제162화

#161

의철의 검이 천왕의 몸에 닿는다.

그 순간 내 깨달음은 확신으로 변했다.

‘녀석을 쓰러트릴 녀석은 내가 아니야.’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을 혼자 할 생각이 가득했다.

오만한 생각이었다.

“엑스트라는 이제 빠져야지…….”

나는 의철의 전투를 지켜봤다.

기이한 운명을 타고난 아이.

선천적인 재능.

그 소년의 성장이 내가 바라던 완벽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위이이잉-

의철의 팔테인이 강하게 울부짖었다.

대검이 어느 순간 중검으로 크기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 무게는 여전했다.

“가능해…….”

그저 자연스럽게 매끄럽게 휘둘러지는 검격.

의철의 마력이 담긴 참격이 천왕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천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참격 자체에 알 수 없는 이상을 느꼈으니.

참격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충분히 자신의 힘으로도 막을 수 있는 수준의 참격이라는 것을.

-크르르…….

그러나 그 알 수 없는 기이함과 이질감 때문인지 어느 순간 그 짧은 시간에 고민이 시작됐다.

녀석의 참격을 피할 것인가, 아니면 몸으로 막을 것인지.

선택은 후자였다.

그것은 우연일 것이라고 저 작은 인간의 검이 자신에게 닿을 리는 없다고.

그리 생각한 선택이었다.

“막을 수 없을 거야.”

의철은 확신이 담긴 말을 천왕에게 내뱉었다.

그 말은 자신의 참격이 천왕의 꼬리에 닿는 순간 동시에 나왔다.

-키에엑!!

스걱-

사라진 것 천왕의 꼬리였다.

[그래…… 그거다. 다음은 녀석이 피할 것은 대비하고 휘두르거라.]

‘네.’

천왕의 꼬리가 잘린 순간.

곧장 또다시 열기를 뿜어내 점점 가까이 다가오려는 의철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녀석이 자신의 코앞에 닿으면 안 된다.

그 직감과도 같은 감각이 온몸에 서렸고 판단은 빠르게 섰다.

우웅-

열기가 한 방향을 향해서 모이기 시작했다.

주위에 퍼졌던 불꽃들이 천왕의 머리 위 구를 향해 몰려들었고 그 환한 섬광이 잠시 의철의 눈을 가렸다.

후우우웅-

의철은 묵직한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열기가 서서히 다가오는 순간 그저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둘렀다.

스악-

무언가 반으로 베이는 감각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 천왕이 보였다.

무언가 잠시 지친 듯한 모습의 천왕이.

의철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하핫, 진짜…….”

그런 의철의 모습을 본 천운은 헛웃음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의철이 언제 저리 성장했는지…….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의 성장이 감개무량하다.

“고유 스킬을 사용하고 있나 보네.”

녀석의 검이 천왕에게 닿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소멸(消滅)’

의철은 그저 자신의 고유 스킬을 저 참격에 주입했을 뿐이었다.

베인 것이 아닌 소멸한 것.

참격에 닿은 부분이 사라진 것뿐이었다.

탁- 탁- 탁-

의철은 땅을 박차며 빠르게 천왕에게 다가갔다.

지금, 이 순간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천왕에게 다가갈수록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감당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검은 모래들이 일제히 의철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피식- 웃음이 나와 뒤를 돌아봤다.

천운의 손목에서 흘러나온 샌디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것이다.

“달려!”

탁!

천운의 말과 동시에 의철은 다시 달렸다.

어느 순간 녀석의 코앞에 도달했을 때.

저 붉은 적안이 의철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시한 순간.

의철은 처음부터 정해 놨던 판단이 있었다.

‘눈부터.’

참격이 눈을 향했다.

천왕이 피하기는 늦은 순간이었다.

-키에에에엑!!!

녀석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공간 자체를 뒤흔들었다.

여기저기서 번져 가는 화염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샌디!”

후우우웅!!

샌디는 거인의 손 일부를 형성한 다음에 그대로 천왕의 머리를 노면에 내리꽂았다.

쿵! 콰쾅!!

녀석의 머리가 노면에 박힌 동시에 치이익- 샌디의 손의 일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포터는 충분했다.

후웅 사악-

의철의 연격이 이어졌다.

위에서 아래로 한 번 횡으로 한번 대각선으로 한번 그 검격이 무수히 반복되기 시작했다.

모든 경로가 참격으로 변하며 천왕의 목을 노렸다.

동시에 천왕은 날갯짓을 하며 참격들을 피하려 했다.

쾅!!

그때 일어난 차량의 폭발.

우연히 일어난 폭발에 잠시 천왕이 휘청거렸다.

녀석은 우연이라 생각하겠지만 절대 우연이 아니다.

휘청거리는 천왕을 향해 의철이 달려들었다.

곧이다.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면 녀석의 코앞에 도착한다.

녀석의 지금 거리에만 도착하면…….

위이잉-

번뜩- 의철과 천운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몸 자체가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저건…….”

분명 재생의 불꽃이었다.

동시에 설마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화르륵-

녀석의 몸에 퍼진 불꽃이 연결돼 꼬리로 이어졌다.

곧이어 녀석의 몸 주위에 흑염이 솟아났으며 흑염의 비가 하늘에서 낙하하기 시작했다.

확실하다.

녀석은 지금 상태로는 4번째 불꽃을 개화하기도 전에 실패하리라 판단하여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윽!”

아까까지의 위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재생의 불꽃을 가진 이상 녀석을 쓰러트릴 방법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김의철! 일단 피하자! 지금은 아니야!”

나는 의철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반대로 의철은 녀석에게 다가가기만 할 뿐이었다.

동시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의철의 ‘섬멸’의 범위는 어디까지 들어가는지.

“괜찮아.”

의철이 말했다.

그는 평소와 같이 평범한 말투로 상황의 위급함을 느끼지 못한 채 천운에게 말하고 있었다.

“왠지 벨 수 있을 거 같거든.”

그 말과 동시에 의철의 팔테인이 한 번 대각선으로 휘둘러졌다.

검격이 곧 참격처럼 날아들며 천왕에게 향했다.

천왕은 그저 녀석의 참격이 소용없다는 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스걱-

몸 전체가 불길이 되어 왼쪽 날개를 통과한 채 참격이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녀석의 참격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게 판단한 천왕이 아까와 달리 피하지 않고 의철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상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크르르…….

왼쪽 날개가…… 재생되지 않았다.

그 영문도 모를 상황이 천왕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아니 다행히 재생은 조금씩 진행 중이었다.

느리지만 천천히, 그러나 곧 그 말은 녀석의 참격이 여전히 자신에게 통한다는 말이었다.

-…….

천왕은 의철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녀석을 죽여야 한다.

저 소년은 유일하게 이 세계에서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놈이라고 판단이 섰다.

죽이려면 지금뿐.

지금보다 더 성장한다면 아마 후에는 감당이 안 될 것이다.

[말했지 않나. 네 검은 모든 걸 벨 것이라고.]

의철과 길이 처음 만난 그 순간.

길은 단번에 확신했다.

녀석의 고유 스킬이 검성의 격과 가장 가깝다는 것을.

[과거에 나는 네게 이른 시일 내에 검성이 될 수 있다 말했지.]

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기분이 어떻냐? 의철아.]

“나쁘지 않네요.”

* * *

“슬슬 정리되는군.”

해변가의 마물들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아베타와 자신의 고유 스킬이 있으니 다행히 시간은 걸렸으나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후…… 정말 끝난 건가?”

카스퍼가 말했다.

사상 초유의 재앙 사태가 슬슬 진압되니 긴장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제니퍼한테서 연락이 왔다. 미국 또한 정리됐다고 하더군.”

“그래. 이제 슬슬 끝난 거겠지.”

“서쪽은 괜찮나?”

“그 괴물 영감들이 있으니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다.”

한우성은 저 멀리 해변으로 다가오는 마수들을 바라봤다.

몇 마리의 마수들이 해변을 포기하고 다시 바닷속으로 잠수하는 것이 보였다.

아마 일부는 포기하고 일부는 다시 해변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이 정도 수라면 아마 자신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정리할 테지.

쿠쿵!!

그때였다.

잠시 노면이 흔드는 지진이 발생했으며 한우성은 지진의 근원지를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카스퍼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긴…….”

“검은 거인?”

한우성과 카스퍼의 시선이 형태를 변환시킨 검은 거인을 향했다.

“애먹고 있군.”

이상했다.

과거의 검은 거인이라면 천왕 정도야 쉽게 찢어발길 것이 분명한데…….

“카스퍼.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 거 같군.”

고개를 끄덕인 카스퍼가 말했다.

아직 주위에 마물 몇 마리가 해변가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지만 아마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서해안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건 대체 뭐여?”

“허…….”

“느껴지는 기운은 마력이군요. 그리고 마기…….”

3명의 가주가 전투가 벌어지는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의철아. 시간을 버티는 식으로 해야 돼.”

“알겠어.”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거대한 거인으로 변한 샌디와 행운 스탯으로 오로지 의철만을 엄호한다.

의철의 검이 천왕에게 닿는다 해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무리일 것이다.

쿠쿠쿠쿵!! 후웅!

샌디는 몸이 더욱 부풀기 시작했다.

많은 수의 모래들이 해일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대로 모래의 해일이 천왕을 덮치기 시작했다.

펄럭 날아든 천왕에 활짝 편 날개에서 충격파가 발생했다.

천왕을 덮치려던 모래의 해일이 허황 없이 주위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의철과 천운이 달려들었다.

천운은 반마의 마력을 담은 거대한 망치를 의철은 자신의 고유 스킬이 담긴 팔테인을 휘둘렀다.

쾅! 훙!!

녀석이 노면을 향해 낙하했다.

그러나 곧장 날개를 활짝 펴 균형 있게 노면에 착지한 것이다.

곧바로 흑염이 천왕의 날개에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무수한 깃털들이 허공에 뜨기 시작했으며 의철과 천운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방벽은 무리겠지.’

캉! 카카캉!!

의안이 전개되어 쇄도하는 깃털이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망치를 방패 삼아 쳐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의철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전과는 달리 다가가는 건 가능해.’

아까와는 다른 불길.

약해진 녀석의 불길로 인해 다가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버텨야 해.’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 생각의 끝, 만약 내가 이다음 내용을 글로 쓴다면 내가 쓸 글은 하나뿐이었다.

-크르르…….

녀석의 머리 위로 세 개의 불꽃이 허공에 떠올랐다.

불의 기원.

그 세 개에 기원의 일부였다.

그 불꽃이 하나로 모여드는 순간 아까와 비슷한 4번째의 불꽃이 느껴졌다.

‘저런 것도 할 수 있었나.’

이글거리는 화염이 태양처럼 뜨겁게 타올라 주위에 모든 것을 태우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의철 또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아무리 각성한 의철이라도 서서히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 뒤에 서!!”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쿵!!!

녀석이 갑작스럽게 지면에 머리를 처박으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에엑!!!

나는 순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녀석의 갑작스러운 행동 때문이었다.

“고생했다.”

귓가에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의철과 나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봤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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