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화
#160
마지막 크레인의 죽음이 천운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녀석은 항상 죽음을 바랐지만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그리고 그 행동의 의미가 다음과 같았기에.
후우웅-
수정구가 터지며 조각들이 날카롭게 천왕에게 날아들었다.
어째서인지 저 조각 자체는 천왕의 화염으로 녹아내리지 않았다.
결국 천왕의 몸에 닿은 것이다.
“아!”
잠시 멍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던 천운은 폭발로 인해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본 순간 달리기 시작했다.
녀석에게 폭발의 데미지가 통했다.
기회는 지금뿐이라 생각했다.
샌디의 일부가 천운의 손에 모여 자신의 몸보다 큰 망치로 변했으며 그 뒤에서 거인으로 변한 샌디가 천왕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흙먼지가 개이고 천왕의 비틀거림이 잠시 눈에 보였다.
생각이 확신을 변한 순간이었다.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녀석을 쓰러트릴 방법…….
내가 쓴 소설에 등장하지 못하고 나온 세 번째 마수왕.
그렇기에 녀석을 막는 방법은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 현 상황을 보고 최선의 판단을 할 뿐이다.
휙! 휘리릭!
천왕의 다섯의 꼬리 중 하나가 나를 향해 내리쳤다.
나머지 네 개의 꼬리가 샌디의 휘둘러진 주먹을 감쌌으며 어느 순간 녀석이 정신을 차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운은 의안을 발동했다.
사고가 가속화되며 동시에 느려진 세상 속, 생각할 시간이 늘어났다.
‘만약 나라면…….’
휘릭!!
녀석의 꼬리가 천운에게 향한 순간.
천운은 몸을 옆으로 크게 뛰어 피했다.
파직!! 쿠쿵!
잠시 지면을 흔드는 진동이 전해졌다.
녀석의 꼬리가 아스팔트에 파묻혔을 때 뜨거운 열이 발생했다.
치이익-
천운의 한쪽 팔이 살짝 타들어 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스킬 ‘불굴의 맷집’이 그 고통을 조금 완화했지만 어느 정도 화상을 입은 팔이었다.
그럼에도 천운의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최종 보스라 생각한 만큼 고심을 다 해 만든 녀석이다.
‘과연…… 녀석을…….’
녀석을 쓰러트릴 방법이 있을까?
‘아니. 존재해.’
천운이 죽은 에피소드 때부터.
이 소설을 썼을 때부터.
나는 이 소설의 결말, 해피엔딩을 정해 놨다.
그렇다면 분명 녀석을 죽일 방법은 존재할 것이다.
화르륵-
피어오르는 불길이 거세진다.
녀석의 4번째 화염이 몸에 잠식되며 적응 단계에 돌입했다.
곧 녀석은 멸마의 불꽃을 몸에 적응하여 이곳 일대에 모든 것을 불태울 것이다.
확신은 아니지만 아마 내 마력 특성, 반마의 특성으로도 저 불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오산이었어…….’
재생의 불꽃만 사라진다면, 녀석이 불사가 아니게 된다면 어떻게 막을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하지도 않은 4번째로도 이 정도이니.
‘생각해야 해.’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과거에도 지금에도 역경을 잘 헤쳐 나갔지 않은가.
나는 녀석의 능력의 설정을 알고 있다.
만약 내가 바라고 생각했던 그 엔딩이라면 녀석의 약점 또한 분명 존재할 것이다.
키에에에에엑⎯⎯⎯⎯⎯⎯!
천왕의 분노에 찬 괴성이 울린다.
이런 상황 중 다행인 것은 녀석이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앞의 나를 어떻게든 찢어발겨 죽일 생각으로 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B22
“그거 하나는 참 다행이네…… 윽!”
말하기도 무섭게 녀석의 불길이 거세지며 갑작스럽게 천운이 서 있던 노면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아무리 의안을 발동한 천운이라도 그 불기둥은 반응하지 못했다.
치이이- 오른쪽 다리가 살짝 닿자 타들어 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다행히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다.
“후…….”
천운은 고통을 감내하듯 한숨을 내쉬며 다음 공격을 피해 냈다.
녀석의 불기둥이 계속해 치솟았고 동시에 하늘에서 화염 덩어리 같은 것이 온 사방에 낙하했다.
화르륵- 사방이 불바다로 변한 순간.
녀석에게 또다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아까 그것이 또 온다는 신호였다.
‘……온다!’
천운은 아까보다 더욱 견고하게 마법을 발동해 준비했다.
방벽 마법은 아까의 두 배의 수로 배치했으며 동시에 샌디가 천운의 온몸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녀석의 불길 또한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파앙-
천왕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충격파와 열기가 번져 나갔다.
이번에는 천천히, 서서히 그 광경이 느리게 보였지만 번져 나가는 충격파가 그 모든 것을 밀어내고 태우며 휩쓸어 버리고 있었다.
그 충격파 자체가 굉장히 무겁게 느껴졌다.
“으윽!”
허황 없이 깨지는 방벽들.
어느새 샌디의 모래밖에 남지 않는 순간.
천운은 샌디와 같이 충격파에 버티지 못해 저 멀리 후웅- 하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쿵-
쿵- 소리와 함께 어느 건물에 처박혔다는 것을 인지했다.
온몸에 뼈가 으스러지는 느낌이었다.
쿨럭- 하고 피를 토해 내며 천운은 정신을 유지했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고하게 다가오는 천왕을 보았다.
녀석은 정확히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생각해야 해.’
나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녀석을 죽일 방법.
그 유일무이한 방법이 과연 무엇일지.
그리고 어느 순간.
‘…….’
그 생각의 끝에 떠오른 하나.
나는 의문이 들었다.
천운의 회귀 기억 속.
그 많은 회차를 보낸 김천운은 어떤 경우에도 천왕만은 건들지 않았다.
그 전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왜인지.
나는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내가 멍청했네…….”
나는 자조적인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익숙한 마력에 의해 깨달았다.
지금의 내 행동 자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샌디.”
나는 마투법을 푸는 동시에 샌디를 불렀다.
샌디의 모래들이 내 손목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원작 파괴도 이 정도 했으면 됐잖아.”
녀석을 죽일 영웅이 굳이 나일 필요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나였으면 안 됐다.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니.
후우웅!!
거대한 참격이 천운의 뒤에서 날아들었다.
그것은 천운을 지나쳐 저 앞의 천왕을 향했다.
천왕은 가소롭다는 듯 자신의 꼬리 하나를 들어 날아드는 참격을 쳐낼 생각이었다.
후웅!
그러나 우려하지 못했던 천왕 또한 당황할 상황이 발생했다.
모든 것을 막아 낼 거 같은 자신의 꼬리가 그 참격에 잘려 나간 것이다.
-키에엑!!
고통과 분노 두 개의 감정이 담긴 포효를 내질렀다.
동시에 천운의 뒤에서 그 검격의 주인이 다가왔다.
“너는 어째 항상 멋대로냐?”
미소를 보이며 다가오는 의철이 보였다.
* * *
너무 짧은 시기에 고난과 역경을 겪었다.
고작 1년 안에 생긴 수많은 일이 의철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렇기에 의철의 성장은 빠를 수밖에 없었다.
“야 김천운.”
지금의 의철은 3년 뒤의 의철과 비슷했다.
“말이라도 하고 가. 혼자 무리하지 말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의철을 바라봤다.
나 때문에 엇나간 게 너무 많았으나 의철은 한결같았으니.
“빨리 왔네?”
“그치?”
의철이 팔테인을 다시 들어 세웠다.
팔테인은 어느 순간부터 그 크기가 줄어들어 있었다.
팔테인의 완전한 개화가 시작한 것이다.
“미르마는?”
“좀 신기하게 생긴 여자애랑 같이 있던데?”
“그럼 길은 계셔?”
“응? 안 그래도 저 괴물을 보고 좀 놀라신 거 같은데?”
의철은 길을 돌아봤다.
마치 경악스러운 무언가를 본 듯한 눈으로 천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럴 수가…… 저것까지 이 세계로 넘어온 건가.]
‘저게 뭔데요?’
[모든 불의 기원이다. 불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면…… 저 붉은 눈을 조심해라.]
‘네.’
의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장 천운에게 전하려 했으나 천운은 눈을 감고 무언가 집중하고 있었다.
띵-
천운의 머릿속.
스탯이 올라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띵-
그 숫자가 연이어 올라가고 어느새 소리가 고요히 멎었다.
천운은 눈을 뜬 채 스탯을 확인했다.
행운 : (180/?)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저 녀석을 돕는 정도면 괜찮다.
또한 지금의 내가 할 일이 있었으니.
의철이 온 순간.
나는 이후에 일어날 일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의철에게 말했다.
“잘 들어.”
나는 내 의사를 간결이 전달했다.
“그냥 나를 믿고 달려. 뒤에서 엄호해 줄게.”
“알겠어.”
의철은 의심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누구도 아닌 천운의 말에 믿음이 갔으니.
“버티면 돼. 조금만 버텨.”
“그래.”
의철이 자세를 낮게 잡은 동시에 땅을 박차며 달렸다.
동시에 천왕의 눈길이 의철을 향했다.
녀석의 검이 자신의 몸에 닿는다.
그 뒤에 있던 소년의 움직임은 없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막아야 할 상대는.
후웅!
천왕의 붉은 적안이 더욱 진하게 물들었다.
그 적안이 의철을 향한 순간.
흠칫!
의철은 잠시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니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조심하라는 것이 저거였나?
분명 한설아가 쓰는 그 적안이 분명했다.
그러나 비교도 안 되는 압박이 몸에 전해져 왔다.
‘이런…….’
그때였다.
후두둑-
무너져 내리는 건물의 파편 하나가 천왕의 머리를 정확히 가격한 것은.
-키엑!!
동시에 의철의 몸을 압박하던 감각이 사라졌다.
[녀석의 눈을 절대 보면 안 된다!]
‘네!’
의철은 다시 땅을 박차 달렸다.
잠시 당황한 천왕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뜨거운 열기를 발산했다.
휘이잉-
검은 모래들이 의철의 앞을 막았다.
그 뜨거운 열기를 막아 주는 검은 모래였다.
후드득-
모래들이 의철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동시에 익숙한 마력이 느껴졌다.
천운의 마력.
그 마력이 천왕의 몸에 쏟아져 나오는 열기를 막아 주기 시작했다.
쿠쿠쿠쿵!!
갑작스러운 지진이 일었다.
주위의 건물이 동시에 한쪽을 향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곳은 천왕이 서 있던 자리.
항상 고고하게 제자리에 서 있던 천왕은 그 건물로 인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상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무언가 이상했다.
상황의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압박과 위화감이 느껴졌다.
상황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펄럭-
천왕은 다시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무엇으로 벗어나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감이 그리 말해 주고 있었다.
후웅!! 팡!
천왕은 온 몸의 열기를 발산하여 터트렸다.
자신을 향해 거리를 좁히던 소년은 검을 지면에 박으며 그 열기를 버티고 있었다.
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소년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막을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확인한 천왕이 다시 날개를 펼친 순간.
쩌저적-
날아오르려는 순간 정확한 타이밍에 거대한 고층 빌딩 하나가 무너지며 천왕의 앞길을 막은 것이다.
-키에엑!!
호통을 치며 자신의 꼬리로 그 건물을 갈랐으나 동시에.
사악-
참격이 날아들었다.
그 참격이 자신의 날개를 가른 것이다.
후우우웅! 스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