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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57화 (157/176)

제157화

#156

‘대체 어떻게…….’

오랜 세월 살아온 크레인이 알 수 있는 사실 중 하나.

‘천벌’이라는 마법은 실패작이었다.

마법 자체의 파괴력만 보면 상급 마법이라 불릴 정도의 파괴력을 지녔으나 그 천벌의 컨트롤이 어려웠다.

여러 대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들은 그 천벌을 컨트롤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방법이 있었다.

지금 눈앞의 소년 또한 그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너는 대체 뭐냐?”

그 호기심의 눈빛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는 녀석에 대해 알고 있었다.

“불사 크레인.”

“나를 아나?”

영원히 죽지 않는다.

늙지도 않으며 오랜 세월을 살아 죽음을 바라는 괴물.

그의 삶의 원동력은 자신을 유일하게 죽일 수 있을 거라 판단한 지식.

마법뿐이었다.

“밀리. 녀석을 잡아 두겠다.”

“알겠어.”

크레인이 손을 뻗자 허공의 게이트가 생겨났다.

곧바로 밀리는 킬라를 데리고 그 게이트로 넘어가는 동시에 천운의 주위에 무수한 게이트가 생겨났다.

게이트 너머로 마기를 풍기는 괴한들이 넘어왔으며 어느샌가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 든 크레인이 말했다.

“오랜 세월의 감이 말해 주거든. 너는 위험한 녀석이야. 저 밖의 한우성보다.”

크레인은 힘의 강함으로 판별한 것은 아니다.

녀석의 행동이나 마법적 지식 동시에 이곳을 홀로 찾아온 판단.

행동의 이유는 모르겠으나 눈앞의 소년이 하려고 하는 행동 모든 것이 크레인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원래라면 미치광이라고 판단하겠지만…….”

녀석의 마법을 본 순간.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눈앞의 소년은 죽여야 할 대상으로 변했다.

“녀석은 만벌을 구사할 줄 안다! 조심해!”

크레인이 주위의 괴한들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괴한들이 마기를 풀어 헤치는 동시에 자신의 유물들을 꺼냈다.

천운은 곧장 주위를 살폈다.

동시에 손목에 붙어 있는 조그만 샌디에게 물었다.

‘아직 괜찮지?’

[ㅇㅇ.]

천운에게 부족한 마력과 마법적 지식을 전달해 주는 샌디였다.

애초에 샌디가 전달해 주는 모든 마법 술식은 오랜 세월 회귀를 거듭한 김천운의 기억이니.

그리고 그 기억들 중 흥미로운 진실이 있었다.

애초에 천운은 천벌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컨트롤하던 것이 아니었다.

‘행운.’

그저 100을 넘은 행운으로 인해 천벌의 뇌전이 내게 안 내리칠 뿐이었다.

이번에 나는 두 개의 술식을 발동했다.

쿠르! 쿵!!

천장에 몰려드는 뇌운.

사아아악-

그 뇌운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크레인의 눈이 희번덕 떠지며 거대한 게이트를 열었다.

“도망쳐라!”

개인이 아닌 다수를 상대로 최적화된 마법.

그저 이 한방이면 될 것이다.

파직-!

쾅!!

* * *

후우웅-

피어오르는 연기가 앞을 가린다.

지팡이를 쥔 크레인이 횡으로 천천히 휘두르자 바람이 불며 앞을 가린 연기가 개이기 시작했다.

눈앞의 소년과 자신 외에 모두가 쓰러져 있었다.

코앞에 게이트가 있음에도 도주가 늦은 것이다.

“역시 힘 빼는 것조차 안 됐네.”

설마 천벌이라는 대마법을 두 번이나 쓸 수 있다고는 예상 못 했다.

거기에 마법 술식을 추가할 줄이야…….

크레인은 주위에 펼친 방벽 마법을 없애며 천운에게 다가갔다.

‘이미 마력은 100을 넘는다고 봐야겠군…… 초월자인가……? 한데 어떻게…….’

마력의 한계를 넘은 초월자라면 그 초월자 특유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 눈앞의 소년에게 그런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기이한 녀석이네.”

“크레인.”

천운은 눈앞의 크레인을 불렀다.

낮게 가라앉은 고요한 목소리였다.

동시에 크레인은 천운의 표정을 보았다.

“……뭐냐 그 표정은?”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던 표정.

그 누구라도 눈치챌 수밖에 없던 표정.

녀석은 내게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왠지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다.

“X같게 그딴 표정으로 만벌을 내리친 거냐?”

“…….”

“내 이름을 부르지 말고 뭐라 말이라도 해라 미친 사이코패스 새끼야!”

쿵!

크레인의 지팡이가 바닥을 내리찍었다.

쩌저적- 갈라지는 지면 사이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지면에 고인 마기를 불길로 바꾼 크레인이 천운을 향해 쏟아부었다.

화르륵-

천운은 곧바로 방벽 마법을 발동해 불길을 막았다.

치솟는 불길 사이.

‘뭐지?’

순간 녀석의 움직임을 놓쳤다.

방벽만 발동한 채 막상 녀석은 저 방벽 앞에 사라진 것이다.

‘어디지?’

“크레인.”

등 뒤에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레인은 그저 가만히 천운의 말에 대답했다.

“왜 자꾸 부르는 거냐 X같게. 대답을 해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이야기? 미친 건지 돌은 건지 하나만 해라.”

“네가 원하는 건 알고 있어.”

“크흐흑, 그래서? 뭐?”

“그 방법도 알고 있어.”

그 말과 동시에 크레인의 눈이 희번덕 떠졌다.

놀란 눈동자로 크레인은 뒤돌아 천운을 바라봤다.

“그걸 네놈이 알고 있다고?”

“그래.”

“……지랄하지 마라.”

크레인은 욕을 뇌까리며 말했다.

“네놈은 이 저주를 못 푼다. 내가 몇 년을 살았다고 생각하냐?”

죽으려 해도 죽지 못한다.

사람들이 축복이라 부르는 이 X 같은 저주는 그저 목이 사라져도 살을 찢어도 몸 자체를 어느 상자에 봉인해도 그 무엇도 본래 상태로 돌아온다.

“그리고 네놈은 나를 죽일 수 없겠지. 이게 마지막 희망이다.”

크레인이 언더로 들어와 그들의 계획을 들어왔다.

그것을 들은 크레인은 그들의 계획을 이용하고자 했다.

자신의 마지막을 위해.

“나도 알고 있다. 밀리…… 그 미친년이 원하는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다.”

마기가 가득 찬 지구의 결말?

크레인은 언뜻 짐작하고 있었다.

그 결말의 끝이 좋지 않을 거란걸.

“단순히 모든 유물이 넘어오고 마인들만이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거라니……. 크흐흐 우습지 않나?”

“…….”

“그 시작은 혼돈이고 끝은 종말이겠지. 안 그렇냐?”

“크레인. 너도 똑같을 거야.”

나는 크레인에게 말했다.

녀석의 결말 또한 알고 있기에.

과거 김천운의 기억으로 녀석들의 마지막을 전부 볼 수 있었다.

밀리는 그저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크레인은 영원불멸할 것이다.

“……너는 대체 뭐지?”

오랜 세월 살아와 사람의 표정과 말투를 손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 말속에 거짓과 진실의 판별이 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소년의 말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대체 뭘 알고 있는 거냐?”

크레인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천운의 침착한 모습에 크레인 또한 지팡이를 내리고 차분히 물을 수 있었다.

천운은 말없이 허공에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인벤토리 속 유물.

본래라면 녀석에게 쓸 유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녀석의 과거를 알고 있다.

녀석의 사정과 그 마지막의 이유, 그리고 그가 그토록 원하는 죽음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천운.

과거 언더에 붙었던 김천운의 기억이 떠올랐다.

크레인은 천운에게 물었다.

-여기 언더의 인간들은 계획은 같으나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 너는 뭔데?

-알 필요 없어 꼬맹아.

-너보다는 많이 살았다. 싸가지 없는 꼬맹아.

피식 조소한 크레인이 천운에게 말했다.

-뭐…… 너도 나랑 똑같겠지.

-그래.

-근데 다른 점이 뭔지 아나?

-응?

크레인이 지그시 천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 회귀의 기운은 쓰면 쓸 사라질 거다. 마치 마력처럼. 근데 이 X같은 저주는 영원하더군. 네가 회귀자가 아니게 됐을 때도 나는 영원히 죽지 못한다.

-…….

-그러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도와줄 수 있나?

그 기억 속 크레인은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의 김천운은 그 질문에.

-…….

대답하지 못했다.

“방법이 있어 크레인.”

나는 다시 한번 크레인에게 말했다.

“바, 방법이 있다고?”

“그래. 이건 거래야.”

나는 인벤토리에 이동 티켓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그 방법을 알고 싶다면 나를 도와.”

티켓을 찢자 게이트 하나가 열리며 천운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크레인은 그 소년을 막을 수 없었다.

그저 멍한 얼굴로 크레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방법이…… 있어?’

* * *

불사의 크레인.

죽여도 되살아나는 괴물을 상대로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뭐라 말해도 녀석의 저주 자체는 내 반마의 마력 특성으로 지울 수 없으니.

‘저기다.’

얼마 안 가 도주하는 밀리를 찾을 수 있었다.

녀석은 기절한 킬라를 둘러메고 건물 여러 개를 뛰어넘으며 도주하고 있었다.

밀리가 향하는 방향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갔다.

하늘의 천왕이 뿌리는 마기가 가장 짙은 장소.

밀리가 향하는 곳은 그곳이었다.

곧 밀리는 발을 멈췄다.

그저 뒤돌아선 뒤 내게 입을 열었다.

“크레인이 실패한 모양이네?”

나는 말없이 마법을 발동했다.

밀리 또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챈 모양이다.

나는 그녀에게 한발 두발 천천히 다가갔다.

밀리 또한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나를 마주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코앞에 다가간 순간.

나는 밀리에게 말했다.

“너는 너무 오래 살았어.”

일찍이 죽었어야 할 악인이다.

“그걸 네가 정할 이유는 없지 않니?”

밀리가 말했다.

표독스러운 미소로 천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밀리는 업고 있던 킬라를 옆으로 던지며 말했다.

“이제 해 볼까?”

스멀스멀 다가오는 검은 안개.

나는 뇌운을 발동시켜 밀리와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뇌운 전체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이곳 안에서 밀리는 이제 도주가 불가능할 것이다.

“하…… 철저하네…….”

밀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크레인도 없고 못 도망칠 거 같네. 뭐…… 그래도.”

히죽이며 천운을 보는 밀리.

크레인을 상대로 힘을 뺀 김천운이다.

그 정도면 충분히 괜찮겠지.

그 증거로 천벌의 위력이 어느 정도 약해졌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 천벌은 그저 도주를 막는 용도.

아마 그 이상의 힘은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밀리의 몸에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때? 괜찮지 않아?”

나는 그 순간 밀리가 내팽개친 킬라가 생각났다.

‘그런가…….’

킬라의 몸에서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

반대로 밀리의 몸에서 마기가 넘쳐나는 이유.

굳이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밀리가 말해 주고 있었다.

“이제는 필요 없거든. 마수들을 조종할 필요가 없어져서 말이야. 애초에 불가능할 거고.”

“너는 유일하게 변화가 없는 녀석이야.”

“응? 뭐라고?”

“뭐 그 점이 다행이라고.”

과거에도 미래에도 밀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설정한 밀리는 항상 한결같았으니.

그런 밀리였기에 오래 살았으면 안 됐다.

쿠쿠쿠쿵!!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지진이 일어났다.

“뭐, 뭐야?!”

밀리가 그 현상에 당황하는 동시에.

내 검은 뇌운이 걷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굳이 밀리가 도망 못 치게 막을 필요는 없었다.

“저건…….”

하늘을 올려다본 밀리의 눈에는.

“대체…….”

모래로 된 검은 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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