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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48화 (148/176)

제148화

#147

{네놈은 후회할 것이다.}

공략당하여 소멸 되도 다시 녀석이 죽는 순간 회귀한다.

또한 자신의 천명에 다다른 순간 녀석이 죽어 회귀한다.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녀석에게 향했으며 여러 번 김천운을 죽였지만, 그 방법 자체가 당연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기에 녀석이 내게 무언가를 요구한 순간 계약을 맺었다.

다음 회귀에 자신이 이곳을 찾는 순간 소원 하나를 들어주고 회귀를 봉인하는 계약을 맺겠다고.

{네놈의 저주로 나는 실패를 무수히 경험했다.}

동시에 그 녀석의 모습은 이지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죽여도 죽지 않는 ‘영원’ 그 자체의 인간.

녀석은 다음 회귀 때마다 더욱 성장하여 결국 자신의 힘으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른다.

그 순간 김천운이라는 존재가 ‘공포’라는 감정으로 각인 된 것이다.

{그렇기에 네 일행은 4층을 공략하지 못할 것이다.}

기억을 잃은 지금의 녀석은 알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4층은 가장 완벽한 형태를 갖췄다는 것을.

억지로 공간을 일그러트려 만든 4층은 그 어떤 던전보다 완벽하다.

“그런 건 상관없어.”

천운은 피식- 녀석에게 조소하며 말했다.

“네가 나와 내기를 했다는 게 중요하지.”

행운 : (180/?) +30 +40

* * *

‘뭐야 이것들은?’

던전에 들어왔고 보스 방에 들어와 보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등장한 4마리의 보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으나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보스가 4마리든 5마리든 결과는 똑같을 테니.

근데 그게 아니었다.

훙!

다른 4마리 중 기사 형태를 띤 마물.

녀석의 동공이 정확히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성장하고 있어.’

눈앞의 마물은 분명 성장하고 있다.

아까보다 더욱 정교하며 날카로운 기술.

‘설마?’

천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은 자신의 기술을 흡수하고 있던 것이다.

“어이.”

천운은 대답했다.

동시에 마물의 아가리가 열리기는 했으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말을 알아듣고 있으면 고개를 끄덕여라.”

그 말과 동시에 눈앞의 마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너무 신기하여 흥미롭게 바라보던 천운은 마물에게 물었다.

“너는 정말 마물이냐?”

그러나 마물은 고개를 저으며 의사를 전했다.

천운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마물에게 말했다.

“뭐…… 네가 마물이든 사람이든 상관없다만…….”

천운은 다시 단검을 세워 마물에게 향했다.

“오랜만에 재미 좀 보자.”

그 말과 동시에 4마리의 마물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거대한 대검을 든 마물.

보이지 않는 세검을 든 마물.

붉은 눈을 가진 마물.

거대한 지팡이를 들고 마법을 쓰는 마물.

그놈들 하나하나에게 느껴지는 적의.

동시에 녀석들은 내 말을 알아들을 정도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권태감에 사로잡힌 나에게 흥미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근데…….’

한데…… 아까부터 느껴지는 이 이질감은 뭘까?

이질적이게도 녀석들의 모든 기술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거대한 대검을 보이지 않는 속도로 휘두르는 녀석이나.

검 그 자체가 모든 것을 베는 날카로움을 가졌거나.

사람의 몸을 통제하는 붉은 적안.

4가지 원소 특성을 지닌 마법사.

‘……뭐지?’

그것도 잠시…… 그 이질감을 뒤로하고 천운은 전투에 돌입했다.

천운은 대검을 든 마물에게 달려들어 단검을 휘둘렀다.

캉!

“응?”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 위력을 보고 피하기만 급급하던 녀석이 자신의 검을 그 대검으로 막은 것이다.

“신기한 녀석이네.”

성장하는 것은 기술뿐만이 아니었다.

녀석의 힘이나 위력 또한 성장하고 있던 것이다.

캉!

그것이 한 번.

카앙! 팅!

두 번.

캉! 끼이이익-

세 번째가 돼서야 녀석은 칼을 맞부딪치며 힘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하다.

녀석의 성장은 ‘기술’뿐만 아니라 ‘힘’ 또한 포함된다.

‘스탯이…… 성장하고 있다.’

눈앞의 마물은 성장하고 있던 것이다.

본래라면 위기감을 느껴야 할 상황이지만 왠지 모를 흥분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과연 이 짧은 시간에 녀석은 얼마나 성장할까.

또한…….

“대단하네…… 4마리라.”

비록 눈앞의 녀석만큼은 아니지만, 나머지 세 마리 또한 그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성장이 아닌 적응이었다.

자신의 싸움 방식과 기술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재밌겠네.”

천운은 저 푸른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이것도 막으면 인정이다.”

무수한 회귀의 삶에서 성장한 것은 기술과 힘뿐만이 아니었다.

파아악-

천운의 손바닥 중심에서 서서히 확대되는 거대한 술식.

대마법 ‘만벌’의 발현이었다.

* * *

“저건…….”

질 로벤은 저 펼쳐진 술식을 해석하고 마법을 알아볼 수 있었다.

상급 마법 ‘천벌’.

대마법에 필적한 파괴력을 지녔으나 컨트롤이 어려워 상급이라 불리는 마법.

그것을 컨트롤하는 순간.

대마법이라 불리며 ‘만벌’이라는 마법명을 가지게 된다.

저 대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도 세계에서 고작 3명뿐인데 그 마법을 눈앞의 김천운이 발동하고 있었다.

“피해!”

질로벤은 급하게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술식에서 흘러나온 먹구름.

그 먹구름에서 내리치는 거대한 낙뢰.

당연하지만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번쩍- 콰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시야 전체를 가릴 빛이 번쩍였고 반대로 잠시 온 세상이 암전되듯 눈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시야와 들리지 않는 소리.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질 로벤이었지만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서서히 암전된 시야가 개이기 시작했다.

고작 3초라는 짧은 시간.

질 로벤을 포함한 윤시혁과 한설아는 굉음이 들린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의철이 서 있었다.

피뢰침처럼 높게 들어 올린 팔테인 그대로 의철은 고고하게 서 있었다.

의철의 몸에서는 아직도 잔류의 전류가 흘렀으며 서서히 팔테인을 내려놓은 의철은 팔테인을 지면에 받치며 서 있었다.

“하, 하.”

그 모습을 지켜본 천운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대단하네……. 그걸 맞고 버티다니.”

그와 동시에 천운의 손에 있던 단검이 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점점 비대해지고 거대해진 단검은 이제 대검으로 변했으며 그 거대한 대검을 그저 한 손으로 들어 올린 천운이 혼자서 낙뢰를 버틴 의철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한데…….

‘응?’

발이 무거웠다.

무언가 직감적으로 녀석을 죽이면 안 된다는.

물론 그 직감이 자신을 막을 리는 없겠지만.

이미 운이나 직감 따위를 믿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난 더 이상 내 행운을 믿지 않는다.

나는 그 감각을 무시하고 다시 터벅터벅 걸어 녀석에게 향했다.

도중에 세검과 붉은 눈을 가진 마물이 덤벼들었다.

나는 그대로 대검을 휘둘러 녀석들을 떨쳐 내고 앞으로 나아갔다.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물이 4원소 마법을 내게 발현했다.

그러나 이미 녀석의 마법 수준을 파악한 참이었다.

저 술식에 내 마력을 조금만 간섭해도 쉽게 파훼 되며 사라지겠지.

나는 녀석을 무시하며 지나쳤고 녀석은 발현 안 되는 마법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제 끝이다.

녀석들이 적응하는 동시에 나 또한 적응했으니.

이제 저 마물들은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 위험한 녀석은 저놈이다.

“야.”

천운은 마물을 들었다.

힘겹게 숨을 몰아쉬던 녀석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재미있었네. 상으로 한 번에 끝내줄게.”

나는 대검을 들어 올렸다.

이 대검이 정확히 녀석의 목을 단숨에 베어 넘겨 고통 없이 가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나는 아직도 이 불안감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왜지…….”

꽈악 쥐어진 대검.

나는 한 손으로도 안 되어 두 손으로 잡았다.

그럼에도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왜…….”

이따위 던전에서 흔한 보스 마물이 뭔데, 나는 망설이는지 알 수 없었다.

“큭!”

나는 이를 악물며 그대로 대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망설임이니 이질감 따위가 녀석을 죽이면 안 될 이유 따위는 되지 않았다.

후우웅!!

나는 검을 내려쳤다.

캉!!

그리고 녀석은…….

내 검을 받아쳤다.

“어떻게…….”

이미 엉망인 몸으로 내 검을 받아칠 힘이 존재했다.

나는 녀석을 보았다.

아직도 그 정직한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녀석의 눈은 꺾이지 않았다.

녀석은 다시 그 검을 들었고 먼저 달려들지 않고 그저 나를 기다렸다.

“그런가…….”

나는 녀석을 향해 검을 쥐었다.

서로가 서로를 마주하고 검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너무도 오래된 과거.

이제는 잊고 살았던 녀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녀석은 지금 내 눈앞의 마물과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하핫…… 신기하네.”

녀석이 갑자기 왜 떠오른 건지.

오늘따라 웃음이 많이 나왔다.

이미 오랜 세월 휩쓸리고 무너지고 사라진 줄 알았던 에고였는데…….

그런데 오늘만큼 미소가 많이 나온 날은 오랜만이다.

싸아아아-

대마법 ‘만벌’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눈앞의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고고하게 검을 들고 나를 기다렸다.

‘먼저 와라는 건가?’

후웅!

내 몸이 빠르게 녀석의 향했고 휘둘러진 검이 녀석의 목을 정확히 노렸다.

녀석의 일련의 작은 동작으로 검을 흘려보냈고 녀석 또한 정확해 대검을 휘둘러 내 목을 노렸다.

나 또한 고개를 살짝 숙여 검을 피했고 서로 간의 양보가 없는 공방이 이어졌다.

서서히 속도는 빨라지고 대검 대 대검의 싸움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속도가 올라갔다.

“하하!”

나는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흥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즐겁다.

녀석과의 싸움이.

내 검이 녀석의 검에 부딪치는 순간 계속 그 녀석…… 내가 회귀자가 되어 수많은 회귀를 하며 결국에는 헤어진…… 이제는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그 녀석과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캉! 팅!!

나는 검을 휘둘렀다.

녀석 또한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캉! 팅! 후웅!

그러나.

영원할 거 같은 공방에도 결국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

내 검이 녀석의 목을 향하려는 순간.

후웅!

나는 그 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몸에 닿기 전에 멈춰 선 검.

나는 녀석을 바라봤고.

“…….”

털썩-

녀석은 결국…… 먼저 무릎을 꿇고 힘이 빠진 것이다.

“하…….”

고개를 푹 숙인 녀석을 김천운은 내려다봤다.

그 표정은 마치 흥미를 잃은 듯한 무미건조한 표정이었다.

“끝인가…….”

나는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내게 사라진 줄 알았던 즐거움을 준 존재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고마워.”

그리고 대검을 높게 들어 올렸다.

이번에야말로 나는 다시 녀석의 목을 내리칠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팔이 내려가지 않았다.

‘왜…….’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 검이 녀석의 몸에 향할 일은 없었다.

그저 인정할 수 없었지만 분명 내 의지로 검을 멈춘 것이다.

나는 눈앞의 녀석을…… 이제는 소년으로 보이는 녀석을 다시 바라봤다.

“김…… 의철…….”

나는 녀석의 이름을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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