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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34화 (134/176)

제134화

#133

그녀가 사라진 정적의 공간.

창문에 비추는 달빛이 어두움 그의 뒷모습을 밝혔다.

“왜…… 그런 말을…….”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그녀를 살리겠다고 결심했다.

오히려 자신을 미워하고 욕을 뇌까릴 줄 알았던 그녀는 생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게 자신을 대해졌다.

“오히려 욕을 했으면 편했을 것을…….”

왜 자신을 지켜 주지 못했나.

자신은 아니어도 윤아만큼은 지켜 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말은 너무나 평온했고 달콤했다.

“뭐가 괜찮다는 말이지…….”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이 되살려 준다는 말을 괜찮다고 답했다.

항상 곁에 있어 주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더욱더 자신의 가슴을 조여들었다.

“대체…… 나는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죠…… 시현 씨…….”

* * *

다음 날 아침.

“참나…… 그놈 마지막으로 한 말 들었어? 무책임한 것도 정도껏이지.”

여관에 나온 제니퍼가 예의에 그놈 ‘김천운’을 생각하며 뇌까렸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크로아이는 귀찮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뭐…… 언행 자체는 예의 바르지 않나?”

“어이쿠 콩깍지 씌웠나?”

“무슨 뜻이냐?”

“하하하! 제니퍼. 누가 들으면 한국인인 줄 알겠어.”

마산도가 호쾌하게 웃으며 답했고 그의 옆에 있던 하아람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

“뭐…… 녀석의 마지막 말은 어떻게 보면 신뢰한다는 뜻이겠지.”

“이상하네…… 같은 한국인인데 어떻게 그 말을 그렇게 해석하지?”

제니퍼는 여관에서 천운이 말했던 마지막 말을 떠올랐다.

‘구체적인 작전은 있어?’

제니퍼는 천운을 보며 물었다.

막상 그 질문을 들은 천운이 답한 말은.

‘알아서 해야죠. 각국의 정예들이 모였는데 제가 어떻게 뭐라 말합니까?’

‘뭐라고!’

‘하아람 영웅님의 ‘진언’이 있고 제니퍼 씨의 고유 스킬이 있는데 그 이상 설명이 필요합니까? 아! 이 말을 안 했네요. 지역 이동권은 각자 쓰라고 준 건 아닙니다. 뭐…… 상황에 따라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움이 될 겁니다.’

음…… 생각해 보니 신뢰해서 그렇게 말한 거 같기도 하고…….

“헉!”

나도 콩깍지 꼈나?

이게 다 성녀님의 위대함 때문이었다.

“여하튼 그래도 방향은 나왔네.”

“그래.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 있으니.”

하아람과 제니퍼는 두 손에 티켓을 꺼내 들었다.

찌이익-

곧바로 양 손가락으로 잡아 양 갈래로 찢어 버리는 하아람과 제니퍼.

그 순간 그녀들의 눈앞에 두 개의 게이트가 열렸다.

각각 자이럼 왕국과 마도 제국으로 이어지는 게이트였다.

“시작하지.”

“나도 준비됐어.”

하아람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각 게이트를 향해 말했다.

[들어라.]

그 단호하며 간결한 한마디.

그 짧은 한마디가 제니퍼의 고유 스킬 ‘확장’으로 인해 거대해지고 확산되며 왕국 전체에 울릴 것이다.

‘확장’은 어떻게 보면 버프와도 같은 고유 스킬이다.

확장되는 것은 마법, 스킬 상관없이 그 모든 것이 확장되니.

정확히 범위나 규모 따위가 아닌 기술의 정밀도와 성능의 한계치가 그녀의 확장으로 몇 분간 사라지는 것이다.

미국의 팔스 길드가 세계의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능력이 컸다.

그녀의 ‘확장’ 자체가 길드원들의 기술과 성능을 더욱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려 주니.

[시련자들은 들어라.]

[굶주림의 증상이 나타날 시 곧바로 출구를 통해 탑 밖으로 나가라.]

“쿨럭…… 커헉!”

말이 끝나자 곧바로 기침을 토해 내는 하아람.

제니퍼의 ‘확장’을 받았으나 부담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 물.”

“여기 있다.”

마산도가 곧바로 하아람에게 물을 건넸다.

꿀꺽- 꿀꺽-

물 한 병을 다 비운 그녀가 다시 말했다.

“하…… 두 번째는 밤에 시도하지. 전역에 ‘진언’을 퍼트렸다고는 하나 못 들은 인간 또한 분명 존재할 거다.”

“그래. 일단 지금은 하라노에게 맡기는 거로.”

* * *

검객 길드의 길드장 하라노 하루나는 특이한 고유 스킬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고유 스킬은 마력이 필요했으며 타고난 마력 또한 특이하여 고유 스킬과 상승을 이룬다.

그녀의 고유 스킬은 마력 특성으로 인해 배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읽어라.”

그녀는 허공에 대고 그렇게 말했다.

아니, 자신의 머릿결을 흔드는 바람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고유 스킬 ‘바람의 기록’은 몸에서 발산된 마력이 바람을 타고 그 흐르는 바람의 닿은 사람의 기록을 읽는다.

어떨 때는 수천 혹은 수만 명의 기록이 머릿속을 헤집을 때도 있으나 그것을 보완해 주는 것이 그녀의 마력 특성이었다.

“정리해라.”

그녀는 마력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라노의 마력은 흔하지 않은 것을 넘어 이질적인 것이었다.

만약 마력이 살아 움직이는 거 같다고 말하면 믿겠나?

그녀의 마력은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하고 움직인다.

자신이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았음에도 마력이 혼자서 방출되고 자신이 수련으로 터득한 스킬들은 허락 없이 발동시킨다.

말 그대로 몸 속에 하나의 생물이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마력에도 장점은 있었으니, 자신의 주인 격인 하라노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존재를 자율적으로 막아 준다.

그것이 머릿속을 헤집는 정보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마력은 수천수만의 정보를 원하는 것을 골라 정밀하게 정리하여 정보를 안겨 준다.

“찾았나……?”

“327명이 못 들었다고?”

“의외로 적군. 제니퍼의 고유 스킬 덕인가?”

막상 혼잣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모습이었으나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위치는?”

“……알겠다.”

사악-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돌연히 사라졌다.

‘진언’을 듣지 못한 남은 327명을 찾기 위해.

* * *

굶주림…….

전쟁에 패한 자들의 말로.

노예로 끌려가지도 못하고 멸망한 왕국에 남겨진 자들.

“부질없었구나…….”

북쪽 폴리오 왕국의 왕태자였던 그…….

폴리오 왕국의 살아남은 마지막 왕족.

그러나 지금은 눈앞의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들과 별반 차이 없었다.

자신은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끝내 죽지 못했다.

“명예로운 죽음?”

헛웃음이 나왔다.

다루인…….

그 개 같은 폭군이 만들어 낸 폐허의 중심.

왕태자는 그를 뇌까리는 듯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루인.

그자는 자신을 살려 줬다.

일부러 죽이지 않고 그저…….

이유는 단순했다.

‘네놈 또한 한 왕국의 왕족이라면 명예롭게 죽어라.’

챙-!

그는 그저 자신의 코앞에 단검 하나를 휙 던져 놓고 대군을 이끌고 떠났을 뿐이었다.

명예로운 죽음?

그렇게 명예를 중시하는 그놈은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 폴리오로 쳐들어와 전쟁을 일으켰다.

과연 그런 놈이 명예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가?

하지만 그런 생각이 지금 무슨 소용인가.

이미 죽은 존재한테서 원망을 느껴 봤자 소용이 없었다.

빌어먹을 다루인 그놈은 자이럼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당했다.

“하하, 하하하!”

그는 폐허가 된 왕국에서 홀로 미친 듯이 웃었다.

그의 정신은 이미 남아나지 않았다.

한순간에 그의 가족이 성이 왕국이 죽고 무너지고 사라졌으니.

“원통하다…….”

제국과 전쟁에서 승리한 자이럼 왕국, 이 세계의 유일한 종교 힐리아 신성국.

그들은 폴리오를 버린 지 오래다.

이미 복수할 상대는 사라졌다.

그러나 왕국의 전쟁에서 자신의 왕국을 버린 제국과 왕국은 번창할 것이다.

“나는…….”

편하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미안하구나.”

굶주림으로 허덕이는 백성들.

그 원통한 광경은 왕태자의 불씨를 키웠다.

왕태자는 그들을 바라보며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구원은 못 하나…….”

슈슉-

그의 손에서 나온 거대한 지팡이.

쿵!

지면에 찍어 내린 지팡이를 시작으로 술식이 전개됐다.

“내 목숨을 바쳐 살아남은 그들에게 너희들과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 주마.”

목숨을 불사르는 금기의 술식.

저주와도 같은 그것이 제국과 두 왕국의 전역에 퍼질 것이다.

* * *

“이제부터 어떻게 한담…….”

한편 천운은 한가했다.

모습 그대로의 표현으로 정말로 한가하여 할 게 없었다.

지금쯤이면 자이럼과 힐리어, 카릴 세 나라의 백성들이 저주로 고통받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너무도 한가한 천운이었다.

“저기 론 님…… 여기는 어딘가요?”

“일주일만 기다려. 아마 괜찮아질 테니까.”

“거참 다짜고짜 사람을 데리고 오더니.”

“나중에 저한테 고마워하셔야 될걸요.”

내친김에 잠시 자이럼 왕국으로 갔다 와 대장장이 D와 세 자매도 데리고 온 참이었다.

2층 보상으로 받은 이동권은 아직 2개 정도 남았으니.

“그래서? 여기는 어디냐?”

“힐리아 성왕국의 대성당이요.”

3층으로 올라온 시점에서 대성당은 회의실이 아닌 본래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장소를 찾고 있던 천운은 이 조용하고 고요한 대성당을 선택했다.

애초에 무해의 성물은 복용하는 것이 아닌 그 물 자체의 신성함이 저주를 차단하니.

천운은 대성당 바닥 곳곳에 성물을 뿌린 뒤 저주가 잔잔해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아마 예상대로라면 일주일 뒤 저주는 자연스레 해주 될 테니.

“일주일 정도만 참으세요.”

“허…… 이유는?”

“한번 성당 밖으로 나가 보실래요?”

D는 천운의 말대로 성당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을 내디뎠다.

“헉!”

그 순간 그는 뒤로 크게 자빠지며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성당과 바깥과의 경계선.

그 경계를 넘은 순간 참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굶주림이 찾아왔었다.

굶주림 때문에 고통까지 느끼다니…….

“알겠죠?”

“이, 이건 뭐냐?”

“저주에요. 3층의 메인 퀘스트죠. 아마 일주일 뒤에 해주 될 겁니다.”

“하…… 쨌든 도움을 받았구나.”

그 굶주림을 느낀 순간 알 수 있었다.

일반인은 하루일 것이고 어느 정도 버티는 인간은 2일.

강인하다고 소문난 자아를 가진 인간은 5일 정도?

그 정도의 위력을 지닌 저주가 바깥에 백성들과 플레이어들에게 내려진 것이다.

“하…… 그런 거였나. 네 도움만 받는구나.”

“괜찮습니다. 일주일 뒤면 괜찮을 테니 그때 나가 보세요.”

“그런가…… 한가하겠군. 너는 뭘 할 생각이지?”

“저는 뭐…….”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

이 넓은 대성당을 잘 활용할 방법은 역시…… 스탯 상승뿐이었다.

“일주일 동안 시간은 많으니 스탯이라도 올려야죠.”

어차피 저주 자체를 해주하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있어야 했으니.

“어? 수녀님이다!”

“와…… 나 처음 봤어.”

‘수녀님?’

미카와 리카의 말에 천운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이곳으로 장소를 정한 것인데 사람이 존재했다.

“……어 그러니까 여러분은 누구세요?”

수녀복을 입은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천운과 그들을 바라봤다.

물론 천운과 그들 또한 수녀의 표정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들 또한 당황하고 있었으니.

그러나 그런 그들과 달리 경악스러운 시선으로 수녀를 바라보는 미르마였다.

[네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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