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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30화 (130/176)

제130화

#129

‘윤현…….’

애초에 녀석이 탑 내부에 들어온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한데…… 설마 순위권 안에 들었을 줄이야.

‘조만간 한설아와…….’

애초에 녀석이 탑 내부에 들어온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한데…… 설마 순위권 안에 들었을 줄이야.

‘조만간 한설아와 내게 접근하겠지…….’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제니퍼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천운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녀는 뭐라 구시렁거리며 혼잣말을 지껄였다.

“하여튼 범죄자 놈들이 끼리끼리 논다고 밖에서 만나면 뒈질 줄 알아.”

거슬리는 중얼거림.

천운은 그녀에게 중지를 세운 뒤 밖을 나왔다.

“어, 어 저놈 봐라! 야! 너 거기 안 서! 아니, 밖으로 따라 나와!”

“자, 자 진정하라니까.”

천운은 그녀를 무시하고 대성당 밖으로 나왔다.

* * *

탑의 시나리오 한설아와 윤현의 만남은 본래 3층에서 이루어져야 할 터이다.

그러나 자신이라는 변수 때문인지, 그는 본래 있어야 할 제국이 아닌 힐리아 왕국을 선택해 이곳에 있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싫어도 한설아와 윤현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터.

‘너무 시기상조야.’

천운이 생각하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 있었다.

소설과는 다른 너무나 빠른 전개.

1년 빨리 나타난 절망의 탑.

윤현의 등장.

천운은 그의 마지막을 알고 있다.

언더의 밀리에게 속아 사용하는 메트론의 눈물.

그 지옥의 마물을 지하 깊숙한 곳에 끄집어내는 데 쓰이는 그 메트론의 눈물이 천운이 알기로는 이곳 힐리아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총 두 개의 메트론의 눈물은 각각 오른쪽 눈의 눈물방울과 왼쪽 눈의 눈물방울을 섞어야 그 효과를 발휘한다.

녀석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그중 하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천운아.]

‘네. 알고 있어요.’

천운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향했다.

이미 녀석이 자신의 뒤를 쫓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천운은 녀석이 나타날 때까지 그저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흠…… 어떻게 안 거지?”

곧이어 느껴지는 인기척과 녀석의 목소리.

윤현은 여유롭게 걸어 나와 천운의 앞에 섰다.

“내가 뒤쫓는 걸 알고 있었군.”

“그래.”

“굳이 죽음을 재촉하는 이유가 뭐냐? 김천운.”

윤현의 기세가 사납게 변하기 시작했다.

천운은 여유를 가장하며 녀석에게 말했다.

“메트론의 눈물을 아직도 찾고 있지?”

윤현의 눈이 좁혀졌다.

손은 이미 도검의 손잡이로 가 있었으며 말 한 번 잘못하면 뽑아 버릴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래……. 그래서 뭐? 그게 유언의 끝이냐?”

“아직도 메트론의 눈물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나 보네?”

으드득- 이를 가는 윤현.

“그래, 그게 내 유일한 희망이다.”

“…….”

천운은 잠시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가족을 잃은 그가 유일하게 찾고 헤매는 그것.

이미 밀리의 수중에는 오른쪽 눈의 눈물방울을 가지고 있으니 이곳에서 왼쪽 눈의 눈물방울을 찾을 가능성이 컸다.

천운은 여기서 제안을 하기로 했다.

“메트론의 눈물이 아직도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나?”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난 그 유물을 얻기 위해 한설아를 죽일 것이다.”

“…….”

굳건하게 독기를 문 그의 말이었다.

그러니 천운은 여기서 선택을 강요했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유물은 없지만…… 대화가 가능한 유물은 존재해.”

“……!”

윤현의 가늘게 노려보던 눈이 서서히 크게 떠지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눈동자.

천운은 말을 이었다.

“제안하지.”

“……제안?”

온갖 암기와 의심이 가득 담긴 한마디.

그러나.

녀석은 이 제안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천운은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 * *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

‘네. 그 이상은 어차피 들을 거 같지도 않고…….’

천운이 내건 조건은 간단했다.

“2층을 공략할 때까지 방해 또는 한설아와의 접촉을 하지 말라고?”

“뭐, 그거면 될 거 같네.”

“그 말은 곧…… 3층에서부터는 네놈을 죽여도 된다는 말이군.”

가늘게 좁혀지는 눈동자.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하나.

“그 전에 유물을 찾아 건네줄 수 있겠지만…… 일단 계약을 할까?”

유물을 건넸음에도 그 계약 조건은 유효해야 하니.

윤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약이라…… 알겠다.”

아주 간단한 조건의 계약이다.

지킬 것은 두 가지.

탑 공략의 방해 금지와 한설아와의 접촉 금지.

간단한 조건의 계약이기에 윤현은 승낙한 것이다.

“제안을 지켜라…… 김천운.”

그 말을 남긴 뒤 윤현은 자리에서 떠났다.

[천운아.]

미르마가 물었다.

[저 녀석과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계약까지 할 필요가 있었어?]

‘네. 저 아저씨의 목적은 탑 공략이 아니라서요.’

애초에 윤현은 탑 공략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니.

이미 사이가 틀어진 길드장들은 그래도 공략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윤현은 탑 공략이 아닌 한설아와 자신의 죽음.

이렇게라도 2층 공략에 방해 못 하게 막아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것보다 궁금한 게…… 아까 성녀가 존재한다고……?”

[아, 아 그래. 성녀는 존재해.]

“존재한다니…… 만나 보셨어요?”

[만나봤으니까 알지.]

“……그렇긴 하네요. 그래서 어디 있는데요?”

[응? 뭐 당연히…….]

미르마의 시선이 가장 드높은 곳에 있는 거대한 성을 향했다.

힐리아 신성국의 대성.

만약 성녀가 있다면 저곳에 존재하는 게 당연했다.

* * *

‘이 남자는…….’

윤시혁의 시선이 한 남자를 향했다.

두꺼운 검을 쥔 채 그저 휘두르기만 반복할 뿐인 남자.

그러나 뿜어내는 기세는 줄어들지 않고 일정했으며 그 위력 또한 쇠퇴하지 않는다.

윤시혁은 눈을 떼지 않고 남자를 바라봤다.

검술의 귀감이라 불리는 일정한 간격.

힘의 강도와 강인한 집중력.

윤시혁은 남자를 보며 생각했다.

‘이 남자는 내가 가장 원하는 형태의 검을 가지고 있다.’

윤시혁은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힐리아 신성국의 선택받은 검의 주인.

가장 드높은 신성을 지키는 검.

길 지하드.

“무슨 일이냐 루벨론.”

윤시혁은 그 거슬리는 루벨론이라는 이름에도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차렸다.

“오늘도 한 수 부탁드립니다.”

“요즘 자주 찾아오는군……. 그래, 나야 여유로우니 검을 들어라.”

윤시혁은 오늘도 그를 상대로 검을 들었다.

‘그는 녀석의 검술과 비슷하다.’

김의철.

항상 그의 검술을 볼 때마다 녀석이 떠오르는 윤시혁이었다.

그러나 녀석과 비교하는 것은 그에게 실례였다.

기량 차이부터가 역력하니.

또한 그의 끝이 예상이 안 갔다.

줄어들지 않는 기량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지금같이 괴물 같은 상태에서도.

‘내…… 목표와 가장 가까운 사내.’

검성.

실제로 본 적은 없으나 만약 존재한다면 현재 눈앞의 사내이거나 아니면 그가 성장하고 끝에 도달했을 때 그것이 검성일 것이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조금 오래가거라.”

승패가 결정된 싸움.

그러나 이 대련에서 얻어 갈 수 있는 것은 많으리라.

나는 그와의 대련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흡수할 것이다.

* * *

‘역병’

나머지 세 나라를 집어삼킬 역병의 폭풍이 불 것이다.

그것은 힐리아를 시작으로 제국을 집어삼켜진 뒤 자이럼으로 넘어간다.

그렇기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플레이어들의 첫 번째 후회는 시작을 힐리아로 선택했다는 점을 후회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자면 첫 번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2층의 시련 ‘역병’의 시작은 방금 말했듯이 힐리아 성왕국이다.

반대로 말하면 힐리아를 선택한 플레이어들한테서 제국과 자이럼에 역병이 닿기 전에 첫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그 역병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현실 세계보다 의료 기술이 뒤떨어진 이 세계에서는 천운의 예상이지만 마법사가 그 의사라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마법사들의 수는 한정적이다.

대략 이 왕국의 일부를 제외한 전부, 심지어 플레이어들까지 이 역병에 감염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천운은 그것을 막을 생각이었을까?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지.’

말 그대로 오래 끌 필요도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간단한 해결 방법이었다.

그것은 역병의 원인.

균을 퍼트리기 전에 녀석을 쓰러트리면 애초에 모든 것이 해결되니.

천운은 2층의 시련이 시작되기 전에…… 그 거대한 역병을 녀석이 힐리아를 포함한 제국과 왕국에 퍼트리기 전에 천운은 그 재앙을 막을 생각이었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1층의 시련 또한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포인트를 모을 수 있었으니 이 2층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 준비를 해야겠지.’

천운의 마력 특성 중 하나인 회복.

그것이 있다 해도 녀석의 역병의 강도는 그 특성을 뛰어넘는 저주에 준할 것이다.

‘혹시 공기를 포함한 마력까지 차단하는 막을 형성하는 마법이 있나요?’

[있긴 하다만 너 정도의 수준으로 그 마력을 구사하고 유지하려면 대충 10분 정도?]

‘짧네요.’

녀석을 상대하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

10분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아예 방책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건 면적을 넓혔을 때 얘기죠?’

[그걸 포함해서 한 말이다만.]

‘굳이 둥근 원형이 아닌 저 몸의 형태에 딱 맞춰서는요?’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하겠지. 나는 가능하다만 시전 하는 건 너야.]

고개를 끄덕이는 천운.

그렇다면 시도해 볼 만하다.

크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자신의 몸에 딱 맞춰 막을 형성한다.

[그렇게 한다 해도 10분 정도 시간이 늘어날 뿐일 거야.]

‘네. 그렇겠죠.’

그렇게 한다 해도 20분이라는 시간.

그 시간 또한 부족한 시간이지만.

‘이건…… 별수 없나?’

혼자서 공략해야겠다는 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20분이라는 시간.

그것이 혼자가 아닌 둘이라면 충분히 공략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그렇다면…….’

별수 없이 녀석을 데리고 와야겠다.

* * *

한편 카릴 마도 제국으로 이동한 의철은.

솔직히 말해 조금 후회 중이었다.

“하…….”

근처의 모든 기구와 현상들이 마법으로 이루어진 제국.

가장 마법이 발단된 이 대도시에서 의철은 돈도 아는 사람도 없었으니 앞길이 막혀 있었다.

막상 던전의 이지가 계속 올려 주는 시스템 창도 없으니.

“하…… 근데 여긴 어디지?”

의철은 혹시 몰라 잠시 탑 밖으로 나간 뒤 팔테인을 들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도 아주 잠시인 10분.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대비하고 준비를 좀 더 많이 하고 올 걸이라는 후회를 하는 중이었다.

[그러게 내가 힐리아 신성국으로 가자고 했거늘…….]

‘신은 안 믿어서…….’

[나도 안 믿는다.]

애초에 신성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꺼림칙하게 느껴진 의철이었다.

그렇기에 일단 마도 제국이라 불리는 이곳에 온 거긴 한데…….

“응? 어, 어 뭐야?”

휙!

그때였다.

누군가 자신의 뒷덜미를 잡아당긴 것은.

그 순간 몸은 무슨 게이트에 끌려들어 갔고 의철의 신형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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