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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26화 (126/176)

제126화

#125

소년을 중심으로 일대에 퍼진 암공간으로 인해 페르도의 기사들은 잠시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저건 대체…….”

페르도가 보고 있는 저 구형의 흑막.

내부는 전혀 안 보이는 것으로 보아 쉽게 판단이 안 섰다.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하겠군.’

아무리 아군이 만든 공간이라도 쉽사리 들어가기는 힘들었다.

“저 마법이 뭔지 알겠느냐?”

가주가 한설아에게 물었고 한설아는 대답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시야를 가리는 마법이에요. 아마 시전자만 저 안에서 멀쩡하게 전부 보일 거예요.”

“그런가…… 소년 혼자서 저 게이트로 넘어오는 대군을 막을 생각은 아니겠지?”

가주의 말에 한설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건 아닐 거예요. 결계처럼 막혀 있는 공간이 아니라서 아마 빠져나오려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 거예요.”

“그런가.”

한설아의 말에 곧바로 방책을 생각해 낸 가주였다.

“마법사들은 공간에서 빠져나온 병사들을 요격하라! 나머지 병사들은 나를 따라 공간 주위를 둘러싸라!”

“예!”

그가 재차 일어섰고 한설아가 가주의 뒤를 따랐다.

“넌 여기 남거라.”

“아니요. 저도 갈게요.”

“…….”

가주의 시선이 한설아를 향했다.

지그시 바라보는 가주.

한설아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하…… 누굴 닮은 건지. 내 옆에 붙어 있어라.”

“네!”

가주는 병사들을 이끌고 그 암공간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정말 기이한 공간이군.’

가주가 공간에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었다.

확실히 눈으로만 보이는 공간.

결계로 공간 자체를 차단한 것은 아니었다.

들어오는 것도 빠져나오는 것도 가능한 공간이지만 가주가 경악한 것은 그 범위에 있었다.

‘이 정도 넓이를 구사하려면 마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

“한 소년의 몸에서 나온 마력이라니…….”

그렇게 그 거대한 암흑을 경악하며 바라봤을 때.

“끄아아악!!”

“제발! 제발!”

그 흑암의 공간에서 기이한 단말마가 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암흑의 공간에서 겁이 질려 빠져나오는 병사들.

“적군이다!!”

한 병사가 외침에 가주가 번뜩- 병사들에게 알렸다.

“전투를 준비하라! 마법사들은 요격 준비!”

“옙!”

그러나 막상 긴장된 얼굴로 전투를 치르려던 페르도의 병사들은 적군의 상태를 보고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겁에 질려 무언가에 도망치듯 이 암공간에서 빠져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무작정 빠져나온 그들을 요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그들은 무언가로 인해 사기가 빠졌으니 그 전투는 사투가 아닌 학살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 * *

한편 다루인의 군사 측에서는.

“후방의 원군은?”

“그게 아직…… 괴멸된 거 같습니다.”

“뭐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다루인의 왕이 노성을 지르며 말했다.

“크윽, 그렇다면 랄트 장군을 믿는 수밖에 없겠군.”

게이트는 한곳이 아니었다.

총 3만의 병력 중 1만의 병력을 게이트를 이용해 후방을 치려고 했으니.

맥트 장군이 실패했다면 현재로선 또 다른 후방을 노리는 랄트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저, 전하! 국왕 자이럼이 선두에 섰습니다.”

“저 다혈질 늙탱이가!”

마법사인 주제에 저돌적인 성격을 가진 자이럼.

그것을 예상하여 후방을 치려 한 것인데…….

후방을 치라고 한 원군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정황은?”

“아무래도 수로 인해 밀리는 경향이니 후방의 원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랄트에게 급히 알려라. 때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진군하라고.”

“예. 알겠습니다!”

전장에 상황이 바뀌었다.

이미 자이럼의 방패 페르도가 후방을 지키고 있던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군을 두 개로 나누어 후방을 치려 한 것인데…….

맥트 장군의 부대가 너무도 일찍 당한 것이다.

현재로선 믿을 수 있는 것은 랄트 장군밖에 없었다.

“저, 전하!”

“무슨 일이냐!”

그러나 그 시도는 한순간에 막히고 말았다.

“동쪽의 성국이 관여한 거 같습니다!”

“뭐라고? 신성국이?”

“현재 진군을 한 랄트 장군이 성기사들로 보이는 자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크윽!!”

상황이 크게 잘못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땅만 건들지 않는다면 관여하지 않을 힐리아 성국이 설마 자이럼 왕국을 지원할 줄이야.

“그렇다면.”

쿵!

다루인의 왕.

그가 자신의 거대한 메이스를 들고 일어섰다.

“내가 가겠다.”

* * *

한편 후방을 치려던 다루인의 장군 랄트는.

캉! 챙! 휘리릭!

“크윽!”

랄트의 검에 칼날이 반으로 잘려 허공을 돌며 땅에 박혔다.

눈앞의 힐리아 성기사단의 단장 루벨론에 의해서.

“설마…… 루벨론. 네놈이 이곳에 올 줄이야.”

루벨론은 남자를 내려다보며 검을 들었다.

힐리아의 성기사 단장이라는 사내의 눈은 매섭게 좁혀졌으며 칼날에는 그 작은 망설임이 없이 냉철했다.

“난 루벨론이 아니다.”

랄트는 의문스럽게 미간을 좁혔지만,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차아악!

“버러지 같은 것이…… 어딜 감히 패자가 눈을 치켜뜨고 있나.”

윤시혁은 칼을 휙 휘두르며 칼날에 묻은 피를 털어 냈다.

“가자.”

“예!”

그들의 임무는 마쳤다.

그들은 다시 말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마법을 푼 천운은 주위를 둘러봤다.

쓰러진 병사들이 산을 이루었고 피가 웅덩이를 만든 죽음의 공간.

[천운아…….]

미르마가 걱정스럽게 천운을 바라봤다.

그러나 천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 올라 미칠 거 같았다.

그것이 이 탑의 역할의 동기화겠지.

“스읍~ 하…….”

천운은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결국 모든 것은 시스템이 만들어 낸 허상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며 그것을 재현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일들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저는 론 헤일리가 아니에요.”

[그래. 그리고 그를 대신할 수도 없지.]

마음이 진정된 천운은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저 멀리.

병사들을 이끌고 다가오는 군인이 보였다.

‘저 문장은…….’

[페르도 가문이군. 자이럼의 방패라 불렸지.]

“페르도라면…….”

“천운아!”

한 소녀가 말에서 내려 천운에게 달려왔다.

얼굴과 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저 붉은 적안으로 알 수 있는 인물은 한 명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설아는 페르도 가문의 막내딸이었지?’

눈앞에 자신의 본명을 부르며 달려오는 소녀는 한설아가 분명했다.

천운은 손을 흔들어 주다가도 문득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깨달았다.

‘공헌도는?’

공헌도 : (1,258포인트)

‘아직 멀었어.’

현재로선 참여한 플레이어들보다 앞서고 있지만, 그들과의 차이가 금방 벌어지는 것이 이 전장이다.

곧이어 가까이 다가온 한설아에게 문득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는 천운이었다.

“으, 응?”

천운은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조용히 한설아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나중에 찾아갈게.”

페르도 공작가 가주의 앞이었다.

현재 신분이 천민인 천운이 무턱대고 친한 척을 하면 후에 일이 귀찮아질 것이다.

천운은 마투법을 발동하여 다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방을 향해 달렸다.

한설아는 멍한 표정으로 천운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오랜만에 봤는데 너무하네…….”

* * *

천운이 전장에 돌아왔을 때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수로는 자이럼 측이 압도했겠지만 잘 훈련된 군사 국가의 병사들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 병사들의 대부분이 마력을 쓰니 어찌 보면 비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샌디야.”

천운이 샌디를 부르자 손목에 있던 샌디가 6등분으로 나뉘었다.

4마리의 샌디가 천운의 사방을 지켰고 나머지 2마리는 여전히 천운의 손목에서 무수한 무기를 드러냈다.

‘특성이 없어도.’

사르륵-

4마리의 샌디의 몸에서 나오는 무수한 칼날들.

오직 특성이 없는 형태만 이루어진 무기.

‘하지만 그 수가 많다면.’

6마리의 샌디의 몸에서 뻗어 나온 실과 그 끝은 천운이 지금까지 만들어 낸 병장기로 돼 있었다.

샌디 한 마리의 몸에 30의 무기가 달린 것이다.

“가자.”

천운의 발걸음이 그 치열한 전장을 향했다.

천운은 그저 걷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천운을 둘러싼 그 무수한 무기들은 정확히 적의 심장을 향해 날카롭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건!”

“아, 악몽이다! 악몽이 돌아왔다!”

병사들이 샌디를 본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겁에 질리기 시작하는 병사들.

“끄아악! 도망쳐!”

“아, 악몽이 나타났어…….”

검은 악몽.

한밤에 습격한 정체불명의 무언가는 그저 전멸이 아닌 일부를 습격하고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그것이 다루인의 검은 악몽이었고 소문이 아닌, 자신들이 눈으로 목격한 진실이기에 더욱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윽! 끄아아악!”

“살려 줘!”

어느새인가. 천운이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맞서야 할 병사들이 그저 샌디의 모습만 보고 도망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천운은 병사들에게 맞춰 달리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안 온다면 자신이 가면 되니 말이다.

쿵! 파지직-

그때였다.

천운의 앞길을 막은 거대한 도끼를 든 사내.

그가 저 멀리 다루인의 진형에서 점프해 천운의 앞길을 막은 것이다.

“여기까지다! 악몽이여!”

키이이잉!!

그의 거대한 도끼가 울음을 토해 냈고 전방에 선 샌디가 몸을 늘려 방패를 만들었다.

카캉!!

그는 도끼를 휘둘렀고 검격 비슷한 것이 날아와 천운을 향했다.

동시에 몸을 늘려 방패가 된 샌디가 쉽게 갈라졌고.

[ㅇㅇ!!]

두 번째 샌디가 또다시 몸을 늘려 그 검격을 막아 냈다.

그 모습을 본 눈앞에 사내가 히죽 웃으며 우렁차게 말했다.

“나! 다루인의 장군 길버가 상대하겠다! 덤벼라!!”

길버.

공헌도 700의 강자.

하지만 녀석을 상대하며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남은 마력은?’

마력 : (26.1/50)

26이면 괜찮겠지.

아직 만다라를 사용하지 않은 천운이었다.

곧바로 크리티컬과 마투법을 발동하며 자세를 잡았다.

“힘에 자신 있나 봐?”

“덤벼라! 악몽이여! 네놈의 악을 내 도끼로 갈라 주마!”

천운이 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곧바로 손목을 타고 손을 향해 거대한 망치의 형태를 이룬 샌디.

천운은 샌디의 몸에 마투법의 마력을 흘려보냈다.

웅! 웅! 웅!

천운의 거대한 망치가 녀석의 도끼처럼 흔들리며 울음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탁!

천운은 녀석을 향해 크게 도약했다.

두 손을 위로 크게 치켜든 천운.

그 도끼에 크리티컬과 마투법의 힘이 담겨져 있었다.

후우웅!!

녀석을 향해 파공음을 흘리며 쇄도하는 거대한 망치.

천운은 녀석을 향해 그대로 망치를 내리쳤다.

콰쾅!!!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사아아아악-

사방으로 흩어지는 거대한 연기가 천운과 녀석의 몸을 가렸고 주위의 병사들과 플레이어들이 그곳을 바라봤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천운은 다시 망치를 휘둘러 그 주위를 가린 연기를 갈무리했다.

훅- 파아앙!

망치의 풍압으로 인해 연기가 개이고 그곳에는 한 소년이 거대한 망치를 든 채 서 있었다.

다루인 측의 병사들은 그 경악스러운 장면을 목도한 것이다.

자신의 장군이 한 소년의 일격으로 인해 죽은 것이다.

[저, 저건…….]

미르마 또한 동시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오랜 기억.

그 기억 속 한 남자가 천운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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