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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19화 (119/176)

제119화

#118

자이럼 왕국의 위치한 마법사들의 성역 마탑.

“우와…….”

질 크롬벨의 눈이 이채를 띠며 반짝이고 있었다.

눈앞에 층을 쌓아 놓은 지식의 산물들이 크롬벨을 반겼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뭐야?”

크롬벨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서재를 살피기 시작했다.

시작은 분명…… 그 검은 모래에 관해 연구하던 도중, 들고 있던 모래와 함께 탑 내부로 순간 이동된 뒤 분명 시련을 참가하기 위해 왼쪽 문으로 들어온 거까지는 기억한다.

시련이라길래 잔뜩 긴장하고 들어왔건만…….

‘사실 내가 들어온 문이 천국으로 통하는 문인가?’

아무렴 어때 지식만 쌓으면 그만이지.

크롬벨은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며 서재의 책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곳이 어디인지 자신의 역할이 뭔지도 모른 채 책을 고른 크롬벨은 근처 넓은 책상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눈이 희번덕 떠졌다.

‘이건…….’

잘못 본 건가?

책의 내용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 눈을 좁히는 크롬벨이었다.

‘세상에……!’

경악스러운 내용이었다.

이곳 전체 마법 지식은 자신이 사는 현계보다 더욱 진보되어 있었으니.

눈대중으로만 봐도 알겠다.

술식의 기술 난이도가 더욱 난해하지만, 효과는 훨씬 실용적이라는 사실을.

크롬벨은 다시 제대로 자세를 잡은 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안 뒤 1초라는 작은 시간이 서서히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과연 자신이 이 탑에 언제까지 있을 수 있을까?

그 시간이 제한적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크롬벨은 다시 일어나 책을 가지고 와 옆에 수북이 쌓은 뒤 책을 읽어 나갔고 어느새 시간이 밤이 되었을 무렵.

“응?”

주위를 살피더니 로브 차림으로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흐아아암~ 자면 안 되는데…….”

졸음이 좀 몰려오긴 했지만 그래도 꿋꿋이 책을 읽던 와중.

“후오…….”

누군가의 감탄하는 목소리에 크롬벨은 뒤를 돌아봤다.

로브의 후드로 얼굴을 가린 한 여자였다.

후드 사이로 흘러내린 금발과 입술 외에는 그녀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 시간까지 책을 읽은 거니?”

“어…… 저, 네.”

“책을 많이 좋아하나 보구나.”

“네. 저 근데 누구세요?”

크롬벨의 물음에 그녀는 작게 미소를 보냈다.

“시간 있으면 잠시 따라오겠니?”

“아, 그건 좀…….”

“새로운 깨달음을 알려 줄게.”

“네. 갈게요.”

대답은 빠르게 나왔다.

마법사들에게 깨달음은 새로운 지식이었다.

크롬벨은 쫄랑쫄랑 그녀의 뒤를 따랐고 어느새 계단에 올라 탑 위층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야 크롬벨은 여긴가 어딘지 궁금했다.

“혹시 여기 서재는 어디예요?”

“응? 질문이 참 이상하네. 어딘지도 모르고 왔다는 거니?”

“네…….”

“후훗.”

그녀는 그런 크롬벨의 행동이 귀여운지 작은 미소를 내보였다.

“하긴, 자이럼 왕국의 마탑이 개방적이라 도서관과 다를 게 없긴 하지.”

터벅- 터벅-

그녀의 발걸음이 점점 위층을 향했다.

크롬벨도 슬슬 다리에 힘이 들 정도였으니.

그리고 마지막 그 계단의 끝에는 은색으로 빛나는 문이 있었다.

그녀는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으며 크롬벨 또한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제야 그녀는 쓰고 있던 로브를 벗어 던지고 옆 옷걸이에 걸어 놓았다.

“와…….”

찬란하게 흘러내리는 금발과 영롱한 푸른색의 눈.

아름다운 이목구비에 잠시 그녀를 쳐다보던 크롬벨의 눈이 신기하다는 듯 둥글게 떠졌다.

그때였다.

눈앞에 무슨 퀘스트라고 적힌 창이 뜬 것은.

{퀘스트}

[대마법사 엔도르 미르마의 깨달음 중 하나를 얻으십시오.]

* * *

수십 년 전.

마물과 마수가 처음 등장했을 대재해의 시대.

그 시대에는 아직 아베타라는 초월적인 힘의 존재가 없었으니 화력도 화기도 통하지 않는 그 괴수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사람들은 죽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 시대 이후인가?

마물과 마수를 상대로 병기가 통하지 않기에 사라진 것은.

그것은 마물과 마수뿐만 아니라 아베타 또한 화기가 통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쓸모를 잃은 병기는 없어지고 오직 검이나 활 같은 무기가 그 이상의 위력을 발했으니.

“적어도 조금 진보된 게, 네가 다니는 길영트의 생도 훈련용 시설이다만…… 물론 그것도 내가 조금 손본 거다.”

생도용으로 만들어진 훈련용 시설들.

물론 생도의 성장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기는 하나 마물과 마수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훈련용이니.

“그러니 자연스레 병기의 기술이 쇠퇴할 수밖에. 요즘 시대에 사람들은 아베타가 금이라고 여기니 말이다. 하지만!”

탕!

대장장이 D가 책상의 도면을 탕 내리치며 천운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사람의 손을 쓸 필요 없이 마물과 마수를 통틀어 던전을 클리어할 병기가 생긴다면?”

씨익 미소 짓는 D의 표정에는 확신이 묻어 나왔다.

“만약 이것이 완성한다면 사람의 손을 쓸 필요 없이 마수 테러나 던전 브레이커에서도 안전할 것이다.”

“그렇군요.”

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눈앞에 그 형태와 술식이 그려진 도면은 사람으로 치면 팔에 해당하고 있었다.

“‘호문클루스’. 내가 만들려는 그것의 이름이다.”

천운은 잠시 도면에 그려진 술식을 바라봤다.

이 술식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따로 있었으니.

‘미르마가 보기에는 어때요?’

[생각보다 심도 있는 술식이네. 아무래도 술식 자체를 녀석이 연구하여 기존에 있던 걸 고쳐 쓴 거 같은데…….]

대단하구나.

미르마가 감탄의 목소리를 흘리며 D를 바라봤다.

이 정도 지식의 사내가 그 세계에 있었을 줄이야.

마법사도 아닌 주제에 기존의 술식을 고쳐 쓸 지식이 머릿속에 담겨 있었다.

[마법사가 됐으면 크게 대성했을 사내야.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다시 도면으로 향했다.

[이 설계는 실패할 거야.]

‘네.’

천운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길이 막혔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니.

“아저씨.”

“그래. 왜 그러느냐?”

동시에 천운 또한 미력하나 방법은 하나 알고 있었다.

“제가 조금 도와 드려도 될까요?”

“네가 도와준다고? 하하하하! 재밌구나. 뭐…….”

그는 다정한 미소를 보이며 내 머리를 손으로 헝클었다.

“알고 있다 해도 괜찮단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 도면을 설계하고 싶지는 않구나.”

“도면 설계 자체를 도와준다는 말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힌트에 가까울 거예요.”

“힌트? 그게 무슨 말이냐.”

그가 유심히 천운을 바라봤고 천운은 자신의 기억상 알고 있는 사실을 말했다.

“도면에 술식을 보니 유물 특성이 아니라 마법 술식을 이용할 생각이죠?”

“특성 부여는 힘들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니 말이다.”

“제가 알기로는 이 근처에 마탑이 있을 거예요.”

“마탑? 마법사들의 성역 말이냐?”

“네. 그리고 아마…….”

멸망한 세계의 마법이란 현세의 마법보다 더욱 진보되어 있다.

그것을 미르마를 통해 확인했고 아마 이 자이럼 왕국의 마탑에서 D가 찾고자 하는 술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법이라…… 거기서 내가 바라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확신은 할 수 없어요. 뭐, 그래도 계속 집무실에 앉아 생각하는 거보다는 나을 수도 있겠죠?”

“흠…… 뭐 좋게 새겨들으마. 고맙구나.”

* * *

자이럼 왕국의 왕궁.

왕좌의 앉은 자이럼 왕국의 왕.

‘쿠일드 포르데 론 자이럼’의 눈매는 누군가를 향해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말이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 서쪽의 사신이여.”

서쪽의 군사 국가 다루인 왕국의 사신이 가지고 온 서신.

그것은 말 그대로 선전 포고였다.

“전쟁이라……. 이유를 모르겠군.”

“과거 자이럼 왕국이 서쪽 해양의 경계선을 넘어 불법으로 조업하지 않았소.”

“그것에 관해 공식 사과와 함께 보상을 주었네만?”

“우리의 왕께서는 성에 차지 않았소.”

왕의 가라앉은 눈매가 그를 향했다.

그는 이미 지치고 늙어 권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서쪽 군사 국가에서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그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그렇기에 반대로 여유롭게 느껴졌다.

또한 이유를 모른다고 했으나 언뜻 그 군사 국가의 의중을 알고 있는 그였다.

‘건방진 녀석들…… 공존이 아닌 지배를 바라는군.’

군사 국가 다루인의 왕.

그의 야망은 왕국을 제국으로 바꾸는 것.

그렇기에 시답지 않은 이유로 전쟁을 하여 북쪽의 왕국과도 전쟁을 치른 것이겠지.

“다음은 남쪽인 우리였군……. 여봐라!!”

“예!”

“눈앞에 사신의 양팔을 잘라 성문에 걸어 놓고 놈을 왕국으로 돌려보내라!”

흠칫!

순간 다루인의 사신이 눈을 크게 뜨며 경악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자이럼의 왕! 후안이 두렵지도 않소!”

“서쪽의 사신이여, 어리석구나. 그럼 전쟁을 선포한 나라의 사신을 곱게 돌려보낼 줄 알았느냐?”

“우리 왕국이 이 사실을 카릴 마도 제국에 항의할 것이오!”

“크하하!”

왕의 조소가 왕궁에 울렸다.

권태로우며 쇠퇴해 보이기까지 한 왕의 모습과 달리 그의 조소는 왕궁을 울릴 정도로 우렁찼다.

“그렇기에 네놈이 어리석은 것이다. 그놈 또한 네놈이 곱게 오지 못할 거란 사실을 알고 있겠지. 나 또한 그놈을 알고 그놈 또한 나를 아니.”

“허억! 헉!”

“썩! 꺼져라! 다루인의 개여.”

“끄아아악! 이거 놔! 놓으라고!”

왕국의 기사한테 두 팔이 잡혀 왕궁에 끌려 나오는 그는 눈을 크게 뜨며 이를 으득 물고 왕을 노려보고 있었다.

“후회할 것이오!”

“잠깐.”

왕의 말이 기사들에게 향했다.

기사들은 잠시 멈춰 섰고 사신은 왕을 보며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자, 잘 생각했소! 이 말은 내 꼭! 왕에게 전달해 주겠소.”

“그래, 다루인에게 전하라!”

왕은 일어서 허공에 손을 뻗었다.

슈슉-

허공에서 지팡이가 현현해 왕의 손에 쥐여졌고 지팡이의 끝이 그를 향했다.

“왕들의 왕을 꿈꾸는 어리석은 다루인에게 전하라. 나 자이럼 왕국의 왕이자 대마법사 쿠일드 포르데 론 자이럼이 상대하겠노라고. 데리고 가거라!”

눈이 크게 떠진 사신은 왕을 바라봤다.

쇠퇴했다고 들었던 모습과 달리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여전했다.

‘서, 설마! 아직 건재하다는 건가!’

사신이 다시 기사들에게 끌려갔을 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왕은 다시 왕좌에 앉아 턱을 괴어 생각에 잠겼다.

서쪽의 왕 다루인.

‘녀석이 드디어 우리 왕국을 노리는군.’

전쟁은 3주 뒤.

녀석도 눈이 있으니 제국법을 지켜 그보다 더욱 빠른 시기에 전쟁을 치르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의 시작이다…….”

협상도 없을 것이다.

녀석의 야망은 애초에 무력으로 인한 정벌이니 과거 마법의 힘이 극대화한 카릴 마도 왕국이 왕국들을 하나씩 무너트리고 제국이 된 것처럼 녀석들도 그것을 원할 것이다.

“여봐라! 총리 대신.”

“예. 전하.”

“마탑의 녀석에게 연락하고 페르도 공작가와 크루드 백작가에 전하라.”

“뜻을 따르겠나이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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