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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14화 (114/176)

제114화

#113

‘아직 살아 있어.’

천운은 잠겨 있는 쇠창살을 향해 다가갔다.

창!

쇠창살 문을 잡아당기자 파찰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흐아아앙!”

“제발……!”

그 모습을 본 소녀들은 더욱 기괴한 것을 봤다는 듯이 겁을 먹으며 울기 시작했다.

천운은 곧바로 손에 마력을 둘러 쓰러진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대로 소녀의 팔에 손을 얹자 손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소녀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천운이 가지고 있는 회복 특성이 저주나 독 따위를 해독시킬 것이다.

“어?”

“언니.”

쓰러진 소녀의 창백한 안색에서 혈기가 돌기 시작했다.

치료가 된 것을 확인한 천운이 두 소녀에게 고개를 돌리니 그녀들은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천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누, 누구세요?”

그녀들의 모습을 보니 아직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다.

천운은 혹시 몰라 두 소녀에게도 회복 특성 마력을 둘린 다음 입을 열었다.

“따라와.”

천운은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안은 뒤 쇠창살 밖으로 나왔다.

두 소녀는 서로 뚱한 표정으로 마주 보다 이내 천운을 뒤따랐다.

“어! 마법사님!”

아지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란이 헐레벌떡 천운에게 다가갔다.

구란을 보자 소녀들이 겁에 질린 듯 두려움에 벌벌 떨기 시작했다.

“허…… 이 아이들은…….”

“지하에 있었어요.”

“아무래도 질라 녀석이 독 실험용으로 구해 온 애들인 거 같습니다.”

독 실험이라…….

천운이 왔을 때는 이미 그녀는 중독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불과 몇 분 전까지는 이곳에 질라가 있었다는 말인데…….

“저, 마법사님? 혹시 질라는……?”

“안에는 없었어요.”

“그렇다면 아마 게일드 녀석과 같이 있을 겁니다.”

“게일드? 그 블랙맘바 뭐시기요?”

“예. 곧바로 가시죠.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요.”

잠시 고개를 돌려 소녀들을 바라보는 천운이었다.

“집은 어디야?”

“네, 네? 그, 그게…….”

“저희는 집 없어요…….”

천운의 손목에서 샌디가 흘러나왔고 곧이어 크게 몸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우리 집 기억하지?’

[ㅇㅇ!]

천운은 안고 있던 소녀를 살포시 샌디에게 넘겼고 그녀들에게 말했다.

“일단 얘를 따라가. 나중에 얘기하자.”

“저, 저기…….”

“응?”

“고맙습니다.”

* * *

“어이, 질라. 독은 어디 있지?”

“걱정 마라. 잘 모셔 놨으니.”

“좋군.”

블랙 맘바의 아지트.

그곳에 게일드와 질라의 계획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마법사놈은 언제 칠 거야?”

“일단 녀석의 정체를 알아야지.”

“방법이 있나?”

탁! 치이이-

시가를 입에 문 게일드.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로벨리아를 믿나?”

“그 말은…….”

“그래. 그년은 이미 마법사의 정체를 알고 있을 거다.”

“역시나. 그 미친년은 알고 있을 거 같더군!”

탕!

책상을 치는 질라는 성을 내며 그녀를 뇌까렸다.

어쩐지 상황에 맞지 않게 내뺀다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다니.

“반대로 그년은 마법사의 수준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하긴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지랄을 떨었겠지. 하지만 이 독이라면 괜찮아.”

“그래. 마법사들에게는 극독이니 말이다.”

크흐흐흐-

암실을 가득 메우는 조소.

그들은 계획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쿠쿵! 쾅!

이 굉음이 들리기 전까지는.

“뭐야?”

“어이! 무슨 일이냐!”

벌컥!

암실의 문이 열리고 다급하게 들어온 부하 한 명이 질라와 게일드를 향해 소리쳤다.

“습격입니다! 보스!”

“뭐? 습격? 혹시 흑장미냐?”

“아, 아니 그, 그게…….”

“똑바로 말해!”

“하! 한 명입니다!”

“한 명이라고?”

게일드와 질라의 미간이 좁혀졌다.

표정으로만 봐도 뭔 개소리를 하는 거냐고 묻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곧 게일드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설마…… 마법사냐.”

“네, 네!”

“질라! 독을 가져와라.”

“알겠어.”

그대로 게일드는 질라와 함께 방을 나왔고.

“이런…….”

널브러진 사내와 그 중심에 서 있는 소년.

그것이 게일드와 질라가 암실을 나오자 본 장면이었다.

* * *

천운과 눈이 마주친 게일드.

‘어린애라고?’

아무리 봐도 눈앞의 마법사라는 놈이 소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게일드였다.

그러나 느껴지는 분위기는 보통 어린 소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천운의 찡그러진 표정이 게일드를 향했다.

“네가 게일드야?”

“……그렇다.”

게일드가 팔에 휘감은 쇠사슬을 풀었다.

천운이 쇠사슬을 본 순간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게일드가 휘감은 저 쇠사슬은 분명…….

‘유물?’

그가 팔에 휘감고 있는 쇠사슬이 유물이었다.

‘저 녀석은 마력을 못 쓰는 게 아니었나?’

[저건 분명…….]

‘뭔지 아시겠어요?’

미르마의 눈이 좁혀졌다.

그녀의 시선이 게일드의 사슬로 향했다.

[저건 마법사가 만든 물건이야. 굳이 마력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게 내부의 마력이 깃들어 있어.]

‘그래요? 뭐, 그래도.’

녀석이 유물을 사용할 수 있다 하여도 크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질라! 어서 가라!”

“조금만 기다려라!”

질라가 급하게 계단을 향해 올라갔다.

게일드는 휘감고 있던 쇠사슬을 휙휙 돌리며 천운에게 물었다.

“너는 대체 정체가 뭐냐. 보아하니 마법으로 모습을 바꿨나 보구나.”

“보는 사람마다 어린애 취급하네. 17살인데 말이야.”

“개소리!”

그가 일갈하며 천운에게 소리쳤다.

“그 정도 경지의 마력을 지닌 놈이 고작 17살 애라는 말을 믿을 거 같으냐!”

훙!

휘둘러진 쇠사슬이 천운에게 쇄도했다.

쾅!!

천운은 몸을 돌려 피했고 그대로 지면에 내리쳐진 쇠사슬이었다.

‘묵직하네.’

[당연하지. 술식이 새겨진 무구니까. 아마 무게 증강 술식이 새겨져 있을 거야.]

“크흐흐.”

천운이 자신의 쇠사슬을 피한 것을 확인한 게일드가 무언가를 확신하고 조소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런 왜소한 몸으로 그런 힘을 낼 수 있다 했더니 근력 증가 마법인가 보군.”

게일드가 우려하던 것은 마법사가 원소 계통의 범위 마법을 쓸 수 있냐는 가능성이었다.

그러나 주위의 흔적을 찾아봐도 불에 그슬렸거나 땅이 젖은 축축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눈앞의 녀석은 그저 손으로만 이 지경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흡!”

그의 두 개의 쇠사슬이 양옆으로 천운에게 쇄도하는 순간!

탁! 탁!

천운은 그대로 앞으로 내달려 쇠사슬을 피했고 쇠사슬이 서로 부딪치며 파찰음이 터져 나왔다.

“크흐흐!”

그러나 여전히 비릿하게 웃고 있던 게일드였다.

그가 그대로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쇠사슬은 뱀처럼 살아 움직여 천운의 뒤를 노렸다.

‘독도 필요 없겠군.’

사아아악!

날카롭게 쇄도하는 쇠사슬.

소년의 죽음을 확실시한 게일드는 동시에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쇠사슬은 원심력을 이용해 휘둘러진 것으로 보였으나 굳이 자신이 손을 안 써도 알아서 움직이는 쇠사슬이었다.

게일드는 꽉 쥔 주먹을 달려드는 천운에게 휘둘렀다.

“죽어라!”

뒤에는 쇠사슬, 앞에는 게일드의 주먹이 휘둘러져 왔다.

“뭐?!”

게일드가 승리를 확신한 순간.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게일드는 믿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본 것이다.

소년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훙!

그대로 뒤로 크게 뛰어 백덤블링을 하는 천운이었다.

게일드의 펀치와 같이 쇠사슬을 피해 내는 천운이었다.

쾅! 쿵!

“크헉!!”

동시에 강하게 쇄도하던 쇠사슬은 그대로 게일드를 향했다.

쇠사슬을 맞은 게일드는 반동으로 저 멀리 날아갔고 그대로 피를 토하며 지면을 몇 번이나 구르며 고통에 신음을 흐렸다.

퍽!!

천운은 날아가는 게일드를 향해 망설임 없이 발차기를 날렸고 더 멀리 날아가 땅에 구른 게일드가 토혈을 하며 천운을 올려다봤다.

“크허헉! 커헉! 어, 어떻게…….”

“너무 뻔하잖아.”

애초에 마력이 담긴 쇠사슬이다.

그것을 천운이 감지할 수 없을 리가 없었다.

“크흑! 이, 이런 개자식이!”

몸을 일으키려는 게일드.

그러나 천운이 그렇게 놔 둘 리가 없었다.

그대로 게일드에게 다가간 천운이 녀석의 얼굴을 발로 후려치며 입을 열었다.

“질라의 아지트에 11살 남짓 애들이 있던데…… 네가 납치한 거냐? 보니까 주업이 납치, 살인 의뢰라던데.”

“크흐흐……. 질라 녀석이 필요하다 해서 준 녀석들이지. 납치는 날까마귀 녀석들이 하고.”

“의외로 순순히 대답하네?”

고개를 든 게일드가 진한 웃음을 지으며 천운에게 말했다.

“어차피 곧 죽을 녀석이니 말이다. 질라!!”

치이이이익!!

천운이 고개를 돌린 순간.

녹색의 뿌연 연기가 1층 공간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어이! 게일드!”

“늦지 않았군, 질라.”

게일드는 질라가 가져온 방독면을 착용하며 몸을 일으켰다.

“크흐흐흐. 오만했구나! 마법사여! 아무리 네놈이 마법을 부릴 줄 알아도 그 극독 속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크하하!!”

승리를 직감한 자조적인 웃음소리.

게일드가 승리를 확신한 순간.

훙!!

천운은 그대로 땅을 박차고 뛰어 녀석의 미간에 주먹을 내질렀다.

“크학!”

훙! 파앙!!

그대로 몸이 날아가 벽에 꽂힌 게일드였다.

옆에 있던 질라의 눈이 크게 떠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어떻게!”

“너는 마지막이야.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저벅- 저벅- 천운의 발걸음이 게일드를 향했고 고통에 신음을 흘리는 게일드가 고개를 들어 천운을 보았다.

“어, 어떻게! 대체 어떻게!”

후웅! 쾅!

녀석의 말에 대답해 줄 가치가 없었다.

천운은 연신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고 그대로 발목을 잡아 반대편에 패대기치기 시작했다.

훙! 쾅! 훙! 쾅!

“크헉! 컥!”

“아, 아…….”

등에서부터 오소소 소름이 돋기 시작한 질라였다.

감히 녀석이 행하는 짓거리는 악귀나 다름없었다.

그제야 상황이 잘못 돌아가는 것을 인지한 질라가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알아본 천운이 질라에게 말했다.

“한번 경고하면 알아들어야지.”

후웅- 화르륵!

질라의 주위에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지옥염을 질라의 주위에 피어오르게 하여 도망가는 것을 막은 것이다.

“서, 설마! 원소 마법……!”

“크허…… 쿨럭……. 허억…… 허억…….”

게일드의 시선이 피어오르는 화염을 향했다.

“이건…….”

게일드는 지옥염을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눈앞의 소년은…… 아니 마법사는 저 정도 규모의 범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상대할 때는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런가…….’

게일드는 그제야 깨달았다.

눈앞에 마법사는 애초에 저 정도 파괴력을 가진 범위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신들을 쓰러트릴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었다.

그 말은 곧.

처음부터 녀석을 상대로 이길 가능성이 없었다는 말이었다.

“다 쉬었지?”

천운은 다시 주먹을 쥐었고.

“그래…….”

게일드는 단념하여 눈을 감았다.

퍽! 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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