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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12화 (112/176)

제112화

#111

쾅! 쾅!

“닉! 일어나라!”

카일이 한 5분째 문을 두드리는데도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안 계시는 거 아니에요?”

천운의 물음에 카일은 호쾌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놈이? 허허허!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거고 그냥 자고 있을 거다. 이놈이 요즘 하는 일 때문에 바빠서 말이야. 좋아! 이럴 때는.”

카일은 그대로 문손잡이를 쥔 채 짧은 기합을 내지르며 잡아당겼다.

“흡!”

파캉!

손잡이는 부서지고 문은 너덜너덜하게 끼이익- 열리기 시작했다.

천운은 방금 상황이 어이가 없어 미간을 구기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원래 대장장이들이 이런 놈이야. 호쾌한 놈들이지.]

미르마가 이런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천운이었다.

“하하! 걱정 말렴 론. 항상 있는 일이거든.”

“이런 미친! 어이 카일! 내가 집무실 문은 부수지 말랬잖아!”

아!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하긴 부하 직원이 사장 집무실 문을 부수는 게 이상하지…….

“하하! 걱정 마 닉. 문은 오늘 안에 내가 고쳐 놓을 테니까. 그것보다 이놈이야.”

호쾌하게 웃던 카일이 천운의 등을 탕탕 치며 앞으로 내세웠다.

천운의 몸은 카일의 앞으로 밀려 나갔고 닉 와일이라는 사내 앞에 서게 됐다.

‘이 사람이…….’

마치 대장장이의 표본이라는 듯한 생김새였다.

건장하며 듬직한 팔뚝과 백발이 무성한 남자.

남자의 눈이 천운을 향했고 천운 또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흠…… 네가 그렇게 힘이 좋다고?”

“예? 제가요?”

잠시 천운을 바라보던 닉의 시선이 카일을 향했다.

닉은 측은한 표정으로 카일에게 말했다.

“카일…… 요즘 내가 너를 너무 힘들게 일만 시켰나 보군…… 한 달 휴가를 줄 테니 다녀와.”

“하하하! 뭐 오해할 만하지.”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 카일은 생각보다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인 모양이다.

카일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천운을 가리키고 말했다.

“이놈의 팔뚝을 한번 잡아 봐. 그럼 알게 될 테니까.”

“팔뚝?”

닉의 시선이 천운의 팔을 향했다.

굶주림으로 나뭇가지와 비슷한 가느다란 팔.

닉은 속는 셈 치고 소년의 팔을 쥐었으며.

“흡!”

그대로 손에 힘을 주는 닉이었다.

본래 자신의 힘 정도면 소년의 팔이 으스러지는 게 정상일 터.

그러나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닉이 소년의 팔을 잡고 힘을 쥔 순간.

그 호기심이 적중한 것이다.

“이럴 수가…….”

경악스러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나약하게 생긴 소년의 팔에서 믿을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것이다.

‘허…… 확실히 신기한 놈이기는 하군.’

“그치? 이건 뭐…… 그거잖아? 재능. 어디 배불리 먹고 운동하고 다닐 녀석처럼은 안 보였으니까.”

확실히 저런 얇은 팔에 느낄 수 있는 근육은 노력이 아닌 재능의 영역이었다.

소년은 태어날 때 타고난 근육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이름이 뭐냐…….”

닉의 물음에 카일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때 그렇게 난리를 치며 데려온 놈의 이름을 모른다고?”

“……일 때문에 가물가물하군.”

“이 친구야. 쉬는 건 내가 아니라 네가 쉬어야겠구먼.”

“크흠, 그래서 이름이?”

천운은 닉을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론입니다. 론 헤일리.”

“그래. 론…… 어이 카일 잠시 이 녀석이랑 할 얘기가 있으니 나가 있어.”

“그러지.”

카일은 닉의 말대로 곧바로 집무실을 나갔다.

닉은 잠시 천운을 바라보다 이내 뒤돌아 집무실 책상을 향했다.

책상 서랍을 연 닉은 붕대로 돌돌 감긴 직사각형의 무언가를 꺼냈다.

닉은 그 자리에서 곧장 붕대를 풀었고 천운은 신기하다는 듯이 붕대에 감겨 있던 그것을 보았다.

‘신기하네…….’

아니, 정확히는 보이지 않았다.

닉이 그것을 잡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으나 그 물질은 색이 없는 무색의 투명한 무언가였다.

“이게 뭔지 알겠나?”

“글쎄요. 잘…….”

[이건…….]

그러나 미르마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미르마가 설명하듯 천운에게 말했다.

[투영석이야.]

‘투영석이요?’

[그래. 투영석을 잡고 마력을 주입하면 형태는 물론이고 네가 원하는 색을 입힐 수 있어. 말 그대로 대장장이들의 돌이지. 저것 또한 마석의 한 종류이긴 해.]

‘아…… 그래요? 근데 이걸 왜 나한테.’

당연하지만 닉은 천운이 마력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러니 의문이 들었다.

왜 천운에게 그 투영석을 보여 주는지 말이다.

“이걸 내일 안에 색을 내거나 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보거라.”

닉의 말에 천운은 어이없는 눈으로 닉을 바라봤다.

“이걸요? 어떻게요?”

“대장간을 빌려주마. 망치를 치든 화로에 지지든 네 알아서 해 보거라. 만약 성공하면 내가 직접 대장장이 기술을 가르쳐 주마. 난 피곤하니 이제 자마.”

진짜 말 그대로 소파에 누워 눈을 감은 닉이었다.

닉의 이런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는 천운이었다.

별수 없이 집무실을 나온 천운은 생각했다.

‘대체 뭐지? 미르마 망치로 투영석의 형태를 바꿀 수 있어요?’

[반대로 망치가 부서질걸?]

저렇게 말하니 더욱 닉의 행동에 어이가 없는 천운이었다.

저 말은 곧 흥미가 있긴 했으나 제자로 안 받아 준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닉 와일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그럼…… 뭐…….”

천운은 투영석에 마력을 불어넣은 순간.

“응?”

닉 와일의 눈이 떠졌다.

“하…… 이런…… 그런 거였군.”

{퀘스트}

[대장장이의 재능을 지닌 소년을 찾아 제자로 받아들이십시오.]

[퀘스트 성공!]

닉 와일은 짜증스럽게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다시 눈을 감았다.

* * *

일이 끝난 천운은 곧바로 빈민가를 향해 귀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집에 갈 생각은 없었다.

천운이 향한 곳은 일전에 자신이 깽판을 친 검은 거미의 아지트.

그곳에 구란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천운이었다.

“오셨습니까 마법사님.”

일전에 천운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던 구란은 언제 천운이 찾아와도 대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천운은 구란을 따라 구란의 집무실을 향했다.

저번에 천운에게 얻어맞은 검은 거미 단원들은 감히 천운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는지 고개를 푹 숙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게 그들도 규모는 작으나 일단 정보를 다루는 조직이니 어제 날까마귀 조직을 눈앞에 마력을 쓸 수 있는 소년이 괴멸시켰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구란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난 단원들이었다.

다른 조직의 보스들이 뭐라 해도 구란의 판단은 옳았으니 말이다.

“그럼.”

집무실에 들어와 소파에 앉은 천운이 말했다.

“여기 빈민가에 날까마귀나 검은 거미 말고 범죄 조직이 더 있죠? 말해 봐요.”

길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은 천운이었다.

구란 또한 눈치가 있었기에 곧바로 천운의 질문에 대답했다.

“지금 남은 조직은 독 지네와 흑장미 그리고 사실상 이 빈민가의 실세인 블랙맘바가 있습니다.”

“음…… 더 있어요?”

“자잘한 조직이 있긴 한데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와 날까마귀를 포함해 이 5개의 조직이 빈민가 전체를 담당했던지라…….”

“담당했다는 말은?”

“뭐…… 대충 구역을 맡은 겁니다. 저희가 맡은 구역이 마법사님이 사시는 여기 동쪽이었지만 곧바로 어제 날까마귀한테 먹혀 버렸지만, 그 날까마귀 놈들이 이번에는 저희와 같은 처지가 됐습니다.”

“흠…….”

대충 알아들었다만 천운이 궁금한 점은 아니었다.

천운이 걱정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그 세 조직의 보스는 이미 저를 알고 있겠죠?”

“나머지 두 녀석은 모르겠지만…… 흑장미는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녀석들도 정보 조직인지라…….”

“뭐, 알겠어요.”

구란의 정보를 다 들은 천운이 일어섰다.

“날까마귀 보스라는 놈은 마력을 조금 쓸 줄 알던데…… 혹시 나머지 조직에서도 마력을 쓸 수 있는 놈은 있어요?”

“제가 알기로는 블랙맘바의 게일드가 아마 마력을 지니고 있을 겁니다. 근데 걱정하실 필요가 없는 게 마법사님 정도는 아닙니다. 마법사님 정도로 마력을 활용할 수 있으면 저희가 여기서 이러고 있지 않았겠죠.”

“음…… 그래요?”

천운이 집무실을 나와 밖으로 나왔으며 구란은 천운의 뒤를 따라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막상 이 질문을 한 이유가 궁금해진 구란이었다.

“저기…… 마법사님?”

“네? 왜요?”

“마법사님은 저 같은 버러지한테도 사람 취급해 주며 존대해 주시기에 그 인성을 믿고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꿀꺽-

침을 삼킨 구란이었다.

솔직히 그 정도 실력의 마법을 지닌 강자라면 자신을 하대해도 될 터인데 소년은 아직도 몸에 예의가 묻어 나오듯 자신에게 존댓말을 하니 말이다.

그것으로 보아 인성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뭐 아저씨도 처음 저를 봤을 때 존대해 주셨잖아요.”

“예?”

소년의 대답이 신기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금붕어처럼 뻐금거리는 구란이었다.

별거 아닌 이유이기에 신기한 것이다.

이것으로 이 마법사의 인성은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판별 났다.

“그리고…….”

천운은 구란의 질문에 대답했다.

“좀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방해될 거 같아서 미리 정리해 두려고요.”

“…….”

고작 하루 만에 그 나머지 세 조직을 정리한다는 말에 구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것을 가능케 만들 힘을 가졌다 하여도 힘으로만 정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녀석들은 간악하다.

뒤에서 술수를 쓸 게 분명할 터.

예를 들어 마법사님의 가족이라든가.

“저기, 마법사님? 아무리 녀석들이 마법사님의 상대가 안 된다 해도 간사한 놈들이니 무슨 일…….”

“대비해 놨으니까 괜찮아요.”

그대로 구란의 말을 끊고 밖으로 나가는 천운이었다.

준비…….

구란은 조금 오해하고 있었다.

주먹으로만 검은 거미와 날까마귀를 두들겨 패서 몰랐는데 소년 또한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다.

고작 빈민가에 모인 깡패 놈들이 수작을 부려 봤자 마법사 앞에서는 재롱을 부리는 것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소년의 자신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그 자신감만큼 그만한 깨달음과 기량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 그럼 가죠.”

“예, 예? 어딜 말입니까?”

“그놈들 아지트가 있을 거 아니에요.”

“아, 예……. 그럼 일단 흑장미 조직부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죠.”

구란은 자신의 선택에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

눈앞에 소년의 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나머지 조직을 적으로 두는 게 나을 것이다.

“흑장미는 뭐 하는 데에요?”

“저희와 똑같이 정보 조직이지만…… 흑장미 저희보다 더욱 고급 정보를 다루죠.”

“그래요?”

“예. 아마 조직 인원수로는 흑장미가 가장 많을 겁니다.”

흑장미 조직이라…….

천운이 검은 거미를 남겨 둔 이유는 쓸모가 있을 거 같아서이기 때문이다.

만약 흑장미 또한 의외로 천운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예 일단 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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