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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08화 (108/176)

제108화

#107

다음 날.

천운의 일과는 달라진 게 없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와 대장간을 향했고 또다시 청소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막상 청소만 하며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천운의 두 번째 퀘스트는 닉 와일이라는 대장장이를 찾아 제자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일단 그 닉 와일이라는 대장장이를 찾아야 하는데.

대충 그가 있을 장소가 예상되는 천운이었다.

‘3층 집무실인가?’

닉 와일의 대장간이니 이 대장간의 주인인 닉 와일은 분명 3층 집무실에 있을 게 분명한데.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는 집무실에서 나오는 일이 없었다.

일단 얼굴을 마주 봐야 뭔가를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론. 뭘 꾸물거리고 있냐? 빨리 청소 안 하고.”

카운터에서 신문을 보는 족제비 같은 인상의 남자.

남자는 가끔 천운이 조금이라도 가만히 있으면 닦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대장간에서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남자는 저 남자밖에 없었다.

천운은 별수 없이 남자에게 물어봤다.

“혹시 닉 와일 아저씨는 항상 집무실에 있나요?”

“네가 그걸 알아서 뭐 하게?”

“그냥 궁금해서요.”

“흠…….”

남자는 인상을 구기며 천운에게 말했다.

“바쁘니까 귀찮게 굴지 말고 청소나 해라. 도대체 아버지는 왜 저런 놈을…….”

바쁘기는 맨날 신문이나 쳐보며 한가하게 있구먼.

속으로 남자를 까내리다 문뜩 남자의 말에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었다.

어쩐지 맨날 한가하다 했더니 닉 와일의 아들이 저놈이었다.

그렇기에 천운은 남자에게 살갑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운은 일단 남자의 이름을 알기 위해 지하 대장간으로 내려갔다.

마침 슬슬 작업이 끝난 우락부락한 대장장이들이 지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천운은 그중 수염이 덥수룩한 대장장이 한 명을 잡아 질문했다.

“저기…….”

“뭐냐 론. 청소는 다 끝났냐?”

“네. 1시간 전에 끝났습니다.”

론의 말에 휘둥그레진 한 대장장이가 론에게 물었다.

“끝났다고? 그것도 1시간 전에? 어떻게?”

항상 자신들의 일이 끝나도 2층 청소를 하고 있어야 할 론이 오늘은 조금 일찍 아니, 많이 일찍 청소를 끝낸 것이다.

몸으로 보면 알 수 있듯이 말라비틀어진 론이 이렇게 빨리 청소를 끝낸 게 믿어지지 않는 그였다.

“검사해 본다.”

“네. 하셔도 돼요.”

한 대장장이가 2층으로 올라갔고 바닥부터 시작해 창문까지 깔끔하게 청소가 된 것을 확인하고 론에게 향했다.

“흠…… 정말 끝냈구나.”

론을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짓는 대장장이였다.

천운은 이때다 싶어 궁금한 점을 그 대장장이에게 물었다.

“혹시 카운터 보고 계시는 아저씨 이름이 뭔지 아세요?”

“응? 모르냐?”

“예.”

“아니, 1년 동안 일하면서 그걸 모른다고?”

“그게…… 안 가르쳐 주셔서.”

“하긴 그렇겠군.”

대장장이들부터 시작해 카운터의 저놈은 애초에 론을 닦달할 줄만 알았으니 말이다.

그는 론의 말을 이해했고 의문스럽게 물었다.

“근데 갑자기 왜?”

“뭔가 1년 동안 일했는데 아저씨 이름도 모르는 건 이상하잖아요.”

“보통 그걸 1년이 지나고 물어보냐?”

“제가 낮을 많이 가려서.”

“흠…….”

그는 천운을 의뭉스럽게 바라보다가도 그리 길게 의심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닉 와론이다. 기억해 두고 내 이름은 아냐?”

“죄송합니다.”

“밑에 놈들의 교육을 맡은 카일이다. 내일도 이 정도 속도로 청소를 끝낼 수 있겠느냐?”

“더 빨리 끝낼 수도 있습니다.”

“좋아. 기대해 보마.”

천운은 곧바로 대장장이들이 나온 지하실을 향했고 빠르게 청소를 끝낸 뒤 집으로 귀가했다.

어느 때와 같이 론 헤일리의 어머니인 그녀는 침대에 누워 기침을 토해 내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왔니?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리렴. 콜록…….”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자 천운이 말렸다.

“누워 계세요. 제가 밥 차릴게요.”

“미안하구나…… 이 어미 때문에 너만 고생하고.”

“뭘요.”

천운은 집에 들어오기 전 아공간에서 꺼낸 음식들로 간단한 밥을 차렸다.

“요즘 세상이 참 좋아졌구나. 이런 것도 나오고.”

“그러게요.”

“후훗, 항상 너를 보면 미안하구나…….”

“몸부터 나으셔야죠.”

탕탕!

간단히 저녁을 먹던 중 누군가 문을 두드려 천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구세요?”

그러나 밖에서 들리는 대답은 없었다.

‘음…… 뭐야?’

[천운아 주위에 복면을 쓴 이상한 놈들이 집을 둘러쌌는데?]

‘집을요?’

[그래. 마력 반응은…… 이상하게 없네? 마력을 숨기는 데 능통하거나 아니면…… 일반인?]

‘알겠어요.’

천운은 곧바로 마투법을 발동한 뒤 그녀에게 샌디를 맡겼다.

“무슨 일이니?”

“아는 친구가 와서 잠시 밖에서 얘기 좀 하고 올게요.”

“그렇구나. 조심히 갔다 오렴.”

천운은 집을 나오며 샌디에게 부탁했다.

‘한 명 정도면 할 수 있겠지?’

[ㅇㅇ!]

‘부탁할게.’

천운이 문을 열었고 미르마의 말대로 복면을 쓴 사내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천운은 그대로 남자를 밀치고 어딘가로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따라오고 있어.]

‘숫자는요?’

[2명이야.]

천운의 예상대로 나머지 한 명은 집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양이다.

천운은 빠르게 내달리는 동시에 녀석들이 쫓아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명의 괴한은 천운이 달리는 속도에 당황하고 있었다.

“뭔 말라비틀어진 애새끼가 이렇게 빨라.”

“정말로 며칠 굶은 놈 맞아?”

그리고 어느 순간.

막다른 길에서 천운은 멈춰 섰다.

“멈췄다. 가자.”

“그래.”

막다른 골목.

그곳에 유일한 길을 막아서듯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 얌전히 있어라. 뒈지기 싫으면.”

“그것보다 우리가 쫓아오는 걸 알고 있었군.”

집을 나오자마자 어딘가를 향해 내달렸으니 멍청하지 않은 이상 자신들이 소년에게 들켰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방심하지 않았다.

빌론에게 들은 소년의 능력도 그렇고 행동 또한 보통이 아니니 자신들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조심해라, 릴.”

“방심 따윈 안 한다.”

그들은 날카로운 검을 뽑으며 천운에게 다가갔다.

그들이 천운에게 다가오며 진득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검은 거미다. 이 조직에 대해서는 들어 봤겠지?”

“원래라면 널 살려서 납치해야 하지만 팔 한 짝 정도는 괜찮겠지.”

천운은 말없이 그들을 노려봤다.

동시에 의안을 발동하고 주먹을 쥐며 자세를 잡았다.

“허튼짓거리 하지 마라 상대도 안 되고 네 가족도 인질로 잡혀…… 커헉!!”

팍!

천운이 땅을 박차며 입을 벌리며 조잘거리는 놈의 인중에 주먹을 휘둘렀다.

퍽! 소리와 함께 놈의 이빨 몇 개가 허공에 비산했고 곧바로 옆에 있던 사내가 천운을 뇌까리며 들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이 새끼가!”

후웅!

놈이 휘두른 칼날이 허공을 갈랐고 자세를 낮춰 검을 피한 천운이 놈의 발을 걷어차며 자빠트렸다.

“악!”

천운은 자빠진 놈의 인중을 향해 두 번 주먹을 갈겼고 세 번째 갈긴 시점에서 놈은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바로 옆 이빨이 나간 사내가 입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감싸 막으며 천운에게 단검을 찔러 넣으려 했다.

“X바로마!”

이빨이 나가 이상한 소리를 뱉어 내던 사내의 단검을 피하며 천운은 똑같이 다시 발을 걸어 자빠트리고 녀석의 얼굴에 3번 정도 가격한 뒤 옆에 있는 놈과 똑같이 기절시킨 천운이었다.

“후…… 보자 그럼…….”

천운은 곧바로 샌디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샌디야. 아주머니는 괜찮아?’

[괜차나!]

‘잘했어. 일단 잘 잡아 놔.’

[ㅇㅇ!]

샌디 또한 걱정 없이 괴한을 제압한 모양이다.

천운은 곧바로 옆에 있던 한 남자의 뺨을 때리며 정신 차리게 만들었다.

“컥! 흐어! 흐어어억! 뭐, 뭐야? 너는 대체 뭐냐고!”

짝!

천운은 정신을 못 차리고 기겁하는 괴한에게 한 번 더 싸대기를 후린 다음 입을 열었다.

“커헉!”

“묻는 말에나 대답해. 너희는 뭐야?”

“이러고도…….”

훙!

짝!

“커헉!”

“묻는 말에나 대답하라고.”

“이러고도 무…… 자, 잠깐 알겠다.”

천운은 들어 올린 손을 다시 내리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흰 뭐야?”

“아까 말했잖아, 검은 거미라고. 검은 거미를 몰라?”

검은 거미라…….

알 리가 있나.

“몰라. 나는 왜 노린 거야?”

“네가 허공에서 뭔가를 꺼내는 모습을 우리 조직원 중 한 명이 확인했다. 그놈이 말하기를 네가 아공간을 열 수 있는 유물을 얻었다는군. 그리고 그 아공간 안에는 보물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고 놈이 알렸기에 너를 납치하려 한 거다.”

“그래? 음…….”

짝!

“컥! 이번에는 왜.”

“안내해.”

“뭐, 뭘 어디를 말이냐.”

“니들 아지트가 있을 거 아니야?”

“우리 검은 거미를 너무 무시하는군. 이 빈민가를 지배하는 조직 중 하나가 우리 검은 거미다. 조직원도 거미줄처럼 쫙 깔려 있는 마당에 너 혼자 감당이 가능하겠냐? 지금이라도……컥!”

짝!

“말이 많아.”

목숨이 노려진 마당에 자비를 베풀 생각은 없었다.

더구나 천운은 던전의 권한 중 하나인 인벤토리로 인해 이런 귀찮은 일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일단 던전이 시련을 위해 구현화한 세계라서 던전이 구현화한 사람들 또한 인벤토리를 보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귀찮은 일이 생기기 전에.’

검은 거미인가 뭔가를 없애는 수밖에.

* * *

빈민가의 범죄 조직 검은 거미의 보스 구란은 턱을 쓰다듬으며 눈앞에 치근덕거리는 빌론을 슬쩍 바라봤다.

“그게 정말이냐?”

“정말입니다. 대장.”

“흠…… 그놈이 마법을 쓸 수 있을 가능성은?”

“에이…… 조사해 보니 이 금방에 몇 년 동안 살고 있던 17살 꼬마입니다. 그런 놈이 어떻게 마법을 쓰겠습니까? 유물이면 몰라.”

“흠…….”

우락부락한 팔뚝에 거미 문신이 그려진 사내.

구란의 민머리에 상처가 꿈틀 움직였고 빌론이 거슬린다는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겠지? 어린놈이라 해도 마력을 쓰면 검은 거미의 그 누구도 감당이 안 될 거다.”

“에이~ 너무 과장하시는 게 아닙니까? 대장?”

“확실히 조금 과장되게 말했군. 마력이 아니라 마법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아하…… 마법 말입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솔직히 말해 구란의 말을 누군가 들었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렸을 거다.

17살 찢어지게 가난한 꼬맹이가 마법을 부린다니.

그러나 빌론은 구란의 신중한 성격을 알고 있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확신이 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항상 방심하지 마라 빌론.”

“알겠어요. 대장.”

“그럼 그놈은 언제쯤 오냐.”

“아마 금방 오겠죠?”

“흠…… 뭔가 감이 좋지 않군.”

“감이요?”

검은 거미의 장 ‘구란’의 감은 신통하다고 느낄 정도로 정확하다.

그것은 검은 거미의 단원 그 누구든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그가 대장으로 계속 있을 수 있던 이유였다.

쾅!!

그때였다.

아지트의 정문 쪽에서 굉음이 들린 것은.

구란은 그 굉음으로 인해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고 빌론을 사납게 노려보며 욕을 뱉어 냈다.

“네 말대로 금방 오긴 왔구나, 이 X발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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