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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07화 (107/176)

제107화

#106

김천운

나이 : 17세

역할 : 론 헤일리

직업 : 대장장이

“이런 미친…….”

다시 봐도 바뀌는 게 없었다.

내 직업은 대장장이가 확실했다.

솔직히 말해 직업이나 역할에 관해서는 안심하고 있었다.

‘소설대로라면 직업은 검사고 역할은 어느 귀족의 장남이었는데.’

물론 소설대로 안 흘러가도 어느 정도 행운을 믿고 있었지만, 행운이 처참하게 배신할 줄이야.

[직업하고 역할이라…….]

‘직업은 대장장이예요.’

[대장장이? 그러고 보니 이 왕국에 유명한 대장장이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근데 대장장이가 그렇게 큰 문제야?]

‘좀…… 힘들죠.’

미래를 모르는 미르마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1층의 시련.

그 마지막은 전쟁이다.

문제가 있다면 현재 직업으로 그 전쟁을 해야 한다는 건데.

‘적어도 검사나 마법사였으면…….’

직업과 관련된 퀘스트는 계속 주어지고 언젠가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다 보면 그 직업과 관련해 큰 성장을 이룩할 것이다.

그 상태에서 1층의 마지막 퀘스트 전쟁이 시작되고 전쟁에 가장 큰 공헌을 세운 아베타가 1층의 유물을 얻게 된다.

그러나 지금 천운의 직업은 대장장이다.

막상 무기를 만들어 전쟁에 공헌을 한다 해도 전쟁에 집적 참여한 아베타들보다 공헌도는 높지 않을 것이다.

또한 천운은 애초에 무기를 만들 줄 모른다.

‘이제 어떡하냐…….’

빡!

“악!”

생각하고 있자니 누군가 천운의 뒤통수를 후렸다.

천운은 어이가 없어 뒤를 돌아보니 웬 통통하게 생긴 뚱보 소년이 히죽거리고 있었다.

그 통통하게 생긴 소년 양옆에도 히죽거리는 소년 둘이 있었는데 천운은 곧바로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직업뿐만 아니라 역할도 거지 같은 게 걸렸나 보네.’

“겁쟁이 론. 또 혼자서 울고 있냐?”

“아빠 없는 찌질이 론, 또 저번처럼 엄마한테 일러바쳐 봐 병신아.”

“““하하하하!!”””

천운은 말없이 아이들을 쳐다봤다.

“뭘 봐 병신아.”

“또 저번처럼 오줌 지리고 싶냐?”

“발가벗겨서 여기 한복판에 나돌고 싶으면 계속 쳐다보든가.”

사실 천운이 보고 있는 것은 역할 정보였다.

망막에 비추는 설정창에 인물의 설정을 보고 있던 천운이었다.

{인물 설정}

론 헤일리.

찢어지게 가난한 론 헤일리는 마음씨가 고운 소년입니다. 그러나 그 멍청할 정도로 착한 성격으로 인해 또래 아이들에게는 항상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입니다. 론 헤일리는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성격이 소심해졌으며 그들의 무력 앞에서는 힘도 못 쓰고 항상 당하는 겁이 많은 소년이 되었습니다. 그런 론 헤일리도 꿈이 있습니다.

론 헤일리의 꿈은 한 가지.

자신도 아버지와 같은 기사가 되어 전쟁에 공을 세우는 것입니다.

‘음…….’

인물 설정을 읽은 천운은 눈앞에 세 명의 소년을 바라봤다.

‘일단 첫 번째 퀘스트가 닉 와일의 대장간에 찾아가라였나?’

“야! 미쳤냐. 아까부터 사람 말을 무시하네!”

“어제 너무 처맞아서 머리를 다친 게 분명해.”

“우리 아빠가 고장 난 건 다시 패면 고쳐진다고 그랬어.”

그 말과 함께 주먹을 쥐며 다가오는 소년들.

천운은 그런 애들을 보며 피식 조소하고 입을 열었다.

“너희 아빠가 그거 하나는 잘 가르치셨네.”

빡!

* * *

천운은 자신의 뒤통수를 후린 마일즈라는 소년을 데리고 닉 와일의 대장간에 찾았다.

“여, 여기야…….”

“그래. 수고했다.”

“저, 저기 그럼 가 봐도 될까?”

천운은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힉!”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아, 알겠어.”

처음 기고만장하던 마일즈는 항상 봐 왔던 겁쟁이 론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설마 이게 그건가…….’

항상 엄마 아빠에게 들어왔던 말이 있다.

얌전한 놈이 화나면 제일 무섭다고.

지금 론 같은 경우가 그런 느낌이었다.

소심하고 얌전한 론이 화나면 미친놈이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마일즈였다.

한편 천운은 마일즈를 내버려 두고 대장간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옵쇼.”

외부의 모습과 걸맞게 내부 또한 대장간치고는 세련된 모습이었다.

솔직히 대장간이라기보다는 고급 무기점에 가까운 건물이었다.

천운은 선반 위에 늘어선 병장기들을 바라봤다.

‘전부 유물이네.’

검부터 시작해 활이나 메이스 도끼와 망치까지 선반에 늘어선 무기들은 전부 특성을 가진 유물이었다.

딱히 크게 이상할 건 없었다.

애초에 유물 자체가 멸망한 세계에서 넘어온 것이니.

띵-

[퀘스트 성공!]

대장간에 도착하자 곧바로 성공 알림이 떠올랐다.

동시에 또 다른 퀘스트 창이 올라왔다.

{퀘스트}

[닉 와일은 뛰어난 제자를 원합니다. 닉 와일에게 당신의 실력을 인정받아 제자로 들어가십시오.]

‘제자라…….’

닉 와일이 아마 이 공방의 주인인 거 같은데.

천운은 주위를 둘러봤다.

분명 퀘스타 성공 알림이 떴다는 것은 여기가 대장간이라는 소리였는데 대장간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빡!

“악!”

천운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는 와중 또 누군가 천운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방금 신문을 보고 있던 족제비 인상의 남자였다.

“론 너 이 자식, 헷갈리게 뭔 정문으로 들어오고 자빠졌어!”

“예?”

“뭔 예야 예는 늦게 온 것도 모자라서 정신도 못 차렸네. 얼른 맨날 하던 일이나 해!”

빡!

남자는 천운의 머리를 한 대 더 쥐어박고 카운터로 들어갔다.

별로 아프지는 않지만, 상황이 당혹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아 설마 그건가?’

천운은 문 앞에 배치된 대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카운터에 있던 남자가 천운을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눈을 돌리고 다시 신문을 보았다.

‘역시 여기가 내 일터인가 보네.’

천운은 인물 설정이 조금 불친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

천운의 일은 오후 6시가 돼서야 끝났다.

청소하며 무기점 전체를 둘러보기 위해 조금 늦은 시간에 끝난 것이다.

또한 밖에서는 못 느꼈지만, 생각보다 내부가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간 확장 마법이네.]

지하에 대장간이 있는 3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다.

천운이 넓다고 생각한 층은 지하에 있는 대장간이었다.

다른 1, 2 층 또한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기는 하나 지하 대장간만큼은 아니었다.

대장간에 바닥에 새겨진 술식은 공간 확장 마법과 소리 차단 마법이었다.

어쩐지 20명 정도의 대장장이가 철을 치고 있는데 1층에서는 소음 하나 들리지 않았으니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또한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아니, 정확히 론 헤일리의 신세를 알게 된 천운이었다.

“꺼져라, 론. 작업하는 데 방해되니까.”

“닉 씨는 대체 저놈을 왜 들인 거야?”

론 헤일리는 이 대장간의 주인 ‘닉 와일’이라는 사람에게 구걸하여 겨우겨우 일자리를 얻은 가난한 소년이었다.

일거리는 1층을 시작해 2층까지 청소를 끝낸 후에 일을 마친 대장장이들이 대장간을 떠난 이후 지하의 대장간의 청소를 끝내면 하루 일과가 끝나는 것이다.

‘쉬는 시간도 없네.’

실제로 아침부터 시작해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청소만 한 천운이었다.

애초에 공간도 기억해야 하고 청소하는 사람이 천운밖에 없으니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내일은 빨리 와라 닉. 또 오늘처럼 늦게 오면 모가지인 줄 알아.”

“예. 고생하세요.”

천운은 족제비 남자에게 살갑게 인사한 후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내일도 볼 얼굴이니 굳이 안 좋게 보일 필요는 없었다.

막상 도망칠 줄 알았던 마일즈는 무기점 근처에서 코를 골며 기다리고 있었다.

“크아아아~ 휴~.”

“야.”

“어, 어……? 론? 일 다 끝난 거야?”

“그래. 집으로 안내해.”

“집? 우리 집은 왜?”

“너희 집 말고 우리 집.”

마일즈는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는 표정으로 천운을 보았다.

별수가 있나.

불친절한 던전 때문에 론 헤일리의 집도 모르니 말이다.

“안내해.”

“어, 어 그래.”

천운은 마일즈를 따라 론 헤일리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마일즈는 생각보다 말이 많은 놈이었다.

뭐라더라? 자기가 이 동네에서 짱이었는데 오늘부로 니가 이겼으니 니가 짱먹으라나 뭐라나, 마일즈의 말을 왼 귀로 듣고 오른 귀로 흘린 천운은 어느새 론 헤일리의 집에 도착했다.

‘여긴가 보네.’

끔찍하게 가난하다는 설정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집이었다.

애초에 동네가 할렘가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니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저, 그럼 내일 보자 대장!”

“대장?”

“어. 이제 네가 이 동네 애들 중에 가장 세니까.”

“…….”

천운은 필요 없다며 그냥 도로 가져가라고 말했다.

막상 마일즈는 그게 좋은 의미로 말한 줄 알고 해맑게 웃으며 헤어졌다.

“그럼 론! 내일 보자.”

“그래.”

천운은 마일즈와 헤어지고 지붕 뚫린 1평짜리 집에 들어갔다.

“콜록! 콜록! 론…… 왔니?”

집에 들어가니 병약해 보이는 한 여성이 천운을 맞이했다.

몸은 가늘며 유일하게 있는 침대에 누워 괴롭게 기침을 토해 내고 있었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밥은 먹었니?”

천운은 침대에 병약하게 누워 있는 그녀를 보며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가난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상황일 줄이야…….

인물 설명의 불친절함을 또다시 뼈저리게 느낀 천운이었다.

“밥은…… 먹었어요. 그것보다 몸은 괜찮으세요?”

“그럼 괜찮단다…… 그것보다 이 어미 때문에 네가 항상 고생하는구나.”

“아니에요. 아직 저녁 안 드셨죠?”

“난 괜찮단다. 콜록!”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천운은 잠시 밖으로 나와 골목길에서 인벤토리를 열어 간단한 죽과 담요를 꺼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챙겨 놓은 것이긴 한데 잘 챙겼다고 생각한 천운이었다.

“그건…….”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어차피 가스레인지도 없는 집 안이니 천운은 과거 질 로벤에게 흡수한 화속성 특성을 이용해 죽을 데웠다.

어차피 팩으로 된 죽이니 그릇은 필요 없겠고 간단하게 일회용 숟가락을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이건 대체…… 많이 비싸지 않니?”

“싸게 샀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고맙단다.”

언뜻 눈으로만 봐도 굶주린 게 보이는 그녀였다.

“론아…… 엄마는 이제 배부르니 나머지는 다 먹으렴.”

그녀는 한두 숟갈 먹은 뒤 천운에게 먹으라며 건네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천운이 찢어진 옷과 굶주림으로 인해 마른 몸을 가진 론 헤일리로 보일 테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대장장이 공방에 닉 아저씨가 저녁을 주셔서 저는 진짜 괜찮아요.”

“정말…… 그렇니?”

“많이 드세요. 솔직히 저도 너무 배부르거든요. 그리고.”

천운은 고개를 들어 지붕 뚫린 천장을 바라봤다.

일단 저거부터 어떻게 해야겠다.

* * *

자이럼 왕국의 어둠이라 불리는 빈민가.

그 빈민가의 신생 범죄 조직 중 하나인 검은 거미 소속 단원 빌론은 현재 기이한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

‘저게 뭐야?!’

찢어지게 가난한 차림의 소년이었다.

소년이 갑자기 집을 나와 으슥한 골목길로 가더니 허공에 무언가를 꺼내는 장면이었다.

빌론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그러나 지금 자신은 지극히 정상이었고 방금 일어난 상황이 헛것이 아니라는 것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이거 잘하면…….’

대박이겠는데?

빌론에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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