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화
#105
한편 최아진의 집무실.
친목회에 단원들이 집무실에 모여 있었으며 그들은 티브이에 나오는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현 최대 규모의 던전 발생 영향으로 미국의 마기 수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해…….]
절망의 탑이 형태를 갖추었다.
탑이 완벽한 형태를 갖춘 동시에 마기의 파동이 인계까지 넘어왔으며 그것은 곧, 마경과 인계까지 일직선으로 통로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흠……. 과연.”
한우성은 완성된 절망의 탑을 보며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저 탑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없지만 김천운이라면 이미 저 탑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렇기에 녀석은 단원 전원을 이곳에 불러들인 거겠지.
“김천운은?”
“지금 오고 있다는데요?”
“불러 놓고 제일 늦게 오다니 배짱이 두둑하네.”
띵-
한우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천운이 도착했다.
천운은 무언가 가득 담긴 두둑한 가방을 등에 메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등에 메고 있는 건 뭐냐?”
“아, 이거 비상식량이요.”
“비상식량?”
한우성은 아직 내년의 기억을 갱신받지 못했기에 절망의 탑을 존재를 모를 것이다.
천운은 미국의 생긴 절망의 탑에 관해 얘기했다.
“그러니까. 탑이 사람들을 이동시킨다고?”
“네. 맞아요.”
“흠……. 우리 단원 중에 탑에 초대를 받은 건 너뿐이야?”
“네. 탑은 100을 넘은 초월자를 초대하지 않아요.”
“흠…….”
듣고 있던 단원들은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들어갈 수 있는 천운에게 저 상황을 맡겨야 한다는 말인데.
“너무 늦게 말했어 김천운. 다른 건 몰라도 대규모 이동이 초래할 상황이 있을 거 아니야.”
“걱정 마세요. 대비는 성녀를 통해 해놨으니까.”
“성녀? 전에 꿈 간섭에서 말했나 보군.”
“네…… 뭐.”
성녀를 실제로 만났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대로 곤란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초월자들은 초대하지 않는 탑이라…… 특이하군.”
“네, 그리고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부탁?”
“절망의 탑이 발생하면서 지왕이 움직일 거예요.”
“지왕? 설마!”
“네.”
한우성은 방금 뉴스를 통해 탑으로 인해 마경의 마기가 미국 서부 인계까지 쭉 뻗어 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것으로 인해 발생할 상황은 방금 천운이 말한 그것이었다.
“지왕이 움직이는군.”
한우성의 표정이 굳었으며 곧바로 천운에게 물었다.
“내게 하고 싶은 부탁은 아무래도 마수왕과 관련된 일이군.”
“네. 아마 당분간 저는 탑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거예요.”
“그런가……. 지왕이 움직이는 원인은 저 탑이겠지.”
“네.”
천운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지왕이 마경에 빠져나오기 전에 탑을 공략할 생각이에요.”
“다행히 지속형 탑은 아니라는 거지?”
“네. 공략하면 동시에 사라질 거예요.”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한우성은 고개를 끄덕였고 마지막으로 천운에게 물었다.
“공략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거 같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슈슉-
“뭐?”
“뭐야?”
“이렇게 갑자기 사라진다고?”
단원들의 동공이 경악스럽게 커졌다.
눈앞에 있던 천운이 갑작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크롬벨.”
“안 느껴져.”
“……정말 순간 이동이군.”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순간 이동이었다.
한우성은 이 현상과 비슷한 특성을 알고 있었다.
현현.
마치 던전이 아베타들을 현현시킨 듯한 광경이었다.
“일단 녀석의 말대로 움직이지.”
“하…… 결국 이런 날이 오는군요.”
“그래. 녀석이 탑을 공략하기 전까지 버티는 수밖에.”
* * *
“뭐야 여긴?”
“어, 어? 이게 대체…….”
천장의 높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공간.
오직 지면에서 뿜어지는 빛만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탑 안으로 갑작스럽게 이동된 사람들은 주위를 살피며 불안한 심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아이 X발 뭐야!”
“으, 응?”
그중에는 팬티 차림이거나 발가벗은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별수 없는 게 갑작스러운 대이동이었으니 저런 차림인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천운은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여긴 탑이구나 천운아.]
전 세계에서 선택받은 일부만이 첫 번째 대이동에 휩쓸린다.
당연히 세계 규모의 이동이니 모여든 사람의 수는 짐작할 수 없으며 천운이 찾고 싶은 의철이나 한설아 또한 눈대중으로 찾을 수 없을 거 같았다.
{반갑다.}
그때였다.
장내에 울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목소리가 나온 것은.
{난 0계층 뿌리 구간을 맡은 이지의 던전이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일어난 상황이 이해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대이동과 던전의 이지.
사람들은 이곳이 던전 안이라는 것을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나 뿌리 구간을 맡은 이지가 너희들에게 선택을 주니.}
쿠쿠쿠쿠쿵!
지면이 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두 개의 거대한 문이 지면에서 솟아나기 시작했다.
{좌의 문을 선택하는 자는 시련을 그것을 원하지 않는 자는 우의 문을 지나라.}
쿠쿠쿠쿠쿠쿵!
또다시 진동이 이어지고.
이 지평선의 끝이 안 보이는 넓은 공간에서 짝을 지은 거대한 두 개의 문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뭔…….”
“뭔 상황이야 대체?”
“가스레인지 불 켜 놓고 왔는데…….”
“자! 여러분들!”
그때 한 정장 차림의 남성이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시작했다.
“저는 아베타 협회의 영웅 중 한 명인 장한준이라고 합니다.”
남자의 뒤에서는 비슷한 차림의 남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으며 그가 우측의 문을 향해 사람들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페트리샤가 대비를 위해 준비시켜 놓은 협회의 요원들인 모양이다.
“안내에 따라 천천히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대로 했나 보네.’
페트리샤가 각국의 협회장에게 예언하여 미리 사태를 대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은 그대로 협회 요원들에게 맡기면 될 테고 천운은 사람들을 지나쳐 곧바로 좌측 문을 향해 나아갔다.
“어, 어 거기 학생!”
한 협회 요원이 천운을 불러 세웠다.
천운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설마 좌측 문에 들어가려고 한 거야?”
“예.”
요원이 천운을 보며 불만스럽게 표정을 꾸겼다.
“협회에 공고로 학생이나 비전투 아베타는 탑 공략 참가가 금지란다. 돌아가렴.”
그의 말에 이상을 눈치챈 천운이었다.
‘분명 걔한테 어린 애들이나 비전투 요원만 통제하라고 말하기는 했는데.’
천운이 생각하는 어린아이들은 13살 이하의 아이들을 말하는 거였다.
‘얘가 예언을 좀 상세하게 말해 주지.’
“거기 잠깐.”
그리고 저 멀리 대화를 듣고 있던 한 남자가 천운에게 다가왔다.
처음으로 문이 생기자 사람들을 통제하던 협회의 요원인 장한준이었다.
그는 잠시 천운을 힐끗 아니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보내 주게.”
“예? 아니, 부장님. 그게 무슨.”
“윗사람들 뜻이야. 그냥 보내 줘.”
“하지만…….”
“하…… 내가 책임질 테니 그냥 보내 줘.”
“아, 알겠습니다.”
그제야 천운을 보내 주는 요원이었다.
천운은 방금 그 남자를 쳐다봤다.
‘뭐지?’
“그럼 들어가 봐도 되나요?”
“그래. 조심하거라.”
천운은 곧바로 좌측 문을 향해 나아갔다.
저 멀어진 거리 천운이 다시 힐끗 남자를 바라보자 그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천운에게 인사한 것이다.
‘아…….’
남자의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성녀가 일 처리는 제대로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흠…….”
요원은 멀어져 가는 천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생김새로 보면 저 소년이 확실한데…….’
협회의 고위 간부에게 들은 말이 떠오른 장한준이었다.
각국의 협회장에게 알려진 성녀의 예언.
그 예언 중 하나는 갈색 곱슬머리에 검은 손목 밴드를 찬 소년의 길을 막지 말라는 예언이었다.
“한국인이라고 했는데 저 소년이 맞겠지.”
“예?”
“아니, 돌아가자.”
그때였다.
{나 이지의 던전이 말한다.}
천운이 좌측 문을 통해 들어가자 또다시 던전의 이지가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시련을 참가하는 자에게 나 이지의 던전이 혜택을 주겠다.}
위이잉-
사람들의 시선이 정면을 향했다.
아니 정확히 자신들의 눈앞에 뜬 창으로 향한 것이다.
“이게 뭐야?”
“이건…….”
{시련에 참가 시 아래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1. 힘 10+
2. 체력 10+
3. 지능 10+
4. 마력 10+
5. 행운 10+
사람들의 앞에 떠오른 혜택창.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을 현혹할 혜택이었다.
그러나 던전의 이지는 거기서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
{또한 1층의 시련을 통과한 자들에게 모든 스탯을 5씩 올려 주마.}
“…….”
“…….”
“…….”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와와아악!”
“비켜!!”
우측으로 기다란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 * *
온통 새하얀 이공간.
천운의 눈앞에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당신은 시련의 참가를 선택했습니다.]
시련의 첫 번째 테마가 전쟁인 1층.
천운은 시련 내용과 통과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1층의 시련 ‘전쟁’에서는 직업과 역할이 랜덤으로 주어집니다.]
나오는 창마다 1층에 대한 설명밖에 없었다.
곧바로 넘어가는 창들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으니 드디어 마지막 창이 떠올랐다.
{아래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1. 힘 10+
2. 체력 10+
3. 지능 10+
4. 마력 10+
5. 행운 10+
스탯의 향상.
천운이 기다리고 있던 혜택이 드디어 나왔다.
‘행운은 안 돼. 역시 올리려면.’
길게 선택할 것도 없었다.
천운은 곧바로 가장 시급한 4번 마력을 선택했다.
{그럼 제 1층의 시련 ‘전쟁’을 시작합니다.}
화악-
천운의 시야를 가릴 거대한 빛이 공간을 가득 메웠고 몸이 부유하며 어딘가로 이동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이동되면서 천운은 생각했다.
{직업과 역할이 동기화됩니다.}
‘음…… 직업이라…….’
랜덤으로 적용되는 직업.
천운은 1층이 구현한 세계가 어딘지 알고 있었다.
“이왕이면 전투에 도움 되는 거면 좋겠네. 기사나 마법사 그런 거.”
대충 원하는 걸 입으로 말하며 바라는 천운이었다.
물론, 이미 자신에게 주어질 직업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는 하나 혹시 몰라 이렇게 빌어 보는 천운이었다.
후아앙-
“도착인가?”
부유 된 몸은 가라앉기 시작했으며 천운의 발이 땅에 닿자 천운은 감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다그닥- 다그닥-
현대에서 볼 수 없는 마차와 마치 중세풍의 건물들.
{첫 번째 시련.}
시스템이 말했다.
{자이럼 왕국의 전쟁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시련의 테마 전쟁은 과거 멸망한 세계에 존재했던 왕국.
자이럼 왕국의 전쟁이었다.
주변을 둘러본 미르마의 동공이 커지기 시작했다.
* * *
[여긴…….]
미르마는 당혹감이 물씬 풍기는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어지지 않는 미르마였다.
[자이럼 왕국.]
‘알고 계세요?’
[카릴 마도 제국을 나와 은거하기 전에 세계를 돌아다녔지.]
‘그래요?’
[그래. 설마 멸망한 세계를 구현할 줄이야…….]
미르마의 복잡한 시선이 주위를 바라봤다.
과거 카릴 마도 제국을 나온 미르마가 첫 번째로 도착한 왕국이 바로 이곳이었다.
“음…… 일단 도착은 했고. 인벤토리.”
절망의 탑에서는 시련을 받는 아베타들에게 인벤토리라는 아공간이 주어진다.
적어도 10kg 정도는 가볍게 들어가며 아공간 내부에서는 음식이 썩을 일은 없을 거다.
천운은 아공간에 가방을 넣은 뒤 스탯과 직업을 확인할 겸 곧바로 상태창을 켜 봤다.
이름 : 김천운
나이 : 17세
역할 : 론 헤일리
직업 : 대장장이
<상태창>
힘 : (37.2/50)
체력 : (36.7/40)
지능 : (14/100)
마력 : (45.1/48)
행운 : (100/?)
천운의 입이 당혹스럽게 벌어졌다.
“뭐야 이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무리 랜덤이라도 자신의 직업이 대장장이였다.
“미친…….”
처음 직업부터 꼬여 버린 천운이었다.
이렇게 되면…….
띵-
천운의 눈앞에 창 하나가 떠올랐다.
{퀘스트}
[닉 와일의 대장간을 찾아가십시오.]
눈앞에 보인 것은 대장장이의 퀘스트였다.
“X됐다…….”
1층의 시련 ‘전쟁’에서는 시련에 참여한 아베타에게 역할과 직업이 주어진 뒤 그와 관련된 퀘스트가 나온다.
그리고 그 퀘스트의 끝은 결국 전쟁이니.
천운은 대장장이라는 직업으로 전쟁을 치르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