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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02화 (102/176)

제102화

#101

검색 : 절망의 탑.

“음…….”

다음 날 침대에 누워 있던 천운은 폰으로 절망의 탑에 대해 검색했다.

미국 마경 인근에 위치한 절망의 탑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탑이기도 하다.

고작 4층으로 하늘을 뚫는 높이를 자랑하며 그 직경 또한 하나의 산 정도의 크기를 자랑한다.

전쟁, 기아, 역병, 죽음.

총 네 가지의 재앙을 토대로 이루어진 탑.

‘마지막 층은 분명 죽음의 층을 말하는 거 같은데…….’

미국을 포함해 각국의 내로라하는 아베타와 길드가 절망의 탑 공략에 나섰지만, 마지막 층을 남겨 두고 모든 나라가 실패했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절망의 탑’에 대한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절망의 탑은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다.

“음…….”

원래라면 1년 뒤 의철이 2학년이 되면서 미국에 절망의 탑이 등장하고 탑의 공략에 나서게 되지만.

‘있지도 않은 탑을 찾아가라니…….’

“에휴…… 모르겠다.”

길영트도 휴교해 방학이고 할 일이 없었다.

막상 스탯 또한 성장시키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힘과 체력은 마투법으로 대처하고 마력은 미르마의 특성 부작용으로 인해 성장이 더럽게 어려워졌다.

[질 자체가 다르니까 당연하지.]

미르마가 말하기를 현재 천운의 마력 자체가 밀도가 너무 높아 보통의 1과 비교할 수 없는 밀도를 자랑한다.

대충 쉽게 말해 5배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천운의 1마력은 보통 아베타의 5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성장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뭐, 만다라가 있으니까 상관없고…….’

“천운아!”

“응?”

벌컥!

한설아가 문을 세차게 열고 들어왔다.

뭔가 천운을 보며 마음에 안 든다는 식으로 입술을 삐죽이며 입을 열었다.

“요즘 반항기도 아니고 맨날 허구한 날에 집에만 처박혀 있어.”

“으, 응? 어제 나갔다 왔는데?”

“30분 만에 돌아왔잖아.”

“음…….”

할 말이 없긴 하다.

잠시 의철을 만나러 바람만 쐬고 온 격이니.

“지금 몇 시지?”

“정각. 정말 오늘도 집에만 있을 거야?”

“아니, 나가자. 할 것도 없고.”

천운은 곧바로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한설아와 함께 집을 나섰다.

딱히 갈 곳을 정하지는 않았다.

그냥 한설아를 따라 어딘가로 걷고 있던 천운이었다.

“이렇게 걷는 것도 오랜만이네. 그치 천운아?”

“그러게…….”

“근데 어디 갈 거야?”

“…….”

음…….

얘도 생각 없이 나를 따라오고 있던 모양이네.

그냥 아무 카페나 가서 시간이나 때울까 하는 생각으로 카페로 향하려던 천운이었다.

‘응?’

카페로 향하던 중.

저 멀리서 웬 금발의 서양 여자가 우리 쪽으로 걷고 있었다.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의 미녀였다.

꿀단지 같은 금발과 푸른 보석 같은 눈과 오뚝한 생김새.

연예인 같은 외모에 천운의 시선도 그녀를 향했다.

‘예쁘네.’

천운의 감상평은 짧았다.

평소의 민아 누나와 한설아와 같이 살아서 그런지 별 큰 감흥이 없었다.

“우와…… 응?”

한설아 또한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방금 자신을 보고 미소 짓던 거 같은데…….

그녀가 천천히 한설아에게 다가왔다.

“어, 어? 뭐지?”

“그러게. 아는 사이야?”

“아니야. 내가 외국인 친구가 어디 있어.”

“그래?”

그런 대화를 나누니 금발의 그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싱긋 웃는 모습이 예쁘기는 한데 한설아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천운아 혹시 영어 할 줄 알아?”

“헬로우나 땡큐 이런 거 정도.”

“그건 나도 할 줄 아는데.”

대화를 듣고 있던 그녀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김천운이 그쪽인가요?”

“어, 어?”

“네.”

유창한 한국어에 천운과 한설아는 당황했다.

동시에 바로 옆 천운을 찾으니 천운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모른다며!”

“몰라…… 진짜로.”

“후훗, 하긴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죠?”

뭔가 익숙한 목소리였다.

말투나 말하는 태도를 보니 어디서 만나 본 거 같긴 한데…….

“안녕하세요. 페트리샤라고 합니다…… 라고 하면 알겠나요?”

천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성녀!’

눈앞의 그녀는 진짜 성녀였다.

* * *

“캐러멜 마키아토에 얼음 두 개만 넣어서 미지근하게요.”

“하…… 그래. 설아 너는?”

“나? 나는 그냥 초콜릿 스무디?”

“그래.”

천운이 주문하러 간 사이.

독특한 취향의 커피를 시킨 페트리샤가 맞은편에 앉은 한설아를 바라봤다.

한설아는 그녀를 경계하고 있었으며 페트리샤는 평온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가 데이트를 방해했나요?”

“네, 네? 데이트요? 아니요. 얘랑은 그냥 가족이에요.”

“후훗, 그런가요?”

얼굴을 붉히는 한설아를 보며 귀엽다고 생각하는 페트리샤였다.

막상 한설아는 페트리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다.

“저기…… 혹시…….”

“천운하고 어떤 사이냐고요?”

살짝 그녀를 보니 짓궂은 장난이 치고 싶어진 페트리샤였다.

“어릴 때 결혼으…….”

“한국어가 엄청 유창하시네요?”

“…….”

순진무구한 눈을 똘망똘망 빛내며 질문하는 한설아.

다소 그녀의 질문에 당황한 페트리샤였다.

‘얼버무리려고 질문한 건 아니네…….’

그녀는 진짜로 호기심에 질문한 거였다.

“후훗, 전부 이거 덕분이에요.”

그녀는 푸른색 커다란 수정이 달린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말했다.

“혹시 유물인가요?”

“네. 언어 해석 유물이에요.”

“와…… 신기하다.”

“다른 궁금한 점은 없나요?”

“혹시 연예인이나 배우신가요?”

“…….”

한설아의 질문에 뭐라 말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은 페트리샤였다.

“혹시 천운하고 무슨 사이인지 안 궁금해요.”

“음…… 그거야 뭐…….”

슬쩍 고개를 돌려 천운을 바라보는 한설아였다.

“쟤가 워낙 숨기는 게 많아서 익숙하거든요. 뭔가 이쯤 되니 포기하면 편해라는 느낌이랄까.”

“하. 하. 그렇군요.”

페트리샤는 잠시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당황했고 곧 천운이 커피를 가지고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천운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진짜로 찾아올 줄이야.”

“후훗, 당신이 찾아오라고 했잖아요.”

“그때 편하게 말 놓지 않았나?”

“제가 원래 이런 성격이에요.”

“음…….”

잠시 고민하던 천운은 미르마에게 부탁했다.

‘미르마 혹시 소리 차단 마법 같은 거 있나요?’

[응? 있긴 한데. 이 여자의 마력 뭔가 익숙하네.]

‘얘가 미국의 성녀예요.’

[어쩐지 익숙하더니만…… 일단 마력을 두른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려 봐. 술식은 이미 그려 놨어.]

투툭-

천운이 가볍게 책상에 손가락을 두 번 두드리자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우우웅-

기묘한 울림소리와 함께 카페 주위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곧이어 공간이 차단되며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페트리샤와 한설아는 그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우와……. 또 마법이지?”

“응.”

“근데 갑자기 왜?”

막상 페트리샤는 천운의 마법에 경악하고 있었다.

‘세상에…… 중상급 마법인 소리 차단 마법이라니…….’

한설아의 반응은 터무니없게 이상했다.

공간계의 마법 중 하나인 중상급 ‘소리 차단 마법’을 평범하게 쓴 김천운을 보고 저런 반응이라니…… 설마 평소에도 저게 흔한 건가? 라고 생각이 든 페트리샤였다.

페트리샤는 천운을 보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설아야. 미안한데 중요한 대화라서…….”

“아! 그렇구나…….”

“10분만 기다려 줄래?”

“으응 알겠어.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고 있지 뭐.”

한설아는 태평하게 자리를 뜨고 이 조용한 공간에 페트리샤와 천운만이 남았다.

천운이 먼저 직설적으로 물었다.

“이제 편하게 말 놔도 될 텐데?”

“하…… 정말이지. 거물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찾아온 이유는 거래 때문인가?”

“그래. 애초에 네가 거래를 하고 싶으면 찾아오라고 했잖아.”

“뭐, 그렇긴 하지.”

그것보다 거래…… 거래라.

막상 그녀가 내게 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생각이 든 천운이었다.

그녀가 줄 수 있는 것은 미래에 정보.

내가 줄 수 있는 건 친목회의 도움.

애초에 내가 부탁 안 해도 결국 친목회가 협력하게 될 테지만 지금의 그녀가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제대로 된 거래를 하고 싶어. 일단 원하는 게 뭐야?”

“음…… 까칠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제대로 된 거래를 하고 싶으면 그건 네가 알아 와야지. 조사 같은 거 안 해 왔어?”

후훗.

자신 있게 웃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너는 거절해도 상관없는 얘기니까 말이지? 뭐 당연해. 그래서 준비해 왔지.”

“준비해 왔다고?”

그녀의 자신만만한 미소에 천운은 호기심이 들었다.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정보야. 미래의 정보.”

“…….”

‘결렬인가?’

천운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자, 잠깐! 끝까지 듣지 않으면 후회할걸.”

“하…… 뭔데?”

“후후훗, 네 어머니…… 아직 잠에서 안 깨어나셨지?”

“……뒷조사야?”

“네가 말했잖아. 조사 안 했냐고? 당연히 했지.”

“그래서 줄 수 있는 정보가 뭐야?”

“기대해도 좋아.”

그녀가 미지근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간단한 얘기지. 예언자인 네가 아직도 어머니를 치료할 약을 알아내지 못했다. 아마 예언하지 못한 정보겠지?”

“확실히.”

“정답이지?”

천운은 그러고 보니 얘는 나를 예언자로 알고 있었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한 기대 이상의 정보였다.

혹시나 했는데 설마 그녀가 어머니를 치료할 약의 정보를 알고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천운 또한 짐작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혹시…… 절망의 탑에 존재하는 유물 말하는 건 아니지?”

“응?”

“하긴 너도 예언했겠지.”

“어, 어? 알고 있었어?”

“뭐, 어느 정도는.”

“아…….”

페트리샤는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막상 자신 있게 말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결국 자신은 김천운에게 혹한다고 생각될 정도의 물건을 줄 수 없는 것이다.

상대 또한 예언자이다.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예언에 얻을 수 있는 소년을 상대로 자신이 건네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돈도 안 돼 정보도 안 돼 유물도 안 돼.’

이미 모든 걸 가지고 있는 소년이기에 도저히 천운이 원하는 것을 알 수가 없던 페트리샤였다.

유일하게 어머니의 약을 아직도 찾지 못하여 예언을 못 했던 건가 싶어 이 정보에 건 것이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천운은 이미 이 정보를 알고 있던 것이다.

“그래도 뭐.”

잠시 천운의 말에 페트리샤의 귀가 쫑긋했다.

“들어는 볼까? 무슨 정보야?”

“정말?”

“괜찮은 정보면 좋게 생각해 볼게.”

주도권은 천운에게 있었다.

그리고 현재 페트리샤는 천운의 뜻대로 그 정보를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그 정보가 천운에게 흥미롭기를 바랄 뿐.

“내 정보는 이거야.”

페트리샤는 자신의 예언을 토대로 정보를 모아 적어 놓은 종이를 건넸다.

서류를 받은 천운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그 표정을 본 페트리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천운의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거래는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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