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99
공터가 위치한 어느 산.
그 주위를 지키고 있던 가일은 불안감이 치솟았다.
‘왜…….’
그분께서 그 소년을 허락한 거지?
지금같이 중요한 때에…….
누구도 방해하면 안 된다.
특히 그 기운이 강하게 발현되는 시기에는 더더욱 말이다.
그 순간이 그분의 약점이며 가장 쇠약해지기 순간이다.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
그렇기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 주려 했건만…….
“뭐!?”
그때였다.
갑작스럽게 그분의 기억이 쇠약해지다 못해 끊겼다.
곧바로 그분이 계시는 공터로 가야 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니.
터벅- 터벅-
대놓고 인기척을 내며 다가오는 누군가.
가일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밀리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당했어…….”
“그게 무슨 말이냐.”
“네가 말하는 그분이 고작 애들한테 당했다고.”
밀리의 말에 가일이 성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장난은 재미없다 밀리. 그 역겨운 헛소리를 또 놀리면 죽이겠다.”
헛소리라고 자부하는 듯 그의 몸에서 사나운 마기가 터져 나왔고 밀리가 급하게 다음 말을 이었다.
“영악한 애들이야…… 회유하려던 그를 속이고 힘이 약해졌을 때 죽이더군…….”
“밀리 더 이상의 헛소리는 용납 못 한다.”
하…….
밀리가 답답한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농담 아니야.”
그 차가우며 날카로운 시선이 가일을 향했고 가일은 곧바로 연시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네년은 그분이 당할 동안 뭘 한 거냐!”
“하…… 나도 도우려고 했지. 근데…….”
후우웅!
탑!
짙은 어둠이 낀 밤 허공에서 누군가가 내려왔다.
그의 손에는 빛나는 망치가 들려져 있었다.
뿜어져 나오는 마력으로 알 수 있었다.
한우성이었다.
“산 주위에 둘러싼 막이 침입자를 감지했어. 아마 눈앞에 보이는 한우성이겠지.”
“한우성…….”
“나도 여유가 없다는 말이야. 알겠어?”
“크윽!”
“대화는 다 끝났나?”
후아앙!!
밝게 빛나는 갈히르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실패야……. 그 녀석이 생각한 계획이 말이야. 한낱 애새끼들 때문에 실패한 거라고!”
밀리가 가일을 향해 부추겼다.
“크레인!!”
동시에 크레인을 불렀다.
가일과 밀리의 눈앞에 검은 게이트가 생겨났다.
“지금은 도망칠 수밖에 없어 가일!”
“큭!”
“어딜!”
한우성이 갈히르를 휘둘렀다.
가일과 밀리가 양옆으로 피했으며 한우성의 갈히르는 크레인이 만든 게이트가 반으로 갈라졌다.
“이런…….”
“한우성!!”
가일이 달려들었고 동시에 밀리가 그런 가일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신중하게 생각해! 지금 녀석에게 덤비는 건 개죽음이야! 하지만…….”
밀리는 그대로 그런 가일에게 다가가며 차분히 말했다.
“네 마음도 이해가 돼. 그러니 선택은 너한테 맡길게. 만약 다시 생각이 바뀌면 미리 말했던 그 장소로 찾아와. 네가 알아서 말이야.”
“…….”
그 말을 남긴 채 밀리가 곧바로 가일을 등지고 도주했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후웅! 쾅!!
한우성의 갈히르가 대지를 찍었다.
쩌저적- 빠르게 갈라지는 지면이 밀리를 향했으나.
쿵!
가일을 발길질에 균열이 멈췄다.
“…….”
가일은 한우성을 노려봤고 밀리는 숲속으로 도주했다.
한우성은 밀리는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어차피 공터 주위로 단원들이 포진해 있으니 쉽게 놓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동시에 밀리를 쫓는 것보다 눈앞에 가일에게 집중해야 했다.
“어째서냐…….”
가일은 한우성에게 말했다.
그 말투에서는 분노가 차올라 있었다.
“어째서냐……. 네놈의 방식이 이런 거였나?”
“무슨 말이지?”
가일은 격노했다.
그 소년 혼자서 그분을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하다.
소년의 배후에는 한우성이 있을 것이다.
“전에 말했지 않았나? 목적은 같다고?”
“…….”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멸망을 막겠다고 했지. 한우성. 네놈도 우리와 다를 게 없다.”
한우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그가 도저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너는 내 희망이신 분을 가져갔다.”
그의 몸에 마기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몸에 신형이 어둠에 서서히 잠식되고 있었다.
한우성이 갈히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녀석을 도망치게 둘 생각이 없었다.
후웅! 쾅!!
그대로 내려찍은 갈히르.
그러나 녀석의 몸이 산산이 조각나며 그것이 곧 녀석의 마기로 형태를 이룬 더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이 도망친 것이다.
-기억해라…….
녀석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어딘가에서 말하는 게 분명하지만, 장소를 특정할 수 없었다.
-나 또한 네놈이 가장 소중히 하는 것을 가져갈 테니…….
그것이 언더의 장.
가일이 저주처럼 내뱉은 말이었다.
* * *
[속보 : 지금까지 아베타를 포함해 일반인에게도 해가 되는 마기가…….]
[속보 : 마기로 인해 각성, 성장의 가능성이 넓혀져…….]
[속보 : 마기 각성으로 인한 고유 스킬 증가로 마기의 각성을 추진한 사업이…….]
삑-
“하…….”
티브이를 끈 미국의 성녀 페트리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친목회가 실패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다음에 일어날 미래는 뻔했다.
마기의 옹호, 마인의 각성.
그것이 널리 알려지며 멸망이 진행될 것이다.
예언자라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마인의 각성은 결국 주변에 마기를 흩뿌리고 다니는 인간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니 결국 멸망을 앞당기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 재앙이 점점 더 앞당겨지겠지.’
성녀 페트리샤가 한우성의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막고 싶은 재앙.
세계 3대 금기 ‘마경’.
그중 하나가 안타깝게 미국에 존재했으며 그 마경에는 마수왕이 서식한다.
마인의 존재는 결국 마기의 범위를 넓힐 것이며 이른 시일 내에 마수왕이 인간의 서식지에 발을 들인다.
그것이 페트리샤가 예언한 멸망의 미래의 한 줄기였다.
“하…… 주안.”
“예.”
그녀의 옆에 주안이 나타났다.
그가 페트리샤에게 자료를 건네며 말했다.
“알려진 사실이 없더군요.”
“알려진 사실이 왜 없어요. 여기 있는데.”
주안이 가져다준 자료를 펄럭거리는 페트리샤.
주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보시면 알 겁니다.”
페트리샤는 주안이 준 자료를 읽었고 미간이 꿈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움직였다.
“이게 뭐죠?”
“보시다시피입니다.”
알려진 사실이 크게 없었다.
평범한 가정, 불우의 사고, 보호자 한민아, 길영트에 최하의 스탯으로 합격.
페트리샤가 알고 싶은 사실은 적혀 있지 않았다.
“얘 정체는요?”
“그게 문제입니다만……. 일단 한 가지 암 가문에서 1급 보호 인물로 지정돼 있더군요.”
“암 가문이라면 그 한국의 영웅 가문 아닌가요?”
“맞습니다.”
1급 보호 인물이라…….
암 가문이 소년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건데…….
또는 한민아가 막았거나.
“결국 자세히 알려진 사실은 없네요?”
“예…… 또 한 가지.”
“뭔가요?”
“그…… 제가 잘못 본 거일 수도 있으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말해 봐요.”
“사실…….”
내용은 이러했다.
게이트를 이용해 좀 거리를 둔 뒤 눈치 못 채게 소년을 미행했었고 소년은 자신의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병원 주변에 마수 테러가 일어났고 암 가문의 정예로 보이는 아베타들이 곧바로 대응하여 병원 주위의 마수와 구조에 나섰다고 한다.
이상한 점은 마치 암 가문은 이 테러가 일어날 것을 알고 미리 알고 있는 듯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흠……. 둘은 무사하죠?”
“예. 확실히……. 곧바로 S급 아베타 한민아가 나타나 안전하게 구조됐습니다만.”
“됐어요. 더 말 안 해도.”
그가 더 길게 설명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김천운을 먼저 확인하는 게 아니라 김천운의 어머니인 그녀를 먼저 조사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근데 막상 주안이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다.
“그, 그게…….”
“뭔가요?”
“여기서부터 본론입니다. 저도 믿어지지 않지만 보고 느낀 대로 말하겠습니다.”
“네. 말하세요.”
주안의 말은 이랬다.
주안 또한 100너머로 각성한 초월자였다.
그리고 초월자는 초월자를 알아본다.
주안은 실제로 안의 상황을 살피지 못했지만 느껴지는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병원 내부에 초월자가 있다는 사실을.
“그게 제 생각에는 소년이 초월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도 자기가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는지 알고 있다.
성녀 또한 자신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보고 있으니 말이다.
“초월자…… 그러니까 당신은 그 17살짜리 애가 초월자라고요?”
“성녀님도 17살입니다. 그리고 짐작이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그 와중에 할 말은 하는 주안을 보며 질려 하는 페트리샤였다.
주안의 말대로 자신은 17살 나이에 이미 미국에서 신으로 추앙받고 있으니 말이다.
한데 그건 둘째 치고 아무리 그래도 17살에 초월자라니…….
그것보다.
그 소년과의 만남이 문제였다.
‘흠…….’
늦든 빠르든 어차피 일어날 상황.
생각을 끝낸 페트리샤가 입을 열었다.
“한국으로 가죠.”
“한국말입니까?”
“네.”
김천운은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알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일어날 미래를 예지했다는 뜻이다.
뭔가…… 녀석 뜻대로 이어지는 거 같지만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 * *
현재 길영트는 피해 복구로 인해 휴교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학교를 안 간 천운은 그저 멍하니…….
[괜찮냐 천운아?]
“괜찮아요.”
미르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천운을 바라봤다.
며칠째 저러고 있다.
멍하니 하늘을 보며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이 말이다.
미르마의 눈에는 중증이었다.
맛탱이가 간 천운을 바라보니 자연스레 걱정이 되는 미르마였다.
‘이러다 갑자기 확 죽어 버리는 거 아니야?’
천운의 증상은 뭔가…… 우울증 비스름한 그런 거였다.
식욕도 활동성도 삶의 보람도 못 느낄 정도로 우울해 보이는 천운은 마치 사람이 죽기 전에 하는 행동 같기에 미르마는 천운을 보며 불안에 떨었다.
[천운아. 바람이라도 쐬러 어디 나가는 게 어때?]
“지금 쐬고 있어요.”
[그런 바람 말고 산바람 말이야. 일단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괜찮아요…….”
탁-
바람을 쐬다 말고 창문을 닫은 천운이 풀썩-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그대로 휴대폰을 꺼내 길영트 관련 속보를 읽는 천운이었다.
[전례 없는 재해 던전 브레이크로 일어난 길영트 관리 던전. 이대로 괜찮은가?]
[던전 브레이크에 맞서 싸운 생도. 용기 있는…….]
[현재 길드를 포함한 협회의 아베타들은 마기 각성을 연구하여…….]
“응?”
인터넷 기사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대로 터치해 확인해 보니 한설아였다.
날짜를 보니 며칠 전에 보도된 기자였다.
아마 던전 브레이크가 마무리된 후 곧바로 인터뷰한 모양이다.
영상도 있기에 클릭해 확인해 봤다.
-아…… 그게…… 그래도 무섭긴 했지만, 다행히 생도용 던전이라 어떻게 싸울 용기가 나더라고요.
막상 몰려 있는 기자들에 시선이 떨리는 한설아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재밌어 싱긋 미소가 지어졌다.
한설아 다음으로 익숙한 생도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윤시혁, 질 로벤 그리고 2학년 생도 회장.
한데 거기 있었을 거라 생각한 의철이 보이지 않았다.
“음…….”
띠리리리링-
“응?”
천운 울리는 벨 소리에 휴대폰을 확인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김의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