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98화 (98/176)

제98화

#97

“첫 번째 날개.”

6개의 날개 중 맨 아래.

첫 번째 날개의 깃털이 살아 움직이듯 허공에 뜨며 서서히 짐승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범람’.”

깃털이 범람하고 용과 4 다리 짐승 형태의 깃털이 천운과 의철에게 쇄도했다.

“의철아!”

천운이 의철을 불렀고 곧바로 의철은 천운의 뒤로 뛰어들었다.

천운은 샌디를 이용해 눈앞에 둥근 원판 형태의 방패를 만들었으며 동시에 반마의 특성을 발현했다.

후두둑-

강철까지 뚫을 기세의 깃털들이 천운의 마력을 두른 방패에 허황 없이 나가떨어졌다.

무수한 깃털은 형태를 유지 못했으며 연시훈은 그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역시…… 마력의 특성이야. 특이하군.’

많은 세월을 살아 여러 특성을 봐 왔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한데 저렇게까지 마기와 적대적인 특성이라니…….

근처에 다가가기만 해도 그 알 수 없는 특성이 마기를 갈무리시킬 정도였다.

‘특성뿐만이 아니다.’

마법.

소년이 펼치는 마법 또한 미개의 영역이었다.

일반 마법사가 펼치는 마법 따위가 아니다.

그보다 더 높은 경지의 마법일 것이다.

‘원래 저런 소년이 아니었는데?’

흠…….

“두 번째 날개 ‘중벌’.”

그의 등 뒤에 6개의 날개 중 중앙에 위치한 날개가 펄럭였다.

그리고 펄럭인 것을 확인한 의철이 위를 향해 팔테인을 휘둘렀다.

훙!

쿠쿠쿵!

그러나 팔테인의 참격에도 그 보이지 않는 무언가는 그대로 의철과 천운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크윽…….”

“컥!”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이상함을 느끼는 연시훈이었다.

김의철.

저 소년이 막지는 못 했지만, 자신의 중벌에 반응한 것이다.

김천운도 그렇다.

자신의 범람도 미리 알고 대비하는 듯한 행동.

마치 두 소년은 자신의 모든 능력을 미리 알고 있는 듯한 행동이었다.

“흠…….”

연시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자리에 서서 때가 될 동안 상대하려 했으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파지직- 파캉!

그리고 곧 때가 찾아올 시간이니 말이다.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어졌군.’

훙!

연시훈의 신형이 사라졌다.

한순간의 천운의 코앞에 나타난 연시훈.

손에서 구의 형태를 이룬 검붉은 무언가가 나타나고 그것을 천운이 내세운 방패에 살며시 가져다 댔다.

파캉!

천운의 신형이 큰 충격으로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큭!”

“천운아!!”

후웅!!

곧바로 들이닥치는 깃털의 용들.

의철은 그대로 뒤로 뛰어 아가리를 벌린 용의 얼굴에 팔테인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의철의 팔테인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파직!

동시에 팔테인에서 균열이 일었다.

팔테인의 두 번째 개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 균열 사이로 무수한 빛을 뿜어냈고 의철은 그 상태에서 위에서 아래로 팔테인을 크게 휘둘렀다.

파아앙!!

거대한 에너지가 용의 아가리를 찢는 동시에 연시훈을 향했다.

연시훈의 눈이 경악하며 커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개화라고?’

빠른 시기에 이루어진 의철의 성장.

개화된 팔테인이 공간에 자옥한 마기를 밀어내고 또는 갈무리시키며 또는 찢어발기듯 마기가 갈라지고 있었다.

마를 베는 검, 팔테인이 두 번째 개화를 이루어 낸 것이다.

빛의 검이었다.

칼날 부분이 전부 빛으로 이루어진 영묘한 검.

날이 없는 듯 가벼웠으나 그 빛으로 된 칼날 안에 내재된 에너지는 묵직했다.

‘이건…….’

연시훈의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짓된 빛을 팔테인은 거부하고 있었다.

마기의 천적.

한우성이 김의철을 아끼는 이유가 저것이었다.

또한 마기의 천적은 팔테인 만이 아니었다.

후드득-

충격으로 저 멀리 벽에 박힌 천운이 몸을 털며 일어섰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이미 알고 있었지만 부딪친 벽은 이미 오래되어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샌디 또한 그 순간에 몸을 감싸 막아 줬으니 말이다.

천운은 일어서 의철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어, 멀쩡해.”

의철과 천운의 대화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상할 따름이었다.

어떻게 여기를 알았냐. 그 힘은 뭐냐. 왜 여기를 알았음에도 찾아왔냐.

질문할 게 서로 많겠지만 왜인지 질문할 필요도 없이 알 거 같았다.

무언가 통하고 있었다.

그 모든 이유를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말이다.

“왜…….”

연시훈의 목소리에 분노가 차올랐다.

“아직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힘의 차이는 명백합니다. 아무리 당신들이 초월자라 하여도 아득한 차이가 있거늘 왜 아직도 포기를 안 하시는 겁니까?”

“설명해도 이해 못 할걸.”

“그러게.”

“하…….”

연시훈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을 흘렀다.

“후에 죽느냐 지금 죽냐 다를 것은 없습니다…….”

펄럭-

그의 마지막 날개.

세 번째 날개가 펄럭였다.

“마지막 날개 ‘종말’.”

손에서 발산되는 검붉은 에너지.

어두운 공간 전체가 섬뜩한 핏빛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공간 안에서 연시훈의 날개는 고고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오직, 천운과 의철이 서 있는 자리만이 그 종말의 빛이 다가오지 않았다.

상관없다.

어차피 이 빛이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니.

영향을 받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었다.

이 검 붉은 에너지가 자신은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올려 줄 것이다.

“이건…….”

“조심해.”

의철과 천운은 곧바로 연시훈의 기세가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없군요.”

파지지직! 쾅!

스파크가 거세지고 있다.

곧 시스템이 기억을 불러들일 것이다.

“큭!”

잔류의 스파크가 하나 튀었으며 자신에게 충격을 가했다.

‘빨리 끝내야 한다.’

콰쾅!!

곧바로 연시훈이 천운에게 달려들었다.

‘약한 놈부터 먼저!’

연시훈의 짝 펼친 손이 천운을 향했고 천운은 곧바로 의안을 발동했다.

서서히 느려지는 시간.

의철은 고개를 돌려 연시훈의 손을 피했고 동시에 의철이 연시훈의 배를 향해 팔테인을 휘둘렀다.

느려진 시간 속 모든 상황이 천운의 눈에 보였고 천운 또한 샌디를 이용해 단검을 만들었다.

단검의 특성은 크리티컬 단검.

마력을 불어넣으면 확률에 맞게 크리티컬이 뜰 것이다.

‘피할 거야…….’

녀석은 피할 것이다.

어떻게든 의철의 검을 피할 것이고 난 그 경로를 알아차리면 된다.

훙! 휙!

예상대로 연시훈이 몸을 돌려 의철의 팔테인을 피해 냈다.

의안으로 바라본 천운의 시야에서는 상황이 느리게 흘러갔다.

당연히 그가 피하려는 방향을 예상할 수 있었고 그대로 그곳을 향해 단검을 찔러 넣었다.

‘이런…….’

그러나 연시훈은 그 단검마저 피해 냈다.

천운은 일어난 상황에 당황했고 그 순간 녀석의 손에서 기다란 무언가가 뿜어져 나와 천운의 얼굴을 향해 발산됐다.

검붉은 무언가는 닿기만 해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챈 천운은 이번에는 뒤로 넘어지는 듯이 자빠지며 그것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털썩-

천운이 곧바로 뒤로 넘어지는 동시에 시간이 다시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콰쾅!!

그대로 천운을 넘어 천장을 향했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천장을 뚫고 하늘로 치솟았다.

천운의 이마에서 선혈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저 닿지도 않고 여파만으로 천운의 이마를 찢은 것이다.

동시에 연시훈의 양손에서 또다시 검붉은 기운이 빛나기 시작했다.

하나는 의철에게 하나는 천운에게 집어 던질 기세로 그는 손을 움직였다.

의철은 곧바로 반응했고 천운 또한 옆으로 구르며 그것을 피해 냈다.

콰쾅!

팡!

느껴지는 기운만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에너지 속의 마기는 진득했으며 현재로선 팔테인이나 천운의 반마로도 상쇄시킬 수 없다는 것을.

‘왜지…….’

이 힘을 보고도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검을 들고 움직이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직도 미약한 그 힘이 자신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뭐가 옳고 그른지도 모르고 어리석게 덤비다니…… 아직도…….”

으득-

“아직도! 왜!”

왜 포기하지 않고…….

왜…….

“설명할 필요가 없어.”

천천히 몸을 일으킨 천운이 말했다.

“굳이 설명 안 해도 알게 될 거야. 왜 우리가 여길 찾아왔는지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 테니까…….”

“그게 대체 무슨…….”

파지직-

“윽!”

두퉁이 찾아왔다.

곧 회기 시스템이 발동될 징조였다.

‘아직…….’

아직이다.

녀석들 앞에서 이 힘을 방출하면 안 된다.

“큭…….”

몸에서 저항할 수 없이 흘러나오는 푸른 전류.

천운이 그것을 본 동시에 행운의 만다라를 발동했다.

‘지금이야.’

천운은 확신했다.

지금이야말로 온 힘을 다해 녀석을 몰아붙여야 한다는 것을.

후아아앙!!

만다라의 기운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올라간 기운은 자신이 원한 행운!

천운을 또다시 초월의 경지로 올려 보낼 것이다.

“그 힘은…….”

연시훈의 표정에 당혹감이 서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김천운이 초월의 경지에 들어선 것이다.

그것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생소한 기운을 풍기는 초월자.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소년이 초월한 스탯은 행운이라는 것을.

“행운…… 그딴 힘으로 저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당연하지.”

천운은 풍기는 기운에 몸을 맡겼다.

행운은 운명을 조종하는 힘.

지금부터는 내 행동 하나하나가 그에게 악운으로 돌아갈 것이다.

“의철아! 그대로 뛰어!”

탁!

의철은 의심 없이 곧바로 연시훈을 향해 달렸다.

현재 팔테인의 형태는 날이 선 장검으로 변모했다.

눈앞에 마기를 베기 위한 최적화된 형태.

‘가능하다.’

지금의 팔테인이라면 눈앞에 사내를 베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훙!

의철은 팔테인을 횡으로 휘둘렀다.

동시에 연시훈은 그대로 뒤로 뛰어 피했고 의철은 그대로 따라붙어 팔테인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파지직-

‘이런…….’

순간 빈틈이 보인 의철이었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팔테인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가까스로 팔테인이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큭!”

어깨를 스친 팔테인.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다.

그러나 고작 이 정도의 상처를 주고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그것이 가여우며 어리석다고 생각한 연시훈이었다.

사아아아악-

그의 손에서 붉은색의 창이 현현됐다.

그대로 창을 이용해 반격하는 연시훈.

의철은 창을 받아넘기고 공방을 이어 나갔다.

동시에 천운이 가세했다.

샌디를 이용해 장검을 만든 천운은 의철을 도와 연시훈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대체…….’

캉! 킹! 카캉!

치직-

공방이 이어져 나가고 기운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캉! 슈훙! 팅!

‘왜……!’

파지직-

동시에 연시훈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그것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의 기억이었다.

‘이건…….’

캉! 후웅!!

공방은 이어졌고 기억은 계속 흘러들어왔다.

‘믿을 수가 없다……. 이건 대체…….’

“하아아악!!”

“합!”

소년들은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천운은 흐르는 피를 닦지도 않고 그저 검을 휘둘렀고 의철 또한 녀석이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연신 온 힘을 다해 연공을 넣었다.

그러나 모든 검을 피하는 연시훈이었다.

소년들 또한 서서히 지쳐 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

‘대체 이건…….’

절대 이 소년들을 상대로 연시훈이 질 일은 없었다.

절대…… 절대 그럴 리가…….

기억이…… 막을 수 없이 흘러들어오는 기억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럴 리가……. 아니야, 아니야…… 하지만 이건…….’

“하아아압!”

마지막 천운이 마지막 힘을 다해 찌른 검.

푹!

그것이 녀석의 몸을 찌른 것이다.

“하아…… 하아…….”

천운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고 연시훈은 자신의 배를 찌른 소년을 내려다봤다.

그의 표정은 힘이 빠진 듯 공허했다.

“그랬구나…….”

알고 말았다.

아니 기억이 돌아왔다.

소년들이 이 장소를 알고 있던 이유.

알고 있음에도 누구의 도움도 없이 둘이서 찾아온 이유.

그들이 지금까지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이유.

모든 이유를 알게 되었다.

“너였구나…….”

그의 시선이 천운을 향했다.

그가 천천히 천운에게 다가갔다.

천운을 바라보던 그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이 후회스러운…….

“……어리석은 건, 나였어…….”

나 또한…… 대장과 다르지 않았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