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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95화 (95/176)

제95화

#94

파지직-

[이건 대체…….]

길은 경악했다.

의철의 몸에서 흐르는 전류의 기운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길마저 느껴 보지 못한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었다.

치지지직-

또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방금 있었던 기억은 먼 미래의 기억이었다.

이번에는 날짜까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바로 내일.

내일 일어날 기억이었다.

그곳은 어둠이 자욱한 넓은 공터였다.

자신은 한 남자를 마주 보고 있었다.

여태까지 봐 왔던 장발의 남자였다.

그리고 의철은 왠지 모르게 이 남자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연시훈…….

그것이 저 남자의 이름이었다.

-결국에는 찾아왔구나…….

남자의 시선은 나를 향했다.

무미건조한 시선이 나를 훑었고 나는 팔테인을 들고 그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 주변에는 그 누구도 없었으며 오직 나와 그만이 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장은 네게 가장 많은 총애를 줬지…… 너는 그것을 보답하지 못했다.

그의 몸에서 잔류의 푸른 전류가 흘렀다.

그 순간.

쾅!!

소리와 함께 지붕이 내려앉으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어, 어?! 뭐야!

천운이지만 천운이 아닌 거 같은 김천운이었다.

천운은 허둥대며 상황을 파악하고 연시훈을 본 순간 크게 분노했다.

-당신은…….

-너, 너는…… 너 이!! 이!!

-시끄럽군요.

-개자식아!! 이 개쓰레기 자식!! 너 때문에 우리 아빠가!! 이 X발!!

-…… 그냥 죽으세요.

침 튀기며 욕을 내뱉는 소년을 보며 인상을 구기는 연시훈이였다.

무미건조한 그의 목소리가 천운을 향했고 그가 손을 뻗자 피어오른 날개에 깃털이 용의 형태를 이루어 천운에게 향했다.

-히익!

천운은 히익! 소리치며 뒤로 도망갔으며 동시에 벌어진 아가리가 천운의 목에 닿으려는 순간.

-?!

그의 무표정에 적지 않은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놈은 우연히 자빠지며 용의 아가리를 피한 것이다.

그게 한 번이면 족한데…….

-힉!

-우왁!!

-제발! 언제까지 이럴 거야! 야 의철아 보지만 말고 도와줘!!

푸훗- 웃던 의철이 팔테인을 휘둘렀고 마기의 용이 의철의 팔테인을 맞고 갈무리되었다. 의철은 손을 천운에게 손을 내밀었고 천운은 입을 삐죽이며 손을 맞잡았다.

의철이 그 남자, 연시훈을 노려보며 천운에게 말했다.

-야 천운아. 한 가지만 빌어 줘.

-뭐? 뭐, 뭘 빌어 이 상황에!

-이 상황이니까 빌어야지. 네가 항상 하던 거 있잖아.

-평소에 하던 거라니?

의문스럽게 묻는 천운.

의철은 상황에 맞지 않게 미소가 지어졌다.

절망적인 상황.

현재 자신의 힘으로는 저 남자의 힘에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왜인지 모르게 자신이 생겼다.

의철은 천운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그냥 살고 싶다고 빌어.

치지직-

끊긴 기억.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다시 현세로 돌아와 정신 차린 의철이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큭! 헉! 허억! 후우……. 하…….”

두통이 일었다.

잠시 몇 분 숨을 멈춘 듯 가쁜 숨을 몰아쉬었으며 몸에 상처가 벌어진 듯 고통이 찾아왔다.

“…….”

[의철아?]

의철은 자신의 몸을 둘러봤다.

몸의 상처 중 성한 곳이 없었으나 몸을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길.”

[왜 그러느냐?]

“죄송해요……. 꼭 가야 할 곳이 있어요.”

[…….]

몸이 이끄는 방향대로 의철은 자신도 처음 가 보는 알 수 없는 장소를 향했다.

* * *

“처, 천운이가.”

“얘는 어디 갔어!”

한민아와 한설아가 천운의 병문안을 왔다.

근데 막상 있어야 할 천운은 어디에도 없었다.

“부, 분명 나오기 전까지는 자고 있었는데…….”

곧바로 한민아는 한우성에게 연락했다.

-무슨 일이야?

“천운이가 사라졌어요. 혹시 그쪽으로 갔나요?”

-김천운이?

한우성이 의문스럽게 물어봤다.

-아니, 이쪽에는 안 왔는데?

“부탁이에요. 천운이를 찾아 주세요.”

-너무 걱정하지 마. 바람 쐬러 나간 걸 수도 있잖아.

“침대 밑에 둔 옷까지 사라졌어요. 휴대폰도 두고 갔고요.”

-흠…….

잠시 생각에 잠긴 한우성이 한민아의 말에 수긍했다.

-알겠으니까 진정해라. 일단…….

삑-

“크롬벨.”

한우성이 크롬벨을 불렀다.

“가능하겠어?”

“응.”

고개를 끄덕인 크롬벨이 곧바로 손을 내밀었다.

손에서 현현한 세계수의 지팡이.

지팡이의 끝을 지면에 가볍게 톡- 치니 그녀의 마력이 지팡이를 통해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크롬벨은 한민아가 있는 곳에 게이트를 열었다.

“베개 아니면 이불.”

“어, 어! 제가 가져올게요!”

근처에 있던 한설아가 급하게 침대 위에 베개를 가져왔다.

곧바로 천운의 베개를 가져온 한설아가 멍한 표정으로 게이트에 베개를 건넸다.

“이건…….”

“들어와.”

크롬벨이 게이트를 넓혔다.

곧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졌고 한민아는 그 게이트로 들어가기 전 한설아에게 말했다.

“설아야. 미안한데. 먼저 집에 가 있으렴.”

“네, 네? 언니?”

“미안해. 나중에 설명해 줄게.”

그렇게 말하며 한민아는 게이트 너머로 들어왔다.

들어간 장소는 최아진의 집무실이었다.

친목회의 모든 단원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운이의 위치는요?”

“이제 시작할게.”

크롬벨이 대답했고.

그녀의 마력이 점점 광범위하게 넓혀 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크롬벨은 집중을 위해 눈을 감았다.

“걔 특징을 말해.”

“검은색 러닝복에 갈색 반곱슬, 손목에 검은색 손목 밴드를 차고 있는데 그거 유물이에요. 아마 그 유물의 마력을 느끼면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크롬벨은 한민아가 말한 생김새 토대로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 뒤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

“무슨 일이에요?”

“병원의 주변에 없는데?”

“…….”

한우성은 그녀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크롬벨의 탐색에 안 걸리는 경우는 총 두 가지가 있다.

녀석이 기척을 숨기는데 달인이거나 또는 크롬벨의 감지가 통하지 않는 영역 외의 공간에 있거나.

‘설마…….’

전자일 경우는 없고 그렇다면 후자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친 몸으로 혼자서 던전에 들어갔다고?’

왜지?

녀석의 행동에 이해할 수 없는 한우성이었다.

‘왜 이 상황에 갑자기 던전을…….’

“하…… 일단 감지되면 말해 줘.”

“알겠어.”

“강화두. 할 일 없으면 따라와.”

“어디 가시려는 겁니까 형님?”

“던전.”

병원에서 제일 가까운 던전.

한우성은 그 근처의 던전을 다 돌아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천운의 위치가 감지된 것은 다음 날.

어느 산의 지하였다.

* * *

병원을 빠져나온 천운의 행보는 미르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이지의 던전.

미르마의 도움으로 쉽게 통과가 가능했다.

두 번째로는.

[여긴…….]

성장의 공터.

미르마의 마력이 내재되어 있는 현자의 안식처였다.

[여긴 대체 무슨 일이야?]

“대비를 하려고요.”

[무슨 대비?]

훙!!

천운은 말없이 그 깊은 구덩이를 향해 뛰어내렸고.

과거와 다르게 착지한 천운이 위를 올려다봤다.

“부탁이 있어요. 천장은 그대로 둬 주세요.”

[무슨 짓을 하려고?]

“……그리고 마력을 좀 흡수할게요.”

천운의 말에 크게 놀라는 미르마였다.

[안 돼! 그냥 마력도 아니고 내 마력이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말해?]

“가능성이 있어요.”

후우웅!

행운의 만다라.

올라간 스탯은 행운.

다시 천운은 초월자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감이 잡히네.’

만다라는 항상 상황에 올바른 스탯을 올려 줬다.

자신이 원하는 스탯이 아니라.

‘지금 행운 스탯을 올려 줬다는 건…….’

“미르마 시작할게요.”

천운은 곧바로 주머니의 병 하나를 꺼냈다.

모든 외상을 없애 주는 유물이지만 치료하는 데 하루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쓸모는 있지만, 전투 중에는 쓸모없는 유물이 찾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상황이 벌어지는 데 하루 정도의 시간이 남았어.’

촉박하지 않다.

하루 정도면 아마 흡수와 치료 모든 것이 끝날 테니.

만다라로 올라간 행운 스탯으로 난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

[확실히 지금이라면…….]

미르마도 확신이 서고 있었다.

가능성이 생겼으니 말이다.

[초월도 못 한 인간이 내 마력을 흡수하면 예상되는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몸이 터져 나갈 거야. 하지만 지금의 너라면…….]

미르마의 손에서 마력의 구가 형성됐다.

[특성의 흡수야. 이 정도면 가능할 거야.]

싱긋 웃은 천운이 그 마력을 받았고 곧 자신의 마력으로 미르마의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덜컹!

몸에 무거운 무언가가 들어오고 덜컹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내 특성은 밀도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미르마의 마력은 1이라도 같은 1이 아니었다.

1 하나에 담겨진 마력의 밀도는 다른 아베타와 비교하면 5 정도의 마력이 느껴졌으니.

[최소의 마력으로 최상의 마법을 발현할 수 있을 거다.]

천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느껴지는 밀도가 남달랐다.

이것은 자신이 흡수하는 게 아닌 그 밀도에 흡수되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마력이 미르마의 밀도에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았다.

아마 이게 옳은 길이라는 걸 왠지 모르게 짐작할 수 있었다.

‘번질 거야.’

그 마력이 자신의 모든 마력을 집어삼키는 동시에 내 마력이 미르마의 마력으로 서서히 번져 나갈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너무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

천운은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이것이 옳은 길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몸속에 무언가가 꼭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또한 기억 속 그대로 미래가 조금도 변하면 안 된다.

만약 그 상황대로라면…….

……훙! 캉!

자신은 의철의 승리를 기원하며 빌고 있었으며.

-하아아아압!!!

의철은 기합을 넣으면 팔테인을 연신 휘둘렀다.

파지직-

-큭!

완벽한 줄로만 알았던 그 장발의 사내도 전류가 터지는 순간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철은 이 기세를 몰아 녀석에게 계속해서 팔테인을 휘둘렀다.

그리고 순간!

파아앙!!

녀석의 몸에서 잠재되어 있던 스파크가 크게 터진 순간.

후웅!!

의철의 팔테인이 녀석의 가슴을 베었고.

털썩-

녀석은 그대로 주저앉으며 지면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고통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복잡한 표정의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의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의철이 아닌 그 너머의 천운을 말이다.

사아악-

몸 주변에 핀 날개가 사라지고 마기를 갈무리시켰다.

천운은 움찔했지만, 뒷걸음질 치지는 않았다.

의철 또한 왜인지 모르게 그를 막아서지 않았다.

알 수 없지만, 그의 몸에서 이미 그 뿜어져 나오던 사나운 기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더는 싸울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천운의 코앞에 다가온 순간.

그는 자신의 자책하고 후회하는 듯 말했다.

-미안하다…….

천운의 코앞에 왔지만, 그는 천운을 마주 볼 자신이 없는 듯 고개를 숙이며 이 말만 남겼다.

-너였구나…… 내가 남긴 가능성이…….

그것이 내일.

내일 일어날 상황이라는 것을 천운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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