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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93화 (93/176)

제93화

#92

‘내가 왜! 진짜 내가 왜!’

“하아! 하아!”

-키에엑!

-카악!

장오철의 뒤에 쓰나미같이 몰려오는 마물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상황의 발단은 20분 전 분명 그게 문제였다.

“너는 먼저 가서 구조 요청을 해라.”

눈앞에 10층의 보스를 두고 윤시혁이 내게 한 말이었다.

나 또한 어느 정도 전투에 자신이 있었고 일단 길영트에 괜찮은 성적으로 합격한 생도였다.

물론 들끓는 마물들과 그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본 순간 그 어리석은 생각은 곧바로 사라졌다.

일단 생존이 우선이었고 윤시혁의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그대로 뒤를 보고 뛰었다.

‘교관님들은 대체 어디 계신 거야!’

아니, 사태가 이러니 교관님들이나 협회의 영웅들이 바쁜 건 알겠는데 그렇다 쳐도 너무 안 보이지 않은가.

고작 생도용 탑이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킨 건데.

-크르릉! 컹! 컹!

-크와아악!!

“제발 쫌!! 꺼져!!”

질질 침을 흘리며 쫓아오는 4 다리 짐승처럼 보이는 마물도 달려들기 시작했다.

다행히 주특기 중 하나가 달리기였다.

그러니 아직도 안 잡히고 도망칠 수 있었지.

“어, 어! 교관님 교관님!!”

장오철의 시선에 한 교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영환 교관과 허필두 교관이었다.

근데 막상 장오철의 다급한 부름에도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두 명의 교관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둘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마물들 그리고 협회의 영웅들 그 모두가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반응에 장오철의 시선 또한 하늘을 향했고.

“……저, 저게 대체 뭐야?!”

장오철의 두려운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붉게 물든 적색의 하늘.

그곳에서 찬연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 * *

저 멀리 하늘에서 길영트를 내려다보는 남자가 있었다.

그의 싸늘한 시선이 길영트를 향했다.

무수히 들끓는 마물과 그런 마물들과 대치하는 영웅과 길영트의 교관들.

그는 어리석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읊조렸다.

“안타깝구나…….”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 먼 미래의 끝을 모르고 아직도 마물과 마수와 맞설 생각을 하니 말이다.

해마다 높아지는 마기 수치와 마기의 영역을 넓혀가는 마수들.

그것은 인류의 끝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예상할 수 있는 사실들인데…… 그들은 예방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들은 아직도 그 막을 수 없는 재앙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나 또한 너무 늦게 깨달았지.’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이 애처롭게 변해 갔다.

그들은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사실을.

지금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허망하다는 사실을.

“킬라. 준비는 되셨나요?”

“이 정도 수의 마물을 조종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아마 도와주시면 가능할 겁니다.”

“시작하죠.”

나직하게 읊조린 그의 손이 하늘을 향했다.

그의 손에서 뻗은 붉은 무언가가 푸른 하늘을 향했다.

검붉은 피의 빛이 적색의 하늘이 주위로 번져 나갔다.

“이건…….”

킬라의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적색의 하늘에서 내리쬔 빛이 킬라의 몸에 깃들며 익숙한 기운이 자신의 고유 스킬을 성장시키기 시작했다.

몸에 느껴지는 압도적인 우월감.

킬라의 내뻗은 손이 저 아래에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마물의 군세로 향했다.

쿠오오오오!

키에에엑!!

모든 마물들이 그를 찬양하며 울부짖었고 잠시 뒤 복종을 맹세하듯 고개를 숙였다.

“이건 대체…….”

“저 사람은 누구야?”

마물들과 맞서 싸우던 교관들과 협회의 영웅들은 이 상황에 어리둥절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사납게 울부짖던 마물들은 얌전해지고 모든 마물들이 하늘을 찬양하듯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 기회라고 생각하여 검을 휘두르게 마련인데.

그들은 느껴지는 기묘한 이질감으로 손 하나 까딱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들 또한 마찬가지로 마물들과 같이 그저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였다.

적색으로 물든 하늘에서 환한 빛을 내뿜는 남자가 나타났다.

긴 장발에 사제복을 입은 평온한 얼굴의 남자.

그의 등 뒤에서 내뿜어지는 영험한 빛과 6개의 날개에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장엄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유물을 들고 전투를 벌이던 영웅과 교관들도, 건물을 향해 대피하고 있던 생도들도, 긴박했던 상황이 끝난 듯 그저 그들은 자리에 서서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모든 시선이 날개를 편 그를 향했다.

잠시 몇 분.

시간이 멈춘 듯이 고요했다.

“너희를 기억하마…….”

그의 씁쓸한 눈이 마물을 향했고.

쿠오오오오!

아래에서 그에게 복종하던 마물들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부탁합니다. 킬라.”

“예.”

킬라가 내린 명령은 가차 없었다.

그저 휘저은 손이 고개를 들어 찬양하는 마물을 향했고 마물을 포효하며 스스로 숨통을 끊기 시작했다.

모든 길영트의 영웅과 교관 생도들은 그 현상에 경악했으며 동시에 올려다본 하늘의 천사가 고고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 *

“도대체 목적이 뭐죠?”

한편 밀리와 전투를 벌이는 최아진은 의문스럽게 물었다.

“뭐가 말이야?”

“……하는 짓을 보아 잡아 두는 게 목적인 거 같기는 한데.”

애초에 시간을 잡아 두는 것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길영트에서 뭘 하려는 지 모르겠지만, 게이트를 사용하여 모두 친목회를 길영트와 떨어트리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저 테러가 목적이라면 친목회를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킬 필요는 없겠지.’

녀석들은 분명 길영트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친목회가 그것을 방해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고.

밀리는 그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최아진을 상대할 뿐이었다.

“계속 생각해. 네 장점이잖아?”

“…….”

밀리의 말에 순간 눈이 뜨인 최아진이었다.

그녀와 전투 중에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녀는 그것을 도발하듯 부추겼고 더더욱 알 수 없는 생각이 시간을 끌게 만들었다.

최아진은 잠시 냉정해지기로 했다.

과거의 생각을 되짚어 보았다.

-대장은 왜 그 빌런 단체를 협회에 신고하지 않은 건가요?

이해가 안 되는 대장의 행동 중 하나는 오직 친목회만으로 언더를 상대하려 한 것이다.

협회에 요청해 정식 빌런 단체로 인증한 다음에 그들과 도움 또한 받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한우성은 또다시 알 수 없는 말을 시작했다.

-3개의 재앙은 성격과도 같은 상징이 있다. 각자 멸망하는 길은 같지만, 멸망의 길은 전부 달라.

-…… 뭐 그 나머지 하나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고 마수왕하고 언더는 뭔가요?

-마수왕의 멸망은 파멸이다. 그리고 언더의 멸망은…….

“설마……?”

과거 그 한마디를 들은 최아진은 길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곧바로 이해하고 말았다.

-길게 설명 안 해도 되지?

-하긴…… 그럴 만하네요. 마인이 되면 마수나 마물의 피해가 줄어들 테니까요.

“이런…….”

“후훗, 이미 늦었어.”

밀리가 저 멀리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최아진의 근처에서 게이트 하나가 동시에 열렸다.

크롬벨이 연 게이트였다.

최아진은 급하게 크롬벨에게 말했다.

“크롬벨 빨리 길영트로 가야 합니다!”

“…….”

크롬벨은 그저 고개를 저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늦었어…….”

“이런…….”

최아진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반대로 이용당했어…….”

지금까지 힘을 써서 정체를 숨겨 왔던 단체였다.

그것을 녀석들은 역이용했다.

-언더의 멸망은…….

“혼돈…….”

녀석들은 사회에 혼돈을 초래할 것이다.

* * *

“저기 위를 봐!”

“와…… 저건 뭐야?”

“누구야? 어디 소속 아베타야?”

영험한 빛을 내뿜는 사내의 시선이 서서히 죽어 가는 마물을 향했다.

교관들과 영웅들이 힘이 빠진 듯 털썩- 바닥에 주저앉으며 하늘에 떠 있는 그를 보며 안도하고 있었다.

그 정체불명의 남자로 인해 상황이 끝난 것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대단하군…….”

“혼자서 그 많은 마물을 정리할 줄이야.”

사람들을 이끄는 듯한 빛이 자옥하게 퍼졌다.

그 빛으로 인해 누구에게는 구세주로 누구에게는 길영트를 구한 새로운 영웅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하죠…….”

“예.”

남자의 시선이 그 무수하던 마물의 시체로 향했다.

죽은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한 기운은 마기였다.

그의 손이 또다시 움직였고 시체에서 뿜어져 나온 모든 마기가 그를 향했다.

“명운을 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가 킬라에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익숙하니까요.”

“그게 무슨……!?”

그의 몸으로 무수한 마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감당하기 힘든 마기의 폭풍이 일어났으며 그를 당황스럽게 지켜보던 킬라는 눈을 빛내며, 그 밑에서 경외롭게 바라보던 교관들과 영웅, 생도들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당혹스러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일어난 것은 공명.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밑에서 그를 바라보던 아베타들의 마력과 공명을 일으키고 있던 것이다.

그것은 마기였다…….

그는…….

후우웅-

“곧이다…….”

난 틀리지 않았다.

그 누구도…… 미국의 성녀도, 각국에 천재지변의 힘을 가진 S급 아베타도, 한국의 친목회도 그 누구도 막지 못했던 재앙을 자신이 일찍이 첫 발걸음에 들어선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는 깊게 잠기듯 눈을 감았다.

과거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너는 너무 고지식하단 말이지. 그렇게 행동해서 여자한테 인기 있겠냐?’

‘어머, 왜요? 우성 씨보다 조용하고 좋은데요.’

‘예. 형님도 얘 성격 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장은 그 차림새부터 어떻게 해야죠.’

‘응.’

‘허참…… 어이가 없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시훈아…….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는 뭉클한 기억…….

시스템의 오류에서 나온 쓸모없는 기억이 자신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가 잠시 인상을 찡그리며 서서히 눈을 반개했다.

그리고 항상 그래 왔듯이 그의 눈은 평온한 동시에 덤덤했고 그 덤덤한 눈동자는 공허했다.

‘아직도 잊지 못했구나…….’

하지만 기억이었으며 과거의 얘기다.

이미 지나갔으며 사라진 과거.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련한 기억.

그 기억을 신경 쓰기에는 자신은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았다.

‘그들과의 연은 이미 끊었다.’

과거의 기억.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그것은 과거다.

‘내가 세계의 끝을 막겠다.’

마인의 대중화.

혼돈의 시작이었다.

* * *

후우웅-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등 뒤에서 생겨난 검은 게이트.

그곳에서 밀리와 크레인이 나타났다.

밀리의 눈이 가늘어지고 진득한 미소가 그를 향했다.

“어머, 각성했네?”

잠시 침묵하고 뒤돌아본 그가 밀리에게 물었다.

“뭐가 이해가 안 되나요. 밀리?”

“네 계획 말이야.”

밀리의 말에 그는 그저 덤덤하게 침묵했다.

밀리는 계속해서 그를 향해 물었다.

“왜 하필 일주일 뒤였지?”

“…….”

“왜 친목회를 잡아 두라고 했고? 잡아 두는 거 자체는 문제없었어. 문제는 죽이라는 게 아니라 그저 잡아 두라는 거였지.”

그가 냉정하게 밀리에게 물었다.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죽이는 게?”

밀리의 대답은 빨랐다.

쓸데없는 질문이라는 말이었다.

“일부는.”

“그렇군요…….”

그의 처연한 시선이 적색의 하늘로 향했다.

동시에.

파지직-

그의 몸에서 알 수 없는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크레인은 오묘한 눈빛이 그를 향했다.

“그건 뭐지……. 이질적인 기운. 한우성과 똑같군.”

크레인의 물음에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주일 뒤…… 그때는 이 현상이 더 강하게 일어날 겁니다. 지금은 전부를 말해 줄 수 없군요. 다만…… 그저 제가 신중한 성격이라서요.”

“뭐, 성공했으니까 됐지. 돌아가자.”

“그러죠.”

그들은 크레인이 만든 게이트를 통해 사라졌다.

고요한 정적만이 남은 길영트.

모든 생도의 시선이 그가 사라진 허공을 향했으며 정적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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