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90화 (90/176)

제90화

#89

“이 녀석들은 대체…….”

강화두의 눈앞에 마기를 풍기는 3명의 괴한.

그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했으나 더욱 당혹스러운 상황은 그들과 대치하는 중 어느 순간 자신의 몸이 어딘가로 이동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흑색의 게이트로 인해.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은 눈이 내리는 설산.

3명의 괴인이 강화두를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익숙한 힘이다…….’

과거 그 녀석과 비슷한 놈이 3명이라…….

거기다 현재 지형으로 인해 함부로 힘을 남발할 수도 없었다.

눈 폭풍이 심하게 내리는 설산.

그곳에서 자신의 힘을 개방하면 다음 상황이야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뻔했다.

‘크롬벨 누님을 믿는 수밖에 없군.’

유일한 방법은 녀석들의 상대로 버티며 누님이 만든 게이트로 이 상황을 탈출하는 것이다.

* * *

……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한 숲속.

한우성과 흑색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었다.

쿠쿠쿠쿵! 쾅!

그들의 힘의 파동으로 지면이 뒤흔들렸다.

100개가 넘는 한우성의 ‘제3의 손’이 흑색을 향했고 흑색의 등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한우성의 모든 손을 쳐내고 있었다.

‘여전히 성가신 힘이다.’

흑색의 가일.

그의 고유 스킬은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현상을 이룬다.

마기의 특성은 ‘부식’이었으며 특성과 더불어 기체에 가까운 마력 또는 마기를 고체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었다.

굳어서 고정된 마력은 무슨 이유인지 점토처럼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다.

아마 그것이 녀석의 두 번째로 얻은 고유 스킬이 분명할 터.

녀석의 그 끝을 알 수 없는 마기는 형태를 이루고 형체화한다.

그것이 사람을 죽이기에 필적한 형태로 세련되고 무자비하게 말이다.

“칫!”

한우성은 혀를 차며 그 모든 마기를 피하거나 마력으로 두른 손으로 쳐냈다.

형태가 자유분방하게 바뀌는 그의 마기는 피부에 닿기만 해도 부식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제3의 손 또한 마찬가지다.

제3의 손은 형체는 보이지 않으나 존재는 하니 그의 부식의 범위에 들어간다.

“귀찮은 녀석이군.”

맨손으로 때려 팰 수도 없으니…… 쯧.

하지만 지금은.

“갈히르.”

“?!”

한우성이 적나라하게 읊조렸다.

한우성의 손에 어둠을 밝히는 빛이 뿜어져 나오며 그 빛은 망치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가일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 정도의 힘을 가진 네놈도 유물을 사용하는군.”

“원래부터 쓰던 유물이라서.”

“네놈의 수준에 맞는 유물이 존재는 하나……?”

“…….”

피식- 그의 말에 비웃은 한우성이 갈히르를 드높게 치켜세웠다.

“칭찬으로 들리는군.”

동시에 갈히르는 공기 중에 떠도는 마소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흡수된 마소는 마력으로 변환했으며 변환된 마력은 한우성에게 이어졌다.

이것이 갈히르의 첫 번째 특성인 마소 흡수였다.

한우성은 흡수한 마력으로 마법을 발동했으며 가일의 머리 위로 귀를 찢는 낙뢰가 내리쳤다.

파지직! 쾅!

“상급 마법 ‘만 벌’.”

흑색은 마기를 둘러싸 낙뢰를 막아 냈으나 한우성의 갈히르를 막을 수 없었다.

낙뢰가 떨어지는 동시에 한우성 또한 뛰어올라 그를 향해 갈히르를 크게 휘둘러 내리찍었다.

파삭! 쾅!!!

거대한 풍압이 갈히르에서 뿜어져 나왔고.

가일은 곧바로 마기를 경화 시켜 방패처럼 막으려 했으나 갈히르의 거대한 중량을 막아 낼 수 없었다.

그는 급한 대로 팔 하나를 들어 올려 갈히르를 막으려 했고 생각 이상의 무직한 파워가 그의 팔을 짓뭉개 버렸다.

“큭!”

한 쪽 팔이 부서진 그가 신음을 흘리며 그대로 뒤로 크게 점프했다.

한우성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몰아 붙었다.

휘둘러진 갈히르의 풍압만으로 주위의 나무들이 ㄱ자로 꺾이거나 뿌리째로 뽑혀 나갔으며 그가 경화시켜 막아 내려는 마기는 속수무책으로 부서져 나갔다.

가일의 끝을 모르는 마기에도 어느 순간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크윽!”

가일은 깊은숨을 몰아쉬며 마기를 거대한 칼날로 변환시킨 뒤 한우성에게 휘둘렀다.

휘둘러진 그의 칼날은 갈히르로 인해 처참하게 막혔다.

막힌 것을 넘어 그대로 부서져 내리는 칼날.

동시에 한우성이 말했다.

“포기해라. 이 녀석의 전력은 이게 끝이 아니니까.”

조금도 이 유물의 진짜 힘을 발휘하지 않은 한우성이었다.

갈히르의 무게는 끝을 알 수 없다.

그것이 처음 이 유물을 찾았을 때 특성이었다.

자신의 힘에 맞게 조절하여 쓰고 있긴 하나, 아마 그 이상의 무게도 지금의 자신이라면 들 수 있을 것이다.

“뭘 포기하라는 거냐 한우성. 그냥 죽이면 그만이거늘.”

“의미 없는 싸움을 포기하라는 거다. 왜 길영트를 습격했지?”

“……그분의 뜻이었다.”

그분…….

도대체 그분이 누구길래 길영트를 습격하라 한 거지?

과거에도 등장한 적 없는 인간이 흑색의 뒤에 있었다.

그를 추종하게 만든 녀석의 등장에 미래가 크게 변하고 말았다.

“그분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네놈의 목적은 달라지지 않았겠지. 나와 같잖아.”

“그럼 네놈이 언더에 붙어라 한우성. 네 현실성 없는 우스꽝스러운 계획에 동참할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피식 웃은 한우성이 그에게 대꾸했다.

그가 한우성의 긍정에 미간이 좁혔다.

한우성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과거에는 나도 그런 생각을 했지…… 하지만 이번에는 아닐 거다.”

“무슨 말이냐.”

“가능성이 생겼다.”

한 소년을 떠올린 한우성이었다.

자신 또한 이 불안밖에 없는 계획에 큰 도움이 되어 줄 소년.

“이번 회차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

-…… 여전히 어리석군요. 대장.

그때였다.

흑색의 등 뒤에서 다가오는 한 사내가 있었다.

긴 흑색의 장발과 사제복을 입은 사내였다.

그는 한우성의 말에 덤덤하게 무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끝이 없는 지옥…… 대장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그가 의미 불명의 말을 내뱉으며 한우성에게 다가왔다.

“너는…….”

느껴지는 마기는 없었다.

흑색은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으며 한우성은 곧바로 그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네놈이었군.”

이 모든 상황의 변수가.

한우성이 그를 보며 갈히르를 들었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회귀자 한우성.”

“……?!”

그의 말에 잠시 움찔 당황한 한우성이었다.

그의 짙은 미소가 올라오며 한우성에게 말했다.

“아니, 대장…… 당신의 계획은 실패할 겁니다. 여태까지도 그래 왔고 이번 회차도 말입니다.”

“너는…… 누구지?”

한우성의 짙은 눈동자가 그를 노려봤다.

그러나 속의 당혹감은 감추지 못했다.

녀석은 자신이 회귀자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쳐다보는 표정에 어이없어했다.

‘이건 무슨…….’

그의 무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고.

씁쓸해 보이는 표정에는 연민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을 불쌍히 여기고 있었다.

반대로 그의 태도에 분노가 차올랐다.

한우성의 시리도록 차가운 말이 그를 향했다.

“다시 묻지. 네놈은 누구냐.”

“……회귀는 저주와도 같죠.”

“…….”

“기억하십니까? 대장?”

결국 들끓는 분노가 터진 한우성이었다.

“누구보고 대장이라는 거냐!”

훙! 확!

더욱 묵직해진 갈히르가 눈앞에 보이는 장발의 사내에게 향했다.

풍압만으로도 사람 한 명은 찢어발길 위력이었다.

“당신이 자신에게 한 말이지요.”

사악-

사내는 다가오는 풍압을 그저 손을 내저으며 갈무리시켰다.

한우성은 사내의 태도에 으득- 이를 갈았으며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모든 것을 이해하셨을 때는 절망하고 후회하실 겁니다. 대장. 당신은 이미 끝을 보았습니다.”

파직- 파지직-

동시의 그의 몸에서 잔류의 전류가 흘렀다.

그 모습에 한우성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자신도 잘 아는 기운.

회귀의 기억이 찾아오기 전에 찾아오는 잔류의 전류.

그의 몸에서 짙은 회귀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럼…….”

그는 한우성을 등지고 뒤돌았다.

그의 앞에 게이트가 하나 생겨나며 남자는 흑색에게 한마디 덧붙이고 사라졌다.

“몇 분이면 충분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가 사라진 자리.

충격에 잠시 말을 잃은 한우성이었다.

그러나 흑색은 그런 한우성을 그대로 둘 생각이 없었다.

* * *

캉! 사아악! 캉!

“하아, 하아.”

[정신을 늦추지 마라 의철아!]

뚝- 뚝-

이마를 타고 흐르는 선혈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놈의 몸에 붙은 곤충 갑은 의철에 상상 이상의 강도를 자랑했다.

그 강도에 비해 빠른 몸놀림이 의철을 방심하게 했다.

단단한 몸에 비해 가벼운 몸놀림.

가벼운 몸놀림에 비해 무거운 파워.

모든 모순덩어리의 집합체가 의철의 바로 앞에 칼날 같은 손을 들고 서 있었다.

“괴물이네.”

역시 생도용 탑이라고는 해도 7층의 보스였다.

모든 던전의 보스가 그러하듯 던전의 공략은 4인 또는 5인 1조로 나서서 공략하는 것이 정상이긴 하나.

아마 단련실의 그 어떤 생도가 녀석을 쓰러트리기 위해 협력한다고 하면 오히려 방해가 되리라 생각했다.

녀석은 그 정도의 상대였다.

그 두꺼운 칼날은 단련실 안에 그 누구도 반응하지 못할 것이다.

감각에 예민한 자신도 간신히 보일까 말까 하며 반응하고 있으니 말이다.

캉!

“윽!”

또다시 시작됐다.

처음 보여 준 임팩트 있는 놈의 괴성과 달리 공격은 조용하고도 무자비했다.

가까스로 녀석의 공격을 막은 의철이 숨을 내뱉었다.

마물은 공격 후 곧바로 뒤로 빠지며 의철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은 마치 먹잇감을 가지고 노는 듯한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저런 속도와 파워로 공격해 오지만, 연격은 없었으니 말이다.

-키리릭.

그리고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녀석은 자신의 생각대로 이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그저 동등한 상대가 아닌 가지고 논 뒤 먹을 먹잇감으로 의철을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도발 같은 행동에 의철은 넘어가지 않았다.

“후…….”

오히려 진정했다.

상황에 맞지 않게 차분하게 생각했다.

녀석은 노련한 사냥꾼이었다.

처음 임팩트와 사납게 생긴 얼굴과 다르게 먹이를 사냥할 때의 모습은 그 행동과 전혀 달랐으니 말이다.

동시의 모순적인 힘.

그 모순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자신 또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 의철이었다.

[…… 의철아?]

의철을 바라보는 길의 시선이 당혹스럽게 변했다.

[그건…….]

의철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몸에 내재된 마력들이 기이한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동시에 길은 이 마력이 낯설지가 않았다.

‘아니야…….’

의철의 심상 속에서 무언가의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캉!

동시에 녀석의 공격이 또다시 공격해 왔고 의철은 녀석의 공격을 막는 동시에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이게 아니야…….’

과거 딱 한 번.

천운과 대치했을 때 느낀 그 감각.

그 마력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몸이 아닌 검을 맞대고 싸웠음에도 뼈저리게 느껴졌던 천운의 마력.

[이럴 수가…….]

마법 같으면서도 술식이 존재하지 않는 마법.

오직 오감으로 느낀 감각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의철의 심상 속에서 그 마법의 이미지가 점점 잡혀 왔다.

몸으로 느끼는 감각만으로 만약 사용이 가능하다면…….

훙!

의철이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흐르는 마력의 기운.

이 익숙한 기운에 길의 시선이 의철이 내뿜는 마력을 향했다.

[녀석이 사용하던 마법이군…….]

현자.

그녀가 사용하던 마력의 기운이 지금은 의철에게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휘두른 검에서 거대한 파공음이 일었고 공기를 찢는 듯한 소리가 녀석의 귓가에 울렸다.

키에에에엑-

의철의 행동에 녀석이 자극당했는지 이번에는 반응하기 힘든 속도로 4개의 칼날은 한 번에 휘둘렀다.

의철의 심정에 고요함이 자리 잡았다.

50을 넘은 모든 마력을 과감하게 천운이 과거에 사용한 그 마법으로 전환시켰다.

마투법.

그것이 이 마법의 이름이다.

알 수없는 기시감이 들었으며 동시에 고요한 고양감이 몸속에 자리 잡았다.

모든 몸에 힘이 성장했다.

힘과 체력 스탯이 몇 배는 올라간 느낌이었다.

의철은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검을 휘둘렀다.

스걱-

두터우며 투박한 팔테인에서 느껴질 리 없는 손맛이 느껴졌다.

무언가 자신의 날이 없는 검에 베인 것이다.

의철은 그대로 심상 속에 자리 잡은 그 기억을 보존하고 유지하려 시도했다.

이대로 잊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감각이었다.

그러나 의철의 바람과는 다르게 그 감각은 다시 저 멀리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저 멀리 사라진 감각에 의철의 눈은 반개했고.

“…….”

눈을 뜨자 보인 장면은 팔테인으로 베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놈에 베인 단면과 피 한 점 묻지 않은 팔테인의 검날이었다.

놈의 대가리는 몸뚱어리와 떨어져 있었다.

녀석이 죽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의철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의철의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소년의 눈에는 안도감이 아닌 당혹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왜…….’

자신이 이 마법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동시에 그것이 트리거라는 듯이 의철의 머릿속에 있을 리가 없는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의철의 머릿속.

있을 수 없으며 일어난 적도 없고 말도 안 되는 기억이었다.

기억 속에 먼저 보인 인물은…… 분명 김천운이었다.

그리고…….

천운은…… 죽어 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