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88
“그들은?”
“그, 그게…… 전부 한 명씩 맡았습니다만…….”
“좋군요.”
언더의 간부, 홍색의 킬라는 지금 눈앞의 사내에게 미지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공포.
남자는 그 공포 자체였다.
‘이런 사내는 처음이다…….’
마물과 마수들을 조종할 수 있는 비스트 테이머 능력을 지닌 킬라는 각성과 동시에 다른 각성자들에 비해 후각이 크게 발달한 마인이었다.
그것이 어느 정도라면 보통 사람이 맡을 수 없는 물질이 아닌 느껴지는 기운까지 냄새로 맡을 정도였다.
‘흑색의 가일은 죽음의 냄새가 짙게 묻어 나왔지.’
언더의 흑색.
그에게서 나오는 냄새는 말 그대로 죽음이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눈앞에 그의 냄새는 가일과 정반대의 냄새였다.
‘도대체…… 몇 년을 산 거야?’
100년을 넘게 산 노인도 저런 냄새는 안 난다.
속을 알 수 없는 인자한 미소는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닐 거다.
킬라는 그가 얼마나 살았는지 또한 그의 기나긴 삶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본능적으로 그의 앞에서는 자신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마기로 2차 각성을 한 자신이라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흑색까지 따르게 하는 눈앞에 사내는 그 흑색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다는 것을.
“기다리죠……. 간부들이 친목회를 잡아 두고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그저 조용히…….”
고통을 받아야 한다.
절망 뒤의 희망을 갈망하기 전까지는.
* * *
“자, 그럼…… 어디? 그 남자의 계획대로 가 볼까?”
밀리는 눈앞에 최아진과 크롬벨을 보며 진득한 미소를 보였다.
“크레인. 나머지는 알지?”
“명령하지 마. 멍청아.”
“후훗.”
언뜻 인자해 보이는 그 미소 속에는 잔혹함이 숨어 있었다.
크레인은 그런 밀리를 질려 하며 인상을 구겼다.
“으…… 더러운 아줌마.”
“시작해.”
크레인이 손을 내밀자 게이트가 생겨났다.
동시에 크레인의 근처에 있던 3명의 덩치가 게이트를 넘어갔으며 이번에는 최아진을 향해 손을 내밀어 최아진의 앞에 게이트를 여는 크레인이었다.
밀리가 최아진을 보며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게 말할 때 따라오는 게 좋을 거야? 너희도 우리가 여기서 날뛰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
밀리가 최아진에게 도발했다.
최아진은 자신의 눈앞에 게이트를 노려봤다.
‘하긴 우리들이 녀석들을 잡아 둘 수밖에 없겠군……. 아마 강화두 쪽도 다르지 않겠지…….’
그들은 이유를 모르겠지만 순전히 우리들의 발을 묶어 둘 생각이었다.
이 길영트에 멀리 떨어트릴 생각이 가득했다.
그러나 최아진은 밀리의 말을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크롬벨 들으세요. 그들은 아마 우리의 발을 묶어 둘 생각일 겁니다. 당신도 포함이죠.”
“응.”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아진은 말을 덧붙여 말했다.
“그러니 한민아 님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과 길영트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끊지 말고 내버려 두세요.”
“알겠어.”
“그럼…… 맡기겠습니다…….”
최아진이 순순히 게이트 너머로 들어갔으며 그것은 크롬벨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상대는 자신과 똑같은 게이트 사용자인 꼬맹이였다.
“누나도 게이트 사용하지?”
크레인이 천진하게 그녀에게 호기심을 보였다.
“거짓말.”
“응?”
“너…… 꼬맹이가 아니잖아.”
히죽-
크레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알고 있네?”
훙!
크레인의 등 뒤에서 무수한 게이트가 생겨났다.
“…….”
크롬벨의 눈매가 좁혀졌다.
“너…….”
크롬벨은 알 수 있었다.
게이트 너머의 마기와 마력의 파동.
느껴지는 마법의 기운.
자신과 대치하는 저 소년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말이다.
“할 수 있으면 죽여 봐.”
* * *
“이건 대체…….”
“언니…….”
이한과 이연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이미 늦은 후였다.
코를 찌를 듯한 피 냄새가 주위에 진동했으며 병원 주위를 싸돌아다니는 마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대한 덩치의 괴한들.
괴한들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과거 포스맨과 맞붙은 비란과 다르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겠지.’
병원을 저 상태로 만든 녀석들이.
급하게 암 가문의 정예를 데리고 도착한 이한이었지만 막상 그들 앞에서는 떠오르는 명령이 없었다. 무너지는 병원 건물들과 그 주위를 지키듯 둘러싼 사내들.
그 수가 무려 10명을 넘으니 현재로선 그들에게 최대한 들키지 않고 인명 구조를 나서는 판단밖에 할 수가 없었다.
다행인 점은 그들은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는 듯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건…….”
현재 자신이 데리고 온 정예로도 그들의 철벽은 뚫을 수 없을 것이다.
무려 비란과 동일한 힘을 가진 사내들이 10명이나 병원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아직 움직일 기미는 보이지 않으나 만약 그대로 병원에 뛰어들면 개죽음밖에 더할 것이다.
그때였다.
그녀의 등 뒤에서부터 게이트가 열린 것은.
후우우웅!!
등 뒤에서부터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
이한과 이연은 숨을 멈춘 채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어, 언니…….”
이연의 두려움에 몸을 떨며 이한을 불렀다.
이한은 자신의 등 뒤에 그 무엇이든 녹일 거 같은 열기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뚜벅뚜벅-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다.
어느 순간 자신의 등 뒤에서 발걸음을 멈춘 그녀가 말했다.
“암 가문의 이한이지?”
이한이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 치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은 서늘한 무표정에 흠칫 이한이 몸을 떨었다.
그와 반대로 그녀의 등 뒤에서 내뿜는 태양 같은 열기는 그녀의 감정을 대변해 주었다.
“아, 저기 그게…….”
“고마워…….”
이한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를 위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거야.”
“아, 아…… 그게…….”
이한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말에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들을 만큼 자신은 한 게 없었다.
그녀를 지켜 주지도 못했고 일부의 시민도 대피시키지 못했다.
자신은 무능했다.
“죄송합니다…….”
“…….”
한민아는 말없이 손을 뻗었다.
병원 주위에서 그저 마수와 함께 돌아다니던 3명의 괴한의 머리 위로 흑색의 태양이 떠올랐고 괴한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우오오오!!!
고통에 몸부림치는 3명의 괴한.
동시에 주위의 마수들이 그 거대한 열기에 휘말렸으며 마수와 남은 괴한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들이 동시에 한민아에게 달려들었고 다가오는 순간 그들의 형체는 작열하는 흑염과 함께 불타 사라졌다.
그 상황을 멍하니 보고 있던 이한은.
“한민아 님의 뒤를 엄호해!”
“예!!”
이한의 등 뒤에서 대기 중이던 정예들이 곧바로 한민아의 뒤를 따라 병원에 침입하려 한 그때였다.
스르르륵-
저 멀리 흑색의 무언가가 스르륵- 기어 오는 것은.
한민아는 기이한 눈으로 그것을 보다가도 눈을 크게 뜨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언니!”
흑색의 모래에 감싸여진 그녀는 이신아였다.
그리고 그녀를 감싼 모래를 본 한민아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
모를 수가 있을까?
모래의 주인을 말이다.
천운이 현재 이 병원 안에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천운이 없이 혼자 왔다는 사실은…….
한민아의 몸이 당황으로 떨렸다.
그리고 이내 급하게 이한에게 이신아를 부탁하는 한민아였다.
“언니를 부탁해!”
“……알겠습니다.”
이한 또한 이 모래를 잘 알고 있었다.
김천운.
김천운이 쓰는 모래였다.
“부탁해.”
한민아가 모래를 한 움큼 움켜쥐며 샌디에게 말했다.
샌디는 알겠다는 듯이 부르르 떨며 곧바로 천운이 있는 곳을 안내했다.
* * *
쾅! 쿵!
“허, 거참……. 기가 막힐 노릇이군.”
이한량은 현재 자신에게 일어나는 현상에 어이없어 했다.
무너지는 건물 잔해들이 100퍼센트 확률로 자신을 노리고 소년에게 가하는 공격들이 우연치 않게 빗나가거나 맞지 않고 있었다.
떨어지는 낙석 따위에 자신이 치명상을 입을 거라는 생각은 죽어도 안 했다.
몇 분 전까지는.
‘이런…….’
차마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는 단언할 수 없었다.
의안을 발동해 느리게 떨어지는 낙석을 확인한 이한량이었다.
‘허…….’
과연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막상 피한다 해도 피한 곳으로 또 떨어지고 단검으로 내리치면 파편이 튀어 눈을 향했다.
모래알 같은 파편이 눈을 가리려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깔끔하게 반으로 잘라 내는 것도 소용없었다.
그다음에는 낙석이 아닌 다른 현상이 일어나니.
‘설마 행운이란 게 이정도일 줄이야…….’
여태껏 모든 아베타들은 행운이라는 스탯을 우습게 여겨 왔다.
전투에는 전혀 도움도 안 되는 무쓸모의 스탯.
살아남을 가능성만 조금 높아지는 가치 없는 쓰레기.
아베타로서 생존은 자신의 기량과 직결된다.
그러나 지금 녀석의 모습을 보면 여태껏 그런 생각을 해 온 그들을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행운을 제외한 모든 스탯 중 100을 넘은 초월자들은 신체의 격이 높아진다.’
하지만 지금의 녀석은 신체의 강화가 아닌 현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모든 운명이 소년의 죽음을 거부한다.
소년이 원하면 모든 것이 우연히 이루어진다.
아니, 이제 이것을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설마 인과율이나 운명의 위에 선 녀석이 있을 줄이야…….’
인과율과 운명.
그것은 항상 사람의 위에 선 절대 법칙이었다.
항상 인간의 위에 선 그 절대 법칙…… 그것이…… 그것이 소년은 지금 그것을 발아래에 두고 있었다.
불과 10분.
녀석은 아직도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평안하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눈을 감은 천운은 생각했다.
100을 넘기 전의 감각은 다급함이었다.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과 다가오는 죽음, 그런 난해한 상황에 반쯤 포기한 천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사고방식의 고양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고양감은 천운의 심정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 차분함이 반대로 침착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고를 돌아오게 만들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역시…… 이 상태로는 안 되겠지?’
현재 상태가 계속 이어질 수는 없었다.
만다라의 효과가 끝나는 순간 다시 초월자가 되기 전으로 돌아오니 말이다.
생존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역시 행운만으로는 이한량을 쓰러트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했다.
‘그럼 조금 시도해 볼까?’
천운은 근처에 굴러가는 돌멩이 하나를 그에게 세차게 던졌다.
훙!
“응?”
이한량은 천운의 의미 불명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소년이 드디어 움직이나 했더니 하는 행동은 의미를 모르는 돌팔매였다.
고작 돌멩이라고?
이한량은 인상을 찡그리며 날아오는 돌멩이를 휙 손을 내저으며 쳐냈다.
툭-
그저 옆으로 굴러가는 돌멩이.
그 돌멩이가 툭 벽면에 맞고 튕겨 나갔다.
바사삭-
이미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벽면의 균열이 서서히 번져 나갔다.
번져 나간 균열은 천장을 향했고 또다시 정확히 이한량의 머리 위로 거대한 낙석이 무너져 내렸다.
“흥!”
이한량은 그저 옆으로 크게 뛰어 피했다.
그때였다.
쾅! 푸시이이이-
“응?”
정확히 건물 잔해에 깔려 있던 소화기에 맞아 소화기가 터진 것이다.
구멍이 난 소화기는 정확히 이한량의 얼굴을 노렸고 예상 못한 일격에 이한량은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크악!!”
콰르르르르 쿵!
또다시 무너져 내리는 잔해들.
이번에는 아무리 이한량이라도 피할 수 없었다.
쿵!
“큭…….”
이한량의 이마에서부터 주르륵- 피가 흘렀다.
마침 떨어진 잔해에서 정확히 날카로운 부분이 그의 이마를 그은 것이다.
“이런 개 같은! 크아아악!!”
이한량의 눈이 핑 돌아가 분노에 찬 고성을 내질렀다.
그의 확 터진 마기가 천운을 향했다.
폭발하는 마기가 병원 전체를 뒤흔들었으나 천운에게 영향이 가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본 천운은 생각했다.
‘역시…….’
어느 정도 타격이 가능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치명상을 줄 수는 없었다.
녀석 또한 마기로 각성한 초월자니 말이다.
이번에는 천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샌디를 남김없이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맡겨 놨다.
누가 봐도 천운의 손에 쥐어진 무기는 없었다.
그럼에도 천운은 걱정없이 그에게 내달렸다.
지금만큼은 천운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무기일 것이다.
운명이 자신의 죽음을 거부한다.
반대로 이한량의 죽음을 원하고 있다.
행운 스탯이 170인 이상, 천운이 그것을 바라면 이루어질 것이다.
빠르게 다가온 천운이 의안을 발동했다.
그 또한 의안을 발동하는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참격이 천운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분리시키려 다가왔고 천운은 그대로 그의 손목의 방향을 주시하며 참격을 예상하고 피해 냈다.
그대로 이한량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천운이 그의 턱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어리석은…….’
행운은 몰라도 다른 스탯의 차이는 100이나 되거늘…….
녀석이 휘두른 주먹 따위로는 내 고개가 까딱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대로 맞아 줄 생각으로 이한량은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훙!!
퍽!
“큭!”
살짝 따끔거릴 거라 생각한 펀치에서 의외의 충격이 전해졌다.
잠시 휘청 고개가 돌아간 이한량이 놀란 눈으로 천운을 바라봤다.
‘이게 어떻게 20 정도의 힘이냐?’
못해도 50이나 60 정도의 충격이 녀석에게 느껴졌다.
그가 혀를 차며 뒤늦게 단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치이이이이이!
벽면의 수도관이 터지며 또다시 이한량의 눈을 가렸다.
‘뭐, 이런!’
훙!
콰쾅!
또다시 빗나간 이한량의 칼날.
천운은 그 공세를 물어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훅!
천운의 주먹을 피해도 우연히 그의 머리에 낙석이 떨어지며 반대로 자신이 공격해도 운명이 그것을 피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그놈들에게 괜히 건물을 부수게 만들었나?’
밀리한테 빌린 그 덩치 놈들한테 건물을 부수게 만든 게 악수로 돌아왔다.
동시에 이런 상황에 이상하겠지만 처음에는 분노가 그리고 그 뒤에는 소년에게 경이로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대단하구나…….”
“…….”
“진심이다. 그 나이에 나를 피 흘리게 만든 놈은 네가 처음일 거다. 김천운.”
천운은 조용히 그를 노려봤다.
그 또한 진중히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네놈도 알 텐데? 내가 너를 죽일 수 없는 거처럼 너 또한 나를 죽일 수 없겠지.”
“그렇겠지…….”
“그리고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성장한 스탯도 곧 내려가겠지.”
“…….”
“이제 어떡할 거냐?”
서서히 내려가는 천운의 행운 스탯.
그의 말대로 이제 곧 만다라의 효과가 풀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천운은 말없이 생각했다.
그리고 그를 보며 천운이 말했다.
“처음에는 너를 쓰러트리고 싶다고 빌었어.”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나?”
천운은 무감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게 굳이 나일 필요는 없지.”
화르륵!
출구를 막듯이 내려앉은 잔해들이 거대한 열기에 녹아내렸다.
이한량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허…… 정말 오늘은 더럽게 운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