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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85화 (85/176)

제85화

#84

‘분명 탑 던전이…… 여기네.’

불과 10분 전.

생도로 변장한 밀리는 목표 지점인 탑에 도착했다.

‘여전히 이해가 안 돼.’

탑을 바라보던 밀리는 흑색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뒤에 있는 그분이라는 놈을 말이다.

그의 작전 결행일은 일주일 뒤 시작이었다.

그러나 일주일 뒤에 시작하나 오늘 시작하나 달라질 것은 없을 터.

여전히 그의 의중이 이해가 안 가는 밀리였다.

그러니 저지를 것이다.

굳이 이유도 없이 일주일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또한 일주일 뒤 길영트에서 열리는 국가 대항전으로 인해 더욱 경계가 삼엄해질 텐데 뭐 하러 그때 작전을 결행한다는 말인가.

밀리는 완벽함을 원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완벽함을.

그것이 오늘일 것이다.

‘굳이 그때 일 필요는 없지.’

길영트의 1교시 자율 시간을 이용한 밀리는 길영트에서 관리하는 탑 형태의 던전의 문을 열었다.

10층으로 구성된 탑은 각층마다 층을 관리하는 보스가 존재했다.

그러니 총 10마리의 보스 마물이 존재하는 동시에 그 보스의 수만큼 탑 하나의 내재된 무수한 마물이 던전 브레이크와 함께 쏟아질 것이다.

‘뭐, 어차피.’

이 탑 자체가 이미 불안정한 탑이었다.

그러니 곧 브레이커가 일어날 것이다.

늦으나 빠르나 일어나는 것은 똑같은 던전.

그들의 작전은 일주일 뒤 이 던전을 빠르게 브레이크를 일으키는 것이다.

물론 밀리는 그 일주일보다 더욱 빠른 시기에 그것을 일으킬 생각이지만.

또각- 또각-

밀리의 여유로운 발걸음이 탑의 1층에 울려 퍼졌다.

조용하며 느긋한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이었다.

탑 던전의 가장 성가신 점 중 하나가 무수히 리젠하는 마물이었다.

보통이라면 혼자서 거의 공략이 불가능에 가까운 던전이라지만 밀리에게는 소용없는 얘기였다.

키익?

캬악…….

밀리를 한 번 힐끔 쳐다본 벌레 형태의 마물들이 그저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밀리를 지나쳤다.

밀리의 몸에서 흐르는 마기가 그들에게 동족이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여기면 되겠지?”

1층의 어느 지점에서 발을 멈춘 밀리였다.

‘여기가 던전의 중심인 게 분명하고…… 이제 시작해 볼까.’

밀리의 손에서 흐르는 마기.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곧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까 말까 하는 던전을 자극하면 될 뿐.

그러니 흑색 정도의 마기가 아니라도 밀리는 자신의 마기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후후훗. 신기하단 말이지……. 이런 거까지 미리 알고 있다니…… 뭐 예언자라도 되나?”

밀리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스르륵- 노면에 흡수되는 동시에.

쿠쿠쿠쿠쿠쿵!

노면을 뒤흔드는 땅의 진동이 시작됐다.

정확히 밀리의 마기에 자극받은 탑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작전은 뭐…… 나랑 안 맞지만…… 연극에 어울려 줘야지.”

후우우웅~

밀리는 계속해서 마기를 주입했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등 뒤에서 흑색의 게이트가 생겨났다.

-밀리…….

그 너머에서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밀리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가며 그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흑색.”

“결국 일을 그르치게 만드는구나.”

“뭐가 문제야? 딱히 계획에 변한 것도 없는데.”

흑색의 가일이 그녀를 압박하며 노려봤다.

막상 밀리는 태연스럽게 대답할 뿐이었다.

“이거 하나는 알자고. 왜 하필 일주일 뒤야?”

“그분이 신중하게 세운 계획이다. 난 그것을 따를 뿐이고.”

“결국 너도 모른다는 거네?”

“밀리!!”

그의 분노에 찬 고성이 밀리를 향했다.

그러나 그의 몸이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흑색의 반응에 밀리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무언가를 확신하게 되었다.

‘역시…….’

반달처럼 휘어진 눈매가 흑색을 향했다.

그는 이런 사고를 친 나를 아직도 제거할 생각이 없었다.

다시 말해 아직 내가 필요하다는 거겠지.

-그만…….

그때였다.

-그만두시죠. 가일.

게이트 너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저 녀석인가 보네?’

밀리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곧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흑색을 조종하던 흑막.

저 남자가 바로 흑색이 그분이라 칭하는 남자일 것이다.

지금까지 얼굴 한 번 보인 적 없는 남자를 보며 밀리는 호기심이 일었다.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가일의 말대로 큰 의미가 없이 그저 제가 신중했을 뿐이죠. 그것보다 한우성을 부탁하죠.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순종적으로 따르며 흑색은 다시 게이트로 넘어갔다.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게이트 너머에서 서서히 들려왔다.

구둣발 소리가 가까워지고 게이트 너머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초면인가? 밀리?”

검은색의 목사 가운을 입은 남자였다.

검은 색 장발의 남자가 밀리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생각보다 차분한 인상이었다.

마치 교회에 몸을 담은 성직자 같은 인상이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밀리가 남자를 노려보며 사나운 기세를 뿜어냈다.

“너는…… 마인도 아니잖아?”

* * *

한편 길영트의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동 시간대.

천운이 위치한 병원 또한 알 수 없는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천운아!]

“헉!”

미르마의 고성에 천운은 곧바로 정신 차린 뒤 이신아의 곁으로 달려들었다.

탁자 위에 올려진 그녀를 위한 장식품들을 모두 땅으로 밀어냈으며 링거 거치대에 링거만 뺀 뒤 곧바로 그녀의 몸을 침대 밑으로 옮겼다.

현재 인공호흡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머니였기에 천운은 어머니를 지키듯 그녀의 위로 엎드려 두 팔을 쭉 뻗어 지탱하듯 엎드렸다.

‘으으으 제발!!’

천운의 바람과 다르게 지진의 강도는 더욱 심해지며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쿠오오오오오!!

‘뭐?!’

설상가상으로 이 근처에 있을 리가 없는 마수의 울음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마수의 울음소리에 천운은 곧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주위에 마수를 소환할 수 있는 인물은 한 단체밖에 없었다.

‘녀석들이 왜…….’

하지만 지금으로서 가장 연관성이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어머니인 이신아.

녀석들이 노리는 게 누군지 생각 없는 멍청이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피해야 해!’

하지만…….

어떻게?

주위에 울부짖는 마수.

계속해서 일어나는 지진.

-꺄아아아아악!

-도망쳐!

-빨리 협회에 연락해!! 어서!

사람들의 비명.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병원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의 상태를 미루어 봤을 때 그녀를 데리고 이곳을 탈출할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마수뿐만이 아니라 언더의 누군가도 대기하고 있을 게 분명할 터.

그때였다.

훙!

천운의 눈앞에 얼굴을 가린 검은 사내들이 나타난 것은.

“김천운 님.”

남자는 정중하게 천운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차윤식이라고 합니다. 모시러 왔습니다.”

남자의 검은 복장과 단도 형태의 무기를 봤을 때 남자가 누군지 예상할 수 있던 천운이었다.

“혹시 암 가문의 암살자인…….”

“예.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지금은 급한 상황이니.”

키에에에엑-

카악-

위급 상황이라 그런지 곧바로 천운의 말을 끊는 차윤식이었다.

동시에 들려오는 마수들의 단말마.

상황을 미루어 봤을 때 암 가문의 정예가 마수들을 쓰러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호흡기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차윤식의 손에 푸른 무늬의 이파리가 들어간 호흡기가 꺼내졌다.

그대로 이신아의 호흡기를 떼어 낸 뒤 그것을 부착했다.

“2시간 정도는 충분히 버틸 겁니다. 엄호할 테니 따라오시죠.”

“네.”

그가 먼저 문을 열고 앞장섰다.

천운은 그녀를 등에 업고 남자를 따라 빠르게 병실을 나왔다.

“윽!”

그 순간 피의 진한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주위에 쓰러진 마수들.

다행히 쓰러진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 있던 사람들은요?”

“지금 급하게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만…… 김천운 님과 이신아 님의 구조를 최우선으로 하라는 명령을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걸 알고 계신 건가요!”

천운이 차윤식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얼굴에 가려진 복면으로 인해 남자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표정을 볼 수 없으니 대답에서 그저 담담함밖에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예…….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으면 미리 대비해 놨어야죠!”

“저희로서는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

그의 대답에 천운은 대꾸할 수 없었다.

어쩌다 보니 그들에게 탓하는 식으로 말했지만 결국 그들의 잘못이 아니니 말이다.

암 가문 쪽에서도 언더가 마수를 조종할 수 있다는 정보를 몰랐을 수도 있었으며.

가장 큰 문제는 아마 민아 누나의 계약 때문일 것이다.

그들을 병원 주위에 배치해 놓은 것도 아마 누나한테는 기밀로 한 뒤 몰래 붙여 놓았을 것이다.

“누나는요?”

“지금 길영트에 계십니다.”

“곧바로 연락해 주세요.”

“그게…… 길영트에서도 지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예?”

이번만큼은 차윤식 또한 당황스럽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길영트에 위치한 탑이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켰습니다. 그곳 또한 이곳의 상황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천운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크흐흐흐흐흐

동시에 들려오는 한 남자의 조소.

조소가 들려오는 복도에서 끝없이 터져 나오는 마기.

차윤식은 곧바로 등 뒤의 단도를 뽑아 자세를 취했다.

-그 칼끝이 누구한테 향하는 줄은 아는가?

남자의 목소리에 그는 대답하지 않고 천운을 지키듯 서 있었다.

그가 남자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천운에게 말했다.

“어서 가시지요. 제가 막고 있겠습니다.”

“저 남자는…….”

“전 가주였던 이한량입니다.”

천운이 그를 보며 망설이자 미르마가 급하게 일갈했다.

[저 녀석의 말대로 얼른 도망가! 너하고 네 어머니가 있는 것만으로도 방해다!]

‘큭!’

천운은 곧바로 그를 등지고 다시 반대편 복도를 향해 달렸다.

천운은 눈앞에 보이는 중앙 계단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그러나.

파사삭! 쿵!

천운의 앞을 막듯이 천장을 뚫고 나온 청색의 로브를 두른 사내.

사내가 위압적인 덩치가 천운의 앞길을 막아섰다.

‘청색…….’

곧바로 그 지진의 정체를 눈치챈 천운이었다.

여러 명의 청색들이 병원을 둘러싸 지진을 일으킨 것이다.

천운은 으득 이를 갈았다.

‘도망칠 방법이…….’

포스맨의 절반 정도의 힘을 가진 청색이 여러 명이나 있다면 현재로서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더구나 전 가주였던 이한량,

그가 노리는 게 누군지 뻔한 상황이었다.

“네가 김천운인가 보구나?”

그리고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가벼운 발걸음.

천운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에 보인 장면은 이한량의 손에 질질 끌려오는 차윤식이었다.

불과 몇 분밖에 안 되는 상황.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자, 봐라. 죽였다.”

그가 휙- 천운의 앞에 차윤식을 내던졌다.

몸을 구르며 움찔 반응도 없는 그의 상태를 봤을 때 확실히 그의 몸은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다.

“이 녀석뿐만이 아니지. 아마 주위의 정예 암살자도 죽어 가고 있을 거다. 이 정도로 쓸모가 없다니…… 가주가 되면 다시 뽑아야겠군.”

“……원하는 게 뭐지?”

천운의 말에 그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왜? 말하면 들어줄 건가?”

“…….”

“무암 때문이라고 한다면…… 네놈이 알겠냐만…….”

“무암…….”

무암이라니…….

당연히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예방했어야 했다.

현재로선 나를 포함해 어머니는 암 가문의 피가 이어져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한량이 노리는 1순위가 나 아니면 어머니일 게 분명할 터.

“운이 좋았군. 같이 모여 있어서 말이다.”

터벅터벅터벅.

그가 서서히 천운에게 다가오며 단도를 들었다.

“오래 시간을 끌 필요도 없지. 그냥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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