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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83화 (83/176)

제83화

#82

터벅터벅-

짙은 어둠이 깔린 작은 성당.

그곳에 한 남자가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발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다가온 사내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의 말대로 그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군요.”

오직 촛불만이 그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의 인상은 드리운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사제복을 입은 남자는 그저 눈을 감은 채 돌아보지 않고 말을 이었다.

“계획대로 하시면 됩니다. 가일.”

남자의 말에 그저 고개를 숙이는 언더의 흑색.

언더의 간부 흑색의 가일이었다.

“다른 녀석들에게는 어떻게 전하면 되겠습니까?”

“길영트에서 관리하는 던전 중 하나가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킬 겁니다. 물론 정확히 일주일 뒤에 저희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그럼 친목회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가만히 두시면 됩니다. 아마 이번 일로 혼란스러울 겁니다. 또다시 내부의 적을 의심하겠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밀리는 주시하세요. 뭔가를 할 거 같으니.”

“예.”

흑색, 정확히 가일이 사라진 뒤.

홀로 남은 남자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남자의 눈빛에 그리움이 어려 있었다.

그가 조용히 사진 속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장…….”

* * *

“그게 사실이야?”

-예. 형님.

“하…… 알겠어 돌아와.”

삑-

연락을 끊은 한우성의 얼굴은 심상치가 않았다.

‘누구지……?’

녀석들은 우리의 습격을 미리 알아채고 그걸 넘어서 함정까지 준비했다.

미리 알고 있었다는 수밖에 없는데…….

‘또 누군가가 정보를 흘렸다…….’

누구지……?

누가 배신한 거지?

이제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여겼는데.

하지만 굳이 한 명을 의심하자면…….

‘김천운…….’

삐리리리리릭-

그 순간 누군가로부터 온 전화에 한우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폰을 꺼냈다.

요 저번에 저장한 김천운의 번호였다.

한우성은 잠시 폰을 지그시 바라본 뒤 전화를 받았다.

“왜?”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던전?”

-네. 선물을 드릴까 하고요.

천운의 의미심장한 말에 한우성이 되물었다.

“선물?”

-네. 지금 가능해요?

“그래. 알겠다.”

삑-

한우성이 전화를 끊은 뒤.

복잡한 심경이 몸속에 자리 잡았다.

* * *

한 시간 뒤.

한우성은 천운을 데리고 천운이 알고 있는 던전에 도착한 참이었다.

막상 던전 입구에 선 한우성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그런 한우성이 천운을 지그시 바라보니 천운이 의문스럽게 물었다.

“왜요?”

“……아니다. 학교는?”

“그 누나가 혹시 모르니까 쉬라고 하기는 했는데. 그냥 며칠 뒤에 가려고요.”

“그러냐.”

천운을 볼 때마다 의심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확신은 아니지만, 녀석은 분명 그 작전을 설명할 때 자리에 없었다.

그렇다 해도…….

“흠…….”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일단 여기냐?”

“네. 여기가 맞아요. 안에 있는 유물이 선물이에요.”

“하…… 이 나이 먹고, 선물이라니……. 그래, 조금만 기다려라.”

그렇게 유유히 던전으로 들어가는 한우성이었다.

한우성은 던전으로 들어가며 또다시 고뇌했다.

김천운이라는 가능성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녀석은 예언자니 말이다.

녀석이 그 자리에 없었어도 충분히 예언하여 알 수 있는 사실들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왜…….’

왜지?

만약에 그 녀석이 그들에게 정보를 팔았다면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녀석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았다.

이미 다른 단원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한우성이었다.

무려 100이 넘는 회차를 그들과 함께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김천운은 아니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진 인재.

과연 김천운이 희망일지 아니면 친목회를 함정으로 몰아넣을 재앙일지 고뇌에 빠진 한우성이었다.

한우성의 고뇌는 마물을 쓰러트리면서도 이어졌다.

키에에에엑-

키악!!

뭣도 모르고 덤벼드는 마물은 한우성의 제3의 손 앞에 가로막혔다.

제3의 손이 있는 한 그들이 한우성에게 가까이 다가올 리도 닿을 리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흑색을 만났다 했지…….’

생각해 보면 걸리는 점이 너무 많았다.

흑색을 만난 김천운은 살아남았다.

녀석이 이유 없이 김천운을 살려 줄 리가 없었다.

의문은 의심으로 이어졌다.

녀석은 아직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

‘너무…… 섣불렀나?’

하긴…….

김천운이라는 존재는 자신에게 너무나도 이로운 존재였다.

그것 자체를 의심했어야 했다.

그런 존재가 갑작스럽게 어딘가에서 튀어나오다니…….

‘나는 아직…….’

김천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키에에엑-

크룩! 캬악!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마물들이 한우성에게 덤벼들었고 모든 마물의 형체는 처참하게 찢겨 나갔다.

감정의 혼란스러움을 가진 채 그대로 마물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다.

찢겨 나간 마물들은 어느새 산을 이루었고 한우성의 눈앞에는 보스 방으로 통하는 문이 보였다.

한우성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 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에 보인 것은 한우성의 말을 잊게 만들었다.

“…….”

눈부신 빛이 보였다.

그 빛은 보스 룸의 조명도 아니었으며 보스가 내뿜는 무언가도 아니었다.

그저 방의 보스가 지키는 하나의 유물.

기다란 손잡이가 달린 망치 형태의 유물이 그 눈부신 빛을 뽐내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한우성은 그 유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우성은 잠시 그 유물을 보다가.

“하, 하하하!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 거지?”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방금 생각했던 고뇌가 미안할 정도로 천운에게 고마웠다.

확실히 이건 선물이었다.

자신에게 가장 절실했던 선물.

“하…….”

크와아아악!!

그때 커다란 입을 벌린 마물이 한우성을 덮쳤다.

몸보다 거대한 얼굴과 입을 가진 마물이었다.

아마 이 던전의 보스 마물이 분명했다.

커다란 입과 덩치에 맞지 않는 스피드.

느껴지는 마기로는 7등급 정도의 마물이었으나 한우성의 관심은 오로지 그 선명하게 빛나는 유물에만 있었다.

휙!

한우성이 마물을 향해 손을 휘젓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손이 마물을 옭아맸다.

그저 바위처럼 꼼짝없이 못 움직이던 마물.

한우성은 여유롭게 그 마물을 지나치자 곧바로 몸이 사산하듯 터져 나갔다.

한우성은 천천히 그 유물을 향해 걸어갔다.

영험한 기운을 뽐내는 황금색의 해머.

그리고 결국 유물 앞에 멈춰 선 한우성은 천천히 유물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오랜만이다. 갈히르.”

해머를 움켜쥔 손.

익숙한 그립감이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회 차부터 함께해 온 자신의 애무기니, 말이다.

단지, 이 녀석의 행방을 알 수 없었기에 찾을 수가 없었다.

“하…….”

김천운에 대한 의심과 마음을 어지럽힌 고뇌가 언제라는 듯 물로 씻듯이 사라졌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녀석이 배신자라면 이걸 찾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 또한 선물을 줘야겠네.”

* * *

‘신의 대장장이가 사용하던 망치. ‘갈히르’.’

한우성이 1회 차부터 계속 사용해 온 애무기였다.

끝을 수 없는 중량이 잠재된 갈히르 앞에서는 무엇도 형태를 유지 못하는 신기에 가까운 유물이었다.

‘아마 저게 있다면…….’

흑색을 만난 이후.

불안 요소가 너무 많아진 천운이었다.

흑색과의 대화로 이것 하나는 예상할 수 있었다.

소설의 이야기 흐름이 이상하게 변해 가고 있다.

그것도 안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아마 이번만큼은 자신이 그들의 동태를 미리 알 자신이 없었다.

소설처럼 흘러가면 좋겠지만 아마 예상 못 할 일이 또다시 벌어질 게 분명할 터.

그러니 현재 최선책은 한우성의 애무기를 되찾아 주는 것이다.

만약 한우성의 손에 갈히르가 들려진다면.

내 소설의 첫 번째 재앙.

언더와의 결전을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을 거다.

“음…… 언제 오려나…….”

해가 뉘엿뉘엿 져 가고 있었다.

던전의 위치가 어느 산에 위치한 언덕 근처이다 보니 해가 서서히 지는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물론 이번 던전은 한우성의 유물과 동시에 다른 유물 또한 얻을 생각이었다.

터벅터벅-

입구에서 기다리던 천운은 누군가의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저 여유롭게 걸어 나오는 한우성이였지만 그 손에는 자신이 설정한 갈히르가 들려져 있었다.

또 다른 압력과 위압감이 느껴지는 무구였다.

오직 한우성만이 저 유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김천운.”

싱긋 웃은 한우성이 내게 다가왔다.

“알고 있었나 보네?”

“선물은 어때요?”

“마음에 든다. 나도 네게 보답해야겠지.”

휙! 한우성이 어떠한 병을 내게 던졌다.

천운은 요령 있게 병을 받아 냈다.

“이 해머와 같이 있던 유물이다. 나는 필요 없으니 네가 가져라.”

천운은 한우성이 건넨 유물을 확인했다.

‘역시.’

{화룡왕 지바드의 피}

등급 : S급

설명 : 화룡들의 왕 지바드의 피이다.

<불의 기운 : 모든 불의 주인이라고 일컫는 지바드의 피이다. 섭취 시 화속성의 면역이 생긴다.>

‘다행히 이 유물도 같이 있었네.’

천운은 조심히 유물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 유물은 따로 줄 사람이 있었다.

아마 녀석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유물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와중에 말을 건 한우성이었다.

천운은 고개를 들어 한우성을 보았다.

“예? 뭔데요?”

“갈히르를 찾았다는 건 혹시 회귀에 대해 알고 있는 거냐?”

“음……. 아니요. 자세히는 몰라요.”

뭐, 소설을 설정한 작가이니 회귀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당연히 있었다.

1년에 한 번 그 연도에 있을 기억을 이어받는 사실이라든가.

물론 이야기의 중요한 요점이 아니라 생각해 그렇게 깊이 있게 설정하지는 않은 게 한우성의 회귀 능력이었다.

그가 회귀의 능력을 갖춘 주인공의 조력자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럼 이 유물의 비밀도 모르겠네?”

“그냥 1회 차 때부터 애용하시던 무기 아니에요?”

“맞아. 그리고 하나 더.”

훙!

한우성이 갈히르를 한 번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그저 가벼운 휘두름이었으나 들리는 파공음은 남달랐다.

갈히르를 만지작거리며 손맛을 본 한우성이 말했다.

“내가 왜 이걸 못 찾았는지 알아?”

“유물의 특성 때문에요?”

“그래. 나 이외에 누군가가 이 유물을 발견하면 다른 던전으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휘두른 갈히르를 매만지던 한우성이 천운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특성은 내가 1회 차 때 어느 대장장이 지인에게 부탁해 부여한 특성이지. 그때 당시 이 유물은 A등급이었다.”

“예?”

한우성의 말에 천운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유물의 본래의 특성이 아닌 누군가가 부여한 특성이라면…… 유물의 특성이 지금 회차까지 따라갈 리가 없었다.

동시에 A등급이라니…… 내 소설의 갈히르의 등급은 샌디와 같은 미지수였다.

성장의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수 등급.

오직 파괴력만으로 그 미지수라는 등급에 도달한 유물이었으며 미지수 등급의 유물 중 거의 완성본이라고 할 만한 유물이었다.

“말 그대로 유물을 강화하고 성장시킨 거지. 1회 차에서는 A등급이었고 후에는 S등급. 그리고 어느 순간 등급은 미지수가 된 거다. 이 녀석은 내가 전 회차에서 성장시킨 그대로의 모습으로 따라온 거다.”

한우성의 말에 천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게 가능해요?”

“가능해. 그리고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냐?”

한우성이 말하고자 하는 말은 결국…….

“처음 1회 차 때 난 이 유물을 가진 상태에서 회귀했지. 이 유물 또한 영향을 받은 거다.”

“그럼…….”

“그래도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안심했지…….”

한우성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유일하게 잊히지 않는 유물이니까.”

옅은 웃음기가 감도는 말투였지만 천운은 그 말투에서 느껴지는 쓸쓸함 또한 알 수 있었다.

“혹시 다른 궁금한 점이라도 있냐?”

“예? 갑자기요?”

“그래. 네 궁금한 점을 전부 답해 준 뒤 말해 주고 싶은 게 있어서.”

잠시 곰곰이 생각한 천운이었다.

그에게 궁금한 점이라…….

물론 이전부터 물어보고 싶은 점이 하나 있긴 했다.

“초월자는 어떤 느낌이에요?”

예상외의 뜬금없는 질문에 한우성이 뒷목을 긁적이며 당황했다.

“초월자라…… 크흐흐, 상황과 안 맞는 뜬금없는 질문이네.”

“그냥 궁금해서요.”

“흠…….”

잠시 팔짱을 낀 한우성은 생각했고 생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초월자가 되는 구간은 100을 넘어야 한다는 건 알지?”

“네.”

“101부터 초월자의 경지에 들어선다고 알고 있으면 될 거다. 근데 101따위로는 미미해서 못 느껴.”

“못 느낀다니요?”

“101을 넘긴 초월자들이 어느 정도 높은 경지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고양감이 있다. 동시에 찾아오는 신체의 성장. 스탯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몸에 내재한 고유 스킬을 포함한 다른 모든 스킬이 성장하지.”

“흠…….”

“근데 그건 왜 궁금해?”

“그냥 그…….”

예전부터 한우성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원작의 김천운.

말 그대로 150의 행운을 가진 김천운은 각성을 하자마자 그것을 느꼈다는 말이니 말이다.

동시에 행운이 만약 150이 되면 어떻게 될까?

소설 속의 김천운은 정말이지 말 그대로 더럽게 운이 좋았다.

물론 소설이라 그렇게 쓴 거지만 현실성 없고 말도 안 되는 운으로 살려 놨으니 말이다.

그저 이런 내용만 서술했으니 행운으로 초월자가 된 인간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

“궁금해서요. 행운으로 초월자가 되면 무슨 기분일까? 하고…….”

“흠…… 그 질문은 나도 대답해 줄 수가 없겠구나. 그런 사람이 있었어야지…… 아마 있다면 네가 최초가 될 거 같은데?”

히죽 웃은 한우성이 천운에게 말했다.

“다른 건? 솔직히 나에 대한 궁금한 점을 물어봤으면 좋겠구나.”

“음…… 그러면.”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긴 천운은.

“혹시…….”

천운이 조심스럽게 한우성에게 물었다.

“회귀 말이에요. 유물이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도 가능해요.”

잠시 천운의 말에 침묵하며 생각에 잠긴 한우성이었다.

스산한 바람이 불었으며 어느새 해가 진 지, 오래였다.

몇 초 뒤,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한우성이 천운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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