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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80화 (80/176)

제80화

#79

한편 어느 넓은 폐공장.

최아진과 밀리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쾅!!

묵직한 철 구조물이 빠른 속도로 밀리를 향해 쇄도했으며 밀리는 내달리는 동시에 신체를 변환 시켜 모든 구조물을 피해 냈다.

성인 어른에서 어린아이의 신체까지 자유롭게 변환이 가능한 그녀만이 할 수 있는 기교였다.

“재밌는 신체를 가졌군요.”

훙! 콰직!

최아진의 머리 위로 떠 오른 거대한 철에 압력이 가해지며 거대한 방망이 형태로 변모했다.

“제가 왜 여기를 선택하신 지 아시겠나요?”

“음…… 이 공장의 쓰레기들이 모두 네 무기라서?”

“저로서는 어느 유물보다 값진 무기들이죠.”

4개의 기다란 철봉이 뱀처럼 꼬이며 밀리에게 향했다.

뒤에서 다가온 철이라 밀리의 반응이 한순간 늦었으며 철은 밀리의 손과 발을 묶어 냈다.

“황색의 밀리. 우리 대장이 당신을 과대평가하더군요?”

“영광이네? 그 정도까지 높게 평가해졌으면 성과를 보여 줘야겠지?”

한순간 밀리의 몸이 수축했다.

수축하는 동시에 외모 또한 다른 어린아이의 외모로 변하고 있었다.

한순간에 어린애가 돼버린 밀리의 몸은 철봉에서 가볍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신축 자유자재의 몸이라…….’

“신기하지.”

동시에 최아진은 밀리의 고유 스킬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몸만 수축하는 게 아니라 외모까지 변했어.’

얼추 그녀의 고유 스킬이 예상이 간 최아진이었다.

‘다행히 타격은 먹힌다는 건데…….’

신체 변환자들의 특성 중 하나는 신체를 슬라임처럼 액체화해 변환시키는 존재들이 흔했다.

보통 그런 능력을 지닌 각성자들은 타격이 안 먹히지만 밀리는 아닌 모양이다.

‘내 공격을 피했다는 건 먹힌다는 거겠지.’

최아진은 염력을 사용해 모여진 철들을 압축시켰다.

압축된 철이 방망이의 형태를 띠었으며 동시에 가시가 돋아났다.

최아진은 신체에 염력을 두르고 방망이를 들었다.

“어머, 무서워라. 크레인! 청색 한 마리!”

그녀의 머리 위로 흑색의 게이트가 열리며 청색 망토를 두른 한 사내가 나타났다.

“죽여.”

나직하게 말한 그녀의 말에 청색은 별말 없이 최아진에게 뛰어들었다.

쾅! 쾅!

청색의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지면이 파이는 충격이 전해졌다.

힘으로는 포스맨의 반이나 되는 청색의 파워였다.

“생각보다 좋은 판단은 아니군요?”

최아진의 손이 그를 향했다.

청색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며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염력이란 이런 거죠.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형태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능력. 이걸 반응하는 걸 보면 당신은 감각에 예민한가 보죠?”

“하! 재밌네?!”

그러나 이 상황 또한 밀리도 예상한 바였다.

덕분에 놈의 염력 중 하나는 잡아 둘 수 있었으니 말이다.

청색의 신체가 튼튼한 만큼 아무리 놈이라도 한 번에 조여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흥!”

밀리는 몸을 낮추고 빠른 속도로 최아진에게 달려들었다.

삭!

빠르게 접근한 밀리가 최아진의 턱을 향해 어퍼컷을 날렸다.

최아진은 고개를 크게 위로 들어 피했고 동시에 밀리의 소매에서 길쭉한 붉은 송곳이 튀어나와 최아진의 목을 노렸다.

팅!

그러나 염력을 두른 최아진의 몸에 그 가시가 닿을 일은 없었다.

다시 반대편 소매에서 나온 밀리의 송곳이 최아진의 옆구리를 노렸으나 소용이 없었다.

“칫!”

훙!

동시에 최아진이 반격에 나섰다.

그가 한 손에 쥐어진 방망이를 밀리에게 크게 휘두른 것이다.

그러나 밀리 또한 쉽게 맞아 줄 생각이 없었다.

그대로 몸을 숙여 방망이를 피해 낸 밀리가 최아진의 배를 향해 송곳을 찔렀다.

팅!

그것 또한 막혔지만 말이다.

‘흐음……?’

하지만 그 1초도 안 되는 순간.

밀리는 최아진의 작은 틈을 알 수 있었다.

‘역시 하나만 가능한가 보네?’

염력을 몸에 두르긴 했으나 방망이를 휘둘렀을 때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신체 강화는 아니고 그냥 고정인가?’

그저 몸에 두른 염력은 저 몇 개의 철이 뭉쳐져 거대한 중량의 방망이를 들기 위한 고정에 불과하다. 그의 힘이 올라간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밀리였다.

‘그렇다면!’

밀리는 다시 한번 그의 앞에 빠르게 접근해 송곳을 찔러 왔다.

그러나 이번 송곳에는 마기가 둘려 있었다.

더욱더 정교하며 농호한 마기가.

이 정도 마기라면 그의 염력이 한 번 정도는 뚫릴 것이다.

동시에 최아진 역시 반격에 나섰다.

그녀의 송곳이 배를 향하기 전에 그의 뾰족한 몽둥이가 그녀의 머리를 향한 것이다.

보통이라면 피하거나 다음 공격을 준비하겠지만.

‘응? 안 피해?’

그녀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머리를 대주며 발을 멈추지 않았다.

‘흠…….’

그저 방망이 한 대 맞고 내 몸을 찌를 생각인가?

그럴 녀석으로는 안 보이는데…….

하지만 길게 생각할 시간이 없는 최아진이었다.

스르륵-

최아진의 몸에 두른 염력이 방망이로 옮겨갔다.

‘이 방망이의 크기를 키우면 어떨까?’

몸에 두른 염력이 팔과 방망이로 옮겨 갔다.

그로 인해 보이지 않는 염력이 방망이의 크기를 늘렸으며 묵직한 파괴력까지 올라갔다.

이걸 맞고 찌를 생각이었겠지만 맞는 동시에 밀리의 신형은 저 멀리 날아갈 것이다.

그러나.

‘응? 웃고 있어?’

밀리는 웃고 있었다.

훙!

최아진의 묵직한 방망이가 파공음을 내며 밀리에게 향했다.

그때였다.

그와 동시에 밀리의 몸이 작아지며 아이의 형태로 변한 것이다.

‘이런!’

순간의 방심이었다.

방망이는 공기를 갈랐고 밀리의 송곳이 자신의 배를 향했다.

최아진은 반응하여 뒤로 뛰어 피하려 했으나 밀리의 또 다른 고유 스킬 ‘현상막’이 그것을 방해했다.

“방어용으로는 못 쓰지만 사람 한 명 길 막는 정도야. 후훗.”

푹!

결국 그녀의 송곳이 최아진의 배를 파고들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생긴 거와 다르게 용감하네? 몸보다 공격을 우선시하다니 말이야.”

“이런…….”

“염력의 넓이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건 확실하고.”

“크윽!”

“너무 뻔할 정도로 다 보여 주는 거 아니야?”

하하하하!

그녀가 최아진을 보며 조소했다.

시끄럽게 울리는 웃음소리가 최아진의 정신을 흐리게 만들었다.

훙!

최아진은 들고 있던 방망이를 횡으로 휘둘렀다.

그러나 뒤로 점프하여 가뿐하게 피하는 밀리였다.

“거리에도 한계가 있는 거 같고.”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네요…….”

“처음 네가 나한테 집어 던진 철들. 그게 유도가 아니라 그저 집어 던지기만 하길래 예상했지.”

“대단하시네…….”

후…….

최아진의 입에서 힘없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후훗.”

그녀의 표정에 여유로운 웃음기가 감돌며 최아진을 바라봤다.

“두 개의 염력 중 하나는 청색을 잡고 있고 남은 하나는 어디에다 쓸까? 내 예상에는 상처를 지혈하는 데 쓸 거 같은데. 아닌가?”

“…….”

최아진은 말없이 밀리를 노려봤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은 염력을 몸에 두르는 동시에 상처를 지혈할 생각이었다.

“이제 원거리 공격은 못 하겠네?”

모든 염력에 발을 묶은 밀리가 여유롭게 최아진을 향했다.

“낭패네요…….”

최아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밀리에게 말했다.

동시에 별수 없이 남은 염력을 몸에 두르며 진혈을 한 것이다.

모든 것이 그녀의 뜻대로 이루어졌다.

최아진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바닥을 내려다봤다.

“이제 시간문제네?”

“하…….”

쿵!

순간 밀리의 몸에 거대한 압력이 가해졌다.

밀리의 신형은 그대로 지면에 박혔으며 몸 전체를 누르는 압력은 지면을 짓뭉개며 밀리를 누르고 있었다.

밀리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퍼지는 균열은 그 압력의 강도를 눈으로도 훤히 보여 줄 정도였다.

몸이 뭉개질 듯한 충격 속에서 그녀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위에서 밑으로 누르는 듯한 이 압력은 분명……?

‘염동?!’

밀리의 흔들리는 동공이 청색을 향했다.

녀석은 여전히 염력에 사로잡혀 허공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다시 최아진의 복부를 향했다.

복부의 출혈은 멈춰 있었으며 여전히 염력이 최아진의 몸을 두르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어떻게……?’

“정말 낭패군요.”

최아진의 그녀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당신을 잡기 위해 방심을 유도했지만…… 송곳에 찔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최아진의 말에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그녀였다.

“너…….”

자신은 속은 것이다.

그녀의 염동은 애초에 두 개가 아니었다.

“염동을 사용할 수 있는 손은 왼손과 오른손, 마지막으로 머리죠. 생각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준이치 그놈의 말로는 이런 소리가 없었는데?”

“아마 그를 포함해 단원 전부가 모르는 사실일 겁니다.”

“하하하핫, 재미있네.”

최아진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웃어?’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녀에게 여유가 없을 터.

그렇다면 다음 수가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최아진은 기다릴 생각 없이 염력을 이용해 그녀의 목을 비틀어 버릴 생각이었다.

다음 수를 시도할 순간조차 줄 생각이 없게 완벽하게 끝낼 생각이었다.

그녀와 대치한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부류라는 것을.

‘대장의 말이 이해가 가네. 왜 주의하라는 건지.’

“끄윽……!”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밀리였다.

최아진은 염동의 출력을 높여 그녀의 목을 꺾으려 했으나 예상대로의 상황이 이어졌다.

후우웅!

‘검은 포털!’

대장의 말대로라면 언더 쪽에서도 크롬벨과 같은 고유 스킬을 가진 각성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검은색 포털의 소유자.

아마 밀리의 도주를 위해 나타났겠지.

-바보.

포털 너머에서는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아진의 눈동자가 한순간 흔들리며 당황으로 물들었다.

‘애라고?’

그 포털 너머의 누군가에게 밀리가 소리치며 대답했다.

“헛소리 말고! 빨리 도와! 크레인!”

-멍청이.

화악!

밀리의 바닥에서 생겨난 포털은 밀리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최아진이 빠르게 낚아챘지만, 소용이 없었다.

“뭐?!”

녀석의 포털은 다중이었다.

위아래로 동시에 생겨난 포털은 이미 밀리의 반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칫!”

빠득!

“크아아아악!!”

별수 없이 밀리의 상반신을 염력으로 두르고 잡아당겼다.

동시에 밀리의 팔이 으스러졌지만 밀리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크으윽!!”

그때였다.

사아악…….

‘뭐?!’

포털 너머에선 느껴지는 마기.

최아진도 여태껏 느껴 본 적이 없던 마기의 농도가 이 넓은 폐공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저 농후한 뿐만이 아닌 거칠며 패도적인 기세를 내뿜는 마기에 최아진은 흠칫- 당황으로 염력을 풀 수밖에 없었다.

저것은 위험하다.

그 목숨을 앗아 갈 거 같은 마기가 자신에게 나직하게 경고하는 느낌이었다.

-미안하군…….

포털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아직 필요해서 말이다.

“…….”

최아진은 짐작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언더의 흑색.

아마 언더에서 저만치의 마기를 흘리는 사람은 그밖에 없을 거다.

“큭!”

별수 없이 밀리를 놓칠 수밖에 없던 최아진이었다.

최아진의 염력이 풀리자 밀리는 그대로 게이트 속으로 사라졌다.

최아진의 미간이 심각하게 구겨졌다.

‘이 정도일 줄이야…….’

그가 사라진 자리.

허탈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드는 최아진이었다.

남겨진 것은 허공에 남은 청색의 사내뿐이었다.

침을 흘리며 넋 나간 듯한 상태를 보니 그 또한 제 정신이 아니며 도움이 안 될 게 분명했다.

“큰일이군……. 예상 이상의 전력이야.”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최아진이 크롬벨에게 말했다.

“크롬벨……?”

그러나 대답이 없어 전화를 걸었다.

“크롬벨 접니다. 아, 네. 피곤하시다고요? 딱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네. 일단 병원은 나중에 청색을 잡았습니다. 예 당연하죠. 두둑이 챙겨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삑.

전화를 끊자 곧바로 크롬벨의 게이트가 열렸다.

동시에 염동으로 묶어 놓은 청색을 데리고 게이트를 향하는 최아진이었다.

“후…… 힘들군…….”

삐리리릭-

“응?”

최아진은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걸려온 전화의 발신인을 보았다.

크롬벨이었다.

삑.

“하실 말 있으면 한 번에 말해 주세요. 예……. 예, 예?”

그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지고 있었다.

“대장이 중상이라고? 설마…….”

일전의 흑색과의 전투는 최아진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장을 믿고 있었기에 생각지도 못 했지만 설마 중상을 입을 정도의 상대라니…….

“알겠어요. 나도 거기로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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