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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78화 (78/176)

제78화

#77

똑똑-

김리안 교관의 교관실.

준비를 마친 천운이 교관실의 문을 두드렸다.

-누구?

교관실 너머로 들리는 남성의 목소리에 천운은 대답했다.

“김천운입니다.”

-어, 들어와.

후…….

한 번 심호흡을 한 천운은 마음을 추스르고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을 열자 교관실 안쪽 의자에 앉은 김리안 교관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오셨군요! 일단 여기로 와서 앉으세요.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천운이 밀리를 향해 다가가던 중 천운의 등 뒤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뭔가 싸한 기분이었다.

아마 문을 막기 위해 문 주위에 현상막을 친 게 분명하다.

이제부터 그녀와 나의 독대 시간이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턱을 괴며 밀리는 생각했다.

“아! 일단 이거부터겠네요. 제가 왜 천운 생도를 불렀을까요?”

“질문식입니까?”

“네. 맞추면 선물을 드릴게요.”

천운은 잠시 짐작 생각하는 척하다 말했다.

“혹시 수업 때 제가 말한 질문의 답이 인상적이었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거밖에 접점이 없잖아요.”

“후후훗, 정답이네요. 너무 인상 깊어서 이렇게 얘기해 보고 싶었어요.”

“모든 유물은 다른 세계에서 넘어왔다 그런 거요?”

“네에. 천운 생도의 의견을 더욱 듣고 싶었거든요.”

말하는 와중에도 계속 싱글벙글 웃고 있던 밀리였다.

“유물이 다른 세계로 넘어 왔다라…… 그렇게 인상적인 의견은 아닌 거 같은데요.”

“뭐, 대개 보통의 사람은 그렇죠.”

“저도 보통 사람인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내 말을 잘라낸 밀리가 씩 웃으며 말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죠. 이미 멸망한 세계가 있고 그 세계의 산물들이 넘어오는 거라면?”

“…….”

“어떨까요?”

마지막 한마디가 미묘하게 들렸다.

마치 아는 것을 다 말해 보라는 의미의 어미였다.

“음…… 다른 세계라…….”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김천운 생도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음…….”

천운도 밀리와 같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신기하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잠시 생각에 잠긴 천운.

조용히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생각에 잠겼다.

“음…….”

천운은 그저 조용히 생각할 뿐이었다.

그녀 또한 천운의 행동에 차분하게 기다렸고.

교관실에 조용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몇 분 후 천운이 그를 보며 말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천운의 말에 밀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왜죠?”

“음…… 멸망한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원인 또한 이쪽 세계로 넘어올 수도 있으니까요.”

후훗.

그녀의 옅은 웃음이 들렸다.

미소를 지은 그가 마음에 드는 듯 천운에게 말했다.

“뭐…… 그렇겠네요. 인상적인 답을 말해 준 천운 생도에게 선물 하나를 드릴게요.”

밀리가 주머니를 뒤지더니 무언가 눈을 좁혀야지만 보일까 말까 하는 티끌만 한 바늘을 꺼냈다.

“짐승의 털처럼 보이죠? 이것도 사실 유물이랍니다. 신기하죠?”

“신기하네요.”

“자, 이걸 이렇게.”

휙! 탁!

밀리의 손이 빠르게 천운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밀리의 입꼬리가 스산하게 올라갔다.

“무슨 유물인지 알 거 같나요?”

천운의 눈이 멍하게 허공에 맴돌았다.

그러나 대답만큼은 또박또박 말할 수 있었다.

“글쎄요.”

“좋아.”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대는 밀리.

뿌드득. 빠득.

몇 번의 뼈 소리가 오가고 얼굴의 형태가 한순간에 변해 갔다.

짧은 머릿결은 길어지고 키는 작아지며 말 그대로 성별 자체가 달라지고 있었다.

자신의 원래 몸으로 돌아온 밀리가 소름 돋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기생수 타르밀의 털’. 신체에 닿는 동시에 미세한 마력을 흡수하여 피부에 박히는 털이지. 여기에 내 현상막과 마기를 주입하고 사용하면.”

그녀가 천운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천운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의문스럽게 갸웃거렸다.

“공명도 못 느끼고 발동이 가능하지. 막상 조종당한 당사자는 감정도 무감해지고 말이지. 참 좋은 유물이야. 소량의 마기로도 굉장한 효율성을 보여 주니까. 자, 그럼.”

밀리가 천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한우성의 정보를 불어.”

“아저씨의 정보요?”

“그래.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잖니? 안 그래?”

음…….

천운은 잠시 생각하더니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성격이 괴팍하죠.”

“다른 건?”

“밥 먹을 때 왼손잡이예요.”

“…….”

밀리의 표정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구겨졌다.

“역시나…… 하긴 애새끼 한 명이 그런 걸 알 리가 없지.”

“근데 왜 저한테 물어봐요 밀리?”

“그냥…… 한우성이 아끼는 애라서 뭘 좀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하…….”

딱!

밀리가 손가락을 튕겼다.

“자. 이제 4대 가문의 애송이들하고 그 김의철인가 뭔가? 그놈이 있는 곳으로 가 봐. 옥상에서 아마 기다리고 있을걸?”

“…….”

“뭐 해 안 가고?”

밀리가 불만스러운 듯이 쏘아보았다.

그러나 천운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고 그저 밀리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천운이 말했다.

“왜요?”

“……응? 아? 그런가?”

무의식적으로 명령을 따르지만, 의문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밀리는 천운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너희를 죽여야 해서 말이야. 저번에 방해하기도 했고…… 없애는 김에 4대 가문의 애들도 없애고 일석이조지? 어때?”

“아…… 그렇네요.”

“알겠지? 어서 가 봐.”

“네…….”

천운은 다시 몸을 돌려 문을 향했다.

그리고 이내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저기…….”

“응? 이번에는 왜?”

“문이 안 열리는데요…….”

“아! 맞다. 잠시만.”

밀리가 손을 뻗어 문을 막고 있던 막을 없앴다.

“자. 이제 열릴 거야. 잘 가고 다시는 보지 말자.”

방방 손을 흔드는 밀리.

그런 밀리를 향해 천운이 다시 질문했다.

“저기…….”

“이번에는 또 뭐야?”

“역시 조금 무서워서요…….”

“괜찮아. 그것도 한순간이니까.”

“그래요?”

“그럼 그러니까 얼른 꺼지렴. 이제.”

휙휙 귀찮은 물건을 치우듯 손짓하는 밀리.

이제 천운이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저기…….”

천운은 다시 고개를 돌려 밀리에게 말했다.

“아!! 그만 좀 나가 뒈지라고!”

“아니…… 그게……. 역시 좀 무섭네요.”

그제야 밀리는 이상을 눈치챌 수 있었다.

조종당한 인간의 신경은 무신경해진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너…….”

모든 걸 눈치챈 밀리가 천운을 매섭게 노려봤다.

“언제부터야?”

“뭐가요?”

“크흐흐, 크하하하! 역시 한우성이 아끼는 이유가 있었구나? 하…….”

혼자 웃다가도 한숨을 쉬며 싸늘한 무표정을 유지하는 밀리.

그녀가 천운을 지그시 바라볼 때 그녀의 무표정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재밌네…… 정보를 얻기 위해 속은 척하고 나를 농락하다니 말이야. 마치 미래를 알고 미리 대비하는 느낌이야.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감정 변화가 다양하네요.”

“화나면 주체가 안 되더라고? 지금처럼.”

“그래요?”

“크흐흐, 하하하하하!”

그녀의 광적인 웃음이 교관실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천천히 웃음기가 잔잔해질 무렵.

밀리의 입에서 서늘한 말투가 흘러나왔다.

“살아서 나갈 생각은 아니지?”

“…….”

“후후훗!”

사아아악!!

“죽어.”

그녀가 나직하게 내뱉으며 북받치는 마기를 일순간 터트렸다.

터져 나간 마기가 점점 넓혀져 공간을 장악했다.

그러나 막으로 뒤덮인 교관실인 이상 마기가 교관실 밖으로는 새어 나가지 못할 것이다.

스삭!!

밀리가 달려드는 동시에 쭉 펴진 날카로운 손톱이 천운의 목을 노렸다.

그대로 목을 뚫을 생각으로 내지른 살수는.

텁!

“……뭐야?”

허공에서 튀어나온 누군가의 손에 막혀 버렸다.

손목을 잡힌 밀리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누구냐?”

스르륵-

푸른 물결이 흐르는 게이트가 점점 넓어지며 사람 한 명은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으며 넓어진 게이트에서 한 남성이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여유롭게 넘어왔다.

그가 상황을 살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천운을 발견했다.

“크롬벨에게 연락하느라 조금 늦었네요. 혹시 정보는?”

“얻은 게 없어요. 거의 죽을 뻔해서.”

“그래도 다친 데는 없어서 다행이네요.”

“너는 분명…….”

그를 바라보는 밀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일변했다.

* * *

“앞날이 창창한 생도를 죽이면 쓰나.”

“…….”

밀리는 그저 대답 없이 최아진을 노려봤다.

‘준이치. 그 녀석의 정보에 따르면 최아진의 능력은 아마…….’

“그럼 시작할까요? 조용히 끝내자고.”

최아진의 양 손가락의 엄지와 검지의 끝을 연결해 원을 만들었다.

그 원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기운이 교관실에 퍼져 나갔다.

‘염동…….’

천운은 아마 이 기운이 그의 고유 스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아진의 염력이 교관실의 천장과 모서리 끝에 닿는 순간 공간에 가득 매운 염력이 방벽처럼 단단하게 교관실 주위를 경화시켰다.

동시에 밀리를 향해 손날을 휘두르는 최아진이었다.

사악!

보이지 않는 염동이 날카로운 날이 되어 밀리에게 향했다.

“흥.”

그러나 그의 보이지 않는 염동에 밀리는 반응했다.

그저 몸을 옆으로 돌리며 염동의 날을 피한 밀리였다.

“역시…….”

그런 밀리가 싸늘한 표정으로 최아진에게 말했다.

“준이치가 말했지…… 네 염동을 조심하라고.”

“준이치? 역시 그놈이었나? 우리 대장이 말이 없어서 말이에요.”

“하하하! 몸으로 느껴 봐서 알겠네. 확실히 위험하기는 하네.”

“준이치가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나 보네요?”

“그래. 이것도 말이지.”

틱!

쉬식!!

밀리의 옷소매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나와 최아진을 노렸다.

그 실처럼 얇은 무언가는 분산되었고 분산된 그것이 또다시 분산되며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파편들이 천운과 최아진을 노렸다.

“흠…….”

동시에 연격을 넣으려던 최아진이 다시 염동을 걷으며 자신과 김천운의 몸을 염동으로 막아 냈다.

팅! 티티팅!

발산된 파편들은 염력으로 만들어진 방벽에 속수무책으로 튕겨 나갔다.

동시에 뭔가를 눈치챈 밀리의 표정에서 씨익 웃음기가 감돌았다.

“역시 넓이의 제한이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염동의 횟수는 2개인가 보네? 처음 하나는 주위에 결계를 칠 때 사용했지? 그리고…….”

힐끔 최아진의 몸을 둘러본 그녀가 소름 돋게 웃었다.

“고유 스킬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스탯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도 사실인 거 같고…… 처음 내 손목을 잡은 건 염력을 손에 두른 거겠지.”

그런 밀리를 보며 최아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저를 많이 아시네요. 나름 비싼 몸인데.”

“모르려 해도 너무 많은 걸 알려 주더라고? 부담스럽게.”

“흠…… 크롬벨.”

최아진이 말하자 최아진의 머리 위 허공에서 작은 게이트가 열렸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용돈…… 필요하시죠?”

끄덕끄덕.

게이트가 최아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듯이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확!

말이 끝난 동시에 크롬벨의 게이트가 점점 비대해졌다.

사람 두 명은 삼킬 정도로 거대해진 게이트.

“그럼 나중에 보죠. 천운 군.”

훙!

거대해진 게이트를 향해 최아진이 뛰어들었다.

동시에 염력을 이용해 밀리를 끌고 간 최아진이었다.

“큭!”

확!

그 둘이 게이트에 들어간 순간 입구가 닫히며 교관실에 오직 천운밖에 없었다.

“하…….”

조용한 정적이 모든 상황이 끝났음을 알렸다.

털썩-

“죽는 줄 알았네.”

최아진과 밀리가 사라진 이후 천운은 맨바닥에 주저앉았다.

긴장된 몸에 힘이 풀렸다.

황색의 밀리.

그녀는 최우선으로 죽여야 하는 빌런 중 한 명이였다.

그녀가 언더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밀리를 살려 두면 후에 더 큰 재앙을 가져다주는 인물이니 말이다.

‘기생수 타르밀의 털이라…….’

밀리의 전용 유물 타르밀의 털.

처음 주입된 마력 또는 마기의 주인을 갑으로 후에 털의 닿은 자의 마력을 흡수하여 을로 만드는 유물.

그러나 반마의 특성 앞에서는 소용없는 잔재에 불과하다.

유물 발동에 사용되는 마기나 마력량이 적으니 말이다.

반마의 마력에 닿는 순간 곧바로 마기를 포함한 효력이 사라졌겠지.

‘시기가 빨랐지만 분명 이번에는…….’

저번과 다르게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최아진과 밀리의 사투가 어떻게 될지 걱정스러웠으나 그와 그녀의 싸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후…… 수업…… 늦었겠지?’

천운은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으로 교관실을 나오려는 그때.

후웅!

교관실의 한쪽 벽면에 칠흑의 게이트가 생성됐다.

사아악-

마력이 터질 듯한 공명이 이어졌다.

게이트 너머로 다가오는 마기.

끝을 모르는 무저갱이 천운의 몸을 옭아매었다.

터벅터벅-

게이트 너머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차분함.

그러나 느껴지는 감각에서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가 서렸다.

‘설마! 하지만 왜 녀석이…….’

“네놈이…….”

그리고 그 마기가 자옥한 공간 너머로 누군가가 넘어왔다.

얼굴은 검은 후드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으나 그가 누군지 알고 있는 천운이었다.

그가 천운을 보며 말했다.

“김의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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