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75
3일 뒤.
민아 누나의 집 천운의 방.
“이게 행운이지.”
휴일이 찾아왔다.
또한 찾아온 것은 휴일뿐만이 아니었다.
천운의 눈앞에는 3개의 유물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하나는 평화석이었으며 나머지 두 개는 최아진에게 받은 유물이었다.
곧바로 집이 아닌 아카데미로 택배가 보내진 걸 보면 그 또한 내 사정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천운은 곧장 전날 모든 유물을 싸매고 집으로 돌아왔다.
“편지에는 별다른 말은 안 적혀 있네.”
두 개의 유물과 함께 깔끔한 필체가 적힌 편지 또한 박스 안에 놓여 있었다.
내용은 쉽게 말해 내가 마음에 드니 나머지 유물도 선물로 보내 줬다고 한다.
이게 금도끼 은도끼도 아니고 무슨…… 나야 이득이지만.
‘나중에 또 찾아오시라고 했지?’
뭔가 딱 봐도 미행한 걸 들켜서 사과의 의미로 유물을 보낸 거 같은데…….
편지에 사과 내용은 없고 다시 찾아오라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뭔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부르시는 게 티가 나는데 솔직히 말해서 부담스럽고 귀찮다.
일단 받은 유물을 요긴하게 쓰겠지만.
‘그럼 일단…….’
첫 번째로 마력 증폭.
슬슬 스탯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법의 지속과 강도 및 사용 횟수를 늘리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겠지만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천운은 곧바로 눈앞에 보이는 유물 중 하나인 초록빛 구슬을 들었다.
{로브란의 마력 증강제}
등급 : A급
설명 : 약사 로브란이 만든 마력 증강제.
<마력 향상: 섭취 시 5 정도의 마력이 증가한다.>
로브란의 마력 증강제였다.
3일 전에 최아진에게 받은 유물은 마력 성장제라 몇 달은 기다려야 할 테지만 이번 증강제는 곧장 효과를 보일 것이다.
천운은 마력 증강제를 입 안에 넣고 꿀꺽 삼켰다.
“우웁.”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쓴맛이 입 안에 감돌았다.
역시 한 번에 삼키는 게 정답이었다.
삼키는 와중에 혀를 스쳐 쓴맛이 입 안에 감돌았지만 그래도 빠르게 삼키니 그나마 나았다. 천운은 옆에 둔 물을 꿀꺽 삼키고 스탯창을 열어 마력을 확인했다.
마력 : (31.1/48) + 5
‘좋아!’
5 정도의 마력이 올라 30구간을 돌파했다.
30이나 40 정도의 마력이 내포된 영약들은 몸에 자리 잡는 데 오래 걸리겠지만 이처럼 5 정도의 마력은 곧바로 몸에 적응이 가능한 듯하다.
물론 그만큼 가격은 이쪽이 비싸겠지만.
‘그럼…….’
천운의 시선이 평화석을 향했다.
아마 이 정도 마력이라면 해 볼 만한 도전이었다.
[돌에 내포된 마력도 미미하니까 잘하면 가능할지도?]
미르마의 말대로 돌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미미할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마력이라도 내 마력 특성에 반발을 일으킬 정도였다.
물론 흡수에 필요한 건 마력의 양이 아닌 특성의 강함이었다.
하지만 지금 천운이 마력량을 올린 이유는 간단하다.
천운의 흡수 특성 또한 반마보다는 아니지만 다른 특성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 우월감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마 현재로선 반마의 특성이 더욱 강한 게 분명할 터.
그러니 천운은 자신의 마력을 조금 더 올려 다시 힘 싸움에 도전하는 것이다.
“해 볼게요.”
천운은 저번과 같이 평화석 주위에 마력을 감쌌다.
동시에 평화석 주위에 감싸진 마력이 서서히 사라지거나 갈무리되기 시작했다.
천운은 어떻게든 계속 돌 전체를 집어삼킬 마력을 주입하며 특성을 발동했다.
‘여기서부터지.’
서로 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돌의 특성으로 내 마력이 다 떨어질지.
그전에 천운이 먼저 돌의 특성을 흡수할지의 싸움이었다.
저번에는 부족한 마력으로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것이다.
후우우웅!!
천운의 손에서 0.1을 뺀 마력을 한 번에 발산해 돌 주위를 감쌌다.
여기서는 정신력 싸움이었다.
몰려오는 졸음은 볼살을 깨물며 버티고 특성의 흡수에 집중했다.
서서히 돌의 마력에서 무언가 끌어내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마치 돌 안의 정제물을 추출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추출되는 특성은 자신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아…….’
특성에도 격이란 게 존재했구나…….
추출하는 과정에서 느껴 보는 기묘한 감각이었다.
이 특성을 마치 알 리가 없는데 심상에서 그려지는 느낌
천운이 흡수한 반마의 특성은 말 그대로 마법사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깨달음을 주는 특성이었다.
이윽고 그 특성이 고스란히 천운의 마력에 흡수되는 순간.
천운은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감았다.
[천운아?]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천운의 눈에 흰색의 백안이 살짝 일렁이더니 곧 정신을 잃었다.
[어, 어?! 천운아!]
마력 결핍으로 인한 기절이었다.
* * *
“으 응…… 뭐야?”
[일어났냐?]
일어나니 뭔가 몸이 내 몸 같지도 않은 감각과 함께 두통이 찾아왔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쥐며 몸을 움직이니 미르마가 말했다.
[위험했어. 흡수된 상태에서도 반발을 일으키더군.]
“진짜요? 그럼…….”
[음…… 일단은 성공이네.]
“휴……. 그것보다 제가 기절한 거죠? 그다음에 어떻게 됐어요?”
미르마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도움을 받았지.]
“도움이요?”
[내가 딱히 한 건 없었다. 쥐꼬리만 한 마력으로 폴터가이스트를 일으키니 그녀가 오더군.]
“그녀라면…….”
드르륵-
동시에 방문이 열리자 천운의 시선은 그쪽을 향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한설아였다.
한설아가 천운을 보며 말했다.
“너는 무슨 바닥에서 자고 그러냐.”
“어? 아, 따뜻해서…….”
“됐고. 어디 또 아픈 건 아니지?”
“아니야.”
천운이 싱긋 웃자 그제야 표정을 푸는 한설아였다.
“그래. 일단 혹시 몰라서 언니한테는 비밀로 했는데. 진짜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어. 진짜 괜찮아.”
“그래? 그럼 저녁 먹으러 나와. 밥 다 됐으니까.”
한설아의 말대로 천운은 침대를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동시에 천운은 자신의 스탯에 마력을 확인했다.
마력 : (20.1/48)
‘20.1이라…….’
어쨌든 조금은 회복한 마력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저녁 먹고 시간 있어?”
“응……? 왜?”
“그냥…… 뭐…… 오랜만에 대련이나 할까 하고.”
“대련?”
한설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설아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감돌았다.
“괜찮은데 후회할 수도 있을걸. 예전의 내가 아니거든. 예전의 나였어도 상대가 안 됐잖아.”
“그래?”
예전의 한설아가 아니다라…….
아마 과거에 했던 천운의 조언대로 풍 특성까지 조화롭게 연습한 모양이다.
“뭐 소화할 겸 가볍게 하는 거니까.”
그 말대로 단순히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 대련을 하는 것이다.
아마 한설아와의 대련에서는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 *
“대련도 오랜만이네.”
“얘들아 조심하렴.”
대련을 위해 마당을 나왔다.
도중에 민아 누나 또한 밖으로 나와 심판을 맡아줬다.
“그럼 준비하렴.”
민아 누나의 말과 동시에 한설아의 손에서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전용 유물 ‘하르바의 이빨’이 현현됐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은빛의 영롱한 칼날과 은색의 자루.
하르바의 이빨이 현현되자 자세를 잡는 한설아였다.
“너도 준비해.”
“그래.”
천운의 손목에서 샌디가 슬며시 흘러나와 형태를 갖추었다.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는 한설아의 표정이 기이했다.
“그건…….”
샌디는 지금 그녀가 가지고 있는 하르바의 이빨을 복사한 것이다.
물론 형태만.
지능과 마력 수치가 높아진 샌디만이 할 수 있는 기교였다.
“설마 특성까지 똑같은 건 아니지?”
“설마. 그냥 형태만 비슷한 거야.”
“너 근데 원래 단검 썼잖아.”
“다른 것도 써 보려고. 이렇게.”
동시에 또다시 형태를 변형시키는 샌디.
샌디는 단검으로 변하기도 했으며 채찍으로도 변하고 마지막에는 대검으로 변했다.
“이번에는 이걸로 할까?”
“대검? 너 대검 사용할 줄 알아?”
“일단 해 보려고.”
천운은 두 손으로 대검을 움켜쥐고 자세를 잡았다.
생각보다 무겁지는 않았다.
샌디의 특성 중 하나인 무게 조절로 인해 정밀하게 조절됐으니 말이다.
“그럼 시작!”
탁탁탁!
민아 누나가 시작을 알리자 곧바로 달려든 것은 한설아였다.
한설아는 내 코앞에 도착하기 전 허공에 하르바의 이빨을 흔들 듯이 휘둘렀다.
동시의 천운과 한설아를 감싸는 바람의 막이 형성됐다.
하르바의 이빨 특성 중 하나인 ‘하르바의 바람’이었다.
바람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그녀의 기교였다.
“항복?”
바람 막이 형성되자마자 그녀가 웃으며 내게 물었다.
막이 형성된 순간부터 곧바로 진공 상태로 만들어도 그녀가 승리할 테니 말이다.
난 그 웃음을 반대로 돌려줬다.
내가 반대로 씩 웃자 한설아는 반대로 의문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응?’
그리고 그 의문은 곧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난 대검에 마력을 주입하는 동시에 크게 휘둘렀다.
후왕!!
마력을 두른 대검은 한설아가 만들어 낸 막을 찢어 내고 동시에 흡수하고 있었다.
내 새로운 특성.
반마의 특성과 흡수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한설아가 만든 막을 찢어 버리는 동시에 한설아의 특성인 풍 속성을 흡수했으니 말이다.
“어?! 뭐야!”
그 광경을 눈으로 지켜본 한설아의 입이 벌어졌다.
생각보다 크게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바람의 막은 그저 힘으로 찢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공기와도 같은 바람은 대검으로 휘둘러 형태가 흐트러져도 원상태로 복구되니 말이다.
그런 바람 막이 허황 없이 사라지고 갈무리됐다.
‘역시!’
그리고 천운은 반대로 쾌재를 불렀다.
굉장한 성과였다.
반마의 특성.
마력이면서 마력을 없애는 모순된 힘은 한설아의 바람 막을 손쉽게 없애 버렸다.
유물의 특성을 발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 또한 마력이니 말이다.
결과는 정말이지 흡족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이 힘은.
‘마기 또한 효과가 보일 거야.’
마력뿐만 아니라 마기에 대항하는 힘이 될 것이다.
후에 전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어떻게…….”
나름 뿌듯한 마음으로 특성을 생각하니 한설아는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멍하니 없어진 바람 막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마법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하르바의 이빨이 천운을 향했다.
검 끝이 천운을 향한 순간 주위의 바람이 모여들며 하르바의 이빨을 감쌌다.
검 주위에 형성된 소용돌이가 검을 둘렀으며 동시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에 두 개의 특성을 합친 큰 공격이 올 것이란 걸 천운은 예상할 수 있었다.
“하압!”
그녀의 당찬 기합과 함께 검에서 발산된 소용돌이가 천운을 향했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화염의 소용돌이.
발산되는 크기의 힘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력의 반을 사용한 느낌이었다.
‘어, 어 좀 심했나?’
막상 방출한 본인도 걱정할 정도로 말이다.
“좋아 이 정도면 괜찮겠지.”
천운은 곧바로 손을 내밀며 샌디에게 어느 한 술식을 텔레파시로 받아 냈다.
그것은 미르마가 알려 준 간단한 초급 마법 ‘파이어 볼’이었다.
아마 그녀가 내게 방출한 공격보다 위력이 한 단계 낮은 마법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이 마력을 사용하면.’
천운은 동시에 반마의 마력을 사용해 마법을 발동했다.
천운의 손에서 쏘아진 축구공 크기의 파이어 볼.
쏘아진 파이어 볼은 소용돌이에 직격했고 동시에 소용돌이에 이상이 발생했다.
사아아-
천운의 예상과 달리 전부가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위력이 반이나 줄어든 것이다.
천운은 크게 옆으로 점프해 소용돌이를 피해 냈다.
위력이 반이나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맞으면 상당히 아파 보였으니 말이다.
위력이 줄어들며 크기 또한 줄어든 게 다행이었다.
‘좋아! 일단 실험은 성공이네. 그렇죠 미르마?’
[내가 상상했던 결과 이상이다! 세상에…….]
그렇다.
미르마의 말대로 결과는 천운과 미르마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낮은 등급의 마법으로도 저 강력한 위력의 공격을 반이나 상쇄시켰다.
만약 마법사가 상대이며 초급이 아닌 다른 높은 등급의 마법을 사용했더라면 천운이 질 일은 없다는 말이었다.
말 그대로 절대 질 수 없는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이다.
그 위력이 조금 낮든 동급이든 반마의 특성이 있는 이상 천운이 질 일은 없었다.
“아…….”
막상 한설아는 허망한 표정으로 감탄하고 있었지만.
한설아의 마지막 일격은 그녀 나름의 비장의 필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