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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74화 (74/176)

제74화

#73

암 가문의 객실에서 한 노년의 남자와 한민아가 마주 보고 앉았다.

한민아가 그를 지그시 노려보니 그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인지라…….”

“약조를 어기면서까지 볼 정도로 급한 상황인가 보죠?”

“……? 한민아 님께서는 알고 계시는 줄 알았습니다만…….”

“네? 뭘요?”

한민아의 반응에 의아해한 1장로였다.

그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암 가문의 가주께서 사라지셨습니다…….”

“흠…… 그 인간이 말이에요?”

“예. 그리고 사라지신 계기가 친목회와 크게 연관되어 한민아 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만…… 반응을 보아하니 전혀 모르셨던 모양이군요.”

한민아는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나도 모르게 무슨 일을 저질렀나 보네?’

굳이 한 명이 아닌 단체인 친목회를 언급했으니 분명 한우성을 포함한 나머지 한 명이 뭔가를 한 게 분명했다.

‘우성 씨와…… 나머지 한 명은 뭐…… 화두겠지…….’

애초에 그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눈에 띄게 활동을 못 하니 말이다.

“저희 친목회가 이유 없이 움직일 일은 없겠죠.”

“예.”

“딱히 그거에 관해서는 길게 이야기할 필요를 못 느끼겠네요. 보니까 목적도 다르신 거 같고.”

“예. 한민아 님께서는 어느 정도 예상하시는 거 같습니다.”

“신아 언니…… 때문이죠?”

“예…….”

그의 말이 끝나자 한민아의 등 뒤로부터 타오르는 흑색의 마력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기세가 한순간 달라졌다.

“무슨 일로요?”

꿀꺽-

이제부터 한마디의 말실수도 용납되지 않을 거다.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그 뜻을 알리고 있었다.

1장로는 조심스레 그녀와 관련된 주제를 꺼냈다.

“무암으로 인해 그렇습니다.”

“무암이라면…… 가주가 쓰는 그 유물 말씀이군요.”

“예. 과거 4대 가문의 초대 가주님들과 함께한 대장장이 ‘이원신’ 님이 만들어 낸 유물. 사람이 만들어 낸 최초의 유물이자 가문의 상징이지요.”

“그거랑 신아 언니랑 무슨 상관이죠?”

그가 잠시 눈을 감고 침을 꿀꺽 삼켰다.

관자놀이에 식은땀이 서서히 흘러내렸다.

그가 조심스레 한민아를 보며 말했다.

“암 가문의 비보인 무암을 사용하려면 가문의 혈통이신 이신아 님의 마력이 필요합니다.”

한민아가 1장로를 쏘아보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무암이 다음 대의 주인을 정할 때 의식입니다. 현 주인이 다음 대의 주인을 인정하거나 아니면 저희 암 가문의 장로와 혈통에게 인정받거나. 둘 중 한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무암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요.”

“그리고 현 가주였던 이한량은 사라졌으니 선택지는 후자였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1장로가 말을 끝 맞췄을 때 한민아의 입에서 곤혹스러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약조는 제대로 지키고 계셨나 보네요?”

“오늘 깨졌지만 말입니다.”

“하나는 언니의 조사는 하지 말 것. 둘은 언니의 용건으로 저를 찾아오지 말 것. 그러니 이 사실을 모를 수밖에요.”

“예?”

“아무리 약조 때문에 조사를 안 했다 해도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그가 미간을 좁히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예…….”

“언니의 상태는 모르나 보죠?”

“그렇습니다만…… 혹시 문제라도?”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거 같네요.”

한민아가 일어서 어딘가로 향했다.

1장로인 이준은 그녀를 따라 방을 나왔다.

* * *

[이제 뭐 할 거야?]

‘그러게요.’

오후 수업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천운은 기숙사로 돌아와 마력 순환을 반복했다.

친목회의 단원으로 들어오며 친목회의 도움으로 던전을 공략하며 성장 진도를 빠르게 올리려는 천운의 계획이 10분 만에 무산됐다.

그것도 몇 번 잊고 있었던 한우성의 귀찮음 때문에 말이다.

“하…… 빨리 시험해 보고 싶은데…….”

[나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호기심이 생겼어.]

“어제는 반대하지 않았어요?”

[아니, 만약 네가 그 돌의 마력을 흡수한다면 그 마력으로 마법을 발동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가만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마법, 스킬, 또는 스탯까지 막아 버리는 미지의 마력.

평화석에서 흐르는 마력의 특성이었다.

그러니 그 본질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일단 마력은 마력이다.

만약 그런 특성을 가진 마력으로 마법을 발동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갑작스레 궁금해진 천운이었다.

“그럼 일단 마력을 올릴 수 있게 던전을 가야 하는데…….”

왜냐.

마력을 성장에 도움이 되는 유물을 얻어야 하니 말이다.

천운은 당연히 그 장소를 알고 있었으나 현재로서는 방도가 없었다.

던전 등급 자체가 6등급 정도의 현재 천운의 기량으로는 어림도 없는 던전이었다.

띠리리링-

나름 마력 순환을 하며 고민을 하니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장도 안 된 모르는 번호였다.

천운은 다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생각에 잠겼다.

띠리리리링-

또다시 울리는 벨 소리에 천운의 미간이 좁혀졌다.

‘누군데 자꾸 전화야.’

삑-

별수 없이 인상을 찡그리며 전화를 받는 천운이었다.

-여보세요?

통화 너머에선 생각보다 젠틀하다고 생각될 차분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정중한 목소리에 천운은 광고라고 생각 중이었다.

그 말만 안 했으면 말이다.

-한우성 씨와 아는 사이 맞죠?

“예……? 저기…… 누구세요?”

얼떨결에 어벙한 표정으로 대답하니 전화 너머의 그가 씨익 미소 짓는 게 선명하게 보이는 느낌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아산 그룹의 회장 최아진이라고 합니다.

“에……?”

천운이 입에서 순간 멍청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 * *

아산 그룹의 회장 최아진.

친목회의 단원이자 고유 스킬 ‘염동’을 가진 이능계의 아베타였다.

그리고 지금.

“저기…….”

그리고 그런 최아진의 집무실.

천운의 눈앞에는 그가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가 눈을 감고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말했다.

“처음 뵙는군요.”

“아, 네.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담담하시네요?”

“네?”

“항상 제 첫인상을 본 사람들은 어색한 표정을 짓던데.”

하긴 종이컵에 담긴 믹스 커피를 마치 루왁 커피 마시듯 음미하니 말이다.

나야 뭐, 원래 이런 인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저기 무슨 일로?”

“김천운 군, 저는 생각보다 효율을 따지거든요.”

“네…….”

후르릅-

“오늘도 완벽한 커피군요.”

“네?”

“이런 평범한 커피라도 물의 양과 온도, 커피와 설탕의 양을 조절하면 완벽한 맛이 납니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인간이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보니 최아진이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드셔 보실래요?”

“타 주시면…… 네.”

그가 손을 휘젓자 둥둥 떠오르는 믹스 커피와 종이컵, 물 등등이 조화를 이루며 한 잔을 만들어 냈다. 멍하니 그 현상을 바라보니 완성된 한 잔의 커피가 내 바로 앞 탁자에 놓였다.

후르릅-

한입 마시니 역시 믹스커피는 믹스커피였다.

“어때요?”

흐뭇하게 웃으며 그가 되물었다.

천운 또한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맛있네요.”

평범한 믹스 커피였지만 애초에 천운은 커피를 좋아하니 말이다.

막상 천운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죠?”

“저기 그래서 무슨 일로 저를…….”

“아! 주제에 벗어났군요. 사실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요?”

“한우성 씨와 저는 긴밀한 관계라서 말이죠. 김천운 군을 조금 도와 달라는군요.”

지그시 내가 그를 보자 후르릅- 커피를 마신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눈치채셨습니까?”

“뭐를요?”

“흠…… 이 정도 힌트를 줬는데도 모르겠나요?”

그가 살짝 불만스러운지 미간을 꿈틀거렸다.

천운이 그런 그의 표정을 보며 말했다.

“회장님이 친목회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내 말에 그의 표정이 풀리며 흐뭇하게 웃었다.

“혹시 언제부터인지……?”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요.”

“한우성 대장께 들었습니까?”

“아니요. 전화 받았을 때 우성 아저씨 운운하시길래 왠지 그럴 거 같았어요.”

“좋군요.”

흐뭇하게 웃는 그의 얼굴.

최아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김천운 군의 스탯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높은 스탯은 아니죠.”

“아, 그렇군요…….”

“그래서 대장이 천운 군을 뽑은 이유가 혹시 비상한 머리 때문인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어땠나요?”

그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가 천운을 보며 말했다.

“두뇌가 비상해서…… 뽑은 건 아닌 거 같네요. 아마 제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거 같은데…….”

“방금 시험에 합격한 거 아니었나요?”

“그건 정상인 측정이었습니다. 일단 머리에 어디 문제 있어 보이지는 않군요. 이해해 주세요. 우리 대장이 생각보다 괴짜라서요.”

“아…… 네.”

“그럼 본론에 들어가죠.”

최아진이 또다시 손을 까딱 흔들자 집무실 안쪽의 서랍이 스르륵- 열리며 3개의 무언가가 천운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각각 동글한 구슬 모양의 영롱한 색을 띠는 구.

천운의 눈앞에 떠 있는 3개의 구는 알약 형태의 유물이었다.

“처음에 말했죠? 저는 효율을 따진다고.”

“네.”

“대장이 말하더군요. 던전 공략을 도와 달라고요.”

“그렇군요.”

“아마…… 유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던전을 공략해서 유물을 얻을 필요는 없죠. 3개의 유물 다 ‘로브란의 스탯 성장제 세트’입니다.”

“그래서 유물을 주신다는 말씀인가요?”

“예. 그러려고 천운 군을 초대했으니까요.”

흠…….

스탯 성장이 가능한 유물이라.

천운은 잠시 고민한 뒤 3개의 유물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걸로 하시겠습니까?”

“네.”

최아진의 천운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다른 유물은요.”

최아진의 물음에 잠시 다른 유물을 향해 시선이 간 천운이었다.

그러나 뜻밖의 대답이 들려왔다.

“괜찮습니다.”

“흠…… 왜죠?”

“지금은 이걸로 충분하니까요.”

“…….”

흥미롭게 바라보는 최아진의 시선.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즐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력이 필요한가 봐요?”

“좀 쓸 일이 있어서요.”

천운이 고른 유물은 마력 스탯을 상승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유물이었다.

뭐, 그 유물을 원한다고 하니…….

최아진은 일어서서 천운에게 다가갔다.

그가 천운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 만남은 즐거웠습니다.”

천운은 공손하게 악수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그럼……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그럼.”

천운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회장님이라 부를게요.”

* * *

한편 천운이 나간 집무실에서는.

‘흥미롭네…….’

최아진은 천운이라는 소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 눈에 띄는 장점이 없는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런 소년에게 흥미가 느껴지는 자신이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스탯도 평범하고 머리도 어디 이상하지는 않고 그리고 성격도…… 보통이지.’

평범 그 자체의 소년이었다.

하지만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 소년에게 말이다.

‘마지막 때문인가……?’

자신은 분명 3개의 유물을 소년에게 건넸다.

그것으로 소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일단 꾸준한 노력형이군…….’

한 번에 스탯을 올릴 수 있는 두 유물보다.

효과는 더 좋지만, 시간이 걸리는 유물을 선택했다.

그것만으로 소년은 후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마저 평범하지만…….’

자신은 분명 3개의 유물을 소년에게 건넸다.

그러나 소년이 가지고 간 것은 하나의 유물뿐이었다.

딱히 자신도 말은 안 했지만, 소년 또한 물어보지 않은 게 신기했다.

스탯 성장이 가능한 유물을 눈앞에 있으면 적어도 호기심에 물어보는 게 정상일 터.

그러나 소년은 질문하지 않았다.

애초에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선택한 유물을 가지고 흐뭇하게 좋아할 뿐이었다.

‘두뇌는 비상하지 않고 욕심 없는 그저 정상인 범주의 평범한 소년이라…….’

욕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다른 수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더더욱 대장은 저 소년의 뭐를 보고 단원으로 받아들인 건지 이해할 수 없던 최아진이었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뭔가 조금은 알 거 같은 최아진이었다.

‘위화감인가?’

평범한 소년에게 느껴지는 위화감, 상황에 맞지 않는 이질감.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장 또한 소년에게 그걸 느낀 걸 수도 있을 거다.

호기심이 인 최아진은 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삑-

“나다.”

-예. 회장님.

“알아보고 싶은 소년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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