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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73화 (73/176)

제73화

#72

한편 생도회실에서는.

벌컥-

벌컥 열린 문에 집무를 보고 있던 이연화의 시선이 문을 향했다.

이연화는 다시 시선을 거두고 그저 무심한 듯 문을 열고 들어온 최미라에게 물었다.

“알아 왔어?”

최미라는 방긋 웃으며 이연화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김천운이라는데?”

“다른 건?”

“으응?”

최미라는 이연화의 질문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회장~.”

“응?”

“이름만 알아 오라고 하지 않았어?”

“…….”

잠시 조용히 집무를 보던 이연화.

그런 이연화가 들고 있던 볼펜을 내려놓으며 최미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이름만 알아 올 리가 없잖아.”

이연화의 말에 서서히 입꼬리가 올라가는 최미라였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름도 알아 올 겸 여차저차 김천운에 대한 정보도 알아보려고 시도했으니 말이다.

‘음…… 근데 어떡하지?’

문제는 이번만큼은 할 말이 없는 최미라였다.

“이름밖에 모르는데…….”

그 소년에 대해 마인드 컨트롤까지 써 가며 정보를 빼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다시 생각해도 어떻게 자신의 고유 스킬을 눈치챘는지 의문이 들었다.

중간까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어느 순간 소년의 희번덕 떠진 눈이 자신을 노려본 순간 최면이 깨졌으니 말이다.

‘보통 애가 아닌 게 분명한데…….’

자신의 고유 스킬이 안 통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이미 과거에 자신의 최면에 한 번 걸려 본 적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최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거나.

전자는 말 그대로 이미 한 번은 당해 봤으니 두 번은 안 통한다는 말이었다.

내 얼굴을 본 순간부터 상대는 최면에 걸리지 않게 방심하지 않으니 말이다.

‘도대체 뭐 하는 애지?’

그러나 최미라의 기억상 이번 김천운과의 만남은 초면이었다.

녀석은 분명 처음에는 최면에 걸렸으며 중간에 알아차리고 일어난 것이다.

분명 김천운이 정신을 차린 경우는 후자인 게 분명한데…….

‘일단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물론, 이미 지나간 일이기는 하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과연 우리 고지식한 회장이 이 말을 믿어 줄까?

“그…… 회장?”

“빨리 말해.”

“그게 사실 더 알아보려고 했는데…….”

“했는데?”

최미라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 가듯 작아졌다.

솔직히 농땡이 피우고 대충대충 일하는 나를 회장이 눈감아 주는 이유가 적어도 다른 일에 쓸모가 있어서 봐주는 회장이었다.

근데 막상 이처럼 별거 아닌 일에 실패했으니 양심에 찔렸다.

“실패했…… 어…….”

마지막 말은 살짝 쭈글하게 말했다.

“그 말을.”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최미라는 알고 있었다.

회장이 미소 지을 때가 제일 무섭다고.

“믿으라고? 좋게 말할 때 빨리 불어.”

눈은 웃고 있으나 눈썹은 아니었다.

살짝 화난 표정을 웃음으로 숨긴 표정이었다.

“정말 진짜 거짓말 아니야!”

“그럼 상황을 들어 볼까?”

“으, 응.”

있었던 상황을 정확하게 전부 설명하는 최미라였다.

말을 듣고 있던 이연화의 표정은 시시각각 흥미롭게 변하고 있었다.

“그랬단 말이지.”

“그렇다니까! 내 최면을 한 번에 풀었어. 분명 뭔가 이상해. 보통 애가 아니라니까.”

“흠…….”

“저기…… 믿어 줄 거지?”

이연화가 힐끔 최미라의 표정을 살폈다.

당황스럽게 헤헤헤 웃고 있는 최미라.

‘안 믿으려 해도…….’

최미라는 남을 쉽게 과대평가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최면을 간파했단 말이지?”

“응. 그렇다니까.”

그녀의 고유 스킬인 ‘마인드 컨트롤’은 자신도 한 번 당해 본 적이 있다.

어느 순간 깨닫지 못하고 자연스레 몸을 장악하는 성가신 스킬이니 말이다.

최면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녀가 최면을 걸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쉽게 풀리는 고유 스킬이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처음이 아니거나 또는 웬만한 정신력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경우였다.

‘근데 생전 처음 보는 최미라의 고유 스킬을 어떻게 간파한 거지?’

나도 처음에는 눈뜨고 코 베인 스킬을…….

“네 말대로 보통은 아니네?”

“응…….”

“그러고 보니 슬슬 1학년 생도회도 뽑을 시기지?”

“응? 그렇긴 한데.”

솔직히 이미 점찍어 놓은 인물이 6명이나 있었다.

이번 1학년 수석 김의철.

그리고 나머지 4대 가문 5명.

그저 눈으로 확인한 게 아닌 순위로 뽑은 6명이었다.

솔직히 말해 별 관심이 없어 이렇게 뽑은 거기는 하나…….

그 김천운이라는 생도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궁금하긴 하네.’

뭐 하는 놈인지.

* * *

시간은 오전 수업이 끝난 점심시간.

모든 생도가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할 때쯤.

“음…… 고민되네…….”

한민아는 교내에 운영하는 카페에서 어느 고민을 하고 있었다.

“딸기를 먹을까 초코를 먹을까?”

별거 아닌 고민이었다.

지금 내 블랙커피와 가장 어울리는 케이크는 뭘까?

별거 아닌 행복한 고민이지만 그녀의 표정은 누구보다 신중했다.

“고민되네.”

“그럼 둘 다 시키고 나눠 드실래요?”

“응?”

한민아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천운아?”

“저도 여기 카페 좋아하거든요.”

이제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어야 할 천운이 옆에 서서 커피를 고르고 있었다.

한민아의 똥그래진 눈이 점차 풀어지며 미소가 지어졌다.

“밥은 먹었니?”

“아니요. 어차피 오후 수업이 없어서 천천히 먹으려고요?”

“응? 오후 수업이 없다고?”

자신의 기억상 오후 수업은 김중안 교관의 수업인데?

그녀에 머리에 물음표가 떠오르자 천운이 설명했다.

“제가 그 교관님 조교관이 돼서 허락 맡고 빠졌어요.”

“어, 어? 그렇니? 그렇구나……. 어? 정말로?”

“네.”

그 교관님이 조교관을 뽑던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자신의 수준에 맞는 생도를 조교관으로 뽑겠다는 말을 들은 거 같은데…….

말 그대로 조교관을 절대 안 뽑겠다는 말을 돌려서 말했던 거 같다.

근데 그런 교관이 조교관을 뽑았다고?

“어머, 그 사람도 조교관을 뽑는구나.”

“그러게요.”

“그럼 수업도 하는 거니?”

“글쎄요? 교관님이 자리를 비우면 대신 진행한다고 듣기는 했는데.”

워낙 똑 부러지게 시간과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 그런 일은 없을 거 같다.

“그것보다 무슨 일이니?”

“음…… 오후에 약속이 취소돼서 할 게 없어졌거든요.”

“그러니?”

오후에 갈 예정이었던 던전은 한우성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던전이었다.

그래서 막상 연락했더니…….

“여보세요.”

-누구야……? 아! 김천운이냐?

전화하자마자 누구냐고 말하는 걸 보니 저장을 안 해놓은 듯했다.

하긴 요즘 좀 부지런해 보이긴 했으나 그 성격이 어디 가나?

“아저씨, 저 가 보고 싶은 던전이 있어요.”

-예언했냐?

“예.”

-나중에…… 오늘은 피곤해서 안 되겠다.

피곤해서 안 되겠다고?

어째 목소리가 잠긴 목소리이긴 했는데 방금 일어났나?

“아니, 도와주신다고 서약했잖아요.”

-그래. 근데 거절한 게 아니라 나중에 도와준다고. 오늘은 진짜 안 돼. 피곤해서…….

삑-

내가 말로 뭐라 하기도 전에 끊어 버린 한우성이었다.

다시 전화하니 이번에는 그냥 폰을 꺼 버렸다.

“아니, 뭐 이런…….”

어처구니가 없긴 한데.

하긴…… 서약에는 곧바로 도와준다는 말은 없었지?

별수 없이 할 게 없는 천운은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고 그곳에서 민아 언니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서약을 제대로 정할 걸 그랬네.’

계약서를 잘 확인하고 사인했어야 했는데.

애도 아니고…….

아, 맞구나.

“후후훗, 냠.”

누나는 내 말대로 딸기와 초코 케이크를 둘 다 시켰다.

나눠 먹으려고 시킨 케이크지만 누나 혼자 다 먹을 기세였다.

‘생각보다 단 걸 좋아하시네. 아, 한설아도 그랬지?’

한설아가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처럼 그녀 또한 원래 단것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누나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게 없네.’

한설아의 언니.

주인공의 담임.

친목회의 단원.

그리고 모두가 선망하는 S급 아베타.

내가 설정한 그대로의 한민아였다.

동시에 내가 모르는 일부 또한 존재하는 한민아였다.

김천운의 어머니와 친했던 시절의 한민아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궁금해진 천운이었다.

띠리리링-

맛있게 마지막 한입을 먹은 한민아의 시선이 폰으로 향했다.

발신자 표시가 없는 누군가로부터의 전화였다.

한민아는 잠시 포크를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한민아 님 되십니까?

“……누구죠?”

싱글벙글하게 케이크를 먹던 누나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 갔다.

처음 보는 번호의 주인은 자신이 누군지를 알고 있었다.

-누를 끼쳐 죄송합니다. 암 가문의 1 장로인 이준이라고 합니다.

“그쪽 분께서 어쩐 일로 저한테?”

-전화로는 실례되니 직접 찾아가도 될지 허락받고 싶습니다만…….

“좋아요. 그렇게 하죠.”

삑-

전화를 끊은 그녀의 표정은 더없이 어두웠다.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한민아였다.

그런 한민아에게 천운이 의문스럽게 물었다.

“저기 누나? 괜찮으세요?”

“미안해 천운아……. 케이크는 다 먹으렴.”

천운은 접시를 바라봤다.

접시는 이미 빈 접시였다.

한민아는 당황스럽게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섰다.

“미안해……. 누나가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 볼게.”

“아, 아 네…… 집에서 봐요.”

민아 누나는 뭔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뭔가 알 수 없는 심각함이 묻어 나와 물어볼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지?”

* * *

“크윽…… 하…….”

나무를 등지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복부에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막으며 고통을 참고 있었다.

“이상하네……? 하…….”

그가 연초를 꺼내 입에 물었다.

연초를 문 사내, 정확히 한우성은 20분 전에 상황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이.”

산 깊숙한 곳 어느 묘지에 앉아 여운에 잠긴 사내가 있었다.

흑색 망토로 몸을 가리고 후드를 뒤집어써 얼굴을 가린 사내.

그런 사내에게 여유롭게 다가가는 한우성이었다.

한우성은 장소에 맞춰 미리 잠복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오랜만이네. 흑색.”

“네놈은 한우성이군.”

“우리 둘 다 길게 대화할 사이는 아니지?”

훙! 탁!

보이지 않는 속도로 이동한 한우성이 그의 목을 빠르게 잡아챘다.

한우성은 한 손으로 목을 조른 채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여길 찾는 건 달라지지 않는군.”

“S급 1위 한우성……. 네놈은 이한량 때도 그렇고 상대의 목을 잡는 게 취미인가?”

“응? 하하, 역시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었네?”

한우성의 미간이 좁혀졌다.

목을 잡힌 상태에서도 그가 태연하게 말을 이었으니 말이다.

“그만두거라. 지금은 싸우고 싶은 기분이 아니니…….”

“그건 안 되겠는데?”

“지금의 너로는 내 상대가 안 된다.”

“그러냐?”

뿌드드드득-

흑색의 목을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태연하게 말을 이을 뿐이었다.

“경고했다…….”

후웅 텁!

그의 손이 자신의 목을 쪼이는 한우성의 손목을 향했다.

꽈아아악!

그가 잡아챈 손에 힘을 주자 한우성의 손에 힘이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그의 예상외의 힘을 보고 미간을 좁힌 한우성이었다.

후우우웅!!

동시에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저갱의 마기.

까마득한 마기가 사내의 몸에 흘러나와 숲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동시에 한우성 또한 마기에 대응했다.

자신의 몸에 내포된 끝을 모르는 마력이 흘러나와 마기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마기와 마력이 충돌하여 공명을 넘어선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의 20분가량의 사투가 시작됐으며.

결과는.

“하…… 골치 아프네.”

패배는 아니었다.

녀석 또한 치명상을 입었으니 말이다.

“왜 과거보다 강해져 있지? 기분 탓인가?”

아니, 기분이 아니라 아마 사실일 거다.

녀석이 내게 도망친 건 과거와 다르지 않았으나 내게도 치명상을 입히고 도망갔으니 말이다…….

“이거 한동안 못 움직이겠네……. 하…….”

이것도 미래가 변했다고 해야 하나?

그것도 안 좋게 말이다.

동시에 녀석의 마지막 말이 거슬리는 한우성이었다.

‘그분께서 힘을 주셨다……. 지금의 너로는 내 상대가 안 될 거다.’

‘그분이 누구지?’

어느 회차든 놈이 언더의 수장이었다.

그런 놈이 그분이라고 칭하는 자가 있다니…….

“미래가 심하게 뒤틀렸군…….”

상황이 좋지 않게 변하고 있었다.

녀석이 그분이라고 칭한 자.

석연치 않은 기분이 느껴졌다.

“잘하면 이번 회차는 녀석들이 이길지도 모르겠네.”

친목회 대 언더.

항상 회차마다 벌어지는 일이었다.

동시에 그들에게 패배한 회차 또한 존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회차에는…….

“걔가 있지?”

띠리리리링-

한우성은 폰을 꺼내 번호를 확인했다.

익숙한 번호이긴 한데 기억에는 없었다.

‘뭐야?’

삑.

“누구야……? 아! 천운이냐?”

익숙한 번호 수준이 아니라 방금 한 말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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