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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70화 (70/176)

제70화

#69

한편 그날 저녁.

“형님. 여긴가 봅니다.”

“그래. 여기 있는 건 확실하긴 한데 이상하군.”

한우성과 강화두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보 길드 블랙 엔트의 건물 앞에 서 있었다.

한우성의 말에 강화두가 질문했다.

“뭐가 말입니까?”

“우리가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용케 도망 안 치고 남아 있네……?”

건물 지하에는 어떠한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그 마력의 주인은 한우성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암 가문의 가주 이한량.

그가 여기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마력과 다른 이질적인 그것 또한 동시에 느껴졌다.

‘이 칙칙한 마력은 녀석의 마력이 맞긴 한데…….’

한우성과 강화두는 정문을 통해 대놓고 들어왔다.

이상을 눈치챈 것은 그때였다.

‘조용하군.’

주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직원들 또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벌써 퇴근 시간입니까?”

“그래도 사람 한 명 없는 건 이상하네?”

주위를 둘러본 한우성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재밌네.’

“정말 우리를 상대로 한번 해 보자 이거군. 화두야.”

“예. 알겠습니다.”

강화두의 오른팔이 꿈틀거리며 비대해지기 시작했다.

“아래죠?”

“그래.”

쾅!!!

그가 바닥을 내리치자 바닥은 허물없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숙한 지하가 보였으며 한우성과 강화두는 망설임 없이 그 밑으로 뛰어내렸다.

후우웅!

“생각보다 깊네요.”

“괜히 앤트가 아니라는 거지.”

후우웅! 탁-

내려오는 감속과는 다르게 그 둘의 착지는 차분했다.

그들이 착지한 통로는 일자로 쭉 이어져 있었으며 저 멀찍이 드리운 그림자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한우성과 강화두의 시선은 그쪽으로 향했다.

“느긋하군…… 응?”

이상을 눈치챈 건 한우성이었다.

멀찍이서 그가 다가올수록 한우성의 마력과 공명을 일으키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느긋한 이유가 있었다는 건가? 흠…… 강화두.”

“예.”

“아무래도 대화로 해결은 못 할 거다.”

크흐흑-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었는지 걸어오던 사내의 조소가 들려왔다.

“건물을 부숴 놓고 대화로 해결할 셈이었나?”

그의 말에 강화두가 대답했다.

“그 정도는 약과에 불과하다 생각했는데? 네놈이 암 가문의 가주인가 보군.”

“그래.”

걸어오던 그의 발이 멈춰 섰다.

한우성과 강화두의 앞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의 사내.

그의 등 뒤에서 짙은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친목회. 현재로선 한국에서 너희를 능가하는 아베타는 없다고 하지?”

다른 4대 가문과 비교해도 상당히 젊은 나이에 가주 자리에 오른 남자.

그가 현 암 가문의 가주인 이한량이었다.

“해 봤자 110? 120인가? 너희들이 초월했다는 스탯은…….”

그의 등 뒤에서는 거대한 마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마력이 없는 강화두조차 눈치챌 정도의 마기였다.

그를 보며 한우성이 말했다.

“마기로 2차 각성을 했나 보군.”

“그래. 내 현재 스탯이 어떨 거 같나?”

그가 확인해 보라는 듯이 몸을 활짝 펴며 조소했다.

자신의 스탯을 확인해 보라는 뜻이었다.

“크하하하! 읽을 수 있겠나 한우성! 내 스탯을 말이야. 지금의 너로는 무리겠지.”

한우성의 스킬 중 하나인 꿰뚫는 눈은 자신보다 약자인 동시에 낮은 스탯을 가진 각성자에게만이 적용되는 스킬이다.

그의 말에 한우성이 미간을 구기며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안 거지?”

“크흐흐 정답인가 보군.”

“아니, 내 스킬을 어떻게 알았냐 묻는 거다.”

누구한테도 알려지지 않은 스킬이었다.

그런데 저놈은 어떻게 안 거지?

그러나 막상 한우성의 말에 이한량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 갔다.

그는 알려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군. 뭐, 시간을 길게 끌 생각은 없다. 그냥 죽어라.”

후우웅!

그의 등 뒤에 드리운 그림자가 한우성을 덮쳐 갔다.

덮쳐진 그림자 속에서 한우성이 말했다.

“화두야 쉬고 있어라.”

“예. 형님.”

강화두는 별말 없이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어느 믿음에서 나오는 행동이었다.

“먼저 죽어라. 한우성.”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이한량의 그림자가 흘러들어왔다.

사아악!

동시에 그림자가 무수한 비수로 변해 한우성을 노렸다.

한우성은 자신의 주위에 결계를 만들어 비수를 막아 냈다.

“언제까지고 4대 가문이 네 밑에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한우성.”

“우리는 공존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건 네놈의 생각이었겠지.”

그때였다.

한우성이 펼친 결계의 내부에서 무수한 비수가 생성됐다.

한우성의 몸 전체를 가릴 만큼의 비수였다.

“가문의 늙은이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

사아아악-

무수한 비수가 한우성을 향했고 이한량은 그 모든 비수가 한우성의 몸에 꽂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이한량의 표정에서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뭐지……?’

그의 비수들은 모든 아베타에게 치명적인 독이 발려져 있었다.

신체의 마력 회로를 차단하거나 꼬이게 만드는 극독.

하지만 자신의 예상과 달리 한우성의 모습은 너무도 담담했다.

“다행이군. 암 가문 전체가 아닌 네놈이 혼자 저지른 일이라서.”

그는 그저 굳건하게 서 있었으며 보일 리가 없는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동시에 한우성과 눈이 마주친 그의 관자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내 고유 스킬은 알고 있나? 그것도 궁금하군.”

“…….”

그는 별말 없이 한우성을 노려봤다.

한우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가주에게만 전해지는 암 가문의 비보 ‘무암’. 빛도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무엇이든 이루어 주지. 하지만 주인을 잘못 만났어.”

“누구에게 지껄이는 말이냐.”

“네놈에게 하는 말이다, 이한량. 아버지를 죽이고 형을 죽이고 동생을 죽여 가주 자리에 앉은 네놈에게 말이다.”

그 순간 이한량의 표정에 더없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그걸 네놈이 어떻게…….”

“네놈의 악행을 그저 두고 봤다. 내게 피해가 끼치지는 않았으니 말이야. 하지만.”

꽈아악-

한우성의 허공에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순간 이한량의 몸은 무언가에 조여졌으며 이한량이 무암으로 만들어 낸 주위의 어둠이 서서히 개이고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이한량의 몸은 공중에 뜬 채 얼굴에는 핏발이 늘어서 있었다.

“150, 145, 155인가?”

한우성의 말에 안색이 변하는 이한량이었다.

그가 방금 말한 숫자는 자신의 스탯을 나타내고 있었다.

꽈아악!!

뿌드득!

그의 몸이 더욱 조여지며 양팔의 뼈가 부러져 나갔다.

이한량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으나 고통으로 소리치지는 않았다.

“네, 네놈…….”

“제3의 손. 처음에는 별거 아닌 내 고유 스킬이었지.”

한우성이 느긋하게 자신의 고유 스킬을 설명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날수록 그 수는 늘어났지.”

이한량의 붉게 물든 안색이 하얗게 식어 가고 있었다.

“어차피 곧 죽을 놈에게 알려 주는 정보다.”

“크악!”

“이제 내 차례군. 언더와 언제 붙은 거지? 조용히 살았으면 우리가 너를 건드릴 일은 없었다.”

“크흐흐흐, 크하하하!”

이한량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소리가 조용한 지하에 퍼졌으며 그의 눈은 핏발이 곤두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멈출 때쯤 그가 한우성을 보며 말했다.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법이지.”

“그 중요한 시기에 안 좋은 쪽을 선택했군.”

“아니.”

그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 올라가며 웃고 있는 그의 표정이 한우성을 향했다.

“그것을 본다면 4대 가문의 다른 가주도 나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다. 그 늙은이들이 아직 살고 싶은 욕망이라는 게 남아 있다면 말이다.”

“가주라는 권력으로는 성에 안 찼나 보군.”

“틀렸다. 크흐흣, 네놈이 어떻게 알겠냐만…….”

이한량은 한우성을 보며 조소했다.

더 얘기가 나오지 않을 것을 예상한 한우성은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딸은 왜 죽이려 한 거지?”

“이한……. 그래. 주제도 모르고 가주의 자리를 노리는 머저리지. 죽일 이유는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이상하군…….”

한우성의 말에 잠시 조소를 멈춘 그가 되물었다.

“뭐가 말이냐?”

“지금 네 행동으로 아마 넌 가주 자리를 박탈당하겠지. 별로 소중해 보이지도 않는 가주 자리를 이한이 노린다고 죽이기까지 하나?”

“네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우리 가문의 가족애가 아직 있다고 생각하나?”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지.”

한우성의 손에는 그의 유물이었던 무암이 들려져 있었다.

“그, 그건!”

그의 얼굴에 잠시 당황이 일그러졌으나 다시 침착한 표정을 짓는 이한량이었다.

“소용없다. 현현이라는 특성이 있는 이상 뺏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틀렸어.”

사아아악-

한우성의 뒤에서 끝을 알 수 없는 무수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그 무수한 마력이 무암을 덮어 가는 동시에 무암에 깃든 누군가의 마력을 밀어내고 있었다.

“서, 설마…… 안 돼!”

파창!

동시에 이한량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암과의 연결이 끊어진 것이다.

“너와 무암의 연결을 끊어 놨다. 이제 네 유물이 아니지.”

“크윽!”

그의 말대로 아까부터 현현을 발동하고 있었으나 무암은 이동되지 않았다.

무암과 자신의 연결이 끊긴 것이다.

‘역시…….’

한우성은 무암을 쥐었다 펴며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나 무암은 녀석의 마력을 포함한 자신의 마력까지 밀어낸 것이다.

‘제 주인은 자기가 정한다 이건가?’

쩝.

한우성은 입맛을 다시며 무암을 포기했다.

동시에 이한량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크윽! 한우성!!”

그때였다.

후우웅!

그의 발밑에 과거에도 본 적 있는 흑색의 게이트가 생겨났다.

‘이런!’

한우성은 빠르게 손을 내저으며 이한량을 그 블랙홀과 떨어트리게 만들려 했으나 이미 게이트가 이한량의 하반신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게이트에 빨려 들어가는 이한량을 보며 한우성은 결단했다.

‘그렇다면.’

결단이 선 한우성은 곧바로 제3의 손을 이용해 이한량의 목을 비틀었다.

그러나 그의 목은 너무나도 쉽게 비틀어졌다.

한우성이 비틀기도 전에 그의 목뼈는 탈골된 상태였다.

“괴상한 기교를 부리다니…….”

마음 같아서는 그의 목 자체를 뽑아 버리고 싶었으나 일단 그 또한 초월자가 된 신체였다. 아마 쉽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한에게 전해라. 당분간 암 가문을 맡기겠다고. 그리고 곧 찾아가겠다.”

쾅!!!

강화두가 한발 늦게 게이트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으나 이미 그의 신체는 전부 빨려 들어간 후였다.

“제가 좀 더 빨리 나섰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형님.”

“됐어. 내가 방심한 거니까. 하…….”

한우성의 손에는 거무칙칙한 흑색의 단도가 들려져 있었다.

암 가문의 비보 ‘무암’이었다.

“자. 이거.”

“이건…….”

“애들한테 줘라. 이연 말고 이한한테 주는 게 좋을 거다.”

강화두는 별말 없이 단검을 받아 들었다.

상황이 어떻게 되든 자신이 형님에게 부탁한 일이니 말이다.

방금 일어난 모든 일은 자신이 책임지고 그녀들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형님.”

“그래. 먼저 들어가 봐. 난 잠시 여기 좀 조사하고 갈 테니까.”

* * *

한편 기숙사의 천운은.

“음…… 이건.”

[실패네?]

“조금 애매한데요? 역시 만다라를 발동했어야 했나?”

[임의로 빌린 마력으로는 소용없을 거야. 스킬로 늘어난 마력은 어차피 사라지잖아.]

“그것도 그렇네요.”

[말 그대로 실패야.]

미르마는 실패라고 딱 잘라 말했지만 천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게 원래라면 마력이 곧바로 사라졌어야 정상인데…… 막 흔들리는 거 같지 않았어요?”

[반발 현상이지.]

미르마의 말 그대로 평화석에 마력을 흡수하려고 시도는 해 봤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내 마력이 갈무리되지는 않았으나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내 마력이 아니라 평화석에 마력이 말이다.

‘그 말은 즉 평화석에 마력을 흡수할 수는 있는데 지금은 안 된다는 건가?’

쉽게 말해 내 마력이 부족해 현재로선 평화석에 마력을 흡수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마력을 늘린다면…….’

“좋아! 일단 마력 스탯부터 올리죠.”

[포기하지는 않는구나?]

“당연하죠. 이 특성을 흡수하면 아마 웬만한 마법은 막을 수 있을 거예요.”

[내키지는 않지만 음……. 솔직히 말해 난 저 마력이 마기보다 불길해 보이거든.]

“기분 탓일 거예요. 어디 시간이…….”

시간은 9시를 향하고 있었다.

9시. 아직 자기에는 천운에게는 이른 시간이었다.

천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실을 향하기로 했다.

“아 맞다 미르마. 그 수첩에 뭐 조사할 게 있다 하지 않았어요?”

[어, 어? 조사는 끝나긴 했는데…… 왜?]

“뭘 알아내셨는지 궁금해서요.”

[그, 그게.]

생각보다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는 그녀였다.

그녀의 표정에 뭔가 짐작되는 천운이었다.

‘아직 전부 조사 못 했나 보네.’

“나중에 가르쳐 주세요.”

[그, 그래.]

“그럼 저는 운동하고 올게요.”

그렇게 저녁 훈련을 위해 방을 나간 천운.

방 안에 혼자 남은 미르마는 근심에 잠겼다.

[이걸 어떻게 말해…….]

수첩의 해석은 이미 끝났었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어쩌다 보니 얼버무리게 됐지만 천운에게 사실을 말하기는 힘들었다.

[이런 술식을 만들 수 있는 놈은 분명…….]

자신과 동급이거나 아니면 자신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술식을 만든 녀석이 예상가는 미르마였다.

[그 녀석의 수첩인가…… 하지만 내용은…….]

자신이 아는 그 녀석이라면 애초에 이런 수첩에 일기 따위는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럼 누구지…….]

수첩을 지그시 바라보는 미르마.

의미 불명의 수첩이었다.

술식의 구조를 봐서는 자신과 동격인 건 확실하지만…….

뭔가 수첩을 볼수록 심란한 마음이 구석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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