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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68화 (68/176)

제68화

#67

‘마수와 마물의 종과 생태학’이란 과목은 이론 과목 중에서도 아베타로서 필수로 배워야 할 과목이었다.

마물과 마수의 약점, 종의 이름, 특성, 서식지 등등 전투 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수업이니 말이다.

하지만 생도들 사이에서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과목이기도 하다.

이유는 매년 마수와 마물의 종류는 늘어나며 동시에 약점이 발견 안 된 마물이나 마수 또한 수두룩하니 필수 과목인 동시에 비인기 과목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마수와 마물의 차이 중 명백한 게 하나 있죠?”

마물은 던전에 서식하는 정체 모를 괴물이며 마수는 생태계의 생명체가 마기로 각성하여 진화한 괴수이다.

“마수와 마물. 둘의 차이는 명백하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인류에게 피해를 주는 동시에 인류의 새로운 자원이 되죠.”

“저기…… 마물은 인류에게 어떤 피해를 줬나요?”

던전에만 서식하는 마물이 인류에게 피해를 줄 일은 없었다.

오히려 자원과 유물이라는 기적의 산물을 주지.

한 생도는 그것을 지적하는 듯 질문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이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례이며 저희가 대비해야 하는 재해 중 하나입니다.”

칠판 위에서 칠판을 뒤덮는 스크린이 내려와 빔 프로젝터가 하나의 영상을 투영했다.

영상에선 가시 형태의 다리가 8개 달린 괴물이 숲은 거느리며 마수들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이게 뭐로 보입니까?”

“거미가 각성한 마수?”

생태계의 생물이 마기로 각성하면 그 생김새가 독특해지며 강하게 진화한다.

그러니 언뜻 봐도 이 마수가 각성하기 전 어떤 생물이었는지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틀렸습니다.”

그리고 생도의 말에 이철한 교관은 고개를 저었다.

“7급 던전에 서식했던 마물 기알라로티입니다.”

“서식했던 이라는 말은…….”

“예. 던전에서 빠져나온 마물입니다.”

기알라로티라는 마물.

교관의 말대로 던전에만 서식하는 마물이다.

그리고 교관이 저 생물을 설명했다는 말은 슬슬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징조를 의미했다.

“저런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긴 하던데. 조작된 영상이 아니었나요?”

“일부는 조작이 맞지만 나머지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지속해서 생기면…… 음…… 이건 질문으로 한번 답변해 보죠. 거기 생도. 혹시 제가 하려는 말이 뭔지 아시겠습니까?”

이철한 교관이 천운을 가리켰다.

천운은 알고 있던 사실을 말했다.

“마수와 마물의 차이 중 또 하나는 능력에 있습니다. 아직 마수 중에 이능 계열의 스킬을 쓰는 마수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럼 제가 하려는 말은?”

“그냥 뭐 피해가 더 커지겠죠?”

“네. 맞습니다.”

이능 계열이란 말 그대로 레트아몽 때와 같이 물리 법칙을 넘어선 특이한 이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현재로선 마수왕을 제외하고 그런 능력을 각성한 마수는 존재하지도 나타나지도 않았다.

“또한 아직 이런 사례는 없지만, 던전의 보스가 던전과 보스 방을 뚫고 나올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건…….”

“뭐 최악을 짐작한 거뿐입니다. 실제로 벌어진다는 말은 아니죠.”

물론 던전에만 존재하는 보스 룸은 다른 차원의 공간이라 입구는 오직 보스 방으로 통하는 거대한 문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문만 열지 않는 이상 던전의 보스가 현실 세계에 나올 일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언제나 만일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제 예상으로는 이게 전초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베타 협회와 길영트는 이 현상을 던전 브레이커라고 명칭해서 이번 연도부터 이 현상에 대한 교육이 도입됐으니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번 연도 안에 그 던전 브레이커가 발생한다는 말인가요?”

“하하! 그렇게 쉽게 브레이커가 될 일은 없을 겁니다. 해 봤자 3, 4년 뒤에 발생할지도 모르니 대비하자는 의미에서 도입됐으니 말입니다.”

틀렸다.

정확히는 석 달 뒤에 던전 브레이커가 발생한다.

그것도 길영트가 관리하는 던전에서 말이다.

“그럼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남은 시간은 한 가지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그저 수준을 알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죠.”

이철한 교관은 생도들에게 마수와 마물이 복사된 용지를 나눠 줬다.

그 용지의 반은 백지였으며 반은 어느 던전의 마수 또는 마물이 그려져 있었다.

“시험은 간단합니다. 마물 또는 마수의 이름과 특성 약점을 간단하게 한쪽 백지에 정리하여 적으시면 됩니다.”

이철한이 남은 시험지를 손에 들고 팔락 흔들며 말했다.

“물론 각각 다른 종류이니 컨닝은 못 하겠죠? 그럼 시작.”

그렇게 싱긋 웃으며 테스트의 시작을 알리는 이철한.

뭐, 딱히 수준을 알기 위한 시험이니 그리 열심히 볼 필요도 없는 테스트였다.

천운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종이에 적었다.

* * *

“응?”

이철한의 개인 교관실.

그는 수업이 끝난 뒤 교관실로 돌아와 테스트한 종이들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한설아……. 전부 정확하네. 이번에도 S등급인가?’

이름과 특성, 약점을 정확하게 적은 생도는 전부 S등급 생도들뿐이었다.

뭐, 이론에도 등급에 영향이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딱히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저 수준을 알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였다.

‘응? 이건…….’

그때 어느 한 용지에 시선이 간 이철한이었다.

빼곡하게 적힌 글자와 설명들.

이런 간단한 테스트를 진심으로 임하는 생도가 있다는 사실에 흐뭇하게 웃었다.

‘어디 보자…… 응?’

이상을 눈치챈 건 그때였다.

‘아, 이거…… 잘못 인쇄했네?’

생도마다 각각 다른 마물 또는 마수의 사진을 인쇄한 결과 아직 약점도 밝혀지지 않은 마수를 실수로 복사하고 말았다.

근데 문제가 있다면.

‘응? 이름까지 다 적었네?’

그 마수의 이름과 특성 약점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생김새만 보고 판단한 건가? 하하하!”

생각보다 창의력이 뛰어난 생도라고 생각하는 이철한이었다.

그저 생김새를 보고 놈의 이름과 특성과 약점까지 적어 놨다니…….

“재밌는 생도네. 이름이 김천운? 아 얘가 걔구나?”

스탯 20, 1차 시험 수석이며 S등급 생도.

“보기보다 상상력이 뛰어난 친구였네. 어디 보자 이 마수가.”

탁탁탁-

이철한은 호기심에 이 마수의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아베타 업계의 마물이나 마수 정보는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빠르게 갱신되니 이미 이 마수의 약점까지는 아니지만 이름이나 특징까지는 갱신됐을 것이다.

그런데.

“보자……. 이름이 어? 뭐야?”

이철한은 그 소년의 용지와 모니터 화면의 이름을 몇 번 돌아보며 대조해 보았다.

그리고 뭔가를 알아차린 이철한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이게 어떻게…….”

마수의 종명은 기간트 터틀 코요테였다.

그리고 김천운의 용지에 적힌 종명은 한 글자 빠진 터틀 코요테였다.

한 글자 빼고는 정확한 이름이었다.

거기다 마수의 서식지와 특성까지 화면과 똑같이 적혀 있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정보 갱신 날짜가 5분 전이라고?”

수업이 끝난 지 3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 마물의 갱신 정보는 방금 막 5분 전에 올라와 있었다.

5분 전에 올라온 정보도 그렇고 이 마물의 약점은 갱신도 안 됐는데 김천운의 용지는 약점까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쯤 되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이철한이었다.

“아직 갱신도 안 된 정보를 얘가 어떻게 알아? 더구나 약점까지?”

말도 안 돼…….

용지에 적힌 정보는 단순한 애들 망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얘가 어떻게 이름까지 알고 있지?”

놈의 특성은 생김새로 예상했다 치고 약점은 망상이라 넘겨보고 생각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알 수 없었다.

“대체 뭐 하는 놈이야?”

머릿속에 물음표가 올라왔으나 이철한이 알 리는 없었다.

그저 그를 한번 불러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 * *

‘터틀 코요테가 지금 등장할 시기였나?’

정확히 이번 주인 건 기억하는데 그게 언제인지는 자세히 몰랐다.

물론 교관이 테스트로 냈으니 아마 그저께나 어제 마물의 정보가 갱신됐을 것이다.

‘간단한 테스트라면서 어제 갱신된 마물을 시험으로 낸다라……. 생긴 거와 달리 너무하시네.’

저걸 어떻게 맞춰.

나 아니면.

천운은 흐뭇하게 웃으며 볶음밥을 퍼먹었다.

“우와! 이게 진짜 비싼 대로 밥값은 하네?”

식당을 처음 와 본 의철의 말이었다.

천운의 옆에는 의철이 앉아 있었으며 그 앞에는 한설아가 조곤조곤 정식을 먹고 있었다.

“근데 가성비가 좀……. 차라리 헤븐티 헤븐이 낫겠다. 내가 항상 알바 끝나고 가는 데가 있거든.”

그 말에 한설아가 대답했다.

“너도 거길 알아?”

“거기 아저씨랑 아는 사이라서 단골이거든. 가끔 동생이랑 같이 가기도 해.”

“그래? 응? 근데 넌 아까부터 뭐 봐?”

천운은 밥을 먹으며 무슨 낡은 수첩을 펼쳐 보고 있었다.

“그거 어제 던저…… 웁!”

천운은 빠르게 의철의 입을 막았다.

한설아에게 어제 던전에 갔다는 건 비밀로 하고 있었다.

왜 자기는 안 데려갔냐고 뭐라 할 거 같아서…….

“음…… 그거 재밌어?”

“아니, 그냥 일기장인데?”

“재밌을 거 같은데?”

“그래? 응? 뭐야 안 보이잖아.”

“나만 볼 수 있어.”

“뭐야? 나도 보여 줘.”

“그게…….”

어젯밤.

누나에게 호되게 혼나고 방으로 돌아온 천운은 던전에서 얻은 수첩을 그저 펼치지 않고 뚫어지라 쳐다봤다.

쉽게 펼칠 수는 없었다.

혹시 저주나 뭐 그런 악감정이 담긴 유물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게 뭘까요 미르마?’

[수첩이지. 수첩인데 유물인 수첩.]

‘음…… 딱히 특성도 없고 꽝인가?’

[그렇다고 보기엔 뭔가 있는데? 아주 미세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네?]

‘이게요? 저는 안 느껴지는데요.’

[흠…… 심상치 않은 물건이야. 나 정도 되는 인간도 간신히 느낄 정도의 마력의 흐름이야. 친화력이 뛰어난 너라도 쉽게는 못 느끼겠지.]

‘그 정도라고요? 이게?’

[그래. 굳이 마력을 흘러 넣지 않아도 이미 마법이 발동하고 있어.]

천운은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그럼 그냥 확! 하고 펼치면 안 되겠네요?’

[돼. 별로 안 위험하거든.]

‘아, 그런 것도 알 수 있어요?’

[미세한 마력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술식이 새겨져 있어. 보니까 딱히 위험한 술식은 아니네.]

‘이거…… 마도구였구나.’

[그래. 근데 어차피 펼쳐 봤자 백지만 보일걸? 이 수첩에 새겨진 마법이 암호 마법이거든.]

‘그래요?’

특정한 암호가 있는 암호 마법은 암호가 풀리지 않는 이상 제작자 이외에는 수첩의 내용물을 볼 수 없다.

어차피 펼쳐 봤자 백지만 보인다는 것이다.

‘꽝이네.’

천운은 수첩을 들고 팔락 흔들어 보았다.

미르마의 말대로 별로 뭐 이상한 현상은 생기지 않았다.

‘암호 마법이라…….’

어차피 안 보이는 거 천운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첩을 펼쳤다.

“응?”

천운의 미간이 점점 좁혀졌다.

“미르마. 이 수첩에 암호 마법이 걸려 있다 했죠.”

[그래.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여.]

“이상하네?”

천운은 흰 백지에 적힌 검은 글자들을 쳐다봤다.

“왜 내 눈에는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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