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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66화 (66/176)

제66화

#65

“아닌데요. 혹시 괜찮으세요?”

미간을 찡그리며 한우성을 대놓고 이상한 취급을 해 봤다.

하지만 소용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냐? 나는 진심인데? 나는 네가 그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여전히 확신이 가득 찬 눈빛이었다.

“아니, 예언자는 둘째 치고 회귀자라니…… 그런 게 존재해요?”

“왜 이상하냐? 누구는 불을 뿜고 누구는 지진을 일으키는데.”

정확히 실존하는 누군가의 비유에 입이 저절로 다물어졌다.

한우성의 말대로라면 저런 세상에 예언자나 회귀자 하나 없는 게 더 이상할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내가 회귀자니까 말이야.”

“네? 어? 어?!”

한우성의 고백에 천운의 눈이 희번덕 떠졌다.

당황으로 표정이 유지가 안 됐으며 그냥 지금 느끼는 당황스러움에 몸을 맡겼다.

아니, 알고 있다. 한우성이 회귀자라는 사실을.

문제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포스맨과 성녀밖에 없을 거다.

그렇게 꼭꼭 숨긴 정체를 나한테 적나라하게 말하니 안 놀랄 수가 있나…….

“안 믿기냐?”

“…….”

“어? 뭐야?”

내 표정을 본 한우성이 이상을 눈치챘다.

한우성의 입꼬리가 점점 위로 치솟았다.

“이 자식. 알고 있었네?”

“네, 네? 뭐가요?”

“이미 알고 있었잖아? 회귀자 또는 예언자라는 존재를.”

“아니, 제가 뭘…….”

“표정 관리를 못 하네?”

한우성은 내 말을 잘라 내고 말했다.

“네 반응. 보통 이 사실을 들은 놈들의 반응이 대개 비웃거나 안 믿었거든.”

“그건…….”

“내 눈에는 네가 내 말에 곧이곧대로 믿고 순진하게 놀라는 호구처럼은 안 보이는데?”

“그럴 수도 있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나는 그것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뭐가요.”

한우성의 말에 천운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한우성의 지혜는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고작 입 벌리고 놀란 거 가지고 거기까지 알아채다니.

뭔가 한우성이 다음 말이 예상가는 천운이었다.

“너는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맞지?”

“…….”

“침묵은 정답이네?”

……괜히 백년을 산 괴물이 아니라 이건가?

삶의 경험과 지혜로 여기까지 알아낼 줄이야.

“그게…….”

“지금 내 반응을 보니 맞는 거 같네.”

무슨 말을 할 때마다 하나하나 콕 집어 추리하니 입이 저절로 다물어졌다.

“좋아 그럼 둘 중 하나네? 회귀자냐 아니면 예언자냐?”

예언자라면 미국의 수호자 성녀를 말하는 것이다.

얼굴, 나이, 이름.

모든 것이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수호자.

그저 알려진 사실은 성녀라는 이름으로 예언자로 활동하며 마기로부터 미국을 구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네가 그 성녀냐?”

물론 한우성 또한 성녀와 대화는 나눠 봤으나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은 없었다.

아무리 한우성이라도 미래를 예언하는 예언가를 찾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찾기 전에 미리 알고 도주해 버린다.

그러니 아무리 회귀자인 한우성이라도 미래를 예지하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하하하! 성녀가 남자였다고.”

“성녀는 아니에요.”

“그렇겠지. 미국의 상징이 한순간에 절망으로 바뀔 수도 있겠네.”

마수 사태나 던전의 위치 파악 등 미국이 강대국인 동시에 건재한 이유가 그녀에게 있었다.

말 그대로 그녀는 미국의 수호신인 것이다.

“그래.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넌 진짜 뭐냐? 공터의 유령도 네가 데려갔지?”

옆에 있던 미르마가 한우성을 노려봤다.

저 말의 뜻은 한우성이 미르마의 은신처를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소리였다.

[이놈이!]

‘진정하세요. 일단.’

[어디 흠집이라도 났으면 놈을 미물로 만들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은 변명이 우선이었다.

근데 한우성을 상대로 딱히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하긴 오늘은 너무 나대는 감이 있었다.

후에 전투를 위해 포스맨의 치명상을 막으려 움직였으나, 그 중간에 어떻게 찾아왔냐 또 명분이 뭐냐 물어보면 끝이 없었다.

“저는.”

딱히 길게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리고 반대로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은 그저 이 방법뿐이었다.

“예언자예요.”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이것만큼 좋은 변명거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한우성도 믿고 있었으니.

“크흐흐……. 하하하!”

내 말에 미친 듯이 몸을 떨며 웃는 한우성.

원작에서도 표현한 적 없는 한우성의 모습이었다.

섬뜩- 뭔가 광기마저 느껴졌다.

“미래를 예언하는 성녀. 가장 갖고 싶은 놈이었지.”

한우성이 나를 보며 활짝 웃은 뒤 말을 이었다.

“그 보물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네?”

한우성이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회귀자는 과거 삶의 기억을 기반으로 성장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바뀌는 미래는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미래까지 미리 내다보며 알 수 있는 존재가 동료가 된다면?

‘그게 가능하다면 이번 회차는 노려볼 만해.’

과거에 단원들에게도 얘기하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재앙.

그 어떤 방법으로도 놈을 막을 수 없었다.

그저 멸망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성녀도 놈의 미래를 예언하지 못했어. 하지만’

이번 회차는 다르다.

성녀를 제외한 예언자가 있었으며 녀석을 동료로 만들 기회가 찾아왔다.

그렇다면…….

가능하다.

녀석을 죽이는 게.

‘검은 거인…….’

자신을 107회차까지 몰아세운 세계를 멸망시킨 근원.

놈을 없앨 수 있을 거다.

“김천운.”

한우성이 천운을 불렀다.

“나랑 거래 하나 하자.”

한우성의 손바닥에 사슬 모양의 빛이 투영됐다.

과거에 천운과 한우성 사이에서 서약한 사슬의 서약이었다.

“네게도 괜찮은 이득일 거다. 들어 볼래?”

“들어는 볼게요.”

싱긋 웃은 한우성이 말을 이었다.

“첫 번째. 친목회의 단원으로 들어올 것. 말 그대로 내 부하가 되라는 말이다.”

“좋게 말하면 동료라는 거죠?”

“그래.”

“그건 아저씨의 요구일 거고 제 이득은요?”

“그게 두 번째다. 우리 친목회는 어떠한 위협으로부터 너를 지켜 주며 동시에 네 성장에 도움을 주마. 미래를 알고 있다 해도 지금 네 스탯으로는 성장하기 불편하지 않냐?”

생각보다 괜찮은 조건이었다.

솔직히 자신이 알고 있지만 공략 불가능의 위험 수치를 자랑하는 던전은 수두룩하니 말이다.

반대로 친목회의 도움이 있다면 쉽게 공략이 가능한 던전이었다.

“세 번째는 없어요?”

“그래. 그 이상의 욕심은 없다.”

아마 사실일 게 분명하지만 일단 의심해 보는 척 한우성을 흘겨봤다.

한우성의 표정은 만면의 미소로 가득했다.

솔직히 말해 부담스러웠다.

“흠…….”

“네 반응은 특이하네?”

“뭐가요?”

“친목회를 몰라? 너도 그 인원 중 한 명이 되는 건데 말이야.”

“어차피 활동해도 정체를 숨길 거예요.”

“뭐, 그렇겠군.”

이내 생각을 정리한 천운이 결심한 듯 말했다.

“좋아요.”

동시에 한우성의 손에 문양이 빛났다.

계약이 성립됐다는 뜻이었다.

* * *

“언니.”

“응?”

화원의 지하 안방에선 이한과 이연이 침대에 누워 소곤소곤 얘기를 나눴다.

일방적으로 이연만 얘기하고 있었지만.

이한은 그런 동생의 말을 듣고 대답할 뿐이었다.

왠지 모를 삭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언니. 포스맨 아저씨 말이야.”

이연은 그런 분위기를 풀기 위해 계속 대화했다.

이연은 포스맨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자거라.’

그게 10분 전, 포스맨이 한 말이었다.

딱히 알겠다고 대답하지도 않았다. 뭔가 분위기 흐름에 맡겨 억지로 침대에 눕혀지고 자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방문을 닫기 전 포스맨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었다.

‘미안하다…….’

그 말이 자신을 암살하려는 암살자에게 한 사과였다.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니 포스맨은 그저 조용히 문을 닫을 뿐이었다.

뭔가 기묘한 체험이었다.

“언니. 포스맨이라는 사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사람 같아.”

“그러게.”

“뭔가 이렇게 둘이 붙어 자는 거 오랜만이지? 히힛.”

“맞아.”

이한은 그런 이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해 연아.”

연이는 이 사건과 관계없었다.

자신의 불찰로 피해가 갔으니 말이다.

곧장 돌아가도 아무 문제 없을 이연은.

“언니가 뭐가 미안해. 내가 미안하지.”

내 곁에 남는 선택을 했다.

마음속에 큰 위안을 얻었으며 동시에 안심이 됐으나 연이는 과연 어떨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가문에 돌아가면 괜찮을 거야.”

힘들게 입을 열어 말했다.

내심 안 돌아갔으면 하는 이한이었다.

“나도 여기 있을게.”

이연의 말에 마음이 놓이며 크게 안심이 되었다.

미묘한 느낌이었다.

뭔가 최악인 하루지만 나쁘지 않은 여운에 잠겨 있었다.

“내가 암살을 그만하라 하면 그만둘 거야.”

“언니 부탁이면 그렇게 할게.”

망설임 없는 이연의 말에 이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상황이 이래도 여전히 자신을 따라 주는 동생이었다.

가문에 버려졌어도 언니라 불러 주는 동생이었다.

“그것보다 천운이 말이야.”

“응?”

이연이 화제를 바꿨다.

아까부터 계속 화제를 여러 번 바꾸는 걸 보면 몇 분 전 삭막한 분위기를 완화하려 말을 계속 하는 듯하다.

이한은 싱긋 웃으며 이연의 말에 대답했다.

“천운이가 왜?”

“뭐 하는 애일까?”

이연은 순진하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천운을 생각했다.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어떻게 자신을 찾았냐?

어떻게 그 상황을 알고 있었냐?

정체가 뭐냐?

혹시 죽여도 안 죽는 불사신인가

라는 질문을 포함한 묻고 싶은 말이 11가지는 넘었지만, 한마디도 물어보지 못했다.

“연아.”

그때 이한이 말했다.

“다음에 만나면 감사하다고 전하자.”

언니의 말에 수긍하는 이연이었다.

“응. 알겠어……. 하아아암~.”

왠지 오늘따라 낯설다고 느껴지는 졸음이 찾아왔다.

언니는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잠들지 않았지만 내 눈은 서서히 감기고 있었다.

언니와 다르게 체질로 인해 밤에는 강했다.

근데 오늘은 아닌 모양이다.

“언니 먼저 잘게.”

“잘 자. 연아.”

눈을 감으니 놀랄 정도의 잠이 쏟아졌다.

왠지 오늘 밤은 기분 좋게 잘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었다.

* * *

한편 서약을 마친 천운이 입을 열었다.

“서약은 이걸로 끝났고 저도 이만 가 볼게요.”

“그래. 데려다줄까?”

“네.”

내 당돌한 대답에 한우성이 씩 웃었다.

“거절도 없냐! 이놈아.”

“새 단원이 된 기념으로 태워 주세요.”

“그러마. 특등석으로 태워 주지.”

딱!

한우성이 손가락을 튕겼다.

“오오! 와!”

내 몸이 점점 공중으로 떠올랐다.

“한민아 집으로 보내면 되지?”

“네. 고마워요. 형.”

“하하! 다음에 보자.”

훙!

내 몸이 바람을 가르며 집을 향했다.

손오공이 된 기분이었다.

[예언자라……. 우리 세계에도 그런 놈이 몇 명 있긴 했지.]

미르마는 내가 예언자라는 말을 듣고 의외로 덤덤했다.

뭐 말하는 걸 들어 보니 미르마 또한 과거의 예언자라는 작자를 한번 만나 본 듯하다.

[지금까지 네 행동에 짚이는 게 많았는데 모든 게 설명됐어. 미래를 알고 있다면 당연히 던전의 위치나 정보 또한 알고 있겠네?]

‘예. 뭐 그렇죠?’

뭐, 딱히 긴 설명은 필요 없는 모양이다.

그것보다 앞으로의 일이었다.

‘암 가문의 당주가 밀리와 내통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녀석이 내통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원래 이 사건이 지금 시기에 일어날 사건도 아니고 그 이유를 만들기도 전에 이쪽 세계로 넘어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놈은 나를 알고 있겠지.’

암 가문의 현 가주는 아마 자신을 알고 있을 거다.

김천운의 어머니가 놈의 누이이니 말이다.

‘좀 좋게좋게 만들고 싶은데 힘드네.’

하긴 신도 아니고 그게 가능할 리가 있나.

후우웅 탁-

어느새 집 대문 앞에 착지한 천운이었다.

근데 눈에 선명히 보이는 아름다운 미인이 대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민아 누나였다.

“재밌게 놀다 왔니 천운아?”

누나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상당히 화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천운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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