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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61화 (61/176)

제61화

#60

“평화롭구먼.”

친목회의 회의가 끝난 강화두는 자신의 가게이자 집인 꽃집으로 돌아왔다.

꽃집 앞의 공원에서 지저귀는 새들과 시원한 산들바람, 애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주인과 활기차게 뛰어노는 아이들.

2, 3년 뒤에 종말이 찾아온다기엔 거리감이 느껴졌다.

‘나 참…….’

어딜 봐서 세계를 멸망시킬 재앙이 찾아온다는 건지…….

그것도 2, 3년 안에 말이다.

지금부터 전초 현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기한이었다.

하…….

요즘 따라 한숨이 많아진 느낌이었다.

아무리 믿고 따르는 형님의 말이라지만 이번만큼은 믿기 힘든 강화두였다.

친목회를 모은 이유가 그 재앙을 막기 위해서였고 단원들이 그 멸망의 미래를 바꿀 나비효과들이라니 보통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겠나…….

‘어처구니가 없군. 하지만…….’

그저…… 이 평화가 지속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럼 이제 작업을 계속해야지.’

강화두는 목장갑을 끼고 화원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를 나무 위에서 지켜보는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몸은 반투명하게 의태화한 상태였으며 강화두에게 눈을 떼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와 은발의 소녀.

이한이었다.

‘이상하네? 분명 화원은 아침 일찍 연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늦게 열었잖아?’

일정한 패턴으로 아침 일찍 화원을 열고 저녁 늦게 문을 닫는다고 적혀 있던 그의 정보였다.

그러나 오늘 화원을 연 시간은 오후 1시.

정보와는 전혀 다른 패턴이었다.

‘하긴 정확한 성격도 모른다는데 어떻게 보면 빈약한 정보긴 하네.’

애초에 정보 길드인 주제에 그의 비밀도 파헤치지 못한 무능한 정보원을 욕해야 할 상황이다.

‘평범한 일반인. 나이 23세…… 꽃집 주인인 강화두. 특이 사항은 없고 그저 의뢰인이 임신한 여인이라……. 근데 정말 23세 맞나?’

처음 사진으로 얼굴을 봤을 때도 안 믿어졌지만 실제로 보니 더하다.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다 거친 사내의 얼굴이었다.

‘한 가지 소문이라면 그가 한우성과 아는 사이라는 말도 있었어.’

S급 아베타 한우성.

그를 모르는 이가 과연 있을까?

그러나 막상 조사에 따르면 아는 사이를 부인하는 강화두였다.

‘그저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라…….’

정황과 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의뢰는 본래 받지 않는 게 정상일 터.

그러나 이한은 마음을 굳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의뢰주의 모습을 촬영한 CCTV 영상을 확인한 이한은 그때 당시 상당히 굳은 표정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온몸에 시뻘건 멍이 든 그녀와 부풀어 오른 배.

임신한 그녀는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한 상태였으며 동시에 강화두의 암살 의뢰를 부탁했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가문의 비밀을 누구에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 또한 암살을 의뢰할 만큼 몰아세워졌다는 거겠지…….

‘결행은 밤에.’

* * *

늦은 밤.

사람 한 명도 없는 한적한 공원.

어두워진 밤하늘을 올려다본 강화두는 서서히 가게의 셔터를 내렸다.

“흐아암~.”

기지개를 켜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강화두였다.

그런 그를 유심히 살피던 이한은 검은 정복과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움직일 준비를 했다.

스슥- 훙!

‘응?’

그때였다.

자신보다 먼저 잔영을 흘리며 화원으로 잠입하는 괴인이 있었다.

그 또한 자신과 똑같이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설마!’

한순간에 녀석이 누군지 짐작이 간 이한이었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확인한 이한의 표정은 점점 굳어 갔으며 어느샌가 빠르게 화원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탁탁탁!

내 예상이 맞다면…… 방금 화원으로 들어간 괴인은-

쿵!!

생각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꺄아아악! 욱!”

굉음과 함께 화원의 왼쪽 벽면이 무너져 내렸다.

자옥한 먼지 사이에서 누군가의 신형이 보였다.

터벅- 터벅-

걸어 나오는 사내의 손에는 그녀도 잘 아는 자신의 동생 이연이 목을 잡힌 채 기절해 있었다.

* * *

불과 10분 전.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주로부터 암살 의뢰가 급격하게 줄어든 이연이었다.

아니, 아예 버려진 듯 없었다.

그것이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고 1년이 됐을 때 이상을 느낀 이연이었다.

동시에 언니의 의뢰는 늘어났으며 언니는 항상 나름 숨긴다는 식으로 임무를 몰래 수행하고 있었다.

‘또 나만 따돌리고…… 칫.’

그러니 이연은 반대로 언니를 감시하며 미행하였다.

암살의 재능은 언니보다 월등했으니 들킬 일은 없었다.

‘분명 저 꽃집을 감시했었지?’

사사삭!

언니가 먼저 들어오기 전에 빠르게 꽃집 잠입에 성공한 이연.

언니도 눈이 있으니 이미 들켰겠지만 아마 언니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상황은 종료됐을 것이다.

허리춤에서 하나의 은색의 단검을 꺼내 드는 이연.

가문의 비보 중 하나인 ‘은연검’이었다.

그저 스치듯이 나른하게 휘둘러진 검에 베이는 감각도 없이 절명할 것이다.

‘발견했다!’

곧이어 타깃을 발견한 이연이었다.

그녀의 은연검이 곡선을 그리며 강화두의 목을 향했다.

팅-

‘뭐?!’

그리고 그녀의 은연검은 무참히 강화두의 맨살에 가로막혔다.

아니, 살을 뒤덮은 무언가에 가로막혔다.

살 속에 숨은 무언가.

그의 압도적인 힘으로 생겨난 근육이었다.

강화두의 근육은 어느 강철보다 단단했으며 어느 방패보다 굳건했다.

‘어, 어?! 이게 왜?!’

자신의 단검이 그저 사람의 맨살에 가로막혔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 다져진 가장 날카로운 검이었으며 한 번에 절명시키기 위한 살수였다.

그런 비보인 은연검이 그저 살 속의 근육에 막혔다고?

아무리 그가 각성자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이…….”

시선이 돌아간 강화두.

그 순간 그의 목에 힘줄이 곤두서며 얼굴은 분노로 타오르는 듯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뭐 하는 놈이냐…….”

강화두의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둘 사이의 공간을 뒤덮었다.

콰쾅!!

“쿨럭!”

이연은 몸은 어느샌가 붕 떠오르며 벽에 처박히고 있었다.

* * *

“으…….”

“응? 설마 여자인가?”

이연의 신음에 눈이 부릅떠진 강화두였다.

곧바로 목덜미를 잡은 채 고유 스킬을 발동한 강화두.

파워 스캔으로 상대의 스탯과 성향을 확인한 강화두의 미간이 좁혀졌다.

‘성정이 왜 이래? 미친년인가?’

그녀의 성정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하나의 글자가 백지에 가득 메운 기분이었다.

대개 이런 인간들은 자신이 이해 못 하는 성향을 가졌거나 어디가 맛탱이가 간 인간들뿐이었다.

‘목소리를 들어 보니 여자는 맞는 거 같은데…….’

그 순간.

훙!

탁!

강화두에게 달려들어 팔을 향해 발차기를 꽂아 넣은 이한.

얼떨결에 손에 힘이 풀리며 이연을 놓치고 말았다.

곧바로 이연을 받아 낸 뒤 크게 뛰어 물러서는 이한이었다.

“흠…… 혈을 정확하게 노렸군. 두 놈이라.”

이한과 이연을 막연하게 바라보는 강화두의 시선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두 명이나 나섰다는 건 계획된 암살이란 거겠지. 설마!’

“네놈들…… 언더들인가?”

강화두는 모순적인 각성자였다.

마력으로 인해 아베타로 각성했으나 그의 몸 안에는 각성자라면 흔히 있는 마력 회로가 없었으며 마력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마력과 마기가 만나는 공명이라는 현상도 느껴 본 적 없었으며 상대가 마기 각성자인 언더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을 죽이러 온 암살자인지 그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말이 없군. 그럼…….”

이한은 강화두의 물음에 침묵을 선택했다.

이한의 반응에 미간을 찌푸린 강화두는 자세를 좁히며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쿵!

부풀어 오르는 다리.

그가 땅을 박차자 지면이 움푹 파이며 대포처럼 쏘아진 강화두의 신형이 이한의 코앞에 당도했다.

“어……?!”

“그 뜻은 곧 긍정이란 말이겠지.”

힘과 속력은 비례한다.

100을 초월한 아득한 힘을 지닌 강화두가 그저 땅을 박찬 것만으로 스킬 못지않은 속력을 낼 수 있는 이유였다.

강화두의 힘 스탯은 그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일단 생포하는 게 낫겠군.”

훙!

크게 휘두른 강화두의 오른팔은 허공을 휘저었으나.

쾅!

지면을 흔드는 굉음이 울렸다.

그저 휘둘러진 풍압만으로 지면을 깎아 나간 것이다.

동시에.

‘설마!’

이한은 그의 압도적인 파워에 누군가를 연상케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느껴지지 않은 마력과 정반대로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영웅계의 폭군.

S급 아베타 포스맨을 말이다.

“포스맨?”

“역시 알고 있었군. 그러니 암살을 시도했겠지.”

‘이런…….’

불찰이었다.

하필 그를 건드리다니…….

“으…… 언니?”

그때 이연의 품에서 정신을 차린 이한이 신음을 흘리며 흐릿한 시선으로 이한을 바라봤다.

“연아.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

“어?”

이연을 내려놓은 이한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시간을 끌 테니까 도망쳐.”

“어? 그게 무슨 말이야.”

“가문의 장로나 가주에게 연락해. 상황이 안 좋다고.”

“언니!”

“상대는 포스맨이야. 이미 그를 건드렸으니 상황을 쉽게 무마시킬 수는 없을 거야.”

무언가를 다짐한 이한의 눈은 올곧게 이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연은 멍하니 그런 언니의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서 가!”

“하지만…….”

“빨리!”

“미안…… 미안해 언니.”

사 삭-

이연은 그대로 언니를 뒤로하고 빠르게 도주했다.

촉촉해진 눈가에 흐르는 눈물.

그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그저 빠르게 도망가 연락을 취했다.

강화두는 그 상황을 그저 관망할 뿐이었다.

“수가 더 늘어나면 나로서 이득이군…….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의 몸에서 패도적인 기세가 흘러나왔다.

* * *

한편 도망간 이연은 곧바로 가문에 연락했으나.

“왜…….”

이연의 허망한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포스맨을 건드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 자를 그대로 둘 거 같나? 더구나 그것이 우리 암 가문이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 거 같나?]

“하지만 지금 언니가!”

[이한도 그걸 알고 너를 보냈겠지.]

그것이 자신들의 아버지이자 암 가문 당주의 말이었다.

“아버지……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제발.”

울먹이며 흔들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부탁해 봤지만.

[포기해라.]

그저 단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이미 가족애가 굳은 암 가문의 가주였다.

사실 이렇게 말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한 이연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마지막 희망이기도 했다.

현재 그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인물은 자신의 아버지밖에 없으니 말이다.

“흑…… 흐아아앙!”

결국 참았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가슴에 북받쳐 온 감정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오직 자신의 언니인 이한에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터벅터벅-

그때였다.

“흑, 크흡…….”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 명의 소년이 있었다.

“야! 네 언니는?!”

“어? 얘는 누구야?”

“이연이야. 그것보다 빨리 언니한테 안내해!”

“어? 근데 왜 이런 차림으로 이러고 있어?”

고개를 든 이연.

한 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박박 긁는 곱슬머리와 한 명은 똥그래진 눈으로 놀란 듯 자신을 바라보는 댄디 커트의 소년.

김천운과 김의철이었다.

“……김천운?”

“하…… 골치 아프네. 왜 지금 시기에 이 상황이 터지지? 야.”

“어?”

“뭐 해? 빨리 안내 안 하고.”

“뭐, 뭘?”

“포스맨 아저씨한테 안내하라고.”

“뭐?”

천운의 말에 그저 벙벙하게 훌쩍이며 이연은 천운을 바라봤다.

이연이 다시 한번 천운에게 되물었다.

“네가 어떻게…… 그것보다 너희가 왔다고 달라지지는 않아!”

“조용히 하고 위치나 말해.”

천운은 그저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지금 둘 다 위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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