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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60화 (60/176)

제60화

#59

“완전 버스네.”

“어? 뭔 소리야?”

이 말은 의철 버스를 타고 있는 천운의 말이었다.

의철이 팔테인을 훅- 휘두르면 꿱- 죽어 버리는 고울들이니 자신은 할 게 별로 없었다.

‘아늑하네…….’

[이래서 저놈을 데려왔구먼? 천운이 너의 그 마력량으로는 수많은 고울을 쓰러트리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

끝없이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고울들.

고울은 오직 마법으로만 타격을 줄 수 있는 마물이다.

그러니 아무리 만다라를 발동하여 마력을 올려도 어느 순간 한계가 보일 게 명확했다.

하지만 지금 내 옆에는-

훙!

“잇차! 음…… 뭔가 제가 생각한 던전하고는 다르네요.”

[방심하지 마라 의철아.]

과거 검성의 검이자 여러 이명(異名)이 붙은 대검.

그 이명 중 하나인 마를 찢는 천검을 휘두르는 의철이 있었다.

더구나 이영한 교관한테 받은 레바드린의 눈물로 팔테인의 힘 일부가 개화됐을 것이다.

한번 휘두름에 열은 소멸하는 상황에 안 편할 수가 있겠나?

“야 천운아. 저 앞에 저 문. 혹시 보스 룸 아니야?”

어느 순간 막힘없이 나아가니 커다란 문이 길을 막아섰다.

의철의 말대로 보스 룸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맞네. 들어가자.”

“어, 어 그래. 근데 뭔가 너는 한 게 없는 거 같은데?”

“어. 그 느낌 맞아. 그래도 보스에서는 도와줄게.”

“당연히 그래야지.”

싱긋 웃는 의철은 그대로 문에 손을 얹고 문을 열며 나아갔다.

“와…… 뭐야 여긴?”

눈에 보인 것은 6개의 푸른 석상 기둥이 지붕을 떠받치듯 늘어선 신전 형태의 공터였다.

그 중심에는 두 개의 유물이 석상 제단에 놓아 있었으며 그 옆에는 마치 유물을 지키듯 근엄하게 서 있는 푸른 갑옷의 기사가 서 있었다.

[재밌는 광경이군.]

[그러게나 말이야.]

길은 저 모습에 코웃음을 쳤으며 미르마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물 주제에 던전을 신전처럼 꾸미고 신성한 척 고명한 척 구는 게 어처구니없군.]

이내 유물을 지키던 푸른 갑옷이 마치 길의 말에 반응하듯 붉은 안광을 빛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끼긱- 끼이익-

천운은 녀석을 보며 떠오르는 기억을 생각했다.

‘분명 녀석의 이름은-’

청의 기사 기알드.

이 던전에서 죽은 영혼의 집합체가 갑옷에 모여 형태를 갖춘 마물이었다.

특이한 점은 아마 녀석은-

{네놈들은 누구냐.}

죽은 자들의 기억을 이어받아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녀석에게 이지는 없을 것이다.

본능과 감정이 지배당해 유물을 지키는 기사로 되살아났으니 말이다.

쿵!

기알드는 기사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나 특이하게 들고 있던 무기는 검이 아닌 육각형의 두꺼운 기둥이었다. 두꺼운 기둥을 땅에 내리치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이 흔들렸다.

그것만으로도 저 거대한 기둥의 중량을 알 수 있는 천운과 의철이였다.

보스 룸까지 편하게 온 의철이었지만 녀석을 보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몸에 흐르는 푸른 잔류의 기운.

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보스 룸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원래라면 저 녀석은 의철이 혼자 쓰러트렸겠지만…….’

원작 스토리대로라면 미발견 던전을 우연히 발견한 의철은 혼자서 이 던전에 들어선다.

결국 보스 룸에 들어간 의철은 기알드를 보자 기이한 위화감을 느끼며 녀석과 대치하고 격한 공방이 이어 나가고 결국에는 패배하여 한 번 물러서게 된다.

그리고 다시 찾아왔을 때 녀석을 쓰러트리는 데 성공한 의철은 1인 던전 공략에 성공하지만, 천운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굳이 정공법으로 공략할 필요는 없어.’

* * *

[생각보다 강하군…….]

막연히 기알드를 보던 길의 시선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녀석이 내뿜는 기세에 무언가를 눈치챈 길이었다.

[지금의 너로서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녀석은 영혼의 집합체다. 그리고 그 흡수한 영혼체들이 안정적으로 하나의 신체에 자리 잡았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나?]

대답한 것은 천운이었다.

“흡수된 영혼체들의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겠죠.”

[그래. 형태는 하나지만 상대하는 것은 10명이라고 생각해라. 그 정도의 기량을 녀석은 가지고 있다.]

“10대 2라…….”

검을 치켜든 의철.

그가 기알드를 노려보며 검에 마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해 볼 만한데?”

훙! 쾅!

그대로 기세 좋게 팔테인을 땅에 내리치는 의철이었다.

그 순간 팔테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격이 지면을 가르며 기알드를 향했다.

{너는 단순하며…….}

그러나 기알드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들고 있던 거대한 기둥을 한 손으로 내세우며 여유롭게 말할 뿐이었다.

기알드의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던전에 울렸다.

{재미가 없구나…….}

카캉!!

“뭐?!”

의철의 검격이 기둥에 닿는 순간에 요란한 파열음만 울릴 뿐 기둥에는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저걸 그냥 막아?”

어처구니없어하는 의철이었다.

그런 의철에게 대꾸하는 천운이었다.

“그냥 10명이 아니라 아베타로 각성한 10명의 집합체니까.”

천운은 의철에게 다가가 샌디로 만든 크리티컬 단검을 꺼냈다.

“저놈은 고울과는 반대로 마법이 안 통해.”

“난 방금 마법을 쓴 게 아닌데?”

“알아, 일단 알아 두라고. 그런 놈이 10명의 아베타라고 생각해.”

“와…… 괴물이네?”

“쓰러트리려면 1차 시험 때처럼 해야지.”

천운이 막연하게 꺼낸 말에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의철이었다.

둘이 협력하여 가디언을 쓰러트렸을 때의 얘기다.

“무슨 방법이 있어?”

“어. 귀 좀 줘 봐.”

말을 알아듣는 녀석이다 보니 천운의 작전이 놈의 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천운은 조심스레 녀석의 공략법을 의철에게 알려 줬다.

의철은 천운의 작전을 들을수록 눈썹에 이상하게 꿈틀거리며 미간이 좁혀지고 있었다.

“뭐? 정말 그런 방법이 가능해?”

“이런 던전이라면 가능해.”

“그래. 뭐 일단 해 보자.”

탁탁탁!

곧바로 대검을 들고 달리는 의철.

그러나 의철은 기알드가 아닌 천장을 받치고 있는 석상 기둥을 향해 내달렸다.

팡!

동시에 기둥을 내리치는 파열음이 들렸다.

반대로 천운은 곧바로 기알드에게 달려들었다.

천운은 곧장 들고 있던 크리티컬 단검을 기알드에게 던졌다.

{흥!}

그는 가차 없이 기둥을 휘둘러 단검을 쳐내려 했다.

그 순간에 크리티컬 단검이 흐물거리더니 넓게 펴지며 놈의 얼굴에 딱 달라붙어 기알드의 시야를 가렸다.

“버티고 있어 샌디야!”

그대로 주먹을 꽉 쥔 손으로 놈의 얼굴을 후려치는 천운.

팡!

남은 손목의 샌디로 주먹을 모래로 감쌌으며 동시에 크리티컬 단검의 특성을 불어넣었다.

특성을 불어넣은 펀치임에도 녀석은 살짝 고개가 기울어질 뿐이었다.

‘이런 꽝인가?’

{어처구니가 없군.}

그가 들고 있던 기둥이 천운의 얼굴을 향해 스쳐지나갔다.

뒤로 크게 점프해 피해 낸 천운.

확!

동시에 휘둘러진 기둥에서 강한 돌풍이 불었으며, 기알드의 얼굴에 붙어 있던 샌디가 나가떨어졌다.

기알드는 붉은 안광이 무심하게 천운을 노려보고 있었다.

{너 또한 재미없구나.}

“너보단 재밌을걸.”

탁탁탁!

빠르게 내달리는 천운.

그때였다.

“야! 천운아!”

언제 올라갔는지 의철이 기알드가 지키고 있는 제단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의철의 흔드는 손에는 무언가 쥐어져 있었으며 기알드는 그것이 무엇인지 곧장 눈치챌 수 있었다.

{설마!}

“한눈판 사이에 쉽게 뺏기네.”

의철은 기알드가 지키고 있던 유물을 몰래 빼돌린 것이다.

{이 개자식!! 돌려줘!!}

기알드는 특이하게 욕은 의철에게 달려드는 것은 천운에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철 또한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천운에게 들고 있던 두 개의 유물을 건네며 팔테인을 휘둘렀다.

캉!

끼기긱!

찢어질 듯한 마찰음이 던전에 울리고, 놈의 두툼한 기둥과 거대한 팔테인이 서로를 밀어내며 불똥을 튀기고 있었다.

“어서 가!”

“그때하고 비슷하네.”

“잔말 말고 빨리!”

사아악! 캉!

훙!

서로 간의 거대한 무기들이 휘둘러지며 공방이 이어졌다.

공기가 울리는 듯한 굉음이 퍼지며 불꽃이 튀기는 와중에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공방이었다.

그러나 그 끝도 없을 거 같은 힘 싸움에 먼저 한계가 보인 것은 의철이었다.

화아악!

팅!

의철의 신형이 뒤로 밀려 나갔다.

그러나 곧바로 달려들어 연이어 이 힘겨운 공방을 이어 나가는 의철이었다.

“지금!”

“윽! 으랴차!!”

그 끝을 알린 것은 천운이었다.

천운이 신호를 보내자 곧바로 팔테인을 밀어내며 몸을 피하는 의철.

{무슨 속셈이냐!}

그때였다.

후우웅!

기알드의 몸 전체를 감싸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자연스레 기알드의 고개가 올라갔고 눈에 보인 것은 지붕을 떠받치는 거대한 기둥 하나가 자신을 향해 고꾸라지는 것이다.

{허! 가소롭군!}

쿵!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피해 내는 기알드였다.

쿵!

쾅!!

쿵!

{응?}

연이어 넘어가는 기둥들.

그제야 뭔가 이상을 눈치챈 기알드였다.

‘녀석들은 어디 갔지?’

“어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가 휙- 돌아간 기알드.

자신이 찾고 있던 그들은 이미 저만치 떨어져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그건 설마…….}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

영혼의 집합체인 그는 인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이 들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귀환석을 깨트리고 도망갈 생각인가……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유물은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장엄한 목소리가 보스 룸 전체를 울렸고 그 목소리는 두 명의 귀에도 꽂혔다.

놈의 말대로 유물을 지키는 보스가 죽지 않는 한, 유물은 현현하여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위를 봐.”

천운의 검지는 위를 가리켰고.

{위?}

쿠쿠쿠쿠쿵!!

더욱더 거세지는 진동.

쾅!!

천장을 받치던 기둥 중 하나가 곧이어 넘어가고 동시에 자신을 깔아뭉갤 거대한 잔해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런…….}

아무리 그라도 저 거대한 천장의 잔해들에 살아남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인간으로서 배운 하나의 언어.

그 말이 무심코 튀어나왔다.

{X발.}

그것의 기알드가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쿵!

* * *

“후…… 끝났다!”

“고생했다.”

“진짜 아슬아슬했어. 근데 타이밍이 딱 맞긴 했다?”

“놈이 죽은 뒤에 썼으니까.”

“그게 어찌나 아슬아슬했는지. 너는 봤냐? 우리 머리 위에도 거대한 석판 하나가 떨어지고 있는 거.”

“어. 계속 보고 있었지.”

말 그대로 천운은 의안을 써서 그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내심 안 되면 녀석이 죽기 전에 귀환석을 깨트려 발동할 생각이었으나 타이밍은 어째 딱 맞은 모양이었다.

“후…… 것보다 유물 말인데.”

“어? 아 그래. 무슨 유물인지 확인해 보자.”

“아니, 그것보다.”

내심 기대의 시선을 보내는 의철.

그런 의철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제단 위에 올려진 유물 말인데 정말 이게 맞아?”

“응? 위에 올려진 건 다 들고 왔는데?”

천운은 주머니에 넣어 둔 두 개의 유물을 꺼냈다.

하나는 무슨 분홍색 물약이 들어간 작은 병이었으며 하나는 오래되어 먼지가 쌓인 누런 수첩이었다.

‘병은 내가 아는 유물이긴 한데……. 근데 이건…….’

눈썹을 비틀며 수첩을 바라보는 천운.

자신이 설정한 유물은 어디 가고 이상한 수첩이 튀어나왔다.

사라진 그 유물은 의철을 위해 설정한 유물인데 말이다.

‘이건 또 뭔 수첩이지?’

그때였다.

샌디의 부름에 천운의 고민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ㅇ!! ㅇㅇ!!!]

손목에 있던 샌디가 부르르 떨며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었다.

“응? 왜 그래.”

[ㅇㅇ!!! 이ㅡ 여 ㄴ!]

“어? 너 말? 아, 이제 어느 정도 말할 수 있겠구나.”

지능 수치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높아진 샌디니 이제 슬슬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근데 처음으로 나온 문장이 이상하다.

‘이여? 이연? 이연?!’

“야! 의철아!”

“어, 어? 왜?”

갑작스럽게 다급하게 부르는 천운의 목소리에 당황한 의철이었다.

“너 이후에 혹시 시간 있어?”

“나? 왜?”

“급하게 가야 할 곳이 있어.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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