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58
“그러니까. 세계를 멸망시킬 재앙이 3개나 있고 이 두 개가 이거라고요?”
한우성의 말은 간략했다.
정말 별 설명 없이 원인들의 이름만 콕 짚어 설명해 준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뭔데요.”
“굳이 지금 알 필요는 없어. 때가 되면 말해 줄게.”
“알겠습니다. 그것보다 대장 여기 이놈들이요.”
재앙 중 하나.
최아진은 무언가 떠올랐는지 그 재앙 중 하나를 한우성에게 되물었다.
“언더들이라……. 이놈들 단체 이름이 언더라고요?”
“그래.”
“저희처럼 마력이 아닌 마기로 각성한 인간들이라니…….”
“아니, 아진 형님은 저 말을 쉽게 믿으시는 겁니까?”
“반대로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지 화두야.”
최아진이 검지 하나를 들고 까딱- 동그랗게 휘젓자, 안쪽 중앙의 책상 서랍이 열리며 여러 장의 서류가 그들의 앞에 날아들었다.
최아진의 고유 스킬인 염력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최아진이 건넨 문서를 잡은 채 훑어보고 있었다.
“이건 전부……. 과거의 마물 테러 사건들이군요.”
“그래. 대장이 조사하라고 해서 모아 둔 거긴 한데. 이제야 이해가 좀 되네. 그렇죠 대장?”
한우성을 보며 싱긋 웃는 최아진이었다.
한우성은 커피를 홀짝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잘 조사했네. 원인 불명의 마물 테러 사건. 어디서 솟아나는지 모르겠지만 마수들이 도시 한복판에 튀어나왔다. 이상하지 않냐?”
“그 원인이 이놈들이고요?”
“그래.”
한우성의 말에 정적이 흘렀다.
당황에 먼저 입을 연 것은 강화두였다.
“세상에 마기로 각성할 수 있었다니…….”
“아까 말했잖아 화두야. 이상할 게 없다고.”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저 우리랑 같을 뿐이야. 그들은 마기로 각성했을 뿐이고 우리는 마력으로 각성했을 뿐이고 이렇게 생각하면 별 이상할 게 없지.”
“그 말은 곧.”
침을 꿀꺽- 삼킨 강화두.
그가 최아진을 보며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화두는 천천히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의 말을 내뱉었다.
“마수와 다를 게 없지 않습니까.”
“그래. 문제가 있다면 아마 마수들은 얘들을 동족으로 안다는 거지.”
한우성이 최아진의 말에 덧붙였다.
“그리고 이놈들이 첫 번째 재앙이다.”
“쇼핑몰 테러 사건도 이 녀석들이 일으킨 건가요?”
“그래. 하나를 알려 주면 두 개를 아는군.”
“마수를 이용해 테러를 일으킨다는 소문이 있긴 했는데. 그게 조직화 돼 있을 줄은 몰랐네요.”
머리를 박박 긁는 최아진.
그가 골치 아픈 일이 생길 때 하는 버릇이었다.
한우성의 말대로 하나를 가르치면 몇 가지가 예상되는 그로서 앞으로 친목회가 할 일이 예상 가는 최아진이었다.
“잡을 거죠? 이놈들?”
“그래.”
“하……. 이놈들 포함해서 나머지 남은 2개의 재앙도 저희가 막고요.”
“그래.”
“……저기 대장.”
최아진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한우성에게 질문했다.
“솔직히 첫 번째 이 사이비 집단은 저희가 어떻게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니까요.”
그가 한우성이 말한 나머지 두 개의 재앙 중 하나를 언급했다.
“근데 등급 미지수인 3대 마수왕을 저희가 어떻게 잡아요…….”
각국의 마기 오염 수치가 최상치에 달한 3개의 구역이 존재했고 그곳에 먹이사슬의 끝인 왕이 서식한다.
토벌 불과인 미등급 마수들.
9등급을 아득히 뛰어넘는 마수왕들로 인해 마기 오염 수치는 해마다 증가하지만 다행인 점은 마수왕들은 서식지의 울타리 안에서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구역의 경계를 넘어선다면 세계의 종말이 찾아올 것이라는 어느 고명한 학자의 유명한 말 또한 존재했다.
“할 거야. 어떻게든. 그래서 너희들을 모은 거니까.”
“하…… 처음 친목회를 권유하길래, 뭔가 꺼림칙하긴 했는데.”
최아진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최아진을 보며 싱긋 웃은 한우성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후회되냐?”
살짝 고개를 치켜든 최아진.
이내 한우성을 바라보며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그가 한우성을 보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후회되죠. 그래도 대장이 한 말이니까 책임지세요.”
그것은 믿음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포함한 단원들에게 시킨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은 전부 의미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한우성은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 무조건 그렇게 만들 거야. 그럼 이제 언더의 간부 가지각색으로 색을 맞춘 놈들이긴 한데. 자주색은 과거에 내가 죽였다. 남은 놈들은 홍, 황, 청, 녹 그리고 아마 흑이 단체의 장일 거다.”
“무슨 전대물도 아니고 특이하네요.”
“거기서 황색과 흑색을 조심해.”
“조심하라면…….”
의문을 물은 최아진.
그것에 대답하는 한우성이었다.
“흑색은 내가 맡으면 되겠고. 황색은…… 일단 조심해라. 그저 힘으로 상대하면 편하겠지만 그런 년이 아니니까.”
한우성이 주의하라는 말은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황색의 술책은 과거 자신의 미래들을 돌이켜 본 건데. 문장 그대로 정말 일정하지 않았으며 가지각색이었다. 어떻게 보면 녀석 또한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나비인 게 분명할 터.
“황색은 네가 맡아라 아진아.”
그러나 대응책이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전 미래에서도 똑같이 친목회의 최아진에게 맡길 뿐.
“예. 대장.”
“그럼 크롬벨.”
지금까지 이야기만 듣고 있던 그녀가 말없이 한우성을 바라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간부들이 일정 시기마다 모이는 장소가 따로 있어. 나중에 화두랑 다녀와.”
“저랑 말입니까?”
“그래. 조심히 갔다 와. 간부 중에는 마력으로 각성한 상태에서 마기를 받아들인 놈들도 존재하니까. 그런 놈들은 대부분 고유 스킬이 두 개일 수도 있다.”
“하…… 별수 없네요. 알겠습니다.”
“정확한 시기는 문자로 알려 줄게, 그사이에 난 보스를 친다.”
언더의 보스.
자신이 알기로는 흑색 망토를 뒤집어쓴 그놈이 분명할 터.
그러나 이번 연도 사이의 기억 속에선 녀석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위치는 대략 어딘지 알고 있지.’
수많은 미래 중 항상 놈이 공통으로 등장하는 시기와 장소가 있었다.
한우성은 그곳을 미리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럼 이야기가 정리된 거 같네. 일단 묻고 싶은 건 많겠지만 다음에 하자고. 그럼 이제 다른 얘기를 하지.”
한우성이 본격적으로 본론에 들어서려 입을 열었다.
그때 나름 눈치가 좋다고 생각한 최아진이 입을 열었다.
“배신자죠?”
“어? 아니…….”
“일단 대치할 적이 생겼다는 것은 배신자는 그들과 내통했다는 말이겠죠?”
“맞는데…… 아니다.”
“예?”
맞는 데 아니라니 그런 모호한 대답에 고개를 갸웃하니 한우성이 곧장 말을 이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일단 새로운 단원을 소개하지.”
“새로운 단원이라니…… 이 시기에 말입니까?”
여태 계속 듣고 있던 크롬벨의 눈도 희번덕 떠질 소리였다.
갑작스러운 새단원 등장이라니…… 강화두를 제외한 두 명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흥미를 품고 있었다.
또 어떤 대단한 위인을 이 친목회에 데려왔는지 말이다.
“화두야.”
“하…… 예. 힘 20, 체력 21, 지능 3, 마력 26…….”
그러나 강화두의 말에 점점 어두워지는 안색들.
강화두가 말하는 스탯에서 이상을 눈치챈 두 명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뒤이어 말한 말에 입을 벌리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 최아진이었다.
“나이 17, 현재는 길영트에 합격해서 1학년 생도.”
“자! 잠깐. 방금 생도라고? 17살?!”
“예. 맞습니다.”
최아진은 어이가 없어 한우성을 바라보니 한우성은 히죽히죽 강화두의 말에 웃고 있었다.
“진심입니까? 대장?”
지금까지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시켜 온 대장이라도 이만큼 선을 넘은 적은 없었다.
어느 정도 명분을 반추하고 의미를 찾으려던 뇌가 한순간 운동을 멈춘 기분이었다.
그런 자기의 마음도 모르고 여전히 히죽거리다 이내 입을 연 대장이었다.
“진심이다.”
그 말에 처음으로 불신을 품은 최아진이었다.
* * *
“정말 여기가 맞아?”
“어. 믿고 따라와.”
그날 저녁.
일전의 약속대로 의철은 천운과 함께 미발견 던전에 들어섰다.
“그래도 뭔가 받기만 하는 거 같아서 미안하네.”
“괜찮아. 어차피 여기 던전은 나 혼자 공략 불가능한 던전이니까.”
“응?”
그런 의미 불명의 말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천운.
그런 천운을 뒤따라가는 의철이였다.
[조용한 던전이군.]
[음…… 오싹한 기운이 풍기고 조용한 던전이라…… 아! 여기…… 거긴가?]
미르마는 이미 눈치챈 듯싶었다.
어느 던전이든 오싹하며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물론 천운이 찾아낸 이 던전 또한 그런 공간이었으나 다른 점이라고는 너무나 적막했다.
마치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키리리릭-
아니, 뭔가 존재하기는 했다.
그저 눈에는 보이지 않을 뿐.
그 기이한 웃음소리에 미르마는 자신의 예상을 확신했다.
[고스트 계열 마물이라……. 이런 던전은 찾기 힘든데 용케 찾았네?]
그러나 천운은 미르마의 말에 대꾸할 상황이 아니었다.
“온다!”
곧장 모습을 드러낸 반투명한 무언가가 천운을 향해 돌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천운은 곧장 옆으로 크게 뛰어 녀석의 공격을 피해 냈다.
키히히힉-
모습을 드러낸 구체는 천운과 의철을 보며 기이한 웃음소리로 이죽이고 있었다.
고울.
고스트 계열 마물이며 현재 나로서는 쉽게 쓰러트릴 수 없는 녀석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이 들지 않았다.
[천운아. 녀석을 상대로 웬만한 물리 공격은 안 통할 거야! 마법을 써야 쓰러트릴 수 있는 놈들이야.]
“알고 있긴 한데, 마법을 쓸 일은 없을 거예요.”
그때였다.
훙!!
공기를 가르는 풍압과 모습을 드러낸 팔테인.
의철의 팔테인은 고울을 향해 크게 휘둘러졌으며.
키에에엑!
단 일합으로 녀석의 끔찍한 단말마가 던전에 울려 퍼졌다.
멍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르마는 그제야 의철이 들고 있던 검의 성능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런가……. 팔테인. 분명 저 검은 네 검이었지 검성.]
[그래. 동시에.]
키히히히!!
케헥!
연이어 몰려드는 고울.
무리 지어 떼처럼 몰려드는 고울들이 의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언뜻 불리해 보이는 전황이었으나 그 누구도 의철을 걱정하지 않았다.
[마를 찢는 검이지.]
훙!
그저 밀려드는 고울들을 풍압만으로 소멸시킬 뿐이었다.
육체가 없어 마기로만 형태를 유지하는 고울 따위들은 마를 찢어 버리는 팔테인의 검에 그저 형태를 유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소멸하니 말이다.
‘역시 예상대로네.’
말 그대로 고울의 던전에 천적이 들어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