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57
다음 날.
의철은 아침 일찍 마당으로 나와 몸을 단련하고 있었다.
이 일과는 하루도 빠짐없이 쉬는 날 예외 없이 하는 일종의 버릇이었다.
그런 의철을 바라보던 길은 심심하고 적적하여 입을 열었다.
[내 과거 얘기를 해 주마. 검성이 되기 직전의 이야기다. 뭐 일단 간단하게 말하자면 빛이 보였다.]
갑작스러운 이상한 말에 의철이 눈이 의심으로 좁혀졌다.
“빛이요? 웬 빛? 너무 간략하게 대충 말한 거 아니에요?”
[그런가? 일단 무언가를 초월하여 위명을 얻은 자들의 공통점이다. 그것은 사람의 형태를 한 빛을 보았다는 거지. 고명한 현자년도 그 존재를 어떻게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형용할 수 없는 존재. 그리고 그 존재의 뒤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지.]
“뭔가 싱숭한 게 사이비 같네요.”
[하하하!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도 사실이다.]
“음…… 그래요?”
훙!
휴식이 끝난 의철은 다시 대검을 들고 휘둘렀다.
눈은 대검에 가 있었으나 길의 말은 계속 듣고 있었다.
[그래서 난 그 문을 향해 나아갔지. 그러나 결국 문을 열지는 못 했다. 그 빛이 문을 지키고 있었거든.]
“난 또 그 문을 열어서 검성이나 현자가 된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다. 그저 그것을 볼 수 있는 경지에 올랐을 때, 자연스레 초월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지.]
“흠…… 그 빛 인간은 강했어요?”
[강하다. 그것은 우리같이 인간을 초월한 자들과 달리 존재를 초월한 놈이었다. 내 격을 아득히 뛰어넘은 놈이지.]
“저야 뭐, 길의 검을 본 적이 없어서 말로 설명하면 모르겠네요.”
[예를 들어 주마. 이세계에 검성 가문이 존재한다고 했으니 검성 또한 존재하겠지.]
길의 말에 의철은 휘두르던 대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길의 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근데 그런 검성이 10명이 있어도 상대가 안 된다는 게 그 빛이라는 놈이다.]
“정말요? 그 정도라고요?”
[그래. 내 칼끝도 그놈에게 닿지 않을 거다. 그 정도의 괴물이었다.]
“와…… 나중에 한번 만나 보고 싶네요.”
의철의 호승심 가득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 길이었다.
[어느 의미에서 넌 아마 빠르게 그것을 볼 수 있을 거다.]
“제가요? 아직 가늠이 안 오는데.”
[널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스펀지다.]
“웬 스펀지?”
[너는 인지 못하고 있는 거 같은데 너의 습득과 흡수 능력은 비정상적이다.]
“그야 길이 잘 가르쳐 주니까 그렇죠.”
[물론 그것도 있긴 하다만, 내가 없어도 너는 분명 무언가 될 인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저번에 섬에서 한 말 기억하냐?]
“섬이라면…….”
대검을 벽에 기대어 세워 둔 의철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기억을 꺼냈다.
‘아마 그 조언인가?’
“분명 마법을 배워도 된다고 하셨죠?”
[그래. 그건 빈말로 한 게 아니다. 너의 흡수하는 재능은 명확하게 검에만 통용되지는 않을 거다.]
“그 말은 지금부터 마법을 배우면 저도 현자가 될 수 있다는 건가요?”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넌 이미 검의 경지에 반 이상 다가왔다. 거기서 마법으로 바꾸기에는 늦지 않았나 싶다만.]
“그래도 대용을 위해 마법을 배워도 된다고 하셨죠?”
[그건 네 마음이니 말이다. 검의 길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괜찮다고 판단했다.]
“음…….”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긴 의철은 곧 길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게요. 또 생각해 보니 그냥 그 현자님한테 부탁하면 되지 않을까요?”
[흠…… 그것에 대해 의문이 하나 있긴 하다만.]
“의문이요?”
[그래. 하지만 지금은 괜찮겠지. 한번 부탁해 봐라.]
“오빠.”
그때 양갈래머리를 한 6살 남짓의 여아가 마당으로 걸어 나오며 의철을 찾고 있었다.
의철의 여동생인 김의지였다.
“오빠……. 배고파요.”
“배고파? 그럼 슬슬 밥 먹을까?”
의철은 한 손으로 의지를 들어 안고 한 손으로 자신의 폰을 확인했다.
[2차 입학시험 수석 합격자 김의철 생도. 축하드립니다.]
길영트의 합격 문자였다.
더구나 플러스로 장학금 또한 보내 줬는데 그 돈이 자그마치 2천만 원…….
괜히 한국 최고의 아베타 육성 학교가 아닌 모양이다.
씨익- 저절로 미소가 흐르는 액수였다.
기분 좋은 마음에 막연히 의지를 보니 의지는 반대로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빠……. 빵 먹고 싶어요…….”
여동생의 말에 씩 웃는 의철이 말했다.
“다른 건?”
“빵이면 돼요…….”
“점심은 고기로 먹자.”
“정말요?”
“응.”
가난한 환경으로 벌써 철이 든 여동생이었다.
예전에는 프로 아베타 라이선스가 없어 던전 공략 및 출입이 불가하여 돈 벌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국 최고의 아베타 육성 아카데미.
그 길영트에 생도라는 신분은 라이선스를 대신할 영향력을 가졌으니 당연히 17살 나이로 던전에 입장 또는 공략이 가능하다.
그 말은 곧 의지가 가난에 허덕일 필요 없으며, 보지도 듣지도 못한 액수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못해도 자신은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걸 위해 키운 힘이니 말이다.
“꼭, 꼭 참을 필요 없이 다 말해야 돼. 알겠지?”
“알겠어요…….”
의지의 힘없는 말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을 위해 오빠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여동생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는 의철이었다.
* * *
암 가문이 운영하는 한국 최고의 정보 길드인 ‘블랙 엔트’.
그 길드의 지부 중 하나인 이한이 운영하는 ‘실버 엔트’는 특이하게 창문 하나 없는 은색 원통형의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곳의 지하.
이한은 의뢰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았다.
“타깃은?”
“여기 있습니다.”
이한의 말에 조심스레 종이 한 장을 내미는 남자.
종이에는 타깃의 인상, 성향, 나이, 직업 등 세부적인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음…… 꽃집을 운영한다라…… 무슨 죄를 지었길래 암살 의뢰가 들어와? 얼굴은 좀 난폭하게 생기긴 했는데 성격은 나빠 보이지는 않는데?”
“소문을 토대로 적힌 정보라 정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숨겨진 성정 또한 존재할 수도 있겠지요.”
“숨겨진 성정?”
“저희 또한 이 남자에 대해 크게 조사하기는 했으나, 의뢰주의 말로는 죽어도 싼 쓰레기라는 말이 오가긴 했고 의뢰인의 상태만 봐도…… 의심 가는 구석이 많은 남자입니다.”
“그래? 혹시 의뢰인 여자야?”
“예. 참고로 임신한 여인이었습니다.”
“흠…….”
생각에 잠긴 이한.
하지만 가주와의 계약으로 거를 타산이 없었다.
애초에 이번 의뢰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가주가 내린 임무이니 말이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의뢰를 수락한 이한이었다.
“좋아. 내가 할게.”
“알겠습니다. 그럼 이연 아가씨께는 역시……?”
“응. 비밀로 해 줘.”
“예.”
이한은 그를 뒤로하고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이제…….”
이한은 타깃이 적힌 종이를 손으로 돌돌 말은 뒤 바닥에 살며시 갖다 댔다.
그 순간 이한의 그림자가 요동치듯 움직이더니 돌돌 말은 종이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것은 암 가문의 피를 옅게 물려받은 이한의 고유 스킬 ‘그림자’였다.
가문의 전통 고유 스킬인 ‘의안’을 물려받지 못했으나 이한의 고유 스킬인 그림자의 특성과 활용도가 뛰어나 의안을 물려받지 못한 그녀가 아직까지 암 가문의 후계자로 지목받는 이유이기도 했다.
“밤이 되려면 멀었나?”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23분.
아직까지 밤이 되기에는 한참 남은 시간이었다.
이한은 타깃의 이름을 되새김질하며 나직하게 연이어 말하고 있었다.
“강화도, 이름이 강화두라…….”
선과 악을 구분하며 암살을 하는 이한이었지만, 여전히 사람을 죽이는 그 순간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 * *
뚜벅 뚜벅 뚜벅…….
도시 한복판에 있는 거대한 유리가 겹겹이 쌓인 고층 빌딩.
그 빌딩 안을 제집처럼 편하게 들어서는 두 남자가 있었다.
그들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왠지 모를 불안을 떨며 오싹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거참 반응 불편하게…… 가서 일들 보세요.”
한우성은 그저 눈치를 보는 사람들에게 손짓을 하며 귀찮은 듯이 지나갈 뿐이었다.
이런 일이 원투데이인가.
하지만 그들이 두려워하는 이유가 한우성이 풍기는 위압 때문만도 아니었을 것이다.
세간에 알려진 S급 1위 한우성을 누가 모르는가? 그의 별명 또한 개망나니라고 하니 그들 또한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의 옆에 있는 남자.
가면을 쓰고 얼굴을 가린 영웅 S급 아베타 포스맨. 과거 빌런으로 오해받은 남자이며 포악한 성격은 여전하다는 소문으로 인해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빌딩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그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에 의문을 표하지는 않았다.
한우성과 이 빌딩의 주인, 아산 그룹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자는 없으니 말이다.
“쯧, 일이나 할 것이지.”
한우성은 사람들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째 자신을 향해 불안에 떠는 시선은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런 억울함과 속상함을 가지고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자 자신의 옆에 덩치가 산만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별수 있습니까. 형님도 저지른 게 있잖습니까.”
강화두.
S급 아베타 포스맨이 한우성의 찡찡거림에 대꾸했다.
그의 말대로 과거에 저지른 과오가 많긴 하다. 길드에서 예약해 둔 던전을 허락 없이 공략하거나 기자들 앞에 성을 내며 카메라들을 다 부수거나 마음에 안 드는 한 중소 길드장을 구덩이에 던져 버리거나. 근데 별수 없었다.
‘하…… 고독하구먼…….’
하나하나 개 같은 미래를 뒤바꾸기 위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의 노력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좋게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성격상 맞지도 않고 귀찮으며 결국 미래에 문제가 되는 사건을 길게 생각할 필요 없이 일방통행으로 해결하다 보니 이 꼴이 난 것이다.
딱히 사건을 그렇게 해결한 것에 후회는 없다만…….
그때였다.
띵-
맑고 청아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그들은 바깥 풍경이 다 비치는 유리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러나 함께 기다리던 직원들은 그저 멀뚱멀뚱 서 있으며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들의 반응에 한숨을 쉬는 한우성이었다.
‘대놓고 같이 타기 싫다고 그냥 티를 내라.’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한우성은 고개를 치켜들어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장신의 사내에 얼굴을 바라봤다.
“왜요?”
생긴 걸로는 얘가 더 무섭게 생겼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다.”
포스맨의 생김새를 보니 그저 한숨만 나온다.
얘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가면을 쓴 포스맨의 평판은 나쁘다 쳐도 가면을 벗은 강화두의 평판은 그가 사는 동네에서도 나쁘지가 않았다. 그의 평판은 그의 인성에서 흘러나오는 것일 거라고 한우성은 생각했다. 그렇다고 강화두의 반만 닮았다면 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자신의 과거 또한 강화두 못지않게 나쁘지 않은 성격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 회귀의 기억들이 몰려와 자신의 인성을 썩다 못해 상하게 만든 것이었다.
항상 생각하지만 기억이 들어오기 전 아기였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제가 뭐 잘못한 거 있습니까?”
“그냥 네가 부러워서.”
“제가 말입니까?”
띵-
그런 실없는 대화는 청아한 소리와 함께 막을 내렸다.
층수는 꼭대기 층을 가리키며 천천히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
그곳은 층 전체가 방으로 되어 있는 아산 그룹 회장의 집무실이었다.
“나왔다. 아진아.”
“오셨어요 대장.”
집무실의 안쪽 중앙 넓은 책상.
그곳에 집무를 보고 있는 검은 빛의 깔끔한 댄디 펌에 헌칠한 정장을 차려 입은 남성.
전 회장이자 조부의 별고로 젊은 나이에 회장의 자리에 물려받은 아산 그룹의 회장.
친목회의 ‘최아진’이 그곳에 있었다.
그가 한우성을 보자 벌떡- 일어서 반갑게 손을 내밀며 맞이해 주었다.
“1년만이시네요? 잘 지내셨어요?”
“나야 뭐 그럭저럭.”
“오랜만입니다 아진 형님. 잘 지내셨습니까?”
“그래. 오랜만이다 화두야. 근데 대장, 다른 사람들은요?”
“곧 올 거야…… 한 명은 이미 왔네.”
그 말과 동시에 한우성이 고개를 돌려 자신이 나왔던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봤다.
둘 또한 한우성의 시선에 따라 그곳을 향했다.
푸른 물결들이 일렁이는 게이트.
또각…… 또각…… 또각…….
게이트 너머로 들리는 구두 소리.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며 이내 게이트를 통과하며 그 구두 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땅딸막한 140정도의 키, 연갈색의 롱 헤어 펌의 여성.
현 지구의 대마법사는 2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대마법사와 동등한 힘을 가졌음에도 세간으로부터 힘을 숨긴 질 가문의 문제아가 있었다.
가문에서 덜떨어진 척 연기하는 그녀가 바로 질 가문의 장녀 친목회의 ‘질 크롬벨’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고 별말 없이 강화두의 옆, 소파에 앉을 뿐이었다.
“오랜만입니다 누님.”
“…….”
강화두가 친근한 미소로 그녀에게 인사했지만, 그녀는 그저 멍한 눈으로 강화두를 바라보고 고개를 까딱- 숙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강화두는 싱긋 웃으며 대화를 이어 나갈 뿐이었다.
대화가 이어지는 듯싶으나 입을 여는 것은 강화두뿐이었다.
그녀는 그저 강화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갸우뚱하며 몸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하자.”
그 말과 함께 집무실에 있는 단원들의 시선은 한우성에게 향했다.
오늘 이들이 모인 이유.
그것은 친목회의 장.
한우성이 그들에게 전달 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시작하기 전에 다들 약속은 지키고 있지?”
“예, 뭐.”
“이제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여기서 안 지킬 이유가 뭐 있겠어요 대장.”
“…….”
한우성과 그들과 한 계약과도 같은 약속.
단원들은 하나같이 한우성에게 크고 작은 은혜를 입었다.
솔직히 말해 그들은 한우성의 도움 없이 성공했을 녀석들이지만, 한우성은 그 전에 미리 그들의 기연을 찾아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뿐이었다. 모든 것은 그들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
그렇게 만들어진 이 친목회이지만 그들은 한우성의 도움을 받는 동시에 하나의 약조를 했다.
앞으로 일주일밖에 안 남은 기간이지만, 그때까지 자신의 허락 없이 친목회의 단원이라는 정체와 힘을 세간에 공개하지 말라는 약속이었다. 단원들은 하나같이 한우성이 모은 미래를 바꾸는 나비들이다.
그런 녀석들이 한데 모이면 괴상망측한 미래로 변모할 위험 또한 존재할 터.
그러니 그들의 존재를 숨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예상 못 하는 미래를 방지하기 위해.
어차피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뒤, 그들이 세간에 공개되며 유명해지는 시기니 미래에도 큰 영향이 없을 거라 판단한 한우성이었다.
“자 그럼…… 이번에 모인 이유는 화두를 통해 들었지?”
“네. 배신자…… 라고 하셨죠?”
“아니, 새 단…….”
“흠…… 대장 궁금한 게 많긴 한데 그중 하나는 물어보겠습니다. 이 자리에 없는 두 명이 배신자입니까?”
이 자리에 없는 친목회의 단원.
그중 한 명은 한민아이며 나머지 한 명은 검귀라고 불리는 ‘타카타 준이치’를 말했다.
한우성은 최아진의 말에 그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너무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것보다 더 중요…….”
“두 번째로 궁금한 게 있습니다. 애초에 저희한테 배신할 적이 있습니까?”
한우성의 말을 끊으며 아랑곳하지 않고 당돌하게 물어보는 최아진이었다.
일을 똑 부러지게 하는 성격인지라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뭐, 애초에 그의 질문은 오늘 모인 목적에 포함돼 있었다.
“말 잘했다. 지금까지 궁금했지? 내가 왜 친목회를 만들고 너희 같은 인재를 긁어모았는지 말이야.”
뭔가 말투가 성을 내듯 높아진 거 같지만 단원들은 하나같이 아랑곳하지 않고 한우성의 말에 경청하며 주목하고 있었다.
“세계를 멸망시킬 재앙이 3개나 있다고 하면 믿겠냐? 그것도 2, 3년 안에 발생한다고 하면?”
“……네?”
최아진의 입에서 어이없는 대꾸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