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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47화 (47/176)

제47화

#46

이틀 뒤.

2차 시험이 시작되기 전날.

그날 오후 실습수업에서 천운은 최상급 원판을 들고 이영한 교관에게 향했다.

천운의 손에는 어울리지 않은 검은색 대검이 들려 있었다.

이영한은 그런 천운을 보며 입을 열었다.

“흠…… 김천운 응시생. 네가 마지막이구나.”

“네.”

“할 수 있겠나?”

천운은 그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하루 전.

최상급 원판을 선택한 응시생은 추가로 두 명 더 있었다.

한 명은 한설아였으며 다른 한 명은 윤시혁이었다.

그들은 최상급 원판을 선택한 그날 바로 도전하여 부수는 데 성공하였으나, 일격은 무리였다.

윤시혁은 예외의 견고함에 눈살을 찌푸렸으며 그것은 한설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 한 번 정도 더 휘두른 뒤에야 최상급 원판을 부순 윤시혁은 김의철을 바라봤다.

‘녀석은 일격에 산산조각을 냈다. 기술의 차이인가?’

자신의 검술이 날카로움에 중점이라면 김의철의 검술을 파워를 중점으로 두는 듯한 검술이었다. 부서진 형태로부터 그 의미 또한 나타났다.

자신의 원판이 반 토막으로 베어졌다면 김의철이 부쉈던 원판은 말 그대로 조각이 여러 개 튀어 산산조각이 났으니 말이다.

‘흠…… 그러고 보니.’

윤시혁의 시선은 김천운에게 향했다.

태평스럽게 벽에 기대어 시간을 보내는 김천운.

이제 2차 시험은 이틀 뒤에 시작된다.

오늘 도전 못 하면 기회는 하루밖에 없을 터, 하지만 녀석은 오늘도 원판에 도전하지 않았다.

‘포기한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의 표정은 별 대수롭지 않게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윤시혁은 이것마저 자포자기라고 생각했다.

윤시혁은 이내 고개를 돌려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짐한 게 불과 하루 전이었다.

김천운 그 녀석은…….

‘그래도 해 보겠다 이건가?’

헛웃음이 나왔다.

불과 하루밖에 남지 않은 시간.

그는 그제야 원판을 들고 나타났다.

이미 포기한 줄로만 알았던 사내가 원판을 들고 나타나니 윤시혁은 다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어제의 다짐을 철회할 수밖에 없던 윤시혁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호기심이었다.

지금까지 그를 무시했던 윤시혁이라지만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저 원판을 부술지 말이다.

“도전하겠습니다.”

“그래. 기회는 한번. 다른 원판과 달리 최상급 원판은 무슨 수를 쓰든 상관이 없다. 시작.”

드디어 S반 중에서 유일하게 아직 원판 시험에 합격 못 한 김천운이 시험에 나섰다.

유일하게 유물이 허락된 시험.

천운이 들고 있는 대검은 크기만 비대해진 크리티컬 단검이었다.

‘뜻밖의 이득이었어.’

쾌거를 부르는 결과였다.

기숙사에서 연습한 보람이 있는 천운이었다.

크리티컬 단검의 특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형태만을 바꾸는 기교.

그것은 우연히 일어난 샌디의 성장으로 인해 가능한 결과였다.

2일 전.

“응? 얘 지능 왜 이래?”

{고대의 형태 기억 모래}

지능 : (40/100)

2일 전에 알았던 사실이었다.

샌디의 지능이 압도적으로 올라간 것을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함에 뭔가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거 같은 미르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르마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마 종일 나와 같이 문외한 책을 읽었으니 지능이 올라간 거 같은데?]

“그래도 고작 2일밖에 안 됐는데 이 정도라고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아이의 이해력은 사람을 뛰어넘어서 그래. 저번처럼 마법 술식의 형태만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이번에는 형태의 구조를 이해하려고 했거든.]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 미르마였다.

나는 어쨌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실 원판을 부술 방법을 크게 생각해 둔 건 아니었다.

아마 자신에 예상이라면 지금 배운 모든 마법과 스킬 그리고 크리티컬 단검까지 사용하면 어떻게든 부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능의 성장으로 인해 직관력이 높아진 샌디라면 특성만을 기억하여 그 유물의 형태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천운의 예상대로 그것에 성공한 샌디였다.

‘그럼 시작해 볼까.’

천운은 이내 자신이 애용하는 스킬과 마법을 발동했다.

행운의 만다라, 그리고 마투법.

30 정도의 마력이 더해졌으며 총 56이 된 마력.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결과였다.

‘이제 몸이 견디는 일만 남았어.’

천운은 한번 심호흡을 한 뒤.

30 정도의 마력을 사용해 마투법을 발동했다.

두근-

‘윽!’

심장이 빠르게 박동한다.

현재 천운의 몸으로는 30 정도의 마투법을 발동하기에는 견디기 힘든 몸이었다.

당연하게 과부하가 되는 게 정상일 터.

하지만 천운은 이를 악물고 삐걱거리는 몸에 힘을 주어 버티고 있었다.

동시에 나머지 20의 마력을 비대해진 크리티컬 대검에 주입했다.

우우웅!!

천운의 두 손에서 포효하듯 우는 거대한 대검.

흑색의 대검에서 흐르는 은색의 마력.

전부 담아내지 못한 대검에서 천운의 마력이 연이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허…….”

어처구니가 없는 장면에 어이가 없는 이영한이었다.

그의 마력이 대폭으로 상승했다.

갑작스러운 상승은 감각이 아닌 시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였다.

‘마력이 흘러넘칠 정도라니…… 어떻게.’

대략적으로만 봐도 50 언저리의 마력이었다.

고작해야 20 정도의 마력을 가진 응시생에게 50의 마력이 저 거대한 대검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가…… 저게 허필두 녀석이 말한 놈의 버프 스킬이겠군.’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지금의 김천운은 힘이 아닌 마력이 올라간 상태였다.

‘세상에…… 그런 거였군. 허필두는 영상으로만 저것을 봤다고 했지. 그래서 느끼지 못한 거야.’

정말 터무니없이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이영한은 그 말을 마음속에 삼키며 천운의 행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운은.

‘좋아. 여기서부터가 중요해.’

준비를 끝낸 천운은 김의철이 한 자세와 똑같이 거대한 대검을 위로 치켜세우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운의 영역이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마지막, 이 원판과 대검이 닿는 동시에 크리티컬이 뜨면 될 것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일수록 운은 더 강하게 발현돼.’

후우웅!!

빠르게 낙하하는 대검.

위에서부터 과감하게 직선으로 내리치는 천운이었다.

캉!!!

요란한 울림이 훈련장에 울렸다.

거대한 파열음은 훈련장 전체를 울렸으며 동시에 뒤흔들었다.

그 소리에 눈을 질끈 감고 귀를 막는 응시생들 또한 존재했다.

그야말로 음파에 가까운 굉음이었다.

고작 그 한 번의 소리가 끝이었다.

눈을 슬며시 뜬 응시생들은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봤다.

연신 연기가 흘러나오는 원판과 김천운이 들고 있던 대검.

최상급 원판은 언제부터인가 고정대에 떨어지고 그대로 땅에 처박혀 있었다.

물론 반 토막이 난 상태로 말이다.

“기, 김천운 응시생…… 통과를 축하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계속 지켜보던 이영한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김천운에게 통과를 알렸다.

* * *

“모두 집합!”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

이영한은 훈련 중인 응시생들을 집합시켰다.

‘흠…….’

응시생들을 한 번씩 둘러보는 이영한.

한 번씩 다 돌아본 이영한은 그들은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의 수업이 부실했다고 생각하는 응시생들 또한 있을 거다. 아닌가?”

그들은 하나같이 이영한 교관에게 익숙해졌는지 눈치를 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있었다.

이영한은 그 모습에 아쉬운 듯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대로다. 너희에게 일주일간 대련을 하라고 한 것은 별 의미는 없었다.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뜻이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응시생들 사이에서 무언의 정적이 흘렀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영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빛에서는 질타하는 감정은 흐르지 않았다.

이영한은 생각보다 좋은 교관이었다.

다른 교관이 통과하기도 힘든 어려운 과제를 내줬다면 이영한은 일주일이라는 여유로운 시간을 주며 과제의 통과를 기다려 줬으니 말이다. 또한 간간하게 대련하는 응시생들을 돌아보며 피드백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말 그대로 이영한이 부실하다고 생각하는 수업은 응시생들 사이에서는 내용과 목적만 부실했지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 응시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이영한은 뒷말을 잇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너희들이 2차 시험에 합격하여 하나의 생도가 된다면…….”

응시생들의 시선에 이채가 뜨고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이영한의 말을 집중하며 주목하고 있었다.

이내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성심성의껏 너희들을 훌륭한 한 명의 아베타로 만들어 주마. 그러니 꼭 합격하도록! 이상!”

그 말과 동시에 응시생들은 이영한에게 박수를 보내거나 또는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응시생들 있었다. 2차 시험을 탈락하여도 그에게 배운 것이 많은 응시생들이었다.

전직 S급에게 교육 받는 것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야 이 녀석들아! 전부 불합격 할 거냐? 마지막처럼 왜 이래?”

그가 쑥스러웠는지 얼버무리듯 일갈하며 자리를 뜨려는 이영한이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뒤로 돌아본 이영한은 두 명의 응시생을 불렀다.

“그리고 김의철, 김천운 너희는 잠시 따라오도록.”

“넵!”

“네!”

어느 때와 달리 힘찬 대답이었다.

당연히 이영한이 부른 이유를 그 두 명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수업이 끝난 뒤 발걸음을 옮긴 그들은 한 개인 교관실 문 앞에 섰다.

이영한 교관의 개인 교관실이었다.

이영한은 자신의 주머니 카드 하나를 꺼내 단말기에 갖다 댔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인증되며 자동문이 열리고 있었다.

“하…… 본래 일정대로라면 김의철 너에게만 이 유물을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천운을 흘겨보는 이영한.

“설마 너까지 성공할 줄이야. 결국 두 개의 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건데. 내 특별히 인심을 써 선택권을 주마.”

이영한은 교관실의 안쪽으로 들어가 탁자 서랍에서 하나의 상자를 꺼냈다.

그가 상자를 열자 그곳에선 레바드린의 눈물을 포함한 4개의 유물이 검은 모래에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원래라면 김의철 네게는 눈물을 그리고 만약 통과했다면 김천운은 네게는 이 중 아무거나 던져 주려고 했었지만 네가 통과할 줄은 몰랐구나. 기분이니 선택권을 주마. 김의철 너 또한 이 중 하나를 골라 봐라.”

의철의 선택은 변함이 없었다.

곧장 레바드린의 눈물을 가져가는 의철이었다.

그리고 김천운은…….

‘설마 이거!’

천운은 막상 유물은 안 고르고 유물에 깔려져 있는 모래를 만지작거렸다.

‘이건 샌디의 모래야.’

“교관님 혹시 이 모래는?”

“내가 던전에서 찾은 모래다. 유물의 보관용으로 괜찮을 거라 생각해서 챙겨 왔지.”

“혹시 많이 남아 있나요?”

“뭐? 뭐 그렇다만.”

이영한은 천운을 지나쳐 교관실의 옆에 있는 문으로 향했다.

엄중한 잠금장치가 걸려 있는 문이었다.

아마 이영한이 트레져 헌터로 활동하여 모아 둔 유물이 이곳에 있을 것이다.

이내 모든 잠금을 풀고 문을 열고 들어간 이영한은 하나의 커다란 자루를 꺼내오고 있었다.

“이 녀석의 원류는 모르겠다만 곱고 부드러운 게 마음에 들어서 가지고 있었다.”

거대한 자루에 검은색 모래알들.

그것을 본 천운에 눈빛은 기대감에 빛나고 있었다.

“혹시 유물을 포함해서 이것도 가져가도 되나요?”

“흠…… 뭐 지금 내게는 별 쓸모가 없으니 상관없다만 어디에 쓰게?”

“교관님처럼 유물 장식용으로 쓸 생각입니다.”

“그러냐? 그럼 뭐.”

별 상관없다고 생각한 이영한이었다.

사실 어떠한 효능이 있다고 생각해 가져온 모래였지만 그저 예쁜 쓰레기에 불과했다.

쓰임새를 모르겠으니 던전 때와 똑같은 광경으로 유물의 장식용 모래로 쓰고 있긴 하다만 어떻게 나머지는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 중인 이영한이었다.

“다 가져가거라. 사실 들고는 왔는데 쓸모없어서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나야 고맙군.”

자루에 들어간 검은 모래들을 보며 천운은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뜻밖의 이득이었다. 여기서 샌디의 모래를 찾다니 말이다.

이걸로 2밖에 안 되는 샌디의 마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다.

“자. 그건 그거고 빨리 유물이나 하나 선택해라.”

천운은 다시 고개를 돌려 상자 속의 3개의 유물을 바라봤다.

이왕 유물들은 넉넉하게 주신다는데 거절하지 않는 천운이었다.

이내 손을 뻗어 하나의 유물을 잡은 천운이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그거 말이냐?”

천운의 선택에 의아해하는 이영한이었다.

물론 이 상자 속에 있는 유물들은 레바드린과 같은 등급의 유물이며 자신에게 필요 없는 유물을 모아 둔 컬렉션이었다.

그러나 같은 등급이라도 격이 있는 법. S등급의 유물 중에서 쓸모를 못 느끼겠다 생각한 유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유물을 선택한 김천운이었다.

“정말 그걸로 괜찮겠나?”

“넵. 괜찮습니다.”

“그, 그러냐……? 그럼 모래라도 많이 가져가라.”

이영한은 김천운이 자신을 배려해 주려 그 유물을 선택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운은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유물을 점찍어 놓고 있었다.

‘잠재 유물이라니…….’

{키빈의 반지}

등급 : S급

설명 : 과거에 인첸트의 권위자 키빈이 만든 반지이다.

<충격 흡수 : 총 3번의 물리 충격이 흡수 가능한 반지이다. (단, 마력이 둘러진 충격은 흡수가 불가능하다.) >

언뜻 보면 S급에 맞지 않는 유물의 특성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설정한 키빈의 반지가 맞다면.

이것은 잠재 유물이다.

어떠한 조건으로 새로운 특성이 개화되는 잠재적인 가치가 숨은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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