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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44화 (44/176)

제44화

#43

“마력의 근원은 마소라는 상식은 잘 알겠지. 그저 호흡하며 내쉬는 생리 현상 자체가 미세하지만, 마력의 순환과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거지. 가장 활발하게 순환될 때가 언제인가? 바로 우리가 수면을 취했을 때다. 그럼 둘의 차이는 무엇이지?”

천운이 학장실에서 면담이 이루어질 당시.

C반에는 마력 근본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심하게 수업을 듣고 있는 응시생들.

필기 수업이므로 그저 질문에만 또박또박 대답하고 수업만 제대로 듣는다면 터치도 일 절 없으며 포인트가 깎일 일은 없는 나름 응시생들 사이에선 숨 트이는 수업이기도 하다.

“마소란 허공에 떠드는 공기와도 같지. 존재한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느끼지는 못해. 하지만 각성자, 우리를 칭하는 아베타들의 몸에 마력은 눈으로도 보이고 그 존재를 오감으로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 거 같나?”

“신체에 들어오는 마소는 마력으로 변질하여 활발하게 순환되기 때문입니다.”

“그래. 비유하자면 마소는 하나의 기계고 아베타의 신체는 그것을 발동하는 트리거라고 보면 된다. 마소가 발동되면 마력으로 변질하여 우리 몸에 순환되고 있는 거지.”

하나하나 누구나 아는 기분적인 이론들.

아베타라면 평범하게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그들을 무심한 눈으로 지켜보던 교관이 이내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질문을 던졌다.

“아베타에게 마력이란 이능을 쓰는 힘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약 아베타에게 마력이 없다면?”

“이능이라 불리는 마법이나 스킬을 쓸 수 없습니다.”

“그래. 하지만 그럼에도 아베타로서 활동하고 있는 영웅이 딱 한 명 존재한다. 누구일 거 같나?”

흥미를 느낀 응시생의 눈에 이채가 어리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호기심이 어린 눈빛으로 교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교관은 이내 씨익 웃은 뒤 말을 이었다.

“아마 응시생 중에 지레짐작으로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마력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아는 자는 없겠지.”

“교관님 혹시 포스맨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교관의 긍정에 탄성이 터져 나오는 응시생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 포스맨.

그에 대한 소문 중 하나는 그는 마력은 일절 없으며 오직 힘으로만 이능에 가까운 무력을 쓴다는 사실이었다.

“교관님 그럼 실제로 그분은 마력이 없다는 건가요?”

“오직 그를 실제로 만나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진실이다. 포스맨에겐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꿀꺽-

그를 생각하자 침을 삼키며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교관.

그가 한 손으로 건물을 뒤흔든 것은 그에게 새로운 충격이었으며 경외심 그리고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그의 힘은 경외하고 존경받을 만 하지만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본받지는 마라. 정상인이 생각할 만한 방식은 아니니 말…… 포, 포스맨?!”

설명을 이어 나가던 교관의 입에서 이상하게 흐트러진 단어가 튀어나왔다.

창문 밖 복도를 바라보며 어버버 거리는 교관.

그의 시선을 따라 응시생들 또한 복도로 시선을 옮겼다.

“헉! 포스맨이다!!”

“한민아 영웅님도 있어!”

교관의 반응과 다르게 응시생들은 하나같이 신기한 눈빛으로 복도의 걸어가는 포스맨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간에서 알려진 포스맨의 성격은 힘에 비례하듯 그 성격 또한 난폭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를 처음 보는 응시생들은 존경과 흥분이 담길 수밖에 없었다.

“왜, 왜 그가 이 길영트에……. 헉!”

교관은 곧바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숨죽이듯 가만히 서 있었다.

복도에 서 있던 포스맨과 시선이 마주쳤다.

식은땀이 흐르며 1초라는 시간이 1분같이 느껴지는 영원의 시간.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 눈을 돌린 포스맨을 본 뒤에야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헉, 헉, 후…….”

C반을 지나치는 포스맨과 한민아.

교관은 가까이 다가간 창문을 통해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가 대체 왜 이곳을 찾은 거지?’

한편 학장실로 향하는 포스맨과 한민아는.

“응? 왜 그래?”

“아니, 누가 저를 부른 거 같아서요 누님.”

“후훗, 어떻게 보면 유명 인사니까 당연하지 않을까?”

“안 좋은 쪽으로 말이죠?”

그리고 이내 학장실의 문 앞에 도착한 한민아와 포스맨.

-그래! 네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지!

동시에 문 너머에 들리는 노기가 가득 찬 고성을 들려왔다.

* * *

학장실은 현재 불운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일촉즉발의 상황.

한민아가 학장실에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

밖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는 중년 남성의 성난 고성과 또한 막상 들어오니 그 중년 남성은 마력을 흩뿌리며 더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모든 상황을 연결 지으니 좋게 볼 수 없는 한민아였다.

그녀의 표정에 변화는 없었지만 풍기는 기세로는 그녀가 화났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 차윤혁이 입을 열었다.

“S급 아베타이신 한민아 님과 포스맨까지 어연 일로 여길……?”

그는 진심으로 의문이 들었다.

아카데미의 관계자인 한민아는 둘째 치고 어째서 포스맨까지 이곳에 왔는지.

그러나 그들을 잘 아는 차윤혁으로서 말을 심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규칙을 중요시해 반대로 규칙에 얽매이는 한민아와 달리 압도적인 힘을 가진 포스맨의 억지력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으리라.

그것이 협회의 고위 간부인 자신이라도 말이다.

그는 아까의 노성과 다르게 차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강자의 앞에서 분노 조절이 잘되는 차윤혁이었다.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군. 신중하게 말을 골라야겠어.’

협회의 간부라는 직함은 협회의 소속된 영웅들의 일상을 보장하며 뒤를 봐주는 것이 바로 간부들의 역할이다.

영웅이 시민들을 구한다면 그들의 뒤를 봐주는 것이 바로 협회의 간부들.

오직 영웅들을 위해 존재하는 간부들이었다.

또한 차윤혁급의 고위 간부들은 현재 눈앞에 있는 한민아와 포스맨 또는 과거 S급이었으며 현재는 A급으로 강등당한 아베타들의 뒤를 봐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한민아와 일면식이 있는 차윤혁이었다.

그가 소파에 곧바로 일어선 뒤, 한민아를 보며 너털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런 실례를 범했군요. 다짜고짜 영웅님께 이유를 캐묻다니, 일단 인사겠죠, 허허. 오랜만입니다 한민아 님. 그간 건강하셨습니까??”

고객을 대하는 듯한 영업적인 미소.

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차윤혁을 바라보는 한민아였다.

그리고 그는 곧 식은땀을 흘리며 낌새를 눈치챌 수밖에.

“아, 아! 이런 제 나이에 답지 않게 마력을 드러냈군요. 한민아 님께 가하는 위협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흐음~ 그럼 누구를 향한 위협일까나?”

“아, 소파에 앉아 있는 이 응시생과 작은 마찰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하하, 하…… 한민아 님? 흡! 큭!”

그의 자조적인 웃음소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서서히 붉어지는 한민아의 적안.

그녀의 적안이 엄청난 기세를 내뿜으며 그에게 발하고 있었다.

“크으윽…….”

호흡하던 숨까지 턱 막힐 기세를 풍기는 그녀의 위압.

그러나 이것 또한 그녀가 손속을 두는 것일 터.

그녀의 고유 스킬 적안의 힘은 몸을 움직이게 하는 모든 활동을 중지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아직 숨이라도 쉴 수 있으니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크헉! 진정해 주십시오. 한민아 님…… 제가 큰 무례를 범한 모양입니다.”

“어, 어.”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는 차진혁.

그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막상 학장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내가 그렇게 조심하라 했건만.’

그를 옹호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자비로 주의를 줬건만, 협회의 고위 간부라 그런지 기고만장해져 이런 우려를 범해 버렸다. 오직 그녀의 분노를 사그라들게 할 수 있는 것은 포스맨이거나.

‘아니면…….’

힐끗- 학장은 천운에게 눈을 돌렸다.

‘아마 이 녀석이겠지.’

그러나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천운은 상황을 말리기는커녕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볼 심산인 듯하다.

그때 고해성사를 하듯 차윤혁이 윽박지르며 입을 열었다.

“대체 왜 이러십니까 한민아 님! 이유 없이 이러시면 저희도…… 크윽! 곤란할 따름입니다!”

“아직도 이 아이의 보호자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예, 예? 그게 무슨. 끅 끄아악!!”

몸이 조여드는 듯한 고통.

꼼짝도 못 하는 몸과 살의 근육들이 자신의 뼈에 압박을 가하는 듯한 고통이 그에게 찾아왔다. 막상 그는 아직도 자신의 죄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치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서, 설마…….”

차윤혁의 놀람으로 휘둥그레 떠진 눈이 김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다. 애초에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혈연관계도 아닌 그녀가 이놈의 보호자라니.

하지만 머리로는 부정하나 그녀의 분노는 사실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사실을 알게 된 차윤혁의 안색은 창백해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자신은 누구를 건드린 거지?

김천운이 오기 전 학장과 나눴던 말을 더욱 심중히 듣고 생각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빠져나올 구멍은 없었다.

그는 현재 국가의 보모 중 한 명인 한민아에게 노여움을 쌓고 말았다.

후덜덜 떨리는 시선은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

무감정한 눈빛.

한 치의 자비도 없을 거 같은 냉혹한 눈빛.

그것이 어떠한 변명으로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이 정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죽을 거야…….’

S급에 심기를 건드려 고위 간부 하나가 죽더라도 하여도 협회에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편을 들어 그녀의 노여움을 사는 것만큼 디메리트가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살인에 죽여도 마땅할 명확한 명분이 있다면 말할 필요도 없다.

어떻게 보나 자신의 실책이며 잘못이며 큰 죄를 저질러 버렸다.

‘그녀의 가족을 건드리다니…….’

그렇게 차윤혁은 막연히 포기를 할 때쯤.

그때였다.

“누나.”

지금까지 그저 가만히 지켜만 보던 천운이 한민아에게 입을 열었다.

“그러다 그 사람 죽겠어요.”

그녀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눈빛에 흔들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민아는 고개를 돌려 천운을 바라봤다.

가여움이 물씬 풍기는 표정.

“내가 좀 더 빨리 왔어야 했다고 생각했단다. 그랬다면 그런 망발은 듣지 못했을 텐데.”

차윤혁에게 죄는 두 가지.

김천운에게 마력으로 위협한 죄.

그리고 천운의 부모이자 자신과 가장 친했던 언니를 모욕한 죄.

그를 죽이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 한민아였다.

그러나 김천운은 그저 나직하게 말할 뿐이었다.

“그 사람이 죽으면 누나도 곤란하잖아요.”

그의 안위보다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볼 누나가 걱정되는 천운이었다.

천운을 한번 흘겨본 한민아는 아직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이 굳은 채 서 있는 차윤혁을 노려봤다.

그녀의 피보다 붉은 적안은 그를 바라봤으며 그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러나.

“하아…….”

그녀는 차윤혁에게 시선을 거두며 천운에게 다가갔다.

그제야 몸이 풀린 차윤혁은 막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온몸은 덜덜 떨고 있었으며 힘이 풀린 다리는 그대로 주 줘 앉은 차윤혁이었다.

“괜찮겠니?”

“괜찮아요.”

천운은 차윤혁과 차진혁 부자를 바라봤다.

차진혁은 창백해진 안색으로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죽을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한 치의 말이며 몸 또한 움직일 수 없는 차진혁이었다. 적안을 보지 않았음에도 몸이 돌처럼 굳은 듯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그저 두려움이었다. 압박이 가해지는 그녀의 기세.

차진혁은 분명 그 상황에 자신이 나섰다면 아버지와 같은 운명을 갔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흠…… 제가 나설 일도 없겠군요.”

상황을 계속 지켜보던 포스맨 아니 강화두.

항상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논리적이며 도덕적으로 행동하던 누님이 분노로 인해 자신의 특기인 억지력을 보여 줬다.

본래 자신의 역할을 빼앗긴 포스맨은 그저 상황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보다 누님이 저 정도로 분노하다니 저 김천운이라는 녀석을 정말 아끼는 모양이군.’

과거의 누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항상 감정을 쉽게 내비치지 않던 누님이 풍부한 감수성을 드러내며 변해 버린 누님.

강화두는 그 원인이 저 김천운에게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더욱 골치 아파진 강화두였다.

‘우성 형님이 친목회에 가입시킨다는 사실을 알면 일대가 불바다가 되겠군.’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며 또한 선택권은 김천운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가 거절하면 깔끔하게 포기하는 수밖에.

“저, 저기 그럼…….”

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떨고 있던 차윤혁이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다시 그에게 시선이 가는 한민아.

그녀의 몸에서 소름 돋는 기세가 흘러나오며 나직이 경고하듯 입을 열었다.

“제가 말 안 해도 뭘 해야 될지 아시겠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라는 한민아의 경고였다.

그는 곧바로 엎드려 사죄를 한 뒤 차진혁을 데리고 도망치듯 학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그날.

차진혁은 길영트에 퇴출당하듯 불합격 통보를 받았으며 며칠 뒤 협회의 고위 간부 중 하나가 자진해서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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