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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41화 (41/176)

제41화

#40

오전 수업이 끝나고 천운은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역한 맛이 조금 나기는 하나 그렇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그냥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살기 위해서 말이다.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 천운은 오늘도 실습수업을 위해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드넓은 훈련장.

그곳에선 오늘도 역시나 A반이 먼저 와 있었으며 분반 수업을 진행하는 듯했다.

“다 모였나?”

교관 이영한 또한 여전히 커피가 든 보온병을 들고 전부 모인 응시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오늘도 대련할 사람은 대련하고 원판 과제를 할 사람은 따로 하도록 시작.”

그 말의 끝으로 커피를 홀짝이는 이영한이었다.

어제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수업에 응시생들은 진심인가? 라는 표정으로 이영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영한 교관은 그저 묵묵히 응시생을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사실상 수업을 받는 응시생들 또한 이영한 교관이 왜 저러는지는 예상가는 이유는 있었다.

자신들은 아직 생도가 아니었다.

그저 입학도 못 한 응시생이라는 신분으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니 말이다.

결국, 응시생들은 교관의 말에 쭈뼛거리다가도 이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대련을 요청하는 사람, 그리고 원판을 선택해 부수는 사람.

나는 의외로 원판이 아닌 대련을 선택했다.

이유는 어제 이후로 A반의 응시생이 내게 섣불리 덤비거나 접근하지 않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막상 호기롭게 방심을 안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놈들이지만, 나 또한 알파벳 A돔에 수석을 차지한 응시생. 어제 대련 이후로 그들은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아마 대련을 시작하기 전에 나를 먼저 파악한 다음 요청할 것이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또한 대련을 선택한 이유는 위에 이유뿐만이 아니었다.

난 고개를 돌려 그놈을 찾고 있었다.

‘진짜 A반이었네.’

차진혁.

그놈은 아직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렇게 악의가 가득 찬 눈빛을 보내면서 정작 대련 요청은 안 하는 차진혁이었다.

물론 그 이유는 예상이 가지만 말이다.

일단은 저 녀석 때문에 원판이 아닌 대련을 선택했다.

원판을 부수는 힘은 현재 내 유물과 스킬을 사용해서 전력을 다하면 아슬아슬하게 부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놈의 앞에서 보여 줄 필요는 없었다.

저녁의 대련.

그때까지 녀석을 완벽하게 조지기 위해.

“의외네?”

“응?”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니 내게 말을 거는 녀석이 있었다.

김의철.

그는 최상급 원판을 한 손에 들고 입을 열었다.

“어제 호기롭게 이걸 선택해서 오늘은 원판을 부술 줄 알았는데.”

“어, 어? 그래?”

난 의철의 말에 떨떠름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한 이 있어서 얘가 친근하게 말 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막상 내 반응에 못마땅한 의철이 입을 열었다.

“왜 그래?”

“아니, 뭐 의외로 살갑게 대해 주네?”

내 말에 싱긋 웃은 김의철이 입을 열었다.

“그런 거 가지고…… 내가 그렇게 속 좁아 보여?”

그래.

알고 있다. 김의철의 속이 굉장히 좁다는 것을.

당한 것을 못 참고 사는 남자.

그러니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수밖에.

근데 얘가 이런 반응을 보이니 난 자연스레 의철의 물음에 살갑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양 먼저 다가온 거 저번에 응어리도 없앨 겸.

“원판이라…… 그냥 천천히 하려고. 너는 할 수 있겠어?”

“음…….”

의철의 손에서 형형한 푸른색의 입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입자들은 한데 모여 거대한 대검의 현상을 띄기 시작했다.

날이 없는 검.

돌로 된 거대한 대검은 겉으로만 봐도 생도용 대검과 비교도 안 되는 중량이 느껴졌다.

“가능할 거 같긴 해.”

의철은 터벅터벅 걸어가 이영한에게 향했다.

“교관님. 개인 유물 사용도 가능하다 하셨죠?”

“그래.”

“도전하겠습니다.”

“시작해라.”

의철은 원판용 거치대에 원판을 걸어 놓고 대검을 위로 세워 들었다.

“후웁! 하…….”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의철.

후우웅!

의철의 대검에 마력이 집중되며 포효를 하듯 울고 있었다.

과거 검성의 검이자, 현재 김의철의 애검인 천검 팔테인.

천검이라는 이명과 맞지 않게 오래된 형태의 대검처럼 보이나, 현재 의철의 힘으로는 저 검의 실체를 드러낼 수 없기에 저런 모습으로 의태하고 있었다.

그런 검이긴 하나 김의철은 팔테인의 힘에 일부를 끄집어낼 수 있었다.

훙!

동시에 의철의 팔테인이 움직였다.

공기를 가르며 푸른 잔영을 남기는 팔테인.

압축된 파워가 한 번에 터지듯 의철의 팔테인은 원판을 향하고 있었다.

팡!!!

의철의 팔테인이 원판에 닿는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청아한 빛이 퍼지듯 흩어졌다.

크게 떨리며 영롱하게 울리는 최상급 원판.

팔테인의 충격을 원판이 흡수하는 현상이었으나 어느 순간.

파직!

그 소리와 함께 원판엔 금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의철은 더욱 팔에 힘을 주어 원판을 밀어내고 있었다.

“하하…… 세상에…….”

이영한은 입에서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해 봤자 아직 17살.

그러나 그 기량은 프로 못지않은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현재 일격으로 원판을 부수려 하고 있었다.

짐작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저 나이에 저게 가능하다니…….”

모든 응시생은 이미 하던 수업을 멈추고 의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목을 끄는 압도적인 기량.

그들은 하나같이 숨죽이며 의철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파캉!

쿵!!!

무언가 깨지는 파열음과 함께 팔테인에 힘을 주던 의철의 손이 멈췄다.

잔류의 연기가 흐르는 의철의 팔테인.

의철은 그 상태에서 뒤돌아 이영한에게 향했다.

“성공했습니다. 교관님.”

김의철을 바라보는 이영한 교관.

의철의 상태에 더욱 놀라고 있는 이영한이었다.

그는 힘든 기색 하나 없는 의철에 황당함까지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애가 어떻게 길영트에 오기 전까지 유명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러운 이영한이었다.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얘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다른 아이들을 아득히 뛰어넘는 재능과 혈통 빨이란 게 통용되지 않는 강함.

도대체 이런 녀석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궁금한 이영한이었다.

“하하…… 미치겠군. 설마 진짜로 성공할 줄이야.”

“그럼 유물은?”

“이건 빼도 박도 못 하겠군. 통과다. 김의철.”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무언가 떠올랐는지 입을 열었다.

“아, 그렇군……. 미안하지만, 지금은 줄 수 없다.”

“예? 왜요?”

“도전자가 한 명 더 있잖아.”

이영한이 김천운을 바라봤다.

그러나 별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이영한이었다.

알 수 없는 힘으로 김의철을 이겼다는 소문이 자자하지만, 그게 사실이라 하여도 김의철의 현재 스탯을 따라잡는 것이 녀석의 한계일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불가능할 수밖에.

왜냐?

현재 김의철의 스탯 그 이상의 힘을 보여 줘야 저 원판을 부술 수 있으니 말이다.

김의철을 따라잡은 힘으로는 금이라면 모를까 저 원판은 쉽게 부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는 마음에서 생기는 호기심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단 섣불리 유물을 넘기지 않았다.

애초에 두 명이나 성공하면 자신이 곤란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음…… 뭐 그렇긴 하죠.”

“그래도 일단 축하한다. 포인트 40점을 주마. 후에도 정진하도록.”

“아, 예, 뭐……. 감사합니다.”

막상 이영한의 극찬에 떨떠름한 의철이었다.

자신이 살면서 이렇게까지 칭찬을 받은 적이 있을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래. 네 합격을 기대하지.”

“감사합니다.”

뭐, 일단 성공한 건 둘째 치고 내심 불안감이 드는 의철이었다.

어떻게든 저 레바드린의 눈물을 얻어야 하니 말이다.

스킬 강화의 최상급 유물인 해용왕의 눈물.

그러나 저 유물에는 다른 효능도 존재했다.

[이런…… 레바드린의 눈물은 어떻게든 꼭 얻어야 한다 의철아.]

‘네. 저도 알고 있어요. 그냥 쟤가 실패하기를 빌어야죠.’

지룡의 뼈로 만들어진 팔테인.

검성 길의 말로는 저 용왕의 눈물을 사용하면 팔테인의 힘의 일부를 개회시키는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저 유물이 꼭 필요한 의철이었다.

막상 불안해하는 의철과 다르게 천운은 저 유물을 뺏을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주인공의 기연까지 뺏을 생각은 없지.’

당초에 저 레바드린의 눈물은 의철을 위한 유물이었다. 그런 유물을 뺏을 수는 없지.

그럼에도 굳이 손을 든 이유는 충분히 자신 또한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며 이영한에게 다른 유물을 얻을 생각이니 말이다. 과거 전직 트레져 헌터였던 이영한은 아마 저 레바드린의 눈물과 같이 S급 정도의 유물을 여러 개 가지고 있을 테니 말이다.

‘뭐, 그건 나중에 찬찬히 생각하고.’

천운은 조용히 훈련장의 창고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인 하나의 야구 방망이.

천운의 입가에 싱긋 미소가 번졌다.

* * *

그날 저녁.

아카데미의 기숙사 훈련실.

기숙사 지하에 위치한 이 훈련실에선 수업이 끝난 응시생 여럿이 모여 단련을 하고 있었다.

그중 흑발의 단아한 소녀와 은발의 조그만 소녀.

한설아와 이한 또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단련하고 있었다.

이한은 몸 풀기로 간단하게 러닝머신을 탔으며 그 옆에 한설아 또한 마찬가지로 러닝머신을 타고 있었다.

이한은 러닝 머신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걸으며 한설아에게 말했다.

“의외네? 생각보다 단련을 안 할 거라 생각했는데.”

“응? 왜?”

“음…… 이런 말 하면 실례이려나? 인상이라고 할까?”

“인상?”

“왠지 도도한 인상과 다르게 하는 행동은 모범생 같달까?”

“후훗. 설마…….”

그녀들은 가벼운 농담의 대화를 나눴다.

한설아 또한 생각보다 죽이 잘 맞는 동성 친구는 처음이니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우리 반에 김천운 있잖아?”

“응? 천운이?”

“남자친구야?”

“뭐, 뭣? 아니야!”

별생각 없이 질문한 말에 당황한 한설아였다.

저렇게 당황하는 걸 보면 맞는 거 같기도 한데.

응 얼굴을 붉히는 걸 보니 맞는 거 같다.

이한은 눈치 있게 모르는 척을 했다.

“음…… 그래? 항상 붙어 다니길래. 그것보다 천운이라…….”

김천운.

그의 이름이 유난히 익숙하게 울리는 이한이었다.

마치 예전에 한번 그를 만난 적 있는 거 같은…….

“흠…… 어?”

그리고 이한의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저기 김천운이다.”

“응? 천운이?”

한설아의 시선 또한 이한을 뒤따랐다.

그녀들이 보고 있는 시선에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는 김천운이 있었다.

천운은 조용히 훈련실과 연결된 대련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천운의 모습에 연신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떠오르는 한설아였다.

그런 한설아와 다르게 이한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설아야. 뒤따라가자.”

“응? 왜?”

“뭔가 쟤 표정이 안 좋아.”

“표정?”

좀 천운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기는 했다만…….

그게 그렇게 다급하게 말할 정도인가 생각하는 한설아였다.

내심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한의 표정은 상황과 안 맞게 의외로 심각해 있었다.

이한이 입을 열었다.

“저 표정…… 어디서 많이 본 표정이야. 뭔가를 각오한 사람의 표정…… 뭔가를 저지를 거 같은 분위기였어.”

“어, 에? 그 정도야? 아!”

그러기 떠오른 하나의 기억.

암 가문의 암살을 주업으로 삼는 가문이란 것은 4대 가문인 적안 가문이었던 한설아 또한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 자신의 옆에 있는 이한 또한 그런 광경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런 이한의 말에 문득 불안감이 치솟는 한설아였다.

오늘 아침 식당에서의 일.

천운에게 시비를 걸던 응시생과 무언가 대화를 주고받은 것을 한설아 또한 기억하고 있었다.

“어, 어떡하지?!”

“일단 빨리 가 보자.”

한설아와 이한은 빠르게 천운을 뒤따라 대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넓은 대련실에 4개의 대련장.

그중 하나의 대련장에 김천운과 삐죽머리의 차진혁이 있었다.

또한 그들을 구경하는 익숙한 인물들이 보였는데.

윤시혁과 김의철, 그리고 이연이었다.

그 3명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응시생이 그들이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크흐흣, 야? 그게 네 무기야?”

상대편에 있는 차진혁이 천운이 들고 있는 방망이를 보고 비웃었다.

그가 들고 온 것은 유물도 아니며 생도용 검 또한 아니며 어디서 들고 왔는지가 더 궁금한 야구방망이였으니 말이다.

“단검은 어쨌냐? 잃어버렸냐? 크흐흣.”

뭐가 그리 좋은지 혼자서 북과 꽹과리를 치며 사물놀이를 벌이고 있었다.

혼자 말하고 혼자 쳐 웃고.

아니, 정확하게는 혼자 비웃는 것은 아니었다.

저놈의 뒤 대련장 바깥에 차진혁의 따까리들 또한 자신을 바라보며 조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것보다.

‘흠…….’

천운은 녀석을 무시하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언제 사람이 이렇게 많아졌는지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대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빨리 시작하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고개를 돌리니 땅딸막한 키의 이연이었다.

쟤 텐션은 내려가는 일이 없을 거 같다.

‘응? 쟤들은 또 왜 왔어?’

윤시혁과 김의철.

윤시혁은 근엄하고 팔짱을 끼며 노려보고 김의철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하품을 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간에 부지런하게 단련할 놈들이…… 그것보다 의외로 사이가 좋네.’

그 두 명은 옆에 딱 붙어서 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묘한 호기심의 눈동자.

아마 대충 자신을 파악하려 이곳에 온 것이라고 예상 할 수 있었다.

쟤들한테 저지른 짓이 있긴 하니 말이다.

‘독한 놈들……. 응? 한설아도 와 있네?’

뒤이어 한설아와 이한이 들어오는 것을 본 천운이었다.

근데 왠지 모르게 당황하며 어버버하고 있는 한설아였다.

“야.”

그렇게 주위를 돌아보던 중 차진혁이 입을 열었다.

“또 한설아 뒤에서 숨으려고? 남자 새끼가 당당하게 붙어야지. 안 그러냐?”

아무래도 내가 주위를 돌아보던 게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려고 하는 행동으로 보인 모양이다.

차진혁은 싱긋 웃으며 자신의 생도용 무기를 현현했다.

그가 천운의 뒤에 한설아를 흘겨보며 득의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대련실이 있어서 참 편리하단 말이지. 안 그러면 너를 이렇게 팰 수 없을 테니까.”

오후 수업 대련.

교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무리 차진혁이라도 대련 상대를 도를 넘게 팰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이놈은 늦은 저녁에 나를 여기로 부른 거겠지.

교관의 허락도 없이 말이다.

“것보다 허락은 받았냐? 우리 신분으로 대련실은 써도 되고?”

“이 새끼가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네. 그게 중요해?”

중요하다.

잘못되면 대련실 무단 사용으로 징계를 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차진혁은 히죽- 입꼬리가 올라가며 비웃듯 말을 이었다.

“참…… X같은 게 뭐냐면 나름 한국의 명문이라는 길영트에서 말이야.”

그의 손에서 갈고리 형태의 단검이 현현되고 있었다.

아마 저게 차진혁의 생도용 무기겠지.

음흉한 미소를 머금은 차진혁이 말을 이었다.

“너같이 운으로 수석을 차지한 놈이 나타났다는 거야. 생각해 봐? 그게 국내 망신이겠냐? 아니겠냐? 그니까 내가 정의 구현 해 줄게. 수석 자격 없는 네놈의 밑천을 다 드러내 준다고.”

“말로 할 거면 상담실을 갔어야지 진혁아.”

담담하게 말하는 천운.

그 말에 발끈 분노한 차진혁이 단검을 들고 고함을 질렀다.

“뒤져 이 새끼야!”

팍!

그가 할 말은 다 했는지 땅을 박차며 천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내게 들리는 소문에도 저 녀석이 자신 있게 덤비는 이유가 있었다.

차진혁의 몸에서 연보랏빛의 마력이 흐르더니 이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아마 저게 놈이 숨긴 카드인 버프 계열의 스킬 중 하나일 것이다.

버프 스킬은 내 전용이 아니니 말이다.

훅!

단순하게 찌르기로 공격해 오는 단검.

그러나 천운은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의안을 발동하고 있었다.

가볍게 몸을 돌려 단검을 피한 동시에 손목을 잡는 천운.

“흥!”

그러나 당황하지 않는 차진혁이었다.

차진혁은 그대로 잡힌 손을 내치고 남은 손으로 주먹을 휘두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힘으로는 상대도 안 되는 놈이다.

잡힌 손목이야 가볍게 비틀면 풀리는 게 정상일 터.

그러나-

“응?”

이상을 느낀 차진혁.

하지만 너무 늦게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천운이 그대로 손목을 잡아당기자 놈의 몸이 마치 인형이 된 듯 훙-하는 소리로 끌려오고.

툭!

천운은 그대로 날아오는 놈의 턱주가리에 주먹을 한 대 꽂아 넣었다.

아슬아슬 정확하게 턱을 노리고 휘두른 주먹.

그의 두개골을 흔들기에는 충분했다.

털썩-

“어, 어?”

벙벙한 표정으로 당황하는 차진혁.

그가 그대로 중심을 잃어 털썩하고 앞으로 자빠졌다.

“이익! 개자식이!”

그가 고개를 올려 천운을 노려봤다. 동시에 일어나려 했으나 두개골이 울리는 감각에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며 다시 자빠지는 차진혁이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방금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거지?

아니, 몸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머릿속으로는 이해를 못 하는 차진혁이었다.

분명 자신보다 낮은 스탯을 가진 녀석이었다.

그렇기에 호기롭게 덤빈 것이지만 이수연같이 방심할 생각은 일절 추호에도 없었다.

단연코 자신은 절대 방심하지도 않았고 녀석의 힘에 대비하기 위해 버프 스킬까지 발동하여 힘 스탯을 올려놓은 상태니 말이다.

그런데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 차진혁이었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사실은 버프 스킬에도 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힘 : (20.2/50) → 힘 : (50.2/50) +30

만다라를 발동한 현재 천운의 힘 스탯.

마투법까지 더해져 대략 60을 넘는 수치가 천운의 몸에 깃들었다.

천운은 자신의 바로 밑에 주저앉은 차진혁을 바라봤다.

천운의 표정에는 시리도록 차가운 무표정이었으며 적막이 내려앉았다.

“자 그럼 이제.”

그제야 천운이 들고 있던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왜 이걸 가져왔는지 궁금했지?”

“어, 어?!”

훙!

팍!!

“악!!”

아래로 내려친 몽둥이는 녀석의 엉덩이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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