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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40화 (40/176)

제40화

#39

오늘도 아침을 거른 천운은 굶주린 채 반에 앉아 있었다.

텐션도 낮고 기분도 더럽게 안 좋으며 예민하기까지 한 심정이다.

그런 와중에도 반의 문을 열고 들어온 여인, 민아 누나의 아침 조례가 시작됐다.

간단한 출석 체크와 오늘의 일정 등등을 설명한 누나는.

“그럼 오늘도 힘내 봅시다.”

그런 상냥한 어조의 말과 함께 짧은 아침 조례가 끝났다.

여전히 누나를 볼 때마다 두리뭉실한 표정을 짓는 한설아였다. 아마 어제 조용히 그녀와 연락을 했었겠지.

그리고 아침 조례가 끝나는 동시에 S반에 응시생들은 각자의 눈치 싸움이 시작되며 움직이고 있었다. 합격도 안 한 응시생이라는 신분이지만, 어느 학교가 그랬듯이 파벌이 나뉘긴 마련.

아마 이 일주일의 수업 중 팀 과제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이미 윤시혁의 파벌이나 김의철과 친해지려는 응시생.

생각보다 친화력이 좋은 이연이나 이한의 파벌. 그리고 한설아와 친해지려는 여자 그룹. 이렇게 4개의 파벌로 나누어지고 있었다.

이 중에서 질 로벤은 그러든가 말든가 태평하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얘는 어제도 낮잠을 자고 오늘도 낮잠을 자고 성격이 워낙 나른한 성격이기에 종일 저렇게 자는 듯하다. 뭐, 아침에 하는 이론 수업은 얘한테는 재미도 흥미도 없을 테니 말이다.

어제 오전 필기 수업 때도 그저 칠판만 바라보고 멍하니 딴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후…… 일단 그것보다 내가 문제네.’

일단 화나고 예민한 건 둘째 치고.

오전은 마법 관련 실기 수업이다. 마도 술식의 재구성 수업.

실습도 실습이지만 실기에서 가장 많은 탈락자가 속출하는 것은 이 수업에 있었다.

교관의 깐깐한 성격도 한몫하지만, 마법사가 아닌 몸을 움직이는 이놈들한테는 복잡한 술식이 어려울 테니 말이다. 그것은 나 또한 포함이다. 술식을 외우는데 재능이 없는 나에게 더럽게 어려운 과목이니 말이다.

그때였다.

“조용. 수업 시작이다.”

교탁 앞에 투명한 사람의 형체가 일렁이더니 이내 투명한 몸에 색깔이 번지듯 서서히 그 인영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른 체형의 턱수염이 긴 남자.

그는 자리에 앉아 있는 S반의 응시생을 한번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처음이겠군. 반갑다. 난 이번 마법 술식 재구성의 교관을 맡은 김중안이라고 한다.”

김중안 교관 B급 아베타이지만 그것은 연구에 너무 몰두하여 활동을 못 해 주어진 등급이었다. 실력으로는 A급 못지않게 강할 것이다.

“미리 말해 두겠다만 수업을 제대로 가르칠 생각은 아직은 추호도 없다. 너희들은 아직 응시생이라는 신분이니 말이다. 그것은 2차 시험과 수업에서 내주는 시험으로 증명해 봐라.”

제대로 합격하고 자기소개를 하라는 뜻이었다.

또한 수업의 요점은 간단했다.

현 교관이 술식한 술식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재구성하고 그것을 발동하라는 말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이 술식이 중급 마법의 술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칠판에 그려진 술식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자. 이 술식을 보고 질문 있는 사람은 빨리해라.”

“저기 교관님 혹시 그 술식 혹시 중급 마법 술식인 게?”

“그래. 뭐 문제라도?”

“마법 계열이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푸는지…….”

“흠…… 너희들이 하나 오해를 하고 있는데.”

그가 자신의 기다란 턱수염을 꼼지락거리며 입을 열었다.

“마법 계열이 아닌 아베타라도 중급 마법 술식은 하나둘씩은 외워 두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때 내가 자신 있게 손을 들어 답을 말했다.

왠지 포인트를 줄 거 같아서.

“상대 빌런이 마법을 사용할 시 그 마법을 파악하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 중급 마법 술식은 초급 술식을 여러 개 겹치고 연결하여 이루어지는 술식이지. 간단한 기초만 외워도 상대가 무슨 수작을 부릴지 대충 예상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름 받을 줄 알았던 포인트는 안 주고 설명을 이어 나가는 김중안이었다.

그는 의외로 마법사이면서 마법사의 대처법을 수업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세간에서 통용된 마법의 얘기지만 개인이 독자적으로 만든 마법에는 아마 힘들겠지? 자! 설명은 여기까지 이 술식을 봐라.”

김중안은 칠판을 두드리며 자신이 그린 중급 마법 술식을 가리켰다.

“이 술식에 하나의 오류가 존재한다. 그 하나만 뒤바꾸면 돼. 그게 그렇게 어렵나 응시생?”

그는 처음 질문한 응시생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설명은 여기까지. 시간은 이번 수업이 끝날 때까지. 감점 포인트는 30점. 빠르게 끝난 응시생에게는 자유 시간을 주지. 시작해.”

감점 포인트가 30이나 되는 그의 수업이 시작됐다.

김중안의 말과 동시에 그들은 일제히 공책을 꺼내어 술식의 오류를 찾고 있었다.

벅벅벅!

연필의 긁적임과 지우개의 벅벅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오가는 와중에 김중안의 눈에 들어온 응시생이 있었다.

그는 응시생에게 다가가 책상을 톡톡 치며 입을 열었다.

“수업은 이미 시작됐다 응시생. -30점 감점이다. 얼른 시작해.”

책상의 톡톡거림에 잠에서 깨어난 그녀.

연갈색의 롱 헤어와 이국적인 외모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멍한 표정의 아름다운 그녀.

질 로벤이었다.

그는 잠에서 덜 깼는지 멍한 표정으로 교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넌…… 질 로벤이군. 수업이 시작됐다. 간단하게 말하마. 칠판에 적힌 술식의 오류를 찾아라.”

“으음…….”

그녀의 반응에 미간을 좁힌 김중안이지만 이내 그녀가 하나의 공책을 꺼내고 술식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끄적끄적 그려 나간 술식의 선은 지렁이 같았으나 김중안의 눈은 이체를 띄고 있었다.

“호오…….”

이내 끄적이던 손을 멈춘 진 로벤.

그녀는 별안간 공책의 종이를 찢어 김중안에게 넘겼다.

그리고 다시 엎드리고 잤다.

김중안은 그 종이를 바라봤고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훌륭하군. 진 로벤 포인트 20. 그러나 이런 지렁이 같은 술식은 발동 못 하니 -10.”

“…….”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다시 고개를 푹 숙여 잠을 청하고 있었다.

교관 또한 이미 통과한 그녀에게 별말 없이 뒤돌아서며 다시 교탁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그려낸 술식. 마치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는 더러운 선이었으나 정확하게 고쳐진 술식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술식을 조금 뒤바꿔 재구성을 마친 상태였다. 그것마저 완벽하니 그녀를 나무랄 수가 없던 김중안이었다.

‘괜찮군.’

그리고 빠르게 통과한 그녀를 보며 선망의 시선을 보내는 응시생들.

물론 다른 의미로 천운 또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 역시 쟤는 그냥 통과하네.’

진 로벤. 마도 가문 질 가문의 막내.

지식에 대한 탐욕이 끝이 없는 그녀이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복습하는 것만큼 지겨운 것은 없을 테니 말이다.

또한, 무언가를 파악하고 이해하며 기억하는 뛰어난 두뇌의 그녀지만, 나른한 성격에 발전이 없는 그녀이기도 하다.

‘그것보다 내가 문제네.’

다른 놈들이 공책에 끄적끄적 문제점을 찾고 있는 방면.

어느 정도 미르마 덕분에 술식의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술식의 오류까지 찾을 정도로 뛰어나지는 않았다.

그저 칠판의 술식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응? 근데 이 술식…….’

뭔가 계속보다 보니 익숙함이 느껴지는 술식이었다.

마치 어딘가에서 많이 본 듯한 형태의 술식.

똑 닮지 않았지만 뭔가 비슷한 느낌에 익숙함이 느껴지는 술식이었다.

‘저거…… 설마……? 샌디야.’

천운은 급하게 샌디를 불렀다.

손목에서 움찔 떠는 샌디.

난 샌디한테 급하게 하나의 마법 술식을 머릿속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결계 초급 마법.’

[ㅇㅇ.]

곧장 내 머릿속에서 결계 초급 마법의 술식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알아차린 것은.

비슷하다.

몇 군데 틀린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비슷하다.

아마 저 다른 부분 중 하나가 김중안 교관이 말한 오류겠지.

천운은 급하게 끄적끄적 틀린 곳을 고쳐 나갔다.

그리고 한 가지 떠오른 것은.

‘분명 저 마법은 중급 마법이라 했는데. 미르마가 내게 가르친 건 초급 마법이야. 근데 술식이 비슷하다고?’

난 호기심에 도서실에 있는 미르마에게 전음을 보냈다.

미르마는 내가 빌려준 샌디의 일부분을 데려가서 책을 넘기는 데 쓰고 있었다.

천운이 말했다.

‘저기 미르마. 죄송한데 조금 도와줄 수 있어요?’

[응? 뭔데?]

‘교관이 보여 준 술식에 오류가 있는 거 같아서요.’

[천운아 꼼수 부리니?]

‘음…… 약간 그렇긴 한데. 중급 마법이라고 알려진 술식이 뭔가 이상해서요.’

[그래? 그럼 칠판의 술식을 바라보고 있어. 너하고 연결됐으니 네 눈을 통해 볼 테니까.]

천운은 그대로 칠판에 적힌 술식을 바라봤다.

천운과 링크된 그녀는 천운이 바라보는 시야를 공유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술식을 보자 저절로 미간이 좁혀졌다.

[뭐야 이건?]

‘왜요?’

[엉터리투성이잖아? 아니 엉터리는 아니고 술식이 발동되긴 하겠지만 연비가 안 좋아. 마력만 더럽게 많이 들고 지속 시간이 짧아.]

‘그 정도예요?’

[정말 교관이라는 사람이 적은 술식이 맞니? 일단 내가 떠올리는 술식을 그대로 따라 그려. 저딴 엉터리 술식을 가르치다니.]

난 그녀의 말대로 머릿속에서 공유되는 술식을 공책에 따라 그렸다.

그리고 칠판과 비교하니 확연히 다른 술식이 그려져 있었다.

더욱 난해하고 복잡한 느낌이 나는 술식.

이게 손으로 그려서 그렇지 만약 프로들이 제대로 그렸으면 어느 정도 예술적인 느낌이 살아났을 것이다.

이에 만족한 미르마가 입을 열었다.

[끝났어. 너 그런데 그림 되게 못 그린다.]

‘익숙하지 않아서요.’

[뭐, 일단 술식은 완성됐으니 제출해 봐.]

‘아, 네 감사합니다.’

그녀의 말대로 천운은 완성된 술식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교탁으로 향했다.

몇몇 응시생이 천운을 보며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의외였다.

질 가문의 그녀는 그렇다 쳐도 김천운이 벌써 술식을 완성했으니 말이다.

그들의 시선을 무시한 천운은 그저 교탁을 향하고 있었다.

시선을 느낀 김중안은 고개를 들어 김천운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천운이 들고 있는 공책으로 향했다.

“벌써 다 끝냈다고?”

“예.”

“흠…… 보여 봐라.”

천운이 공책을 펼치고 술식을 보여 줬다.

그리고 이 술식을 본 그의 미간이 씰룩대고 있었다.

점점 좁혀지는 미간.

그가 이 난해한 술식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름은?”

“김천운입니다.”

“그래. 김천운……. 하나만 고치면 될 것을 여러 가지 뜯어고쳐 놨구나.”

“예?”

“하나만 바꾸라니까 아예 술식을 뒤바꿔 놨다는 말이다.”

“그럼?”

“엉터리면 감점이다. 지금은 그냥 눈대중으로 봐도 해석이 안 되는군. 이 술식이 발동돼도 지금 칠판에 그려진 술식과 같은 효과가 나올 거라는 보장이 없잖냐. 안 그래?”

“그렇네요.”

“무슨 효과가 나오는지 알 수 없는 것만큼 위험한 술식은 없지. 이 술식의 효과는 내가 연구실에서 확인해 보마. 공정함을 위해 일단은 보류하겠다. 돌아가도록.”

그 말에 그저 자리로 돌아가는 천운이었다.

응시생들은 천운을 보며 그럼 그렇지 하고 수긍하는 눈빛이었다.

그들은 이내 다시 술식의 오류를 찾기 위해 연필을 끄적였다.

* * *

수업이 끝나고 김중안은 자신의 연구실로 향했다.

한 응시생이 그려낸 술식.

대충 눈대중으로 봐도 이해가 안 되니 골치 아팠지만 일단 발동이 가능한 술식이기에 그것을 확인해 보려 연구실로 향했다.

‘난해하며 복잡한 술식이다. 대개 이런 술식은 연비가 나쁘긴 하나 일단 발동이 가능하군.’

그 또한 마법사이기에 지식의 욕구가 넘치도록 흐르고 있었다.

엉터리라고 생각되기는 하나 응시생의 신분으로 독자적으로 만든 술식에 흥미를 느낀 김중안이었다.

‘별 기대는 안 되지만 그래도 궁금하군. 어떤 마법이 발동될지 말이야.’

이내 자신의 개인 연구실에 도착한 김중안은 천운이 그려낸 술식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그대로 마력을 발동하고 있었다.

샤아아-

그의 몸에서 선명한 푸른색의 기류가 흘러나오고 이내 그 푸른색의 기류가 방 안을 감돌고 있었다.

“으, 응?”

이내 그 푸른색의 기류는 자신의 몸 앞에서 6각형의 모양으로 겹겹이 싸이며 방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청아한 푸른빛을 내는 견고한 결계들.

그 모습에 넋을 잃은 김중안이었다.

“세상에…….”

중급 결계 마법.

그가 오늘 칠판에 그려낸 술식의 마법이었다.

그리고 김천운이 그려낸 술식 또한 같은 효과를 내보이고 있으나 그 연비나 견고함과 아름다움은 차원이 달랐다.

소모되는 마력은 자신이 그린 술식과는 비교도 안 되고 결계의 튼튼함은 그저 눈대중으로만 봐도 자신이 오늘 칠판에 적은 마법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희번덕 떠진 눈으로 천운의 술식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연구실에 칠판에 써 내려갔다.

술식의 이해.

그는 어느 순간, 이 술식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복잡한 술식에서 그런 연비와 더욱 상향된 효과가 나타나는 지 말이다.

과연 이것이 말이 되는 상황인가?

비례가 아닌 반비례.

적은 마력량으로 뛰어난 마법이 발동하는 마법 술식에 그의 지식의 욕구가 타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내 깨달은 것은.

“이런 술식이 가능하다니…….”

가능하다.

그리고 자신이 이 술식을 이해했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러운 동시에 무언가 하나의 경외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게 학생의 레벨이라고?”

말도 안 되는 상황.

하지만 방금 가능하다는 말로 자신이 인정한 꼴이었다.

눈으로 보이고 피부가 사실이라 알렸으나, 머리로는 그게 가능한가 의문점이 드는 순간이었다.

학생의 레벨이 아니다.

“허허…… 이 녀석은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질 가문의 질 로벤.

마법으로서는 그녀가 가장 뛰어날 줄 알았으나 그 위를 날아다니는 새가 있었다.

김천운.

그는 독자적으로 이 술식을 개량해 상급으로 향상시킨 놈이었다.

과연 그가 그 짧은 시간 안에 술식을 개량한 것인지 아니면 본래 연구하던 술식을 내게 선보였던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후자는 말이 안됐다.

자신이 개량한 술식을 남에게 쉽게 보여 주다니…….

‘설마!’

김천운에게는 그저 이 개량한 술식을 남에게 쉽게 알려 줄 만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 마법보다 더욱 압도적인 술식을 그는 가지고 있다는 건가?

“후에 기회가 된다면 만나 봐야겠군.”

그가 천재인지 아니면 좋은 스승을 둔 건지 김중안을 천운에게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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