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39화 (39/176)

제39화

#38

“하…… 뭐 그렇게 자신 있다니까 믿는다?”

걱정되기는 하나, 얘가 이렇게 말하는데 더 할 말이 있을까? 그래도 나름 머리가 돌아가는 천운이니 뭐라도 생각해 둔 게 있겠지.

“그것보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어째 여유로워 보인다?”

“시간은 많으니까.”

여유롭다 못해 느긋하기까지 한 천운의 말투에 속이 터지는 한설아였다.

“어휴…… 언제 한번 큰코다쳐 봐야 하는데.”

그런 한설아의 마음과 다르게 천운은 그저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점심때 먹어 본 아카데미 식당 퀄리티는 돈 주고 사 먹어도 아깝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했으니 말이다. 괜히 명문이 아니랄까 봐 생도들이 먹는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다.

‘사람 많네.’

웅성거림이 가득한 식당에 도착한 천운은 식권표 자판기 앞에서 뭘 먹을까 흥얼거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이게 또 메뉴가 많아서 고민이란 말이지.’

점심때는 간단한 면 요리를 먹었으니 저녁은 든든한 스테이크를 먹을까 아니면 일식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행복한 고민을 할 때.

“아주 자판기에서 살림을 차리겠다 야.”

뭔가 신경질적인 건들거리는 말투에 천운은 뒤돌아 말투의 주인을 바라봤다.

삐쭉삐쭉 솟아난 가시 같은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

양옆엔 웬 이놈의 똘마니들인지 뭔지 나를 바라보며 히죽히죽 조소를 머금고 있었다.

“누구세요?”

“누구세요는 아주 그냥 존대가 몸에 뱄네? 어울리는 모습이기도 하고.”

히죽히죽 조소하는 똘마니들.

중앙에 있는 가시머리는 얇게 떠진 눈으로 천운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너 따위가 왜 한설아랑 사이가 좋은지 말이야.”

그의 말에 소설 속에 자신이 설정한 엑스트라가 생각난 천운이었다.

‘이놈들 분명 그 녀석들이네.’

초반에 김의철한테 깝치다가 된통 얻어 처맞고 뻗어 버린 엑스트라 3인방.

설정상 아마 이놈들의 등장은 일주일의 시험이 끝난 후 생도가 됐을 때 나타나는 놈들인데. 분명 중앙에 있는 놈이 아마…… 어디 있는 집안의 자식이라 김의철도 약간 고생 좀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저 의철에게 얻어터지고 지나가는 엑스트라 녀석이라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이름을 만들었던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설정한 성격은.

‘질투에 열등감 덩어리 캐릭터였나?’

동시에 한설아를 좋아하며 그녀를 짝사랑하는 녀석이기도 하다.

뭐 대충 시비 거는 이유가 내가 한설아와 친하게 지내니 녀석이 시기 어린 질투를 하는 것이 눈에 선명했다.

이런 생각을 하자니, 히죽거리던 그의 웃음기가 사라지고 그가 조용히 가깝게 얼굴을 들이밀며 내 귀에만 들리게 작게 읊조렸다.

“보니까 한설아와 친한 거 같은데, 너랑은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좋게 말할 때 헤어져.”

“헤어지고 자시고 할 게 없이 안 사귀는데?”

“농담을 주고받을 생각은 없는데…… 아직도 장난인 줄 아나 보네?”

“저기 미안한데.”

천운은 가깝게 들이미는 놈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내고 입을 열었다.

“좀 가깝다 야……. 초면에 뭔 얼굴을 들이밀고 그러냐. 부담스럽게.”

천운의 행동에 황당함을 머금은 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이없는 상황에 헛웃음이 나오는 그였지만 적의가 담긴 눈은 뚫어져라 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웃기는 놈이네?”

그순간.

우웅!

그의 몸에서 방출되는 미세한 마력이 천운을 덮치고 있었다.

천운은 놈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지 알 수 있었다.

‘미친놈인가?’

생각보다 욱하는 성격에 별생각 없이 사람 많은 곳에서 마력을 흩뿌리다니…….

당연하게도 실습 및 대련 시간 외에 싸우는 건 금지이며 마력 사용은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는 게 길영트의 규율이다.

그러나 놈의 마력 컨트롤이 워낙 뛰어난 나머지, 주위에 응시생들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세하게 마력을 컨트롤하여 천운에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냥 마력으로 덮치는 걸 보면 마력 특성이 독 아니면 저주 계열인가 보네 귀찮게.’

이내, 놈의 마력이 나의 몸에 닿자, 살며시 스르륵- 스며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만족한 놈의 광대가 찢어질 듯 위로 치솟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는 내가 방금 일어난 상황을 눈치 못 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멍청한 자식. 지금 뭔 상황이 일어난 건지도 모르겠지.’

라는 생각의 조소가 눈에 뻔히 보인 천운은 별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거 유치하게 뭐 하는 건지.”

“뭐, 뭣?”

“야.”

천운의 반응에 당황한 놈의 기색이 뻔히 보였다.

삐질삐질 등줄기를 타고 떨어지는 식은땀.

뭐지? 설마 눈치챈 건가?

아니, 그럴 일은 없다. 그저 놈의 허세일 게 분명하다.

‘절대 들킬 일은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봐도 깔끔한 컨트롤이었다.

내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두 녀석도 눈치 못 챌 만큼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천운이 이번엔 자신에게 다가가 귓가에 대고 신경질적으로 입을 열었다.

“마음에 안 들면 대련을 해라. 유치하게 저주나 퍼붓지 말고 음침한 놈아.”

“뭐, 뭣?”

“스탯도 나보다 나은 놈이 뭐가 그리 안달 나서 이러는 건지 쯧.”

그 말만 남기고 돌아서는 천운이었다.

놈의 얼굴을 보니 입을 벌리며 어벙하게 어, 어? 달싹이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렇게 당황할 거면 왜 미련하게 마력을 썼는지…….

당장 이 사실을 아무 교관에게 고자질만 해도 놈은 곧바로 불합격 처리가 될 테니 말이다.

결국 그를 뒤로하고 돌아가려는 천운이 무언가 생각났는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너 이름이 뭐냐?”

“어, 어?”

“이름 말이야.”

그제야 정신을 차린 놈이 천운의 독설에 감정에 북받쳐 오르는지 부들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 어떻게 알았냐?”

천운의 말에 피식- 비웃는 그였다.

이름을 물으면 곧장 후다닥- 도망갈 줄 알았는데 저리 당당한 걸 보면 아마 뒷배가 확실한 놈인 거 같다.

“A반의 차진혁이다. 해 볼 테면 해 봐.”

그 말만 남기고 똘마니를 데리고 돌아선 차진혁이었다.

그리고 천운은 반대로 놀라고 있었다.

“A반이라고?”

눈에 띄는 생김새와 다르게 오후 실습수업에선 본 기억이 없는 얼굴이었다.

* * *

녀석이 돌아가자 천운은 한설아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설아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쟤는 초면에 뭔데 너한테 시비를 걸고 앉았어?”

“너 팬인 거 같은데?”

“뭐? 에이…… 설마……. 것보다 그런 농담이 나와?”

막상 한설아는 자신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짐작도 못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걔가 뭐래?”

“응? 뭐 별일 없어. 그냥 제 혼자 북치고 꽹과리 치다 돌아갔어.”

“그래? 뭐, 그렇다면. 그것보다 왕창 시켰네. 다 먹을 수 있어?”

“물론.”

한설아는 천운의 음식을 바라봤다.

얼마나 추가 주문을 했으면 고기가 산더미로 쌓여 있던지…….

이 접시 위에 싸인 고기를 보니 천운은 방금 일어난 일을 잊어버릴 만큼 기분이 좋아졌으며 큼지막한 고기 한 점을 싱글벙글하며 한입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읍?”

“왜?”

“으붑으붑.”

“뭐? 아 먹고 말해.”

천운은 그대로 테이블 옆에 있는 티슈를 왕창 뽑아 입 안에 고기를 뱉어 냈다.

그 모습에 한설아가 순간 미간을 찡그리지만, 천운의 표정은 심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왜? 뭔 일 있어?”

“맛없어.”

“으, 응?”

천운은 그대로 아직 손도 안 댄 음식들을 버리고 한설아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천운은 주먹을 꽉 쥐며 분노를 머금었다.

‘맛없어…….’

맛이 없다.

무슨 썩은 양말을 씹어 먹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이게 놈의 저주의 전초 현상인 듯하다.

부들부들부들-

주먹을 꽉 쥔 천운의 손이 부들거리고 있었다.

방금 상황으로선 천운은 마력의 저주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해주할 방법이 있기에 별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미친.’

시비를 건 것도 뭐 어른스럽게 넘어가 줄 아량은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식사를 방해한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처, 천운아?”

한설아는 천운의 표정을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신경질적으로 화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천운이 이렇게 분노한 적이 있을까?

한설아의 기억상으로는 지금이 아마 처음인 듯싶었다.

“미안, 설아야 먼저 가 볼게.”

“어, 어 그래. 내일 봐.”

할 일이 생긴 천운은 그저 기숙사로 묵묵하게 걸어갈 뿐이었다.

그 표정에는 무거우리만치 적막이 내려앉아 있었다.

자신의 식사를 방해한 놈들을 어떻게 조질까 생각 중인 천운이었다.

* * *

일주일간 응시생이라는 신분으로 그들은 아카데미에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현 응시생이자 곧 1학년 생도가 될 그들은 흰색 벽면의 5각형의 탑 형태의 5층으로 된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물론 기숙사 시설은 훈련장, 대련실, 독서실 등등 온갖 시설 등이 겸비되어 있었다.

또한 1차 시험 수석을 차지한 천운의 방은 남달랐는데.

1인실은 물론이고 욕조와 비데까지 딸린 괜찮은 평수를 자랑하는 방이었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방에 도착한 천운은 곧바로 아직도 안 돌아온 미르마에게 전음을 보냈다.

‘미르마 들리죠?’

[으응? 왜 그래?]

‘급한 일이 생겼어요. 빨리 와 주실 수 있어요?’

종일 독서실에 짱 박혀 있던 미르마가 순식간에 천운에게 날아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천운을 보자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나도 할 말이 있긴 한데…… 응? 너 저주에 걸렸는데?]

“네. 이거 해주하는 거 좀 도와주세요.”

[흠…… 마력 특성이 저주인 모양이네. 이 정도면 쉽지. 잠시 마력 좀 빌릴게.]

그녀의 손이 천운의 가슴을 통과하자 천운의 몸 안에 마력들이 요동치며 이물질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내 천운의 몸에 스르륵- 하고 나온 저주의 마력은 미르마의 손에 구의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미르마는 이 저주의 마력을 한번 훑어보고 입을 열었다.

[음…… 이거 무감의 저주네. 일단 심각해지기 전에 추출하긴 했는데. 아마 병이 아닌 저주다 보니까 원인을 추출해도 몇 시간은 유지될걸. 근데 왜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이야?]

“저주를 건 녀석 때문에 제대로 식사를 못 해서요.”

[어, 어? 그러냐? 음…… 전초 현상이 미각을 뒤틀어 버리는 건가 보네.]

처음 보는 천운의 분노가 생소한 모습이었다.

내심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인가 생각하는 미르마였지만.

공터에 생활하며 몇 달 동안 식사를 제대로 못 한 천운은 음식의 가치관이 남달라져 있었다.

그렇기에 수북하게 쌓아 놓은 고기를 한 점 먹고 버리게 한 놈들을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미르마.”

[응?]

“내일도 도서실에 갈 거면 샌디를 빌려 드릴게요.”

[아! 그건 고마워.]

“대신 그 저주의 마력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어요?”

[응? 그냥 돌려주라고?]

“아니요. 조금 제 마력을 같이 넣어서 주인을 인식 못 하게 만들죠.”

[호…… 그런 것도 알고 있어? 대견하네. 일단 알았어.]

일단 차진혁의 마력이니 아마 자신의 저주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을 거다.

그러나 내 마력과 함께 보낸다면 주인도 인식 못 하고 저주 효과가 발동되겠지.

천운의 몸에서 미세한 마력이 빨려 나가고 이내 미르마의 손에 있던 구로 모이고 있었다.

이상이 일어난 것은 그때였다.

[응? 잠깐.]

“왜요?”

[허…… 이건 설마.]

빛과 어둠 속성이 뒤섞인 기묘한 은색의 마력.

그것이 이제는 차진혁의 마력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미르마가 알아차린 것은.

[이건…… 3개?]

“예?”

[네 마력이 이놈의 마력을 집어삼켰어. 근데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보면 한번 시험해 보자.]

미르마는 그대로 마력구를 내게 내밀고 있었다.

천운은 더러운 이물질이라도 보는 듯 손을 내저었다.

당연하게도 저 마력의 구는 저주 덩어리니 말이다.

“아, 잠깐! 뭐 하세요.”

[가만히 있어 봐.]

이내 마력구가 다시 내 몸으로 흡수되는 동시에.

[이럴 수가…….]

미르마는 눈이 희번덕 떠지며 이체를 띄고 있었다.

[공존하고 있어…….]

“네?”

[3개의 특성이 공존하고 있다고!]

“그 말은…….”

[그래. 빛과 어둠 말고도 하나의 특성이 늘어났어.]

미르마의 말에 눈이 희번덕 떠지며 입을 벌리는 천운이었다.

“그렇다면!”

[그래.]

미르마가 싱긋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 마력 특성은 흡수야.]

* * *

다음 날 아침.

띠리링!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천운은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은 오전 6시.

그러나 웬만해선 부지런하게 일어나는 천운도 오늘만큼은 힘들었다.

꼬르륵-

배 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

이것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배가 고프니 잠도 안 오고 그렇다고 잠을 안 잘 수도 없고.

천운은 어기적 일어나 이불을 치우고 아침 식사를 위해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그래도 하루가 지났으니까 미각은 살아났겠지?’

엉거주춤 일어난 천운은 생도복으로 갈아입고 자신의 방을 나왔다.

문을 열자 한설아가 자신의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몸은 괜찮아?”

“응?”

“아니, 어제 한 입도 안 먹고 곧장 가길래 어디 아픈 거 같아서.”

“아하. 딱히 문제는 없어.”

천운은 솔직히 말해 말할 힘도 없었다.

그저 빨리 아침밥을 먹고 싶을 뿐인 천운이었다.

밥.

밥을 먹어야 한다.

설마 저녁 한 번 굶은 게 이렇게 배고플 줄이야.

자신도 예상 못 한 식욕이 덮쳐오고 있었다.

어제 대련 때 몸을 그렇게 움직였으니 배고플 만하다만…….

이내 식당에 도착한 천운은 혹시 증상이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 음식을 적당히 시켰다. 시킨 음식을 들고 한설아가 있는 테이블로 향할 때, 눈앞에 익숙한 얼굴이 길을 막았다.

“야.”

차진혁이었다.

놈은 또 지 똘마니들을 데리고 내 앞길을 막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어제 저녁은 맛있었냐?”

그의 입이 씰룩거리고 있었다.

한 대 쥐어박고 싶다.

“네가 대련 대련 하니까. 그래, 정당하게 대련으로 상대해 줄게. 수업 끝나고 기숙사 대련실로 나와.”

“알겠으니까 꺼져.”

그저 단답으로 대꾸하며 그들을 무시하고 한설아에게 향했다.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니 또 부들거리는 차진혁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딴 놈들은 나중에 대련 때 쥐어팬다 생각하고 일단은 밥이다.

배가 너무 고프다.

그리고 드디어 볶음밥을 퍼서 한 입 입맛을 봤을 때.

“읍.”

천운의 인상이 꾸겨졌다.

맛이 없다.

아니, 이번에는 애매하게 맛이 느껴져서 더욱 괴상한 맛이 입 안을 감돌았다.

으득-

화가 날 정도로 맛없다.

아무래도 저주라는 특성이 새로 생겼다지만, 그전에 미리 당한 저주의 현상은 아직 지워지지 않은 모양이다.

와락 구겨지는 얼굴.

이 원인 제공자에게 고개가 돌아가는 맛이다.

놈은 테이블에 앉아 지 따까리들이랑 식사하며 내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하하하하! 대련 때 어떻게 조질까? 등등.

저절로 내 표정이 차가울 정도로 식으며 냉정하게 변했다.

앞에서 맛있게 냠냠거리던 한설아는 천운의 표정을 보고 흠칫- 놀라고 있었다.

“괜찮아?”

“한 명 송장 칠지도.”

“어, 어?”

“아니다. 맛있게 먹어.”

천운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한설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머리에 물음표가 연신 올라올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