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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31화 (31/176)

제31화

#30

“그럼 이제.”

의철은 바닥에서 일어서며 천운에게 다가왔다.

천운 또한 의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천운은 주머니를 뒤적이며 크리스털 하나를 꺼냈다.

다가온 의철이 입을 열었다.

“혹시 이름이?”

“김천운. 넌 김의철이지?”

“어? 어떻게 알았어?”

“스탯 측정 때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냐?”

“뭐, 그렇겠지.”

의철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할 뿐이었다.

그러니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아마 표정을 보니 자신도 원해서 한 행동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천운이 물었다.

“야. 근데 왜 꼭 1등 하려고 한 거냐?”

“어, 어?”

천운의 물음에 당황한 의철이었다.

1등을 하는 이유?

시험을 봤으면 수석을 하는 게 좋지 않은가?

누군가 들었으면 별 이상한 질문으로 들렸겠지만 의철에게 천운의 말은 다르게 다가왔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잘 아는 듯이 말이다.

의철은 입을 열었다.

“찾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

“찾고 싶은 사람?”

“어, 은인의 아들. 문제는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른다는 거야.”

“응? 암 가문의 정보 길드에 의뢰하면 되잖아.”

“하…… 1급 기밀이래.”

“뭐?”

암 가문에서 1급 기밀이라는 것은 그 가문과 크게 연관된 정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의철이 찾으려는 그 녀석은 암 가문과 크게 연관됐다는 것인데.

뭔가 좀 느낌이 싸하다.

스토리가 또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천운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하…… 그래서 수석하고 유명해져서 인터뷰라도 하려고?”

“뭐, 그럴 생각이긴 해.”

“스탯으로 충분히 보여 줬잖아.”

“그렇긴 한데. 내 출신이 출신이다 보니까. 스탯 다음에는 실력을 보여 줘야 해서.”

“뭐, 그렇긴 하겠네.”

의철이 걱정하는 것은 아카데미의 생활이었다.

온갖 유명 인사의 자녀들이 입학하는 이 아카데미에서 똥골 출신인 김의철에게 스탯으로 인해 시기 어린 질투를 받을 테니 말이다.

그러기도 전에 의철은 실력을 보여 줘 그들에게 인정받을 생각이었다.

사실 인정이고 뭐고 그냥 건들지만 않아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럼 이제 슬슬…….”

의철이 대검을 치켜들었다.

“크리스털을 받는 건 당연할 테고 그럼 공정하게 일대일로 해서 수석을 정해 볼까?”

천운은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아까 주머니에서 꺼낸 크리스털을 의철에게 보여 줬다.

천운이 나지막이 말했다.

“의철아.”

“어?”

“미안하다.”

휙!

천운은 그대로 들고 있던 크리스털을 반대편으로 냅다 던졌다.

“뭐, 뭐?!”

어이가 없는 의철의 표정은 그대로 천운을 향하고 있었다.

천운은 그대로 냅다 출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사정은 딱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원래 자기 것도 아닌 기연을 뺏으면 쓰나. 안 그래도 사기 캐인 놈이.’

의철은 후에 아카데미에 있는 더 많은 기연을 독차지할 것이다.

그럼 놈이 수석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영약을 빼앗는다고?

나같이 노력파인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냐?

천운은 살짝 뒤돌아 의철을 흘겨봤다.

의철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양심이 찔린 천운은 후에 녀석의 힘을 키우는데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아 있던 의철은 생각했다.

“와…… 뭐 저런 애가 다 있지?”

황당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싫지가 않았다.

이상하면서 묘한 기분이었다.

[의철아.]

검성 길이 의철을 불렀다.

[안 쫓아도 되냐?]

“됐어요. 최종 시험 때 갚아 주면 되죠.”

일단, 이 친근감이 느껴지는 기분은 기분이고 받은 거는 갚아 줘야 하지 않겠는가?

난 호구가 아니니 말이다.

의철은 기회가 되면 그대로 천운에게 대갚음해 줄 생각이었다.

* * *

“세상에 저게 말이 됩니까?”

“스킬 일 수도?”

“어림잡아 30은 올라간 거 같은데 그런 스킬이 있을 리가 있나. 아무래도 마법이겠죠. 하지만…….”

“그런 마법은 뭐 존재합니까?”

현재 감시 감독실에 교관들은 천운의 기행에 분주하고 입을 열고 있었다.

110번 응시생 김천운.

입학시험에 지원한 응시생 중에 가장 높은 스탯을 자랑한 그를 힘으로 눌러 버린 것도 모자라 거대한 가디언의 팔을 단검으로 반 토막을 냈기 때문이다.

“110번 응시생 45분 30초로 합격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죽치고 누워 있길래 조마조마했는데. 여유를 부려도 저런 기록이 나오는군.”

“거의 최초 아닙니까?”

“2학년 생도 회장보다 더욱 빠른 기록입니다. 곧바로 나왔으면 아마 더욱 압도적인 기록이겠죠.”

“그래도 마지막 행동은 조금 졸렬하군요.”

교관들은 천운의 기행에 대한 만담을 나누고 있었다.

의철과 천운.

겨우 둘이서 가디언을 상대한 것도 말이 안 되는데 보여 준 상황과 결과에 의해 그들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전율이 등에서 쫙 퍼지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들보다 한참 어린 응시생들에게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주먹을 꽉 쥐고 두 명의 전투를 구경했다.

교관으로서의 본분을 잊고 말이다.

특히 가장 놀라웠던 것은 110번 응시생 김천운이었다.

어떻게 겨우 20의 힘으로 그 정도 힘을 보여 주는지 말이다.

마투법과 만다라 스킬을 모르는 남들에 눈에는 천운은 방금 물리 법칙을 부숴 버린 것과 동일한 힘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허필두는 빠르게 교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일단 110번 응시생이 나오자마자 조용히 도핑 테스트 진행해.”

소문은 소문을 타고 어쩔 수 없이 기자들의 귀에 들어가게 마련이다.

미궁을 수석으로 탈출한 응시생에게 도핑 테스트를 진행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기자들의 귀에 들어가면 그 응시생에 대한 구설수를 막을 수 없으니 말이다.

도핑이 아니라면 길영트에서는 그 응시생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만약 도핑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일단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해 그런 지시를 내렸지만 허필두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의 실력은 진짜라고.

‘생각지도 못한 인재를 발견했군.’

이런 상황임에도 허필두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천운이 출구를 빠져나오고 곧바로 의철은 천운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의철이 나오자마자 본 것은 천운이 두 명의 교관들에게 양팔이 잡히고 끌려가는 모습이었다.

‘뭐지 도대체 저놈은?’

천운 또한 표정에는 당혹감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이게 당최 무슨 상황이지?’라는 표정이었다.

그때 응시생들을 기다리고 있던 한 교관이 의철에게 입을 열었다.

“129번 응시생 45분 40초. 차석으로 합격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렇다. 분명 이 소리를 천운 또한 들었을 것이다.

근데 쟤는 뭘 했길래? 저렇게 끌려가고 있지?

뭐, 굳이 길게 생각해 봤자 알 수도 없는 거고 의철은 오늘 일찍 귀가하기로 결심했다.

설마 별일 있겠냐마는.

그것보다 지금부터 자신을 걱정할 차례다.

그래도 나름 차석이니 기자들의 관심을 받게 될 테니 말이다.

‘하…… 별수 없지.’

막상 조금 계획이 틀어지긴 했으나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렇다고 이 암울한 기분이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천운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기요. 저 어디로 끌려가나요?”

“일단 안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보는 눈이 많으니 말이죠.”

끌려가는 와중에도 계속 물어보니 이런 소리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수석으로 나온 응시생을 다짜고짜 끌고 가는 게 더 눈에 띌 거 같은데?

일단 천운은 잠자코 교관들의 말을 듣기로 했다.

이제 곧 아카데미에서 많이 볼 얼굴들인데 굳이 얼굴 붉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천운은 교관들을 뒤따라 단상 뒤에 있는 문을 통해 계단을 올랐다.

계단의 끝은 떡하니 감독실이라 적혀져 있는 문이 하나 있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험의 감독을 맡은 교관들과 총감독관 허필두가 천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필두가 말했다.

“110번 응시생. 죄송하지만 약간의 확인 절차가 있겠습니다. 카메라로 확인한 결과 너무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많아서요.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천운은 이해했고 그들이 왜 천운을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하긴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누가 봐도 도핑이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천운은 순순히 그 절차에 응했으며 교관들은 곧바로 측정에 나섰다.

당연하게도 도핑 테스트 결과는 음성이었다.

동시에 여러 교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도대체 어떻게 그런 파워를 낸 겁니까? 응시생?”

“혹시 고유 스킬인지……?”

그들은 천운을 의심한 무례보다 호기심이 앞섰다.

약간의 무례라는 것을 알고도 그들은 물어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스탯 20밖에 안 되는 힘으로 그의 3배나 달하는 응시생을 힘으로 어떻게 이겼는지 말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천운은 ‘비밀입니다.’라고 말하며 돌아갈 준비를 했다.

도핑이 아니니 그들이 뭐라 참견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 모습에 지켜보던 미르마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푸하핫! 어차피 방법이 마법하고 스킬밖에 없을 건데 물어보는 모습이 영 우습네.]

다 큰 남정네들이 애 하나 잡고 호기심에 물어보는 모습이 턱없이 우스꽝스러웠던 미르마였다.

물론 그들에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일단 각성 후 본인의 성장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고유 스킬을 제외한 다른 스킬들은 웬만한 어른들 또한 얻기 힘드니 말이다.

천운은 이내 교관들을 뒤로하려다 생각난 게 있어 물어봤다.

“그러고 보니 저 몇 분 몇 초, 합격 여부 그런 거 안 가르쳐 줘요?”

천운의 말에 천운을 데려온 신입 교관에게 차가운 눈초리가 흘렀다.

그걸 왜 말 안 해 줬는지 말이다.

억울한 신입 교관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조용히 데려오라고 하셔서…… 죄송합니다 응시생. 45분 30초, 수석으로 합격입니다.”

“네. 그럼 고생하세요.”

천운은 합격 여부를 듣고 빙그레 웃으며 감독실을 뒤로하려다가…….

“아! 맞다.”

“예?”

“저 혹시 폰 충전 좀 할 수 있을까요?”

* * *

천운이 출구에 나오기 몇 분 전.

“방금 봤나?”

“예. 봤습니다.”

“내 눈이 잘못되지 않은 이상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돔 안에서 거대한 패널을 통해 시험을 지켜보던 길드장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이었다.

대체 어떻게 평균 20스탯밖에 안 되는 그가 그 정도의 기행을 보였는지 말이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은 결국 남의 눈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제대로 보셨습니다.”

“이럴 수가…….”

물론 미궁은 스탯이 제아무리 높다고 쉽게 탈출할 수 있는 던전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도 그들은 수석 후보를 정해 놓고 있었다.

4대 가문의 한설아와 윤시혁 그리고 압도적인 스탯의 김의철.

아마 그 세 명 중에 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그러나 흐름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저 운이 높아 시선을 끌던 김천운의 여러 기행이 펼쳐질 줄은 그들은 꿈에도 생각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놀라는 가운데.

한국의 최고의 길드 중 하나인 마산길드의 길드장 마산도가 천운의 이름을 여러 번 읊조리고 있었다.

“김천운…… 김천운…… 김천운…….”

“왜 그러십니까? 길드장님.”

“아니, 자네 혹시 김천운이라고 우리가 한 번 본 적이 있던가?”

“예?”

길드장의 뜻밖의 말에 부 길드장인 그녀, 김아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국 최고의 길드 중 하나인 마산 길드의 길드장을 그리 쉽게 만나거나 볼 수 있을 리가 있나.

그것도 어느 유명한 명가도 아니고 대형 길드장의 아들이나 정재계의 자손도 아닌 평범한 17살 소년이 말이다.

하지만 마산도는 계속 김천운이라는 이름을 되새기며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는 기억력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어디선가 그를 보았거나 들어 봤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아!”

아! 와 함께 그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분명 어느 유명한 포털 사이트 기사에서 보았다.

분명 베르다 쇼핑몰 마물 재해 사건.

시민을 구한 한설아의 인터뷰 기사에서 분명 김천운이라는 이름이 한 줄 언급된 게 기억난 것이다.

한 줄로 작게 쓰인 이름이니 어느 의미로는 더욱 눈에 띄어 마산도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그가 누군지 만나 보고 싶었다.

“하하하! 저놈이었구먼!”

“길드장님?”

저 어린 나이에 시민을 구한 명예를 얻을 수 있었음에도 인터뷰를 거절하는 겸손.

물론 그 이유는 자신의 착각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만나 보고 싶었다. 한설아와 더불어 그 젊은 나이에 시민을 구한 아이가 누군지 말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마산도는 김천운이라는 사내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근데 그가 길영트 응시생이자 이번 시험에 수석을 했다고?

그는 솔직한 마음으로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세대가 황금의 세대가 맞긴 하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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