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27
‘쟤는 또 왜 저러지?’
왜?
이런 의문이 아까부터 머릿속을 맴돌았다.
의철의 행동에 순간 내가 쓴 소설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문제는 이번에 의철의 행동이 짐작도 가지 않는 것이었다.
의철의 성격상 저런 짓거리를 할 간 큰 자신감도 없을 녀석일 텐데 말이다.
그가 왜 갑자기 자신의 힘을 보여 준 것인가?
그리고 이 스토리로 인해 또 어떤 미래가 변하는지.
천운은 그런 생각을 하니 또 골이 당기고 두통이 올 거 같은 기분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녀석이 저렇게 행동하네…….’
의철의 변화로 인한 미래가 좋게 변할지 아니면 나쁘게 변모할지는 차후의 이야기니 말이다.
이미 한설아 때 자신이 저지른 게 있으니 더욱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나는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었다.
‘저놈이 똥을 싸면 제발 나에게 튀지 않기를…….’
저놈이 주인공이라고 좋은 일만 있을 리가 있나.
당연히 사건·사고 또한 자연스레 줄줄이 매달고 의철의 주위에 일어나니 말이다.
나는 그런 똥이 나에게 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최대의 목표는 살아남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나와 관련된 것이면 내가 치우긴 하겠지만.
툭툭-
단상에 있는 허필두가 마이크를 두어 번 두드리며 주의를 끌었다.
마이크의 잡음은 이 돔 안에 울러 퍼지며 돔 안에 모든 응시생부터 대형 길드의 길드장의 시선은 단상 위의 허필두를 향했다.
그가 재차 그것을 확인하고 시험의 시작을 알리듯 입을 열었다.
“예. 이제 스탯 측정이 끝난 거 같군요.”
그의 말에 열기로 가득했던 돔 안은 조용해지며 응시생들은 하나같이 긴장되는 마음으로 허필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길영트 입학시험은 그 시험의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그 방식에서도 특이한 특징이 있다.
총 2번의 입학시험이 이루어지는 길영트 시험은 그 기간은 무려 일주일 정도가 된다.
이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은 생도가 아닌 응시생이라는 신분으로 학교에 다니게 되는데.
물론 일주일 동안 주야장천 입학시험을 치르는 게 아니라 수업 또한 동행하여 진행한다.
물론 그 수업에서도 작게나마 소소한 통과 기준이 있으며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할 시 곧바로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된다.
그렇게 일주일의 마지막.
그제야 최종 2차 시험이 이루어지고 응시생의 탈을 벗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합격을 한 2학년 생도들 사이에서는 이 일주일은 지옥의 시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부터 길영트 1차 입학시험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허필두가 입을 열자 단상 위에 커다란 스크린이 내려와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에는 유적 형태의 입구가 있었다.
그 곳은 아카데미에서 제작한 인공 미궁이다.
“첫 번째는 시험은 트레져 헌터 부문입니다. 응시생들께서는 이 미궁 안으로 진입하게 될 겁니다.”
생긴 거와 다른 그의 적나라한 설명에 응시생들은 전부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허필두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응시생들은 알 수 있었다.
아마 저 미궁에서 빠르게 탈출하는 게 이 시험의 주목적일 테니 말이다.
‘드디어 시작이네.’
필의 미궁.
길영트 아카테미 지하에 위치한 낮은 등급의 미궁형 던전을 개조한 인공 던전이다.
현 생도들의 연습용으로 쓰기 좋은, 난이도가 낮은 미궁이다.
물론 현 생도들에 한해서다.
응시생들에게는 처음 들어가 보는 미궁인 만큼 그 난이도는 극도로 어려울 테니 말이다.
그러나 걱정은 되지 않는다.
이번 미궁 에피소드에서 본래 김천운은 손쉽게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출구는 마력으로 만들어진 게이트이다
물론 본래 소설 속 김천운은 운도 운이지만 출구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탐지하며 길을 찾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냈으니 말이다. 10등? 본래라면 이번 1차 시험에서 천운은 10등으로 입학시험에 합격을 했을 거다.
“아카데미에서 관리한다고는 하나 안전을 위해서 꼭 귀환석을 챙기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희들이 수고를 덜 들일 테니 말이죠. 아 참고로 귀환석을 쓰시면 불합격입니다. 귀환석은 시험이 종료된 후 복귀 시에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미 몇 몇의 교관들은 저 미궁을 꿰뚫고 있을 것이다.
아마 교관들이 걱정하는 것은 응시생 중 귀환석을 잃어버려 찾으러 갈 수고를 들여야 되는 게 걱정일 테니 말이다.
물론 엘리트들만 모인다는 응시생 중에서도 가끔 진짜 실전에서는 귀환석을 잃어버리는 얼빵한 놈들 한두 명 정도는 존재한다. 저 말은 허필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주의일 것이다.
“규칙은 미궁 안에 보라색 크리스털을 챙긴 상태로 탈출하는 것이 합격 조건입니다. 물론 커트라인이 존재합니다. 크리스털 개수는 100개. 100명이 합격 커트라인이니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상대의 크리스털을 탈취 또한 가능합니다.”
미궁 어딘가의 있는 크리스털의 수는 100개.
길 따라 자연스레 걸으면 무조건 하나는 나온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크리스털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
“이제 시험을 시작하기 전 무기 수여식을 진행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응시생들이 보고 있던 허공에 갑작스럽게 생도용 무기가 현현되고 있었다.
몇몇은 당황하며 허둥대는 듯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무기를 들었다.
특성 중 ‘현현’ 말고는 평범하게 짝이 없는 생도용 무구였다.
응시생들은 각자 자신에 맞는 여러 무구를 손에 쥐고 있었다.
보통의 검을 시작해 도끼, 활, 채찍, 그리고 내가 들고 있는 단검.
무기는 보통 지원서에다 같이 입력하는데 자신이 익숙하게 이용하던 단검이 ‘현현’한 걸 보면 누나가 눈치 있게 단검으로 적어 준 모양이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응시생은 김의철이었다.
그의 손에는 자신의 몸보다 배는 더 큰 대문짝만 한 대검을 쥐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의문이 들지 않았다.
놈의 스탯을 보니 이해가 가는 무기였으니 말이다.
“그럼 이제부터 길영트 1차 입학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허필두가 단상에서 내려와 주머니에서 하나의 스위치를 꺼냈다.
쿠구궁!
버튼을 누르자 허필두가 서 있던 단상 뒤에서 하나의 거대한 문이 생겼다.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기괴한 빛깔을 내뿜고 엉키며 지금도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게이트 형태의 입구가 생겼다.
아마 저 게이트가 지하 미궁으로 통하는 길일 것이다.
문이 보이자 한설아가 힐끔 나를 본 뒤 다시 정면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들어가면 안 도와줄 거야.”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시험은 공정해야 하는 법.
그리고 천운이라면 왠지 모르게 안심이 들었다.
아마 사라진 몇 달 동안 무언가라도 얻어서 이곳을 왔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들려야 할 대답이 없자 한설아는 다시 천운에게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응? 왜 저래?’
천운의 표정은 심각하리만치 고민에 잠긴 표정이었다.
당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시작하기도 전에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이 시험에 자신이 없나?
아까 한 말을 철회하고 도와줘야 하나?
내심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리고 한설아의 걱정과 다르게 천운은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음…… 역시 협력밖에 없나?’
이 시험에서는 출구에 빠르게 도착한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출구의 수호자 가디언.
출구를 지키는 골렘 형태의 인공 마수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의 수비를 뚫으려면 별수 없이 다른 응시생과 협력이 필요한 점이었다.
막상 한설아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저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그것이 차선책은 아니지만, 마지막 남은 차선책은 굳이 고르고 싶지 않았다.
‘하…… 근데 별수가 없네.’
소설의 언급한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내가 아무리 도와 달라 해도 아마 안 도와줄 게 뻔했다.
의외로 공평한 원칙주의 성격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
본래 이 시험의 수석인 윤시혁과 협력하는 것이다.
물론 이놈도 한설아와 비슷하게 고집이 센 측에 속한다.
그냥 따라오라고 하면 안 따라올 게 분명할 터.
천운은 이놈을 어떻게 끌어들여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제한 시간은 2시간. 입구 앞에 있는 귀환석을 챙기셔서 출발하시면 됩니다. 그럼 시작!”
허필두의 외침과 함께 준비하던 응시생들은 분주하게 귀환석을 챙기고 게이트를 통해 달려 나갔다.
한설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빠르게 게이트를 향해 달려들려 했으나 이내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곧바로 자리에서 멈췄다.
한설아는 고개를 돌려 천운을 바라봤다.
천운은 아까처럼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는 표정으로 우두커니 달려 나가는 응시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운아! 시작됐어!”
“알아요.”
“근데 여기서 뭐 해!”
천운의 태평스러운 말투에 욱해서 소리를 지른 한설아였다.
얘가 왜 이러지? 미친 건가?
그리고 한설아의 시선에는 또 다른 한 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운과 똑같이 태평하게 가만히 서 있는 녀석.
아까 전 자신을 뛰어넘는 스탯을 보여 준 김의철이었다.
천운이 말했다.
“조금 늦게 출발하려고요.”
“뭐? 왜?”
“급해 봤자 손해니까요.”
한설아는 천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버리고 먼저 가기에는 좀 그렇고 한설아는 그냥 천운이 시작할 때까지 같이 기다리기로 했다. 한설아의 또 다른 목표는 천운과 같이 아카데미 합격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얘가 무슨 생각이 있겠지.
이유 없이 미친 짓을 하는 천운이 아닐 테니 말이다.
그것은 천운과 몇 달을 함께 있던 한설아의 감이었다.
또한 허필두는 아직도 출발하지 않은 그 3명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흠…… 다른 놈들과는 좀 다르군. 어떻게 안 거지?’
교관들 사이에서는 1차 입학시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응시생에게는 신고식이라고 할 수 있는 함정이 있었다. 그리고 이 3명은 그것을 알아차렸다.
‘행운 스탯만 좋은 놈은 아니었군.’
허필두는 내심 미끼를 던져 봤다.
“늦게 출발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괜찮겠습니까?”
“예.”
“정말 괜찮겠습니까? 불합격은 응시생이 감당해야 할 사항입니다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곧 출발하겠습니다. 20분 후에.”
‘역시 알고 있군.’
허필두는 내심 미소를 지으며 의철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쪽 응시생은? 괜찮겠습니까?”
“예. 저도 괜찮습니다.”
의철은 태평스럽게 대꾸할 뿐이었다.
의철의 말에 허필두 또한 눈치챌 수 있었다.
아까 들은 대화로 짐작했을 때 한설아는 눈치채지 못한 거 같지만, 남은 두 명은 역시 알고 있다고.
‘이번 응시생 중에 2명이라…….’
허필두는 이내 미소를 머금은 채 자리로 돌아갔다. 더는 미끼를 던져도 알아차린 시점에서 소용없을 테니 말이다. 그것보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역시 저 110번 응시생 김천운이었다.
김의철은 스탯으로 봤을 때 보통 놈이 아니라는 것을 지레짐작으로 알 수 있었지만, 김천운이 알아차린 것은 예상 못한 결과였다. 마냥 운만 좋은 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허필두는 김천운이라는 응시생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1차 시험에 함정.
그것은 아마 들어가면 200마리 정도의 고블린이 응시생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인공 미궁이다 보니 진짜 같으면서도 가짜인 환영 고블린이다.
상대한다고 크게 다칠 걱정은 없다만, 수가 수이니 만큼 힘을 뺀다는 생각으로 덤벼야 한다.
그러니 먼저 출발한 응시생들이 전부 처치할 때까지 기다릴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200마리를 쓰러트리지 않는 이상 미궁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
먼저 간 응시생들이 고블린들을 쓰러트릴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다 여유 있게 출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