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27화 (27/176)

제27화

#26

‘성격 많이 온순해졌네.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천운은 한설아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본래 내 소설 속 초반의 한설아라고 하면 도도함의 여왕이었다. 근처로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풍기는 마치 절벽 위의 꽃? 아니 까칠하기도 했으니 가시밭 중앙의 꽃이 낫겠네.

“근데 그 망토 계속 쓰고 있을 거예요?”

“응? 그래도 이 망토 덕분에 좀 조용히 있을 수 있어서. 이게 존재감도 옅게 만드나 봐.”

하긴 저 망토라도 안 쓰면 아마 응시자들의 시선이 한설아에게 모일 것이다.

난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찾았다.

아마 이 A돔의 응시생들 중에 주요 인물인 한설아와 김의철 그리고…….

‘어디 보자. 저기 있네.’

윤기 나는 쉐도우 펌의 검은 머리. 조각 같은 미남의 얼굴.

키는 그렇게 크지도 않고 적당한 175의 마른 몸매의 남자.

윤시혁이다.

이미 된통 당하고 있는 윤시혁만 봐도 그렇다.

응시생들의 시선이 마치 신기한 동물을 보는 것처럼 윤시혁을 힐끔힐끔 구경하고 있었다.

근데 막상 당사자는 저런 상황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애초에 익숙할 테니 말이다.

응시생들이 윤시혁을 쳐다보며 숙덕거리는 게 들렸다.

“와 뭔가 실물은 다르네.”

“그러게 티브이에서만 봤는데. 역시 잘사는 집 아들은 다른가 봐? 얼굴도 잘생겼고.”

나도 저 말에 동의한다.

어찌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인상인지 날카로우면서 조각 같은 외모는 거의 연예인 양 싸다구를 때릴 정도의 미남이었다.

“천운아. 너는 몇 번이야?”

“저요? 저는 110번이네요.”

“어? 나 다음이네? 나는 109번. 생각보다 빨리 보겠네? 100번 대는 금방이니까.”

모든 응시생은 스탯 기록을 위해 1명식 앞으로 나오며 스탯을 측정하고 있었다.

그게 대략적으로 5초?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보통 스탯 중에 힘, 체력, 마력이 20을 넘으면 통과이긴 하나 인재만이 모이는 길영트의 응시생들은 웬만해서는 30은 가뿐히 도달해 있을 거다.

그리고 주요 인물들의 스탯이 확인되면 그들은 또다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서 주인공 김의철은 시선을 받는 걸 싫어해서 일부러 스탯을 숨기고 측정에 나선다.

뭐 이미 알고 있는 스탯들을 굳이 볼 필요는 없고 궁금한 것은 현재 한설아의 스탯이다.

아마 소설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으니 한설아의 스탯은 내가 쓴 소설보다 더욱 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지만.

참고로 스탯을 측정하는 이유는 걸러 내기를 위해서다.

정확히 스탯 중에 지능과 행운을 제외한 20을 넘으면 시험 자격 조건에 충족되지만, 응시 지원서를 넣을 때 거짓 정보를 입력하는 응시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저놈처럼.

“85번 응시생 불합격입니다.”

“아니, 왜…….”

“스탯 중 힘 스탯이 19.8로군요. 시험 자격 조건이 되지 않으니 돌아가 주세요.”

“제발 한 번만…….”

저 85번의 애절한 부탁에도 허필두는 응시생을 내쫓았다.

아마 19 정도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천운아. 이제 슬슬 우리 차례네?”

“가 보죠.”

여기서 천운 또한 다른 의미로 주목받는다.

내가 소설에서 적은 천운은 그것도 좋다고 기고만장하게 웃으며 나왔지만 말이다.

난 일단 지금은 쭈그려 있을 생각이다.

결과는 스탯창이 아니라 시험으로 보여 주면 될 테니 말이다.

한설아와 김천운은 단상 앞에 놓인 수정구로 향했다.

순번을 기다리니 드디어 한설아의 차례가 왔다.

수정구에 손을 대니 간결한 빛과 함께 패널의 하나의 상태창 수치가 올랐다.

이름 : 한설아

나이 : 17

<상태창>

힘 : 50.2/100

체력 : 40.2/100

지능 : 40/100

마력 : 50.1/100

행운 : 20/100

한설아의 상태창이 올라옴과 동시에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이 고요한 폭풍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준비라는 듯 응시생들의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와! 대박!”

“세상에 거의 40 이상이잖아!”

“스탯 중에 50이 두 개나 있어.”

“꺄아악! 언니!”

‘꺄아악 언니 저놈 응시생이였냐!?’

당연하게도 여러 길드와 영웅들 또한 한설아의 스탯을 보고 경악하고 있었다.

“저 어린 나이에 49.9의 장벽을 넘었다니.”

“적안 가문에서 한민아와 또 다른 인재를 키워냈군.”

“에이 그건 좀 아니군.”

“앞일은 모르는 일이지 않나. 과거 한민아 또한 눈에 안 띄다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을 이뤘으니 말이야.”

49.9의 장벽.

20살 프로들 또한 49.9의 스탯을 넘지 못한 아베타들이 수두룩하다.

스탯 중에 이 49.9의 장벽을 넘은 자들 많이 A급의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막상 49.9를 넘었다고 전부 A급 아베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과의 차이점은 경험과 스킬, 그것을 잘 활용하는 실력과 실적에 있으니 말이다.

“다음 110번 응시생 앞으로 나와 주세요.”

‘내 차례네.’

난 앞으로 나아가며 한설아와 지나쳤다.

그때 한설아가 나를 향해 화이팅이라는 듯 속삭이며 지나치며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한설아의 행동에 모든 이목이 내게 집중되고 있었다.

미친.

좋은 의도로 말해 준 건 고맙지만, 거의 곧 불날 집에 불씨를 더욱 키워 준 격이었다.

“뭐야 쟤? 한설아와 아는 사이야?”

“글쎄다. 중학교 때 유명했나?”

“쟤 이름이 뭐지?”

뭔가 응원해 줘서 고맙긴 한데.

내 상태창을 남들에게 보여 줄 정도로 어마무시한 상태창은 아니다.

딱하나 빼고.

그거 때문에 주목받게 되지만.

별안간 앞으로 나아가 수정구에 손을 얹으려는 찰나 허필두가 입을 열었다.

“110번 응시생은 따로 지원서에 정확한 스탯이 적혀 있지 않네요. 대신 추천인 이름이……. 한민아?”

허필두는 허를 찔린 듯 당황하며 마지막 이름을 작게 읊조렸다.

그 덕에 뒤에 있던 응시생들 귀에는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예. 맞습니다.”

“그렇군요…….”

의외로 한순간 흠칫 놀란 거 같지만 이내 빠르게 평정을 되찾은 허필두였다.

그 또한 등급에 밀렸다고 해도 과거의 S급 아베타였으니 말이다.

“살짝 기대되는군요. 그럼 시작해 주세요.”

“너무 기대하지는 말아 주세요.”

천운은 그 말과 동시에 수정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또다시 수정구에서 한순간 크게 빛을 내뽐내며 상태창이 패널에 떠올랐다.

이름 : 김천운

나이 : 16세

<상태창>

힘 : (20.2/50)

체력 : (21.1/40)

지능 : (3/100)

마력 : (26.6/45)

행운 : (100/?)

패널에 상태창이 떠오른 순간 응시생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되며 한설아와 다른 의미의 정적이 이 돔 안을 감쌌다.

언뜻 보면 질 낮은 응시생의 스탯인데 무언가 하나 이상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눈치챘다.

천운은 뒤돌아 응시생들의 표정을 보았다.

마치 숙연하기까지 한 분위기로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모든 것을 이해한 허필두를 포함해 길드장까지 이 돔 안에 있는 모든 인원이 동시에 생각한 게 있었다.

‘뭐 저렇게 재수 없는 놈이 다 있지?’

그리고 그 정적을 끝내준 것은 한 응시생의 푸훗-하는 웃음 소리였다.

“푸훗!”

“미친……. 나 100 처음 봐.”

“럭키맨이네. 푸하핫!!”

한 응시생의 조소와 동시에 가지각색의 시선을 한 응시생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 명은 숙연한 동정의 눈초리로, 몇 명은 내가 쟤보다는 낫다는 비웃음의 표정으로.

[재미있네. 애들 반응이.]

미르마의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물론 나를 향한 비웃음이 아니다.

미르마는 이미 천운의 능력을 알고 있으니, 이렇게 겉으로 보는 그들을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자신이 가르쳐 준 마법을 쓰면 천운을 상대로 대부분이 상대도 안 될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 상황이 재밌기만 한 미르마였다.

“110번 응시생? 혹시 돌연변이입니까?”

“예.”

돌연 그런 질문을 하는 허필두한테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돌연변이의 뜻은 각성과 동시에 한쪽으로 너무나 치중된 스탯을 가진 자들을 뜻한다.

보통 몇 없는 이들의 대부분 스탯은 힘 아니면 체력으로 치중돼 있는 게 정상인데 이놈은 행운으로 치중돼 있었다.

허필두의 시선이 안타까움으로 가득 찼다.

보통 한쪽으로 몰려도 50이 대부분인데 100이라니 그것도 한계치가 없는 물음표다.

힘으로 100이었으면 아마 힘으로 모든 것을 평정한 S급 아베타 ‘포스맨’.

제2의 포스맨이 되지 않았을까? 싶던 응시생이니 말이다.

‘안타깝군. 그래도 다른 스탯이 20을 전부 넘은 걸 보면 엄청난 노력을 했겠지.’

돌연변이들은 한쪽으로 치중된 스탯을 빼고 다른 대부분의 스탯은 거의 3이나 5로 시작해 최악에는 소수점까지 내려간다.

그러나 현재 행운과 지능을 제외한 스탯이 전부 20을 넘은 걸 보면 이 아이의 노력이 예상되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행운을 믿을 바에야 오로지 자신을 갈고닦아 실력을 기르는 아베타들에게 행운의 위력을 모를 테니 말이다.

오직 만렙을 찍은 자만이 이 행운 수치의 위력을 알 수 있었다.

나처럼.

천운은 덤덤하게 한설아에게 돌아왔다.

더 이상 시선이 집중되는 수정구 앞에 계속 서 있기에는 불편했기 때문이다.

빨리 윤시혁이 측정을 해야 다시 시선이 그에게 향할 테니, 그동안은 참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게…….”

‘아. 그러고 보니 얘도 내 정확한 스탯은 몰랐지?’

한설아에게 돌아오니 막상 한설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기운이 없어 보였다.

‘뭔가 괜히 아는 척해서 피해를 준 거 같네…….’

적어도 자신이 지금까지 본 천운이라면, 몇 달 동안 수련을 떠난 천운이라면 남들이 감탄할 스탯을 가지고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정말 예상대로 감탄할 스탯을 보여 주긴 했다. 정반대의 의미로.

그러니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주의를 끌어서 돋보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또한 천운도 한설아가 왜 미안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괜찮아요.”

괜히 미안해하는 한설아가 불편해 이렇게 말한 천운이었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데 말이다.

어차피 결과로 보여 주면 입 꾹 닫을 놈들의 시선을 굳이 의식할 필요는 없었다.

천운은 아까 비웃은 놈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짚으며 어떻게 갚아 줄지 궁리하고 있었다.

“자, 다음.”

폭풍 같은 천운의 상태창 신고식이 끝나고 차례차례 응시생들이 앞으로 나아가 스탯을 측정했다. 모두 고만고만한 스탯창을 보여 주며 드디어 예의 기대하던 주인공과 윤시혁의 차례가 왔다.

굳이 기대하자면 윤시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놈이 빨리 측정을 해야 아까부터 힐끔힐끔 불편하게 쳐다보는 애들의 시선이 저리로 갈 테니 말이다.

“어떻게 운 스탯이 100이나 나오지?”

“역대급 아니야?”

“키킥, 운빨로 합격하면 대박이겠다.”

“쟤한테 로또 부탁하면 해 줄까?”

‘하…… 전부 닥쳤으면 좋겠다.’

의식을 안하려고 해도 저렇게 쌉소리를 하니…….

그 순간.

“와!”

“미친!”

“한설아와 비슷하잖아!”

‘드디어 측정했나 보네.’

이름 : 윤시혁

나이 : 17세

<상태창>

힘 : 50.1/100

체력 : 50.6/100

지능 : 40.3/100

마력 : 40.1/100

행운 : 20/100

한설아에 의해 뜨거워지고 김천운에 의해 가라앉은 분위기가 다시 한번 불이 붙었다.

당연하게도 윤시혁의 상태창이 패널에 뜨자 응시생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들은 이미 한설아로 인해 4대 가문 자녀들의 저력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검성 가문의 윤시혁의 상태창은 어느 정도 대단할지.

그리고 그 호기심은 배반하지 않았다.

“역시 4대 가문은 다르네. 와…….”

“걔들은 신체 특성상 태생부터가 다르다는 건 유명하잖아.”

“윤시혁은 중학생 때부터 유명했고.”

“와…… 그래도 어떻게 같은 또랜데 저런 스탯을 가지냐?”

수정구에 손을 뗀 윤시혁은 뒤돌아 응시생들의 동경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멋깔 나게 씨익 웃은 뒤 자리로 돌아갔다.

원래 능력 없는 놈이 저러면 재수 없고 잘생기고 능력 있는 놈이 저러면 자신감이라고 하지 않은가?

윤시혁의 표본이 딱 그런 놈이었다.

나라도 멋있네라고 할 정도로.

물론 멋있긴 한데 내 눈에는 동시에 재수도 없었다.

윤시혁은 생각보다 굉장히 차별적인 인간이다.

강자를 존중하고 약자를 무시하는 그런 경향이 크니 아마 주위에 애들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겠지.

“자. 다음 129번 응시생!”

‘이제 김의철 차례네.’

아마 지금까지의 이목을 끈 스탯들을 확인한 김의철은 자신의 스탯이 부담스러운 측에 들어간다는 것을 인지했을 거다.

저 녀석의 모토가 그냥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니 말이다.

편하게 합격해서 즐겁게 학교생활하고 돈 많이 버는 직장에 취직해 행복하게 산다를 꿈꾸는 17살 김의철.

그러나 당연히 소설의 주인공이니 김의철을 둘러싼 여러 사건이 터지며 그런 꿈은 그림의 떡이 된다.

그때였다.

“억!”

“미친…….”

응시생들은 말을 잇지 못하고 경악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세상에…….”

“기계가 고장 난 거 아닌가.”

몇몇의 대형 길드의 주요 인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한순간 돔 안의 공간에서는 연극이 끝난 듯 고요한 정적이 흘렸고

[저 나이에 저 정도면 괜찮군.]

미르마 또한 의외로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그가 그곳에 있었다.

이름 : 김의철

나이 : 17세

<상태창>

힘 : 60/100

체력 : 50.2/100

지능 : 40.1/100

마력 : 60.5/100

행운 : 20/100

“와…….”

한설아의 커다래진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다른 의미로 울분이 터지는 느낌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쟤는 또 왜 저래!’

주인공이 힘을 안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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