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24
한 달이 더 지나 곧 길영트 입학시험이 다가올 시기.
[세상에…… 얘는 분명 천재가 분명해.]
이 한 달 동안 보여 준 경악스러운 상황에 천운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한 미르마였다.
지금 보여 준 상황이 그녀에게는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운은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요?”
[아니. 당연히 네 손목에 저 아이지.]
[ㅎㅎ]
한 달 동안.
총 4개의 마법을 가르쳤는데.
가르치는 족족 샌디가 기억해 내니 가르치는 입장으로써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그중에서도 처음 가르쳐 준 초급 마법 2개와 후에 가르쳐 준 결계 초급 마법 하나 그리고 중급 마법인 은신.
샌디는 그 모든 마법 술식 전부를 어렵지 않게 기억할 수 있었다.
[보통의 마법사들은 자신의 마법의 이름이나 비밀을 알려 주지 않아. 왠지 알아?]
“사람의 기억으로 외우는 데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만큼 외울 수 있는 수도 적겠죠.”
[그래. 그만큼 자신의 무기가 적다는 거야.]
자신의 연구 결과가 곧 무기로 직결되는 것이 마법사들이다.
복잡한 선이 꼬이고 엉키며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되는 것이 술식이고 그 술식을 완벽하게 외워야지만 자신의 무기가 되는 것이 마법사의 길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무기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
각자 독특하게 만든 마법이 있으며 그 술식을 외우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물며 그 마법이 파훼되는 순간 약점이 드러나니 말이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싸움은 지식의 양으로 판가름이 난다.
상대하는 마법사가 과연 어느 정도 마법을 기억하고 보유하고 있는지 말이다.
[근데 이 녀석은 이미…….]
미르마는 샌디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좋은지 내 손목에서 반절이 떼어진 샌디가 미르마에게 총총 뛰어가 부들부들 떨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이미 이 녀석을 마법사라 해도 되겠네.’
불과 한 달 만에 샌디의 기억력은 보통의 마법사를 웃돌고 있었다.
하는 행동도 그렇게 미르마는 이미 샌디가 마음에 쏙 들어 있었다.
[귀여운 녀석이야. 이 녀석을 보니 더 마법을 가르쳐 주고 싶어지네. 가르치는 대로 족족- 기억하니 가르치는 보람도 있고.]
“저번에도 가르칠 때 그런 말 하시던데.”
[너와 다르게 얘는 진짜 재능이 있으니까. 그리고 너도 좋은 거 아니야?]
물론 지금 스탯으로는 샌디가 기억하는 양의 한계가 있겠지만.
{고대의 형태 기억 모래}
등급 : ?급
마력 : 2/100
지능 : 39/100 +6
아마 이 한 달 사이 지능 또한 같이 올라가 외우는 수가 더욱 증가했을 거다.
물론 미르마가 샌디에게만 신경 써서 난 허수아비 신세가 됐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문제는 나다.
샌디가 기억하는 술식의 양에 비해 내 마력양이 적어 오래 유지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상태창.”
이름 : 김천운
나이 : 16세
<상태창>
힘 : (20.2/50)
체력 : (21.1/40)
지능 : (3/100)
마력 : (26.6/45)
행운 : (100/?)
<스킬>
행운의 만다라(?) 의안(S) 도래까마귀 신의 눈(A) 마의 다리(B) 불굴의 맷집(B)
“흠……. 더 이상은 잘 안 오르네.”
산삼의 마력량은 20.
산삼차를 더 먹어 이제 더 이상 마력은 올라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마력 순환을 해서 한계치가 45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마력 순환은 둘째치고 마력은 거기서 끝이다.
영약을 더 섭취해야 할 타이밍이다.
‘근처에 있는 영약은 산삼 빼고는 나한테 전부 필요 없고. 지금으로써 얻을 수 있는 영약은 없네. 일단 길영트를 들어가야 여러 기연이 있을 거고.’
천운은 생각을 정리하고 결정했다.
일단 아카데미를 들어가야 여러 기연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내 소설의 배경은 당연하게도 아카데미가 중점이다.
따라서 여러 성장의 기연들이 아카데미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전부 주인공에게 영향이 없는 기연이니 편하게 먹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지금의 미르마다.
[이래서 사람들이 개를 키우는 거군.]
[ㅎㅎ]
미르마는 실체화 마법까지 써가며 샌디를 쓰다듬고 있었다.
지금까지 주인공의 기연을 뺏지 않게 조심스럽게 활동했지만, 현재 미르마의 행동을 보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가 마음에 들어서 미르마가 나와 같이 밖을 나오게 되면 필연적으로 김의철은 마법을 배울 수 없게 된다.
현재 상황이 자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미르마의 태도를 보니 마냥 자뻑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가 아니라도 이미 샌디를 저렇게 귀엽게 쓰다듬고 있으니 말이다.
‘골치 아프네. 마투법만 배우고 나가려 했는데 마법에 욕심이 나서…….’
마투법만 배우고 무심하게 선을 긋기에는 이미 그녀와 나 또한 많이 친해진 경우였다.
저번에 수정구 사건으로 인해 더더욱…….
‘일단 상황을 두고 봐야겠네.’
이미 친해진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은 천운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 * *
12월 31일.
천운이 이 공터를 떠나기 전날.
천운은 시험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기 위해 이날 하루는 하루 종일 편하게 쉬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심심하기도 하니 누워 있는 겸 마력 순환도 병행했다.
마력 순환도 이미 익숙해진 나머지 편하게 누워서도 계속 유지가 가능했다.
[천운아.]
“네?”
문득 미르마는 천운을 부름과 동시에 천장을 올려다봤다.
천운 또한 미르마의 시선이 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올렸다.
그곳은 이미 이 구덩이를 막고 있는 입구는 어디에도 없고 뻥 뚫린 천장과 밤하늘이 보였다.
별빛의 물든 아름다운 밤하늘은 넋이 나갈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예쁘지?]
“그러게요.”
미르마는 말없이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천운은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미르마가 의철을 따라가기 전.
그녀는 이와 같은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아마 다음에 할 말은…….
[바깥세상은 요즘 살 만해?]
“아니요. 마물들이 득실거리고 굉장히 위험한데요.”
난 김의철이 아니다.
그놈처럼 그저 살 만하다고 답하여 그녀를 이곳에서 끄집어 낼 수는 없었다.
주인공의 기연까지 뺏을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미르마에겐 미안하지만 아직 그녀가 공터를 빠져나올 시기는 아니다.
[그래. 바깥세상은 여전하구나.]
문득 내 쌀쌀맞은 방정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던 미르마였다.
천운은 고개를 돌려 미르마를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은 씁쓸함이 가득했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내심 조금한 죄악감이 몸을 감쌌다.
이렇게까지 말할 수밖에 없었을까?
더 좋게 말하는 방법 또한 있겠지만, 여기선 그저 이 말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다.
“미르마.”
[응?]
“내일 저 이곳을 떠날 거예요.”
[그래?]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내 말에도 별 반응이 없는 미르마였다.
천운은 고개를 돌려 미르마를 바라봤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녀는 천진난만한 소녀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저 그녀는 내 말에 대답도 없이 밤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몇 분이 지나며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천운아.]
“네?”
[내가 왜 이 구덩이를 은신처로 만들고 은거하고 있는지 알아?]
왜 모를까.
그녀를 만든 게 나인데 말이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어. 그토록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현자라는 위명까지 얻었지만 점점 마도를 파고들수록 자신의 꿈이 허황된 꿈이란 걸 알 수 있었지.]
그녀가 쓴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높은 지위에는 그에 대한 사명이 따른다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제국의 나름 높은 인사들이 하던 말이야. 정작 원하는 건 내 마법이 아니라 나를 이용해 쓰려는 위명이면서.]
천운은 그저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
그녀가 이곳에서 은거하는 이유는 저 푸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저 그녀의 말을 듣고 그저 끄덕이며 대답해 주고 있었다.
그것까지 안 해 줄 정도로 냉정한 인간으로 보이기 싫었다.
“미르마.”
[응?]
“가진 힘과 위명에는 귀찮은 일이 많이 꼬이긴 하죠. 이해해요.”
그 말에 푸훗 웃은 미르마가 입을 열었다.
[이해한다고 네가? 하하핫!]
“나름 위로한 건데…….”
[이해한다는 말은 나처럼 위업을 가지고 강해지고 난 다음에 하렴. 그럼 진짜로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뭐, 그렇긴 하죠.”
[그리고 아까는 너무했어. 표정도 딱딱하고 뭘 냉정하게 혼자 떠나려고 해?]
“네?”
그녀의 입에서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 할 말이 짐작이 간 천운이었다.
[나도 따라갈 거란다. 후후훗!]
* * *
그리고 다음 날.
1월 1일 길영트 입학시험이 시작되는 날.
“읏차!”
천운은 이 딱딱한 지면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바로 갈 거야?]
“네. 어차피 오늘 가려고 했어요.”
어제의 사건 이후.
미르마는 자신을 따라 이 공터를 나온다고 말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그녀의 성격이니 예상하기 힘든 대답이었다.
물론 자신도 일단 친해진 그녀와 헤어지기에는 섭섭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공터는 여기 계속 두실 거죠?”
[응? 이곳은 내 육신이 없어 떠도는 내 마력을 보관한 저장고니까. 당연히 그냥 둬야지.]
‘그나마 다행이네.’
물론 의철의 마법 기연이 사라졌지만, 이 구덩이가 있는 한 의철의 스킬이나 스탯 상승은 가능하니 말이다.
“아! 맞다.”
[왜?]
“혹시 샌디의 마력을 조금 올려 줄 수 있나요?”
[응?]
미르마는 샌디를 살짝 흘겨보고 샌디의 몸에 깃든 마력을 알아봤다.
2……. 고작 2밖에 안 되는 마력이니 천운이 부탁한 것도 이해가 가긴 한다.
샌디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방 뛰며 애교를 부리지만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음…… 안 되네? 처음 네가 이 아이의 마력을 넣었을 때 고정됐나 본데?]
“역시 그렇죠?”
혹시 몰라 부탁해 봤지만 역시 안 된다고 한다.
아마 샌디의 마력을 올리려면 던전에서 샌디의 모래를 얻어 똑같은 방식으로 마력을 집어넣어야 아마 오를 것이다. 별수 없이 지금은 안 되지만 후를 기약하는 수밖에.
“이제 가 볼까요?”
[가기 전에 네 몸과 링크를 걸어 둘게. 공터와 멀어지면 나도 마력을 쓸 수 없으니까.]
“네. 알겠어요.”
미르마의 실체화 마법이 필살기인 이유도 이런 이유이다.
자신의 마력에 50이나 빼앗기니 함부로 남발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럼 이제 바로 집에 갈 거야?]
“아니요. 원래는 집에 한번 들르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 되겠네요.”
[그래. 어디 갈 데가 있어?]
“학교요.”
[학교?]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이 시작되는 날.
난 그날에 맞춰 나가기로 결심했다.
물론 어제 나갔어도 됐지만 그녀 몰래 나가려고 했던 나로서는 그녀가 하루 종일 붙어 있었으니 불가능했다. 또한 미르마의 사연을 듣고 할 일이 생겼다.
자신도 모르는 과거.
자신이 빙의 전에 천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야 된다.
아마 유일하게 아는 사람은 현재로서 한 명뿐일 거다.
천운은 고개를 들어 절벽을 올라갈 준비를 하려고 했다.
“어?”
[왜?]
“아니, 굳이 힘들게 올라갈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요.”
미르마 또한 고개를 올려 출구를 확인했다.
그곳에 서 있는 한 인영을 보고 미르마는 눈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저놈은 또 왜 왔어?]